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12)
마운드의 빌런-212화(212/285)
마운드의 빌런 212화
VIP룸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털털한 얼굴의 중년 사내를 본 루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겼다.
“오랜만입니다. 행크.”
“오랜만이군요.”
그 남자는 현 양키스의 주인 중 한 명인 행크 스타인브레너였다.
두 사람은 간단히 악수를 나누고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직접 뉴욕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이런 좋은 장소를 내주셔서 감사하죠.”
“아무래도 이곳이 기자들의 눈을 피하기 좋으니까요.”
양키스타디움의 VIP룸은 여러 형태가 존재한다.
그중에는 프라이빗함을 가장 중요시하는 장소도 있었다.
이런 장소들은 유명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대중과 같이 호흡하는 걸 즐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자신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경기를 즐기는 걸 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다.
이곳은 그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장소였다.
최소 단장과 연락을 할 수 있어야지만, 예약이 가능한 장소.
그곳에 행크와 루이스.
두 구단의 주인이 마주한다는 건 대단한 사건이었다.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행크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특수창문을 통해 보이는 선수.
그는 타석에 서 있는 하성이었다.
루이스는 그의 옆에 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다시 나오기 힘든 선수겠죠.”
“동감합니다. 메이저리그의 모든 팀이 원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이기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인 저희가 영입하고 싶습니다.”
트레이드.
선수라는 상품을 사고 파는 행위이다.
큰 금액이 오가지만, 어쨌든 돈이 오가는 거래다.
당연하게도 자신이 원하는 걸 숨기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행크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하성이란 상품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자신이 그를 얼마나 원하는지 원 없이 드러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조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직설적이군요.”
“최고의 선수입니다. 그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어떤 조건이라도 말씀입니까?”
행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로 하성을 원하다니.
루이스는 이해하지 못했다.
‘고작 야구선수를 이렇게까지 원하다니.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는 사업가다.
선수를 키워서 판다.
그렇게 얻은 수익으로 자신의 재산을 불린다.
그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구단을 영입한 것도 여러 투자목적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행크의 제안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 나한테는 손해 볼 일이 없지.’
자신은 최대한 수익을 얻으면 됐다.
그것이 전부이기에 루이스는 자신이 생각한 조건을 이야기했다.
“저는 선수 간의 트레이드보다는 현금을 원합니다.”
“어느 정도의 금액이면 되겠습니까?”
“2억 불을 원합니다.”
2억 달러.
엄청난 금액이다.
특급선수 한 명의 연봉이 2천만 달러다.
그런 선수를 10년간 보유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성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2년 뒤에 FA가 된다.
그때 FA 계약을 어떤 식으로 맺을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10년에 5억 달러까지 받을 거란 말까지 나왔다.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성이 지금과 같은 성적을 계속 낸다면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고과를 산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충분히 가능성 있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2억 달러로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산다니.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현금 트레이드와 비교해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너무 높게 불렀나?’
루이스는 행크가 아무런 말이 없자 불안했다.
그조차 2억 달러를 받을 거란 기대는 없었다.
많아야 1억 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2억 달러를 불렀을까?
그것은 거래의 기본이었다.
높은 금액을 부르고 협상을 통해 가격을 맞춰간다.
루이스는 그럴 계획이었다.
그런데.
“좋습니다.”
“예?”
“2억 불을 지불하도록 하죠. 단 일시불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현금만으로는 그 정도 금액을 지불하는 것도 힘듭니다.”
“그럼……?”
“우리 쪽 A급 선수 두 명을 포함해서 트레이드를 진행하도록 하죠. 현금은 1억 불을 지불하고 두 선수의 연봉 중 50퍼센트를 저희가 보전하는 형태로 하겠습니다.”
양키스에는 엄청난 특급 선수들이 존재한다.
그들 중에서도 A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조건이다.
거기에 연봉까지 보전해 준다는 건 어슬레틱스 입장에선 적은 금액만 부담하면 된다는 소리였다.
‘행크의 입에서 나온 A급 선수라면 최소 천만 불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다. 그들의 연봉을 5년 이상이라도 보전받을 수 있다면…….’
루이스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현금을 1억 불밖에 받지 못하겠지만, 팀 내에 충분할 정도의 A급 선수들이 있다면 구매자한테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겠지.’
이미 루이스는 구단을 운영하는 구단주의 입장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물건을 더 비싸게 팔려는 장사꾼의 마인드밖에 없었다.
언론과 오클랜드 시민들이 그를 싫어하는 이유였다.
그는 팀의 판매가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연고지까지 옮기려는 시도까지 했었다.
오클랜드 시민들은 그러한 주인이 있는 팀을 버렸다.
