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05)
마운드의 빌런-205화(205/285)
마운드의 빌런 205화
하성이 타석에 섰다.
“와아아아아-!!”
“한 방 넘겨버려!!”
“기회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에 경기장이 떠내려갈 것 같았다.
단순히 점수를 낼 거라는 기대감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팬들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겠습니다만, 여기에서 정하성 선수가 홈런 혹은 타점을 기록한다면 경기 전체를 한 선수가 이끌어가는 진기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경기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였다.
그런데 한 선수가 마운드에서 던지고 스스로 점수를 내서 이기는 모습이라니?
상상에서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보는 이들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상황.
하지만 당사자인 하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타석에 서 있었다.
‘여기서 한 방 날릴 수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홈런은 그리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하성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일부러 노리고 배트를 휘두른다면 오히려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윙도 투구도 마찬가지였다.
노린다고 모든 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평소의 훈련대로 나와야 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있었다.
‘내 훈련량은 다른 선수들을 능가한다.’
선수들 모두가 노력하는 건 맞다.
하지만 자신처럼 모든 걸 내걸고 한 선수는 없다.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전생에서 이어져온 기술의 발전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것들을 활용하고 접목해온 만큼 그의 노력은 다른 이들의 것을 월등히 넘어서는 결과를 낳았다.
‘투수 녀석도 여기에서 물러날 곳은 없다.’
무엇보다 투수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는 선수이자 코치로서 준비했던 삶을 살았기에 가능한 통찰력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통찰력은 정확도가 매우 높았다.
‘여기에서 승부를 봐야 해.’
하성의 생각대로 투수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점수를 주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녀석에게만큼은 아니야.’
투수이기에 같은 투수에게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런 순간에만큼은 더더욱 말이다.
‘선발투수로 출전하면서 타격까지 한다고? 도대체 우릴 얼마나 얕보는 거지?’
하성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저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주위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몇몇 선수들은 하성의 선택을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걸 보더라도 누군가는 도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오만하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하성은 그런 두 가지 시선을 받으면서 타석에 서 있었다.
[정하성 선수, 루틴을 밟고 타석에 섰습니다.] [주자는 만루 상황, 오늘 경기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두 가지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타석에 선 하성은 정신을 집중해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집중……. 집중……. 집중…….’
투구와 타격.
메커니즘이 다르고 모든 게 다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같은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집중력이었다.
그 상황에 얼마나 집중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하성의 집중력은 모든 선수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투구와 타격, 두 가지에서 모두 최고의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집중…….’
회귀 이후.
그는 특이한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될 때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든다는 것이었다.
‘집중……!’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앞에서는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나타나지 않던 현상.
주위 풍경은 어둠으로 물들고 보이는 건 오직 투수밖에 없었다.
하성의 집중력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더…… 더…… 더…….!’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리자 투수의 모습조차 사라졌다.
남은 건 오직 그의 손에 들린 공밖에 없었다.
공이 서서히 움직여 포물선을 그리며 특정 위치로 향했다.
그리고 강렬한 힘을 받아 날아왔다.
‘보인다.’
공은 마치 멈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궤적이라면…….’
공의 움직임을 보고 궤적을 예측한다.
수많은 경험과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이 더해져서 생긴 능력이었다.
집중력이 높아진다 해서 모든 게 끝은 아니었다.
높아진 집중력을 운동능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하지만 하성의 운동능력은 그의 집중력을 따라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높았다.
후웅-!!
눈에 보이는 궤적에 따라 배트를 돌렸다.
매가 먹이를 노리듯 날아오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그렇기에 경쾌할 정도로 기분 좋은 울림이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팔로스로를 끝낸 배트가 등에 닿는 순간.
그의 집중력이 깨졌다.
“와아아아아-!!”
동시에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오면서 멀리 날아가는 타구가 보였다.
하성은 그것을 바라보며 반동으로 돌아오는 배트를 그대로 던졌다.
휘릭-!!
화려하게 회전하며 날아가는 배트와 함께 타구가 담장 밖에 떨어졌다.
[홈런입니다!!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는 정하성 선수!! 엄청난 대형홈런을 만들어내며 본인의 승리에 쐐기를 박습니다!!]하성의 그랜드슬램이 터졌다.
* * *
경기의 승리투수가 그랜드슬램을 터뜨린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ㅁㅊ 진짜 터뜨렸네 ㅋㅋ
-와…… 여기에서 홈런이라니?
-정하성 진짜 사람 맞냐?
-미쳤다 ㅋㅋㅋ
-어떻게 저럴 수 있냐?
-와…… 보고도 믿기질 않네.
선발투수로 나온 것만이 아니라 그랜드슬램까지 터뜨렸다.
사람들은 만화 주인공 같은 활약에 열광했다.
하지만 최초의 일은 아니었다.
