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08)
마운드의 빌런-208화(208/285)
마운드의 빌런 208화
뉴욕 양키스.
악의 제국이라 별명으로 유명한 이곳은 스포츠 구단 중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팀이었다.
가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수익 역시 높다는 소리였다.
이러한 엄청난 수익과 구단주인 스타인브레너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양키스는 메이저리그의 대단한 스타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그런 행보 덕분에 악의 제국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지만,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팬들과 구단이었다.
그런 양키스의 수뇌진 회의에서 한 선수의 이름이 언급됐다.
“정하성의 활약이 엄청나군.”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활약입니다.”
“베이브 루스를 이미 뛰어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대로 부상만 없다면 베이브 루스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꿀 선수이긴 합니다.”
정하성.
메이저리그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선수였다.
양키스는 언제나 스타 플레이어를 원하는 팀이었다.
그런 그들의 레이더에 정하성이 들어가는 건 필연적이었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지?”
“최소 연간 5천만 불의 연봉을 제안해야 할 거 같습니다.”
“5천만 불?”
“너무 과하지 않나?”
“아닙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그의 몸값은 계속 올라갈 겁니다. 오히려 지금 잡아서 장기 계약을 맺는 게 그를 가장 저렴하게 영입하는 방법일 겁니다.”
연간 5천만 불.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2천만 불 대였으니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인 셈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양키스라지만, 그 정도 금액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매년 5천만 불을 준다면 구단의 재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건 알고 있겠지?”
“거기에 녀석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계속 펼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잖아?”
“한국인이니까, 군대 문제도 있을 텐데?”
투타 겸업.
전례가 없는 포지션이었다.
그렇기에 불안요소는 많았다.
거기에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이 야구 역시 부상의 위험이 큰 스포츠였다.
거기에 슬럼프까지 겹치면 선수들은 이전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실제 양키스는 톱클래스 선수들을 비싼 돈을 들여 영입했다가 손해를 본 일도 다수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인 투수를 영입했다가 피를 봤던 일이 있었기에 조심스러웠다.
“동양인을 영입하는 게 정말 정답일까?”
“성공할 거라 말했던 이가와도 결국 메이저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첫 시즌부터 엉망이 됐었잖아?”
“녀석 같은 케이스가 되지 말란 법은 없어.”
한신 타이거즈 소속이었던 이가와 게이.
그는 일본 야구를 대표하던 선발투수로 많은 기대를 안고 양키스에게 영입되었다.
하지만 그가 거둔 성적은 2시즌 동안 단 2승에 불과할 정도로 최악의 영입이 되었다.
그렇기에 양키스 수뇌진은 동양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가와와 하성의 차이는 컸다.
“이가와는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투수였지만, 정하성은 다릅니다. 그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 낸 스타입니다. 전혀 다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카우트 팀의 평가에 수뇌진들의 마음도 기울기 시작했다.
이가와 게이를 예로 들긴 했지만, 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임팩트는 그와 비교할 수 없다.
그가 양키스의 스프라이트 유니폼을 입는단 생각을 하니 전율이 돋을 정도였다.
“문제는 계약 관계로군.”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겁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정하성의 연봉은 최소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2천만 불을 받고 있지 않나?”
“그런 계산이라면 연봉 조정만으로 4천만 불을 받게 되는데?”
“오클랜드는 그 금액을 지불할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그를 포기하게 될 겁니다.”
오클랜드는 스몰마켓이다.
구단주가 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투자에 무척이나 인색한 주인이었다.
물론 한 가지 변수는 있었다.
“하성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선수야. 그런 녀석을 잡는 데 돈을 쓸 수도 있지 않을까?”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럴 움직임은 없습니다.”
“흠, 일단 우리 쪽에서 파고들 부분은 있다는 거군.”
“그의 가치는 연일 솟구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접촉하는 게 좋습니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무엇보다 하성의 서비스타임은 많이 남은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키스가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건 그만큼 하성의 몸값이 연일 솟구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변수는 있었다.
“정하성의 군대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지?”
바로 군대 문제였다.
하성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선수였다.
당연하게도 군대를 가야 했다.
군대에 간다는 건 2년간의 공백이 생긴다는 의미였다.
2년의 공백은 선수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도 공백이 생긴다면 그만큼 기량이 하락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직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국가대표로 합류하면 면제를 받는다고 하지 않았나?”
“국가대표로 국제전에 참가해서 금메달을 따면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하성 선수가 국가대표 합류를 거부했었습니다.”
“거부?”
“예. 한국 국가대표 측에서는 계속 합류시키려 했지만, 그들과의 트러블로 인해 거절했다 하더군요.”