하성 덕분에 지금은 다시 과거의 인기를 찾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런 시도를 한 루이스이기에 지금은 현금을 챙기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차피 내 손을 떠날 팀. 미래 따위 걱정할 이유는 없지.’
팀에 대한 애정 따위는 없다.
팀도 선수도 그에게는 모두 상품일 뿐이다.
어떻게든 비싸게 팔아야 할 상품.
지금은 투자했던 자금을 최대한 찾아와야 한다.
많은 이윤을 남기고 팔기 위해 미래 가치가 풍부한 하성을 팔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적절한 구매처가 등장했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세부적인 내용은 더 조율해야겠지만…….”
그가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조건이 마음에 드는군요.”
“원하는 답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크가 그의 손을 맞잡았다.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꿀 트레이드가 본인이 없는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딱-!!
경기장 전체를 울리는 경쾌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VIP룸에 위치한 스크린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담장 밖으로 사라지는 타구와 배트를 던지는 하성의 모습이 2분할로 중계되고 있었다.
[홈런입니다! 7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하는 정하성!! 지고 있던 팀의 상황을 역전시킵니다!!]하성이 또 한 번 기록을 달성했다.
* * *
[정하성 7경기 연속 홈런 달성!] [정하성의 활약에 힘입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파죽의 7연승!] [정하성이 홈런을 치는 날이면 팀은 승리한다!] [팀 내 승리기여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정하성!]하성의 7경기 연속 홈런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메이저리그 신기록으로 향했다.
[정하성 선수가 8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8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한 것은 대일 롱, 돈 매팅리 그리고 켄 그리피 주니어가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레전드라 불릴 선수들이군요.] [맞습니다. 이 부문 세계기록은 한국의 이대성 선수가 9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정하성 선수가 이 신기록을 깰 수 있을지도 관심이 가네요.]8경기 연속 홈런을 넘어 9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한다.
그것은 엄청난 업적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거기에 하성과 관련된 여러 기사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는 정식종목에서 제외되었던 야구를 다시 정식종목에 넣는 걸 고려하는 이유가 정하성 선수의 인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놀라운 일이었다.
선수 한 명의 인기 때문에 올림픽에서 제외되었던 종목을 다시 채택하려 한다니.
이 만화와 같은 일이 가능한 건 하성의 기록이 괴물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투타에서 모두 엄청난 업적을 남긴 정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뒤흔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와 같은 활약에 메이저리그의 인기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정하성 선수는 유튜브를 비롯해 다양한 루트로 미국과 한국 그리고 전 세계 팬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도 인기의 요인이죠.] [본래 야구는 특정 국가에선 인기가 높은 스포츠인데. 정하성 선수만큼은 비야구권인 유럽에서도 인기가 높다는 통계가 있습니다.]하성이 운영했던 유튜브는 현재 전체 구독자 1위에 올라 있었다.
그 수치는 점점 오르고 있었으며 그의 구독자는 비야구권에도 다수가 존재했다.
그러한 이유로 현재 하성의 인기는 야구권을 넘어 세계적으로 높았다.
[IOC가 야구를 정식종목에서 제외했던 이유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의 의견 마찰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도 리그중단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메이저리그는 세계 3대 스포츠라 불릴 정도로 대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그렇기에 리그를 중단하는 건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과거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도 리그를 중단하지 않고 메이저리거를 대표팀에 보내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IO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지속적인 마찰을 일으켰다.
그 결과 정식 종목 퇴출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무국에서도 올림픽에 긍정적인 상태였다.
그 이유는 하성과 연관되어 있었다.
[정하성 선수가 유럽권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야구의 재미를 유럽에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죠.] [예. 거기에 이번 올림픽은 런던에서 열리기에 야구의 세계화에 힘쓰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목적에도 맞는 부분이니까요.]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야구가 제외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낳았다.
특히 국내 팬들에겐 더더욱 그러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으로 야구붐이 일어났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올림픽에 야구가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고 하니 반기는 이들이 많았다.
KBO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긴급회의를 소집한 건 올림픽위원회에서 야구를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한다는 소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KBO의 새로운 총재가 된 황우식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그를 바라봤다.
이번 긴급회의에는 KBO 기술위원회의 중요인물들이 모두 모였다.
사실상 현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기술위원회의 손을 거쳐야 하기에 이번 회의는 국가대표를 뽑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됐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야구를 공식종목에 채택한다면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기에 런던올림픽에서도 그 정도의 성적을 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의 특급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메이저리거들까지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짜야 합니다.”
위원들의 생각은 일치했다.
그리고 한 선수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하성입니다.”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인 하성의 이름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