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04)
마운드의 빌런-204화(204/285)
마운드의 빌런 204화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1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6회에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합니다!] [현재까지 피안타는 물론 사사구조차 하나를 내주지 않으면서 1루 베이스는 아직 성역으로 남아 있습니다.]성역.
과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어울리는 단어도 없었다.
[정하성 선수를 상대로 블루제이스 타자들은 한 번도 출루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퍼펙트게임.
그 단어가 팬들의 뇌리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퍼펙트지?”
“사사구가 하나도 없으니 그렇지?”
“작년에도 하지 않았나?”
“했었지.”
남들은 일생 동안 한 번 하기도 어려운 퍼펙트게임이다.
하성은 그것에 또 도전하고 있었다.
단순히 퍼펙트게임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하성은 투타 겸업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걸 아는 관객들은 하성의 활약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경기에서 아직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마운드에서만큼은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하성 선수! 6회 말에 타석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캐스터는 시청자들에게 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것을 알리면서 광고로 넘겼다.
마이크가 꺼지자 캐스터가 말했다.
“정말 엄청나네요. 또 퍼펙트라니.”
“아직 진행 중이니까. 말조심은 해야 해.”
“그래야죠. 괜히 입 밖으로 꺼냈다가 실패하면 또 우리 탓이라고 할 거 아니에요.”
퍼펙트게임이 진행 중일 때 누구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방송국 입장에서도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이럴 때 관련된 내용을 올리면서 홍보한다면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화살이 자신들에게 향할 수 있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일단 9회까지는 멘트를 자제해 주세요.”
PD가 중계석에 들어와 두 사람에게 주의를 주었다.
“알고 있어. 그나저나 시청률은 좀 어때?”
“최고죠. 시작은 개막전보다 낮았는데. 퍼펙트인 게 알려지면서 더 많은 시청자가 몰리고 있어요.”
“휘유……. 정말 엄청나네.”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높아요. 오전 시간대에 이런 시청률이 나오는 건 정말 기적적이에요.”
“나도 중계가 아니었다면 TV 앞에 있었을 거야.”
모든 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투타 겸업을 하는 선수가 퍼펙트게임에 도전할 줄이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것을 알기에 지금 시청률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그나저나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모르지. 과거에 했던 전적이 있다 하더라도 또 성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어.”
“2년 연속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선수는 없었죠?”
“2년 연속이 뭐야? 커리어상 두 번에 성공한 선수는 없어. 랜디 존슨조차 한 번밖에 성공하지 못했을 정도의 대기록이야.”
퍼펙트게임.
야구의 모든 기록 중 가장 어렵다고 평가받는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120년 역사에서도 21명밖에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다.
중복해서 기록한 투수는 아직까진 없었다.
만약 하성이 그걸 성공한다면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된다.
“이것도 잘 체크해 둬야겠어요.”
PD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경기는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어슬레틱스가 1점을 내고 있는 상태였지만, 멀리까지 달아나진 못했다.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오클랜드 팬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하성이가 마운드에 있는데. 1점이면 충분하지.”
“그렇고말고.”
“점수를 내주면 땡큐지만, 하성이가 마운드에 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하성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점수가 나길 기다리는 팬들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이번 이닝에는 중심타선이 나오니까 기대를 좀 해봐도 되겠어.”
“하성이가 오늘 때리지 못한 게 조금 아쉬운데?”
“아무래도 마운드에서 집중해야 하니까, 더욱 그런 거 같아.”
“하긴, 두 쪽 모두 집중하는 건 쉽지 않겠지.”
이번 이닝에는 3번 타자인 아놀드부터 시작하여 5번 타자인 하성까지 이어진다.
개막 이후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던 타선이지만, 오늘만큼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6회는 달랐다.
딱-!
[때렸습니다! 중견수 머리를 넘기는 장타 코스! 아놀드 빠르게 1루를 통과해 2루까지 안착합니다!] [오늘 경기 오클랜드 첫 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아놀드 선수입니다.] [작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올해는 파워와 컨택 모두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입니다.] [작년 데뷔한 신인들 중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냈는데. 올해는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선두타자로 나선 아놀드의 2루타로 공격의 포문이 열렸다.
이후 잭이 타석에 들어섰고 대기 타석에는 하성이 자리를 잡았다.
‘흐름이 오기 시작했어.’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하성은 경기의 흐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긴 호흡의 경기를 치르는 야구에선 언젠가는 흐름이 찾아온다. 그 흐름을 잡는 팀이 결국 이기게 되어 있어.’
모든 스포츠에는 흐름이란 게 존재한다.
그것이 찾아왔을 때 잡지 못한다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오늘 경기에서 오클랜드는 흐름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주자가 쌓여야 다음 타자를 상대하는 게 까다로울 텐데, 어슬레틱스는 주자를 내보내면 스스로 자멸하는 꼴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2루에 아놀드가 있으면 상대하기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다음 타석에 내가 서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아웃 카운트를 하나 만들고 싶을 거야.’
하성은 스스로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어떤 투수라도 자신을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승부를 피하고 싶다.
