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01)
마운드의 빌런-201화(201/285)
마운드의 빌런 201화
[정하성 사이클링 히트] [정하성 투타겸업] [정하성 경기결과]실시간검색어는 하성과 관련된 검색어로 도배됐다.
비단 한국만은 일이 아니었다.
구글에서도 하성과 관련된 검색어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그만큼 하성이 벌인 일은 일대 사건이었다.
[정하성 선수가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3루타를 기록하면서 사이클링 히트까지 안타 하나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사이클링 히트.
정식명칭은 히트 포 더 사이클.
한 경기에서 타자가 안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까지 기록할 때 붙는 이름이었다.
한 경기에서 한 타자가 4번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모든 종류의 안타를 기록한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들조차 해내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투타 겸업을 선언하고 첫 경기에서 사이클링 히트에 도전하게 된 정하성 선수!] [벤치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건이네요.] [교체할 수도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일단 투수 쪽에선 교체를 하는 움직임입니다. 불펜에서 이미 두 번째 투수가 몸을 풀고 출격을 대기 중입니다.]투수 교체는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다.
본래라면 여기에서 하성의 임무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제가 감독이라면 여기에서 정하성 선수를 지명타자로 경기에 계속 출전시킬 겁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예. 가능합니다. 현재 오클랜드는 DH가 비어 있는 상황입니다. 정하성 선수의 포지션을 여기에 넣고 다른 포지션을 정비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해설위원의 설명은 정확했다.
그리고 토니 감독 역시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성, 다음 타순에도 나갈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지명타자로 나갈 테니. 그동안 쉬고 있으라고.”
하성의 의사를 확인한 토니는 곧장 교체를 지시했다.
해설위원의 말대로 투수를 바꾸고 하성을 지명타자로 지정해 경기를 진행시키는 방식이다.
규정상 문제 될 게 없었기에 토니 감독의 결단은 빨랐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곧 해설진에게도 전달됐다.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토니 감독은 정하성 선수를 타자로서 계속 출전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역시 예상대로 되는군요.] [과연 정하성 선수가 사이클링 히트! 히트 포 더 사이클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하성이 계속 출전한다는 게 전 세계 야구팬에게 전해졌다.
-하성이 계속 나온다는데?
-100구 가까이 던졌는데 또 나온다고?
-얼마나 혹사시키려는 생각이냐 ㅋㅋ
-투수는 교체되고 타자로만 나온데.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임. 지명타자로 계속 출전한다는 거.
-그것도 그거지만, 지금 사이클링 히트 기록 중임.
-진짜?
-2루타, 3루타, 홈런까지 기록했음.
-헐~ 안타 하나 빼고 다 했다고?
-ㅇㅇ
-이게 사람이냐?
-이 정도면 야구의 신이지 ㅋㅋ
야구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TV 앞으로 이동했다.
인터넷을 통한 중계 역시 흥했다.
중계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문자로 하성의 상황을 체크했다.
한국에서도 이럴진대 미국 현지, 특히 오클랜드는 축제 분위기였다.
“오늘 하성이 사이클링 히트 달성하면 맥주 공짜다!!”
“오오! 그게 진짜야?!”
“물론이지!!”
“정하성 너만 믿는다!”
“오늘 이 집의 맥주를 동나게 해달라고!!”
오클랜드 시내 곳곳에서 각종 이벤트가 걸렸다.
하성이 만들어내고 있는 기록이 도시 전체에 축제의 비를 내리게 만들고 있었다.
* * *
하성은 벤치에 앉아 몸 상태를 점검했다.
‘투구를 끝냈지만, 데미지는 크지 않아. 확실한 건 작년보다 몸의 내구력이 좋아졌다.’
100마일의 공을 자유자재로 던지는 신체다.
그렇다고 해서 데미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몸이 철로 된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데미지는 입게 되어 있었고 그로 인한 피로도 겪게 되었다.
그렇게 입은 데미지를 빠르게 회복하던 게 하성의 신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확실히 내구력이 좋아지면서 공을 더 던질 수 있을 거 같아. 타격도 마찬가지다.’
투타 겸업을 준비하면서 하성은 체력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야구의 포지션 중 가장 체력소모가 심한 선발투수.
거기에 100마일 이상을 가볍게 뿌려대는 그의 육체는 체력 소모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플러스로 타자까지 겸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체력이 필요했다.
이번 휴식기에 체력 훈련에 전념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죽을 듯이 힘들었지만, 그게 정답이었어.’
자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하성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회가 왔을 때 잡는다.’
하성은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이클링 히트에서 가장 어려운 3루타와 홈런을 기록했어. 이런 순간에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는 건 말도 안 되지.’
사이클링 히트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3루타에 있었다.
3루타는 단순히 파워가 강하다고 해서 기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쩌면 타자가 기록할 수 있는 안타 중에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파워는 물론이거니와 주력, 그리고 당시의 상황이 중요했다.
아무리 주력이 빠르더라도 상황이 따르지 않으면 3루타는 기록하기 어렵다.
그런데 하성은 그러한 3루타를 기록한 것이다.
남은 건 상대적으로 가장 쉬운 안타였다.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안타를 기록해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다.’
하성은 전의를 불태우며 자신의 타순이 오기를 기다렸다.
* * *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가 주 포지션인 선수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예는 없었다.
