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03)
마운드의 빌런-203화(203/285)
마운드의 빌런 203화
선발투수에게 휴식은 반드시 필요했다.
휴식을 통해 회복이 있어야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다음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성에게는 이러한 부분이 없었다.
본래라면 쉬어야 할 루틴에서도 지명타자로 끊임없이 경기에 나왔다.
그렇기에 루틴이 무너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전문가들의 우려가 타당한 이유였다.
하지만 팬들의 의견은 달랐다.
-전문가들 이야기 매번 틀리지 않았냐?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틀릴 거 같다.
-하성은 그동안 상식이란 걸 벗어났잖아? 이번에도 그러지 말란 법 없음?
-당연히 벗어나겠지 ㅋㅋ
-난 하성을 믿음.
-그 녀석이라면 기존의 상식은 가볍게 부숴 버릴 게 분명함.
-가즈아-!!
네티즌들은 하성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을 부수고 자신의 말을 관철해 나갔기에 팬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한 지지 속에서 하성의 등판일이 다가왔다.
* * *
하성은 등판을 앞두고 하루 휴식을 취했다.
‘하루 휴식으로 괜찮을까?’
평소와 다른 루틴이었다.
하성 본인조차도 이런 루틴이 정답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에게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었고 약간의 긴장감이 찾아왔다.
“괜찮을 거야.”
그는 스스로를 믿었다.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자화자찬이나 자만에 빠진 건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린 결론이었다.
“전생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훈련을 열심히 한다는 녀석들의 훈련량이 날 따라오지 못한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달라.”
훈련 시스템은 시대에 따라 빠르게 발전해왔다.
특히 스포츠 사이언스는 과학의 발전에 맞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부분이었다.
당연하게도 지금보다 과학이 더 발달된 미래의 스포츠 사이언스가 뛰어났다.
이 시대와 10년 뒤의 스포츠 사이언스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시대에 상식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미래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게 밝혀지기도 했지.”
특히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은 스포츠 사이언스에 큰 변곡점을 주었다.
많은 이가 불가능하다 말했던 투타 겸업을 성공시켰기에 과학자들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연구했다.
그리고 더욱 효율적으로 투타 겸업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덕분에 미래에는 투타 겸업이 희귀하지만 보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하성이 투타 겸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지금까지 내 선택에 잘못된 것은 없었다.”
회귀 후.
하성은 여러 선택을 했다.
국내가 아닌 메이저리그를 택했고 빅마켓이 아닌 스몰마켓인 오클랜드를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은 모두 그에게 득이 되어 돌아왔다.
이번 투타 겸업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우려했지만 성공적이었다.
자신의 가치는 하늘을 찔렀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다.
이제는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위치까지 오른 것이다.
“이번만 성공하면 된다.”
언터처블.
그의 별명처럼 하성은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도전이 성공리에 끝나야 했다.
그 첫 번째 고비가 내일이었다.
하성은 정신집중을 하며 두 번째 등판을 준비했다.
* * *
하성의 두 번째 등판.
야구팬이라면 모두가 궁금한 경기였다.
경기장은 일찌감치 매진되었고 경기를 보기 위한 사람들이 TV와 각종 매체를 이용해 접속했다.
그렇게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하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에이스!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 [오늘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정말 궁금합니다.] [위원님만이 아니라 모든 야구팬과 관계자들이 궁금한 경기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이번 시즌 투타 겸업을 소화하고 있는 정하성 선수, 개막전 등판 이후 매일같이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는데요. 그로 인해 체력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두 번째 등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이례적이죠?] [메이저리그 역사를 비롯해 전 세계 야구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카메라에 비친 하성이 연습투구를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투타 겸업을 선언했던 정하성 선수, 이번 루틴은 그의 의견이 백퍼센트 들어간 결정이라는 기사가 있더군요.] [저도 따로 알아봤습니다만,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구단 측에선 오히려 정하성 선수에게 휴식을 권했지만, 본인이 계속 경기에 나서는 걸 원했다는군요.] [그만큼 체력적인 부분에서 자신이 있다는 걸까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정하성 선수는 자기관리를 잘하는 선수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거기에 투타 겸업을 선언하면서 엄청난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매년 스프링캠프에 등장할 때마다 기자들을 놀라게 만들었죠.] [그런 정하성 선수이기에 이번 루틴도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베일이 벗겨질 시간이 왔다.
연습투구를 끝낸 하성을 상대하기 위해 타석으로 타자가 걸어 들어왔다.
[오늘 정하성 선수를 상대하기 위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1번 타자, 니키가 들어섭니다.] [작년 시즌 블루제이스의 돌격대장으로 3할의 타율과 30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선수로 매우 정확한 타격을 하는 걸로 유명합니다.]니키 제임슨.
장타력은 없지만, 정확도만큼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발이 빨라 메이저리그 전체 내야 안타 1위를 기록했다.
[이 선수를 상대할 때는 정하성 선수만이 아니라 내야 수비들도 긴장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내야수비가 전진수비를 하는군요. 외야수들도 상당히 앞으로 나와 수비를 하고 있습니다.] [발이 빠른 니키 선수가 다음 베이스를 밟는 걸 막기 위한 포메이션으로 보입니다.]하성도 니키 제임슨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거기에 맞춰 타격 메커니즘을 맞춘 녀석이지.’
