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11)
마운드의 빌런-211화(211/285)
마운드의 빌런 211화
루이스 구단주의 말에 크리스는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루이스가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왜 아무런 말이 없어?”
“……죄송합니다. 너무 예상하지 못했던 말인지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그 녀석을 원하는 구단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잖아?”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트레이드시킬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크리스는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정하성은 메이저리그 전체의 흥행을 올릴 정도의 슈퍼스타입니다. 특히 올 시즌부터는 투타 겸업에 나서면서 구단의 전체 수입이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이제 그는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있습니다.”
하성의 상품 가치는 엄청났다.
단순히 베이스볼이란 스포츠를 넘어 그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되어 인기를 끌었다.
그런 그의 가치는 단순히 수치로 나타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를 트레이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나도 물론 그가 가진 상품성은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는 그를 보유할 수 없는 이유를 잘 모르고 있는 거 같군.”
“그의 몸값 때문입니까?”
“알고 있었군. 나는 자네가 그 이유를 모르고 있는 줄 알았네.”
그럴 리 없었다.
선수의 몸값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건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저렇게 말하는 건 약간의 기 싸움이었다.
구단주는 구단의 주인이다.
하지만 구단을 직접적으로 운영하는 건 단장이었다.
즉, 루이스는 지금 크리스의 권한을 넘보고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주인이 자신의 물건을 알아서 하겠다는데 대리인이 뭐라 할 자격은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물론 하성의 몸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내년이면 그의 몸값을 구단이 지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정답일세. 언론에서는 내년 그의 연봉이 5천만 불까지 오를 거라고 말하더군.”
루이스 단장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웃기는 소리야. 선수의 연봉이 5천만 불까지 오르다니. 말이 되는 소린가? 그렇게 몸값이 오른다면 구단을 운영하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정하성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그것을 월등히 뛰어넘습니다.”
“월등히 뛰어넘는다라. 자네는 그 파급력을 생각하지 못하는군.”
“예?”
“정하성에게 그 정도 몸값을 준다면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나오겠는가? 자신들에게도 그 정도의 돈을 달라고 하지 않겠는가?”
“그건…….”
“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야. 그 정도의 몸값을 지불한다면 구단을 운영하는 이유가 사라지지.”
크리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아니겠지. 앞으로 몇 년밖에 운영하지 않을 생각이니 그사이에 지출을 줄이고 싶은 거겠지.’
루이스는 구단을 매각하기 위해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연고지 이전을 원하는 것도 구단판매를 위한 노력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구단의 지출에 돈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구단의 가치를 높여 미래의 수입이 높아지더라도 자신에게는 큰 상관이 없으니 말이다.
“구단의 판매를 위해서라도 정하성 선수가 있는 게 더 좋을 텐데요.”
“더 나쁠 수도 있지.”
“예?”
“어슬레틱스 같은 스몰마켓을 손에 넣으려는 구매자들은 대부분 지출이 많은 걸 싫어하지. 정하성 같은 슈퍼스타가 있는 걸 좋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부담스러운 이들도 있는 법이야.”
루이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거기에 정하성이 없더라도 정하성을 키워낸 팜 시스템이 있는 구단이란 명분도 있으니 상관없어.”
어슬레틱스의 팜은 분명 훌륭하다.
하지만 하성을 키워낸 팜이라는 건 사실이 아니었다.
하성은 최단기간 마이너리그를 패스하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였으니 말이다.
그 사실을 루이스가 모를 리 없었다.
단지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사실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정하성이 내년에도 같은 활약을 할 거란 확신이 없단 말이지.”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자네도 알잖나? 투타 겸업이란 게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말이야. 현대야구에서 그것을 계속 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다른 구단들도 전력분석을 할 거고 무엇보다 인간의 몸으로 견뎌낼 수 있는 일이 아니지.”
“하성이 부상이라도 입을 거란 겁니까?”
“가능성은 충분하지. 미래의 일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어.”
“그가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가능성의 하나지.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확률이 높은 곳에 배팅하겠다는 거야.”
루이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몸값이 지금 가장 상한가를 쳤다는 겁니까?”
“나야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의 불안정한 미래보다 지금 이 순간의 이득을 취하겠다는 거야.”
루이스의 말은 결코 틀린 게 아니었다.
하성은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매년 불가능해 보이는 성적을 올리고 더 진화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횡보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었다.
‘현대에 들어 인간의 육체는 소모적이고 선수 역시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하성이라 해도 결국 하락 곡선을 탈 수밖에 없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구단을 운영하고 선수를 지근거리에서 보는 단장의 눈에 하성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였다.
‘최소한 지금의 활약이 당장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인간은 그런 기미가 보이기 전에 안정적으로 회수를 하려는 거야.’
투자의 방식은 여러 가지다.
사람마다 고점이 어디인지 저점이 어디인지 판단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리고 그 물건을 판매하는 시기 역시 달랐다.