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다.
그렇기에 군대 문제를 비롯해 국가대표와 관련된 트러블도 관계자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일화였다.
이제 그를 본격적으로 영입하기 위해 준비하는 구단들 입장에선 그런 트러블이 반가울 리 없었다.
“설마 국가대표에 합류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습니다.”
“으음…… 그럼 결국 2년의 공백을 생각해야 한다는 건가?”
“미국의 영주권을 받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게 가능한가?”
“한국에서 관련된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선수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성이 미국의 국적을 습득한다면 2년의 공백은 생기지 않는다.
그 소식을 들은 고위 관료의 얼굴이 밝아졌다.
“좋아. 그럼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하고 정하성을 영입하기 위해 오클랜드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양키스가 정하성의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 소식은 빠르게 메이저리그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다른 구단들 역시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성의 활약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었다.
* * *
야구는 전 세계적으로 일부 국가에서만 인기가 있는 종목이었다.
다른 구기 종목과는 달리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했고 또한 장비도 많이 필요했다.
그 장비를 갖추는 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적지 않아 진입장벽이 있는 스포츠였다.
거기에 규칙도 복잡해 진입장벽을 더욱 높였다.
공 하나만 있으면 대충 즐길 수 있는 축구와는 다른 차별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베이스볼 연맹은 어떻게든 야구를 세계화시키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준비하고 실행했다.
그중 하나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회가 나서 최고의 야구월드컵을 개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대회.
전 세계 대회 중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속한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였다.
당연하게도 전 세계 야구 팬의 관심을 끌고 있었지만, 사무국은 걱정하고 있었다.
“WBC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새로운 유입은 적군.”
“유럽 쪽을 공략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있다 보니 국제전을 펼치더라도 새로운 유입을 끌어내는 건 어려울 거 같습니다.”
WBC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준비한 것은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베이스볼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젊은 층이 점점 베이스볼을 멀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 꼭 필요했다.
이대로면 메이저리그가 사라질 거라는 위기감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WBC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열어도 베이스볼이란 스포츠를 모르는 이들을 TV 앞에 앉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축구에는 메시나 호날두 같은 새로운 스타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그래도 이번에 정하성이 등장해 준 덕분에 리그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베이스볼 용품의 판매가 수직 상승한 것도 그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하성…… 확실히 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할 선수가 되었지.”
하성에 대한 평가는 사무국 내부에서도 무척이나 좋았다.
“가끔 사고를 치는 게 있긴 하지만,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오히려 먹히는 거 같더군요.”
“요즘 애들은 자기 할 말을 분명하게 하는 친구들이니까. 하성의 그런 모습이 당당해서 더 보기 좋겠지.”
“버르장머리 없는 그런 모습이 보기 좋다니…… 세상이 어찌 되려고…….”
“하하! 그래도 리그의 운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
사무국 내부에서도 하성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성의 개성 있는 캐릭터성은 더더욱 호불호를 가르게 만드는 요소였다.
본인은 그런 걸 신경조차 쓰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 WBC에도 정하성은 참가하지 않는 건가?”
“글쎄요. 한국 쪽에서는 그를 대표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본인이 계속해서 거부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째서 그런 거지?”
“표면적으로는 국가대표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쌓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 그의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면을 보면 한국 쪽의 협회와 문제가 있는 거 같더군요.”
“하긴, 한국이라면 그를 길들이려고 하겠지. 하지만 야생마와 같은 녀석을 길들이는 건 불가능할 테고 말이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각국의 협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각국 협회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협회는 강압적이었다.
선수가 자신들에게 덤비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선수와 협회가 그나마 평등한 구조로 이루어진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구조였다.
당연하게도 하성처럼 돌출된 행동은 한국 협회에는 눈에 가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협회와 정하성이 계속 반목한다면 이번 WBC에도 정하성이 참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정하성이 참가한다면 WBC의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텐데.”
“큰 도움 수준이 아니라 베이스볼이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에도 베이스볼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겁니다.”
하성은 단순한 메이저리거가 아니었다.
각종 사업의 홍보모델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었다.
특히 그는 유튜브를 이용하여 막대한 유명세를 얻는 중이다.
그런 그가 WBC에 참가한다면 사무국의 의도대로 베이스볼의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 쪽 협회와 연락을 취하도록 해.”
“예? 어떻게 하시려고요?”
“어떻게 하긴. 당연히 정하성을 참가하도록 그들에게 전달해야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나가면 선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양새는 잘 잡아야겠지. 선을 지키는 모양새를 말이야.”
정하성.
그가 모르는 곳에서 협회 간의 힘겨루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