니키 제임슨이 두각을 드러낸 것은 작년이었다.
긴 데이터가 쌓인 게 아니기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었지만, 하성은 그가 미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리드오프가 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원래 센스가 뛰어난 선수다. 거기에 노력까지 곁들인 천재지.’
니키 제임슨은 토론토의 이치로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매우 뛰어난 타자가 된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아직 덜 여문 선수에 불과하다.’
그런 그를 요리하는 방법을 하성은 잘 알고 있었다.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초구가 중요합니다. 어떤 공을 던지고 카운트를 어떻게 잡아가느냐에 따라 니키 제임슨 선수와의 승부가 어려워질 수도 쉬워질 수도 있습니다.]와인드업에 들어간 하성이 선택한 공은 하나였다.
‘경험이 덜 쌓였을 때 확실히 찍어 누른다.’
경험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특히 하성의 강속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정확성이 좋은 저 녀석에게 변화구를 던져서 자신감을 키워줄 필요는 없지.’
패스트볼을 선택한 이유였다.
와인드업과 함께 킥킹을 한 하성이 스트라이드와 함께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겼다.
콰직!
스파이크가 마운드에 박히는 순간.
휘릭!
하체와 상체를 회전시키며 모든 힘을 손끝으로 집중시켰다.
‘발 끝에서부터 모든 힘을 집중시킨다.’
개막전에서도 느꼈지만, 작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모이는 게 느껴졌다.
힘의 전달이 더 잘된다고 할까?
무엇보다 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캐치되고 있었다.
그만큼 집중력이 좋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손 끝에 모든 힘이 집중됐을 때 하성은 팔을 앞으로 뻗으며 공의 실밥을 긁었다.
“흡!!”
쐐애애애액-!!
마지막의 한순간까지 손 끝으로 공을 쥐고 있던 하성은 마지막 순간 힘을 폭발시켰다.
그렇게 집중된 힘으로 쏘아져 나간 공은 니키 제임슨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너무 빨라!’
니키는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공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
‘너무 가깝다!’
또 한 가지.
공의 궤적이 자신의 몸쪽으로 너무 붙어 오는 게 보였다.
‘맞겠어!’
위협적인 공의 궤적에 니키는 자신도 모르게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흔들리더니 정상적인 궤도를 따라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구심의 손은 가차없이 올라갔고 니키의 얼굴은 구겨졌다.
“너무 가까운 거 아니었습니까?”
“정확히 보더라인에 걸쳤어.”
“아니, 이런 공을 어떻게 때리라고요? 상체를 뒤로 젖혀서 피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너무 겁이 많은 거 아니야?”
구심의 한마디에 울컥했지만, 니키는 거기까지 했다.
미국에서도 심판의 권위는 막강했다.
그들의 판정에 계속 불만을 말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잘 알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초구 구속 101마일이 찍히는 엄청난 광속구를 던진 정하성 선수! 니키 선수는 상체를 뒤로 젖혀 피할 정도였지만, 구심의 손은 망설임 없이 올라갔습니다!] [정하성 선수의 패스트볼은 직선의 움직임을 보이는 게 아니라 무척 지저분하게 흔들리면서 들어옵니다. 그렇기에 니키 선수는 너무 가깝게 붙어 오는 게 아닌가 싶어 피한 거 같군요.]일명 무빙 패스트볼.
하성은 볼끝이 지저분한 공을 던지는 걸로 유명했다.
특히 패스트볼은 수직, 수평 무브먼트가 매우 높아 타자들 입장에서는 아주 까다로운 공이었다.
[초구를 잘 잡아낸 정하성 선수, 구속은 물론 구위까지. 어떤 점을 보더라도 타자로 뛰었던 후유증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경기지만, 스타트가 아주 좋습니다!]그동안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1구였다.
[정하성 선수에게 걱정은 필요 없었나 봅니다.] [생전 처음 가보는 길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걱정할 수밖에 없지만, 정작 본인은 덤덤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하성을 걱정했던 전문가들의 우려를 단숨에 지워버린 하성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자! 니키 제임슨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까다로운 타자를 돌려세우고.
딱!!
[높게 떠오른 타구!]퍽!
“아웃!”
[두 번째 타자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합니다!]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공 5개 만에 잡아냈다.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를 적립해 나가고 있습니다!]불안해했던 팬들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았다.
하성의 호투에 팬들은 함성을 지르며 그의 활약에 열광했다.
[경기장이 들썩일 정도로 팬들을 열광시키는 정하성 선수! 그의 한계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할 거 같습니다!]캐스터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만큼 하성의 활약은 모든 이를 흥분시키게 충분했다.
‘나쁘지 않아.’
하성 본인도 몸 상태에 긍정적이었다.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긴장의 끈은 놓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투수다.
그렇기에 벌써부터 마음을 놓아선 안됐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오늘 경기를 승리로 이끈다.’
그의 집중력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