특히 주자가 있는 상황이면 더더욱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잭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나랑 승부를 짓고 싶겠지.’
뻐어억-!!
“스트라이크!!”
예상대로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들어왔다.
정확히 맞아떨어진 대로 공격적인 피칭이 들어오자 잭 역시 거기에 맞춘 솔루션을 펼쳤다.
‘내가 해야 할 것은 어떻게든 출루하는 거다.’
주자가 2루에 있기에 병살타가 나올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루상에 주자를 채우는 것.
좋은 공은 어떻게든 때려내고 나쁜 공에는 배트를 내밀지 않는 게 베스트였다.
‘장타는 필요 없어.’
무엇보다 장타가 필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성이가 해줄 거다.’
정하성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이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메이저리거들은 하나같이 자신감이 넘쳤다.
당연히 자신이 처리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잭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뒤에 있는 선수가 하성이기에 그를 더 의지할 수 있었다.
‘녀석이 없었다면 난 여전히 마이너에서 구르고 있겠지.’
잭은 하성을 만나 인생이 바뀐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렇기에 절대적인 신뢰를 하성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 믿음은 선수의 자존심보다 우선시되었다.
일종의 신앙심과 성격이 비슷할 정도였다.
딱-!!
“파울!!”
[2구 파울입니다! 좋은 코스로 들어온 공을 잘 커트해 냈네요.] [집중력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잭입니다.]잭은 집중력을 높이면서 공을 커트해 내고 참을성 있게 지켜보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어갔다.
퍽!
“볼!!”
[떨어지는 커브를 참아내는 잭!! 좋은 선구안입니다!!] [이번 커브는 파워커브의 형태를 띠고 있었기에 참기 어려웠을 텐데. 아주 잘 참아냈습니다.] [볼카운트는 쓰리볼 투스트라이크! 이제는 투수도 도망칠 곳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잭마저 출루시킨다면 다음 타자는 가장 까다로운 정하성 선수를 상대해야 합니다. 토론토 입장에서는 절대 피하고 싶을 겁니다.]정하성을 상대하는데 앞서 주자가 쌓이는 건 어떤 팀이건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차라리 1루가 비어 있다면 하성을 고의사구로 내보낼 수도 있다.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기에 어떻게든 잭을 잡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잭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나랑 승부를 보고 싶겠지만…….’
잭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자신과 승부를 보기 위해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예측하기 위해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지금 상황에서 변화구를 던질 가능성은 낮아. 결국 패스트볼을 던질 거다. 코스는…….’
잭의 시선이 2루에 있는 아놀드에게 향했다.
‘아놀드를 3루로 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바깥쪽 코스로 던질 거야.’
좌타자인 잭을 상대로 바깥쪽 코스로 공을 던진다면 타구는 2루와 3루 사이로 나갈 확률이 높았다.
그라운드볼이 된다면 2루에 있는 아놀드가 3루로 달리기에는 무리인 타구가 만들어지는 셈이었다.
‘이번에 노린다.’
잭의 계산이 끝났다.
남은 건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잘 밀어 때리는 것이다.
그때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공을 뿌리는 순간.
‘바깥쪽!’
자신의 예상대로 바깥쪽으로 날아오는 공에 잭이 시동을 걸었다.
그걸 본 하성의 눈이 빛났다.
‘미끼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하성은 알 수 있었다.
이번 공은 패스트볼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하성의 공을 받았던 잭도 어렴풋이 느꼈다.
‘소리가 달라.’
평소라면 들리지 않을 소리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집중력이 높아진 지금이라면 알 수 있었다.
공의 회전 소리가 다르다는 걸 말이다.
‘패스트볼이 아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돌아가는 하반신을 멈추며 다급히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하며 빠르게 밑으로 떨어졌다.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한번 속력이 붙은 배트는 그의 의지대로 바로 멈추지 않았다.
‘제발!’
잭은 마지막으로 손목을 비틀며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걸었다.
그 순간, 스윙이 멈추었고 공은 원바운드되며 포수의 미트로 들어갔다.
퍽!!
[돌았나요?!]포구를 끝낸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3루심을 가리켰다.
스윙이라는 제스처였다.
하지만 3루심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양손을 좌우로 펼쳤다.
[세이프입니다!!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간파하고 아슬아슬하게 스윙을 멈춘 잭 선수!!] [아~ 정말 좋은 선구안이었습니다! 어떻게 이걸 참아낼 수 있었을까요?] [이런 중요한 순간에 스플리터를 던진 투수도 대단했고 그걸 간파해 내고 스윙을 멈춘 잭 선수도 정말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투수와 타자.
둘은 서로의 노림수를 알아차리고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잭이 되었다.
잭은 보호 장구를 풀고 1루로 걸어 나갔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6회 말에 좋은 찬스를 잡습니다! 무사에 주자는 1, 2루!]카메라가 대기 타석에 서 있는 하성을 비추었다.
스윙을 하는 그의 모습에선 포스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타석에는 팀의 5번 타자이자 오늘 선발투수! 그리고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인 정하성 선수가 들어섭니다!]하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