[당연한 일입니다. 투수가 타석에 선다 하더라도 기회는 많아야 3번 정도밖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선발투수로서 마운드를 내려가면 다른 타자와 교체되기 때문이겠죠?] [정확합니다. 투수는 타자보다 타격 능력이 떨어집니다. 능력이 뛰어난 투수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죠. 그러니 굳이 선발투수로서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타석에 세울 이유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정하성 선수는 다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고 팀의 타점 중 대다수를 기록한 선수입니다.]하성의 타격 능력은 전문타자를 넘어서고 있었다.
당연히 토니 감독이 그를 계속 타석에 세울 수밖에 없었다.
[현재 오클랜드 타순을 생각했을 때 8회 마지막 공격에서 기회가 찾아와야 할 거 같은데요.] [예. 점수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기에 9회 말 공격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이곳은 오클랜드의 홈구장이었다.
홈구장 어드밴티지가 주어지기에 오클랜드는 말 공격을 하게 되어 있었다.
말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팀이 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
쉽사리 뒤집힐 수 있는 점수가 아니었다.
즉, 8회 공격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는다면 하성에게까지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
[정하성 선수가 기회를 얻기 위해선 이번 이닝의 공격이 중요합니다.]8회 말.
오클랜드의 공격이 시작됐다.
하위타순부터 시작된 공격은 처음부터 물 흐르듯이 터져 나갔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6구, 떨어지는 공을 잘 참아냅니다!! 선두타자부터 출루하는 오클랜드!]팀 동료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지금 하성이 어떤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지 말이다.
‘투수가 사이클링 히트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어떻게든 만들어줘야 해.’
동료들은 하성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자연스레 타자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딱-!!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점점 하성에게 기회가 찾아오고 있었다.
그런 동료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하성은 일찌감치 움직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자식들, 이럴 때는 믿음직스럽다니까.’
자신을 위해서 노력하는 동료들의 모습에 하성은 감격받을 수밖에 없었다.
‘기회만 와라. 그럼 내가 멋진 걸 보여줄게.’
하성은 자신에게 기회가 오길 기다리며 배트를 쥐었다.
* * *
원아웃에 주자는 2, 3루.
타석에는 3번 타자가 들어섰다.
본래라면 공격을 주도해야 할 중심타선이었지만, 그는 차분하게 공을 기다렸다.
그 결과.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입니다! 볼넷으로 만루 상황을 만들어내는 오클랜드의 3번 타자! 아놀드!] [정하성 선수의 절친인 아놀드 선수,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선수지만 이번 타선에서만큼은 차분하게 공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정하성 선수에게 기회를 넘기기 위해서겠죠?]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오클랜드 타선 전체가 정하성 선수를 위해 기다리면서 기회를 넘기고 있습니다.]보는 이들이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오클랜드 타선은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 결과 하성이 대기타석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정하성 선수가 대기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정하성 선수, 여기서 병살타만 나오지 않는다면 사이클링 히트가 충분히 가능합니다!]메이저리그 역사상 한국인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것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적은 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 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때였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중견수 앞으로 나오면서 타구 잡아냅니다! 주자들은 달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묶입니다! 투아웃!!]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투아웃이 됐지만, 만루 상황에서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사이클링 히트에서 단 하나의 안타가 부족한 상황! 정하성 선수가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하성의 등장에 오클랜드 콜로세움이 들썩였다.
팬들은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흥분감에 고조되어 하성의 이름을 불러댔다.
“정! 하! 성! 정! 하! 성!!”
“가자!!”
“오늘 기록을 세우는 거야!!”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타석에 선 하성은 평소대로 루틴을 밟았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대기록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중요한 건 긴장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대로 하면 돼.’
하성은 이미 과거에도 수많은 기록을 달성했었다.
투수가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인 퍼펙트게임부터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들도 세웠다.
그런 경험들이 있기에 지금 상황에서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내가 할 건 단 하나의 안타를 만드는 일이다.’
하성은 배트를 쥐고 투수를 노려봤다.
그리고 투수 역시 그런 하성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어림도 없어. 여기에서 네 기록을 막겠다.’
‘최선을 다해 덤벼라.’
하성의 네 번째 타석이 시작됐다.
* * *
[사인을 교환한 투수, 와인드업과 함께 초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바깥쪽 낮은 코스를 날카롭게 찌르는 패스트볼! 구속은 96마일이 나왔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살짝 빠졌다고 생각한 걸까요? 배트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코스는 때려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렵지 않았을까요?] [그렇습니다. 그냥 보내는 게 좋은 플레이었죠.]볼카운트가 불리하게 스타트됐다.
하지만 하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여기에서 투수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2구 역시 공격적으로 들어올 거야.’
투수이기에 상대 투수의 생각을 예측한 하성은 2구를 노리기로 결정했다.
‘나도 공격적으로 대응한다.’
하성은 투수의 와인드업에 박자를 맞춰갔다.
그리고 그가 공을 던지는 순간.
후웅-!!
스윙을 스타트했다.
그의 예상대로 투수는 빠르게 볼카운트를 잡아내기 위해 몸쪽으로 패스트볼을 붙였다.
촤앗-!
하성은 곧장 오픈 스탠스를 밟으며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졌다.
하성은 안전하게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안타를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합니다!!]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번째 기록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