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10)
마운드의 빌런-210화(210/285)
마운드의 빌런 210화
기자회견을 앞둔 하성은 짜증이 났다.
‘벌써 두 번째 태클이군.’
그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거기에는 하성의 배트 플립에 대한 기사가 떠 있었다.
기사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스포츠란에 실린 거의 대부분의 기사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1년 전에 이미 터졌었던 일이다. 그런데 다시 물고 늘어지다니.’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긴 했다.
하지만 하성에게는 같은 일을 두 번 겪는 듯한 스트레스를 주었다.
거기에 이번에는 기자들 역시 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에나와 같은 기자들이 많아졌지. 놈들은 내가 빈틈을 보이면 언제든지 물고 늘어질 거야.’
모든 기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수의 기자가 그러했기에 하성은 기자들을 싫어했다.
중요한 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기자들이 다시 자신을 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도 마찬가지겠지.’
오늘 기자회견은 내일 선발을 앞두고 진행하는 형식적인 기자회견이다.
그런 기자회견에 평소보다 많은 수의 기자가 모였다.
말인즉슨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을 몰아붙이겠다는 소리다.
그들의 의도를 알기에 짜증 지수가 솟구쳤다.
“그렇게까지 내 멘트를 얻길 원한다는 거지.”
기자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하성의 거친 멘트였다.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슬레틱스의 단장, 크리스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뻔히 눈에 보이는군.’
저들이 원하는 건 하성을 도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도발에 넘어간 하성이 한 마디를 뱉는 순간, 그것은 대서특필 되어 각종 언론의 상단을 채울 게 분명했다.
‘하성의 성격상 저들이 도발하면 그냥 넘어가진 않을 텐데.’
크리스는 하성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가늠할 수 없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선수도 아니고…….’
하성은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그런 선수를 일개 단장이 컨트롤하는 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하성의 성격이 누군가가 컨트롤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무사히 넘어가길 바랄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런 기대는 첫 질문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베이스볼 투데이의 존 워커입니다. 미구엘과의 충돌로 인해 당신의 배트 플립에 대한 논쟁이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선수 간의 불문율인 배트 플립을 지속할 생각입니까?”
예상대로였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배트 플립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하성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전에도 답했지만, 배트 플립은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의 일환입니다. 팬들도 좋아하는데. 불문율이란 이유로 못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동업자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미구엘 선수 역시 당신의 행동이 같은 동료인 투수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팬을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기나긴 역사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기자들이 연달아 쏘아대며 하성을 공격했다.
크리스 단장은 난감한 얼굴로 하성의 표정을 살폈다.
굳은 얼굴이 되어 있는 그를 보며 불안감이 치솟았다.
‘금방이라도 터질 거 같다.’
그리고 예상은 정확했다.
“불문율?”
그의 조용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기자들은 말을 멈추고 그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전에도 이야기했을 텐데? 그깟 불문율보다 팬들의 즐거움이 우선이라고.”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와 함께 만들어진 불문율을 무시하는 겁니까?”
“이 메이저리그를 만든 건 팬들의 사랑이다. 그런 팬들을 즐겁게 하는 배트 플립을 불문율 따위로 막는다면 무시해 주지.”
하성의 발언에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그 어떤 슈퍼스타라도 불문율을 무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하성이 직접 불문율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으니 이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하성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거지? 선수를 위해서? 팀을 위해서? 아니. 오직 팬을 위해서다. 팬이 없다면 메이저리그는 존재할 수 없어. 그런데 그런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군.”
하성은 이번 일을 불문율을 어긴 자신이 문제가 아닌 팬의 즐거움과 불문율의 문제로 가져갔다.
“선수협회나 사무국에서도 분명히 알아야 해. 왜 팬들이 내 배트 플립을 보고 열광하는지 말이야. 그리고 이게 문제가 계속된다면 그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그리고 공을 선수협회와 사무국으로 넘겼다.
이번 일을 공론화시켜 버린 것이다.
그 발언을 들은 크리스 단장은 감탄했다.
‘이번 일을 단순히 자신의 일탈이 아닌 팬의 즐거움을 위한 일로 만들어버렸어. 이렇게 되면 사무국과 협회에서도 입장표명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과거 하성의 배트 플립이 논쟁이 되었을 때 사무국에선 입장표명을 한 적이 있었다.
배트 플립을 옹호하는 발언이었지만, 그걸 규정으로 만들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하성은 메이저리그의 흥행을 책임지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사무국이 직접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야.’