-이번이 두 번째던가?
-ㅇㅇ 전에 투타 겸업은 아니지만, 내셔널리그 룰로 뛸 때 그랜드슬램 터뜨렸지.
-두 번이나 같은 일을 하다니 대단하네.
하성은 이미 과거에 그랜드슬램에 이어 승리투수가 됐던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팬들에게 와닿는 충격은 조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때와 다른 게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러다가 퍼펙트게임까지 달성하는 거 아님?
퍼펙트게임.
투수가 기록할 수 있는 최고의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몇 차례밖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
그런데 그랜드슬램을 터뜨린 선수가 그것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사람들은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정말 가능할까?
-벌써 7회니까. 가능성은 충분하지.
-아웃 카운트 단 9개밖에 안 남음.
-이미 그랜드슬램은 달성했고 남은 건 아웃 카운트 올리는 것밖에 없네.
-그동안 그랜드슬램이랑 퍼펙트게임 동시에 달성한 선수 있나?
-당연히 없지.
-애초에 투수가 그랜드슬램을 터뜨린 거 자체가 손에 꼽을걸?
-없지 않나?ㅋㅋ
타자들 중에도 선수 생활 동안 그랜드슬램을 터뜨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투수가 그랜드슬램을 터뜨린다?
메이저리그 역사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데 퍼펙트게임과 그랜드슬램을 동시에 달성한 투수라니?
있을 리 없었다.
역사에 기록되는 최초의 순간.
그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흥분했다.
현장을 찾은 팬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랜드슬램을 터뜨린 정하성 선수, 7회 초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정말 이런 장면을 중계하고 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해설위원께서는 오랜 시간 야구를 해오지 않으셨습니까?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제 상상력이 빈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도 이런 장면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죠.]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장면.
그러나 그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 장면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여전히 강력한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배하고 있었다.
[마운드 위에 선 정하성 선수는 타자들에게 저승사자 그 자체입니다!] [정말이지 타자로서 이 선수를 상대하기 싫을 겁니다.]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압박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감독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마운드 위의 하성에겐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강렬한 공이 미트에 꽂힙니다! 구속은 101마일!!]자신의 최고구속에 달하는 공들을 연달아 뿌려대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타석에까지 서니까 완봉은 무리일 거라 봤는데. 내가 너무 녀석을 과소평가하고 있었군.’
사실 감독의 잘못은 아니다.
하성이 투타 겸업을 선언했을 때 모든 이가 같은 생각을 했다.
더 이상 하성이 완봉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하성은 그런 우려를 간단하게 깨부쉈다.
‘퍼펙트게임이라니…….’
일생에 한 번 하기도 어려운 퍼펙트게임.
그것을 벌써 두 번째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하성은 더한 것을 해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그랜드슬램을 터뜨린 퍼펙트게임 투수.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그의 모습에 토니는 고개를 저었다.
‘녀석을 우리의 상식으로 평가할 수 없다.’
다시금 그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 * *
7회.
하성은 세 명의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웠다.
그에게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6개.
그것을 달성하는 순간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선수가 된다.
[메이저리그 130년 역사상 퍼펙트게임을 두 번이나 달성한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반대로 상대 팀인 블루제이스의 선수들의 집중력은 높아졌다.
“두 번의 퍼펙트게임이라고?”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어떤 기록의 희생물이 되고 있는지 말이다.
“어림도 없지.”
그렇기에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녀석이 대단한 투수인 건 맞다. 하지만 우리 역시 메이저리거다. 두 번의 퍼펙트게임의 제물이 될 순 없어!”
블루제이스의 새로운 영웅이 된 호세 바티스타가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블루제이스의 상황은 매우 나빴다.
리빌딩을 이유로 선수들을 팔았고 영입에도 소극적이었다.
라커룸 리더는 부재중이었고 선수들을 단결시킬 원동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호세 바티스타는 달랐다.
그는 라이징스타였고 엄청난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었다.
비록 경력이 부족하지만, 그는 50홈런을 때려낸 경험이 있었다.
그런 그의 말은 블루제이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충분했다.
“이대로 당하진 않는다.”
“놈을 끌어내리겠어!”
“그랜드슬램까지 터뜨린 투수에게 퍼펙트게임의 제물이 될 순 없지!”
블루제이스의 사기가 올라왔다.
* * *
8회 초.
하성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것을 감지한 것은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호세 바티스타에게서였다.
‘집중력이 올라간 건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호세 바티스타의 집중력이 매우 높아졌다는 걸 말이다.
‘쉽게 당하진 않겠다는 거군.’
하성은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얕본 적은 없다.’
그는 집중력을 유지한 채,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상대가 강하다면 강한 상태로 깨부순다.’
블루제이스의 사기는 높아졌다.
그것은 되려 하성의 전의를 자극하는 촉진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