루이스는 지금이 하성이란 물건을 판매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로 보고 있었다.
“정하성의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내가 주도하도록 하지.”
본래라면 자신이 나서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하성은 이미 구단을 넘어서는 선수로 성장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영향력을 벗어났다는 소리다.
구단주인 루이스가 직접 나선다는 건 그걸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재고해 주십시오. 그가 있으면 올 시즌 우리 팀은 우승할 수 있습니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다 해서 팀의 가치가 높아지는 건 아니라서 말이지.”
루이스는 이미 구단을 매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상당히 많은 곳에서 매입 문의가 오고 있었고 실질적인 논의가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그런 시점에서 루이스는 마지막으로 현금을 땡길 생각이었다.
팀이 지닌 가장 커다란 재산을 팔면서 말이다.
‘젠장…….’
그리고 크리스는 그걸 막을 권한이 없었다.
* * *
트레이드와 별개로 하성의 성적은 고공행진을 달렸다.
[정하성 선수가 시즌 7승을 올리며 올 시즌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격에서도 그는 어느덧 6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타율, 홈런, 안타, 장타율, OPS 등.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상품성도 엄청난 선수가 되었죠.] [유니폼 판매 순위는 물론 비고르에서 내놓은 그의 상품은 전 세계에서 매진이 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달리고 있습니다.]한마디로 괴물이었다.
성적과 상품성 모두를 잡으면서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가 되었다.
특히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현대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미국과 한국은 물론 일본이나 대만에서도 투타 겸업에 도전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베이스볼 전문가들도 투타 겸업에 본격적인 연구에 도입하고 있죠.]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투타 겸업에 부정적인 학계의 평가가 모두 바뀌고 있습니다.]정설과도 같았던 상식을 부수고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정하성.
그의 업적은 역사에 남을 만했다.
그런 하성이기에 온갖 루머에 시달리는 것도 당연했다.
[이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하성 선수는 이번에도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LA다저스네요.] [LA다저스는 구단주가 변경된 이후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선수단과 팜을 현대적으로 바꾸고 있는 팀이죠.] [그렇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금난에 시달렸지만, 구단주가 바뀌면서 자금력이 매우 좋아지면서 슈퍼스타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정하성 선수와 연결되는 뉴욕 양키스 역시 정하성 선수를 원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뉴욕 타임즈가 행크 스타인브레너와 인터뷰를 하면서 나온 오피셜입니다.]행크 스타인브레너.
스타인브레너 가문의 장남으로 아버지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죽음 이후 동생인 할 스타인브레너와 함께 양키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투자에 인색한 동생 할 스타인브레너와 달리 행크 스타인브레너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팀에 투자를 하고 싶어 하죠.] [그렇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하성은 21세기의 베이브 루스다, 그를 영입함으로써 양키스는 다시 한번 제국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하성 선수는 아직 메이저리그 3년 차로 서비스 타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어슬레틱스가 자금이 부족하지만, 이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하성 선수를 트레이드 시킬지는 의문입니다.]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비슷한 의견이었다.
스몰마켓인 어슬레틱스지만, 하성을 트레이드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된 정하성 선수이기에 앞으로도 온갖 루머에 시달릴 겁니다.] [선수 본인이 해야 할 건 이런 루머에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겠죠.] [맞습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7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달성할 것인지 내일 경기에서 확인해 보시죠.]7경기 연속 홈런.
켄 그리피 주니어 이후 이런 기록을 남기는 건 하성이 처음이었다.
KBO에서는 이대성이 9경기 연속 홈런을 남겼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8경기 연속 홈런이 최다 기록이었다.
만약 하성이 7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한다면 이는 엄청난 화제가 될 것이다.
그는 이 기록을 위해 뉴욕을 찾았다.
악의 제국인 뉴욕 양키스와 3연전을 치르기 위해서 말이다.
* * *
악의 제국은 막강했다.
2011시즌, 그들은 알렉스 로드리고의 이탈과 선발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악의 제국이란 이름답게 다양한 선수들을 내세우면서 선발진을 구축하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동부지구와 서부지구의 패자들이 맞붙는 대결이었기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악의 제국의 에이스 CC사바시아와 어슬레틱스의 간판선수인 하성의 맞대결은 많은 이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5회가 지나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CC사바시아의 완승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CC사바시아 선수는 완벽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5회까지 퍼펙트게임을 진행하면서 경기를 지배하고 있네요.] [사바시아가 정하성 선수마저 압도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네요.]하성은 사바시아를 2번 상대해 중견수 뜬공과 유격수의 호수비에 좋은 타구가 잡히며 판정패했다.
[사바시아는 정하성이란 선수를 잡아내면서 자신감을 얻어낸 모습입니다.] [이런 사바시아의 활약에 힘입어 양키스가 스코어 3 대 0으로 경기를 앞서나가고 있습니다.]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
구단주인 루이스는 양키 스타디움의 VIP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