그리고 그런 크리스 단장의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 * *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협회와 함께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를 연 이유는 간단했다.
“배트 플립에 대한 선수들 간의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충돌을 방치할 수 없으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인 버드 셀릭의 발언에 선수협회의 대표로 참석한 피터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배트 플립은 선수들과 팀이 필요로 해서 만들어낸 불문율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의 조치는 필요 없을 텐데요.”
“불문율이 중요하긴 하지만, 현대의 메이저리그에 있어서 불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배트 플립이 그중에 하나라는 겁니까?”
“예. 배트 플립은 팬들에게 보여주는 즐거움을 주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이걸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업자 정신을 훼손하는 쇼맨십입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투수가 마운드에서 포효하는 것도 금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배트 플립을 금지해야 한다는 쪽이 내세우는 명분은 동업자 정신에 있었다.
홈런을 맞은 투수도 동업자이니 너무 크게 기뻐하지 말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팬들의 즐거움을 우선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배트 플립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으음…….”
“그동안 선수협회에서는 불문율은 선수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관여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는 선수들도 배트 플립에 동조하고 있으니 다시 논의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버드 셀릭의 말대로였다.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배트 플립을 금지하자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었다.
버드 셀릭은 그것을 문서화하자고 주장했다.
그것을 반대할 명분을 선수협회에서는 내세울 수 없었다.
만약 반대한다면 선수협회가 선수가 아닌 불문율을 대변하는 셈이 되니 말이다.
‘무엇보다 현재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정하성과 척을 지게 된다.’
선수협회는 선수들의 수입으로 운영이 되는 곳이었다.
당연하게도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리는 하성의 입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성의 주장을 무작정 반대하는 건 곤란했다.
그리고 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하성은 메이저리그 전체의 흥행을 주도하는 선수다.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어.’
과거 배트 플립 논쟁에서 사무국은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선수협회와 전면으로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정하성은 메이저리그 전체의 흥행을 책임질 정도의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 정도로 중요해진 인물이 된 하성의 불편을 해결하는 건 사무국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만큼 하성의 입지가 1년 만에 달라진 셈이다.
“논의를 계속해 볼까요?”
“알겠습니다.”
사무국과 선수협회.
메이저리그를 운영하는 두 주체가 신경 써야 될 정도로 하성의 위치는 높아졌다.
* * *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회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사이.
하성은 시즌 6승을 거둠과 동시에 5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배트 플립 논란의 중심에 선 정하성, 논란과 상관없이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4월에 이어 5월에도 관중동원 1위를 달리다!] [스몰마켓이던 어슬레틱스의 흥행을 책임지는 정하성!]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정하성!]하성은 성적만큼이나 엄청난 흥행성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물론이거니와 그의 흥행성은 팀 전체의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작년 대비해서 17퍼센트나 매출이 상승했어.’
크리스 단장은 올해 상승하고 있는 수입을 확인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구단의 1년 매출이 17퍼센트나 상승했다는 건 엄청난 수치였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내년에는 더 좋은 선수들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수치로 상승한다면 정하성의 내년 연봉도 무난하게 지불할 수 있을 거다.’
물론 이렇게 상승한 매출의 대다수는 하성의 연봉상승으로 쓰일 것이다.
그만큼 하성의 연봉상승은 스몰마켓인 어슬레틱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언론에서 그를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지.’
하성의 트레이드 루머는 매일 같이 나오고 있었다.
이는 어슬레틱스 구단의 사정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스몰마켓인 어슬레틱스는 하성의 연봉을 감당하기 어렵다.
거기에 빅마켓인 양키스와 레드삭스와 같은 팀들이 그에게 구애를 보내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정하성은 어슬레틱스를 우승으로 이끌 열쇠다. 그를 몸값을 생각하면 결국 보내야겠지만…… 아직은 버틸 수 있어.”
크리스 단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생각이 아니었다.
지잉-!
그때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크리스 단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사람이 왜……?”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바로 상사이자 어슬레틱스의 구단주인 루이스였다.
* * *
크리스 단장은 오클랜드 모처에 있는 루이스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가 구단주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루이스 구단주가 팀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그가 먼저 연락을 해오다니…….’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크리스 단장은 긴장한 얼굴로 문 앞에 섰다.
똑똑-!
“들어오게.”
문을 두드리자 루이스 구단주의 허락이 떨어졌다.
문을 열고 인사를 한 뒤, 그의 앞에 앉은 크리스 단장에게 루이스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정하성 말이야.”
“예.”
“트레이드할까 하네.”
크리스 단장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