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13)
마운드의 빌런-213화(213/285)
마운드의 빌런 213화
하성의 이름이 거론되자 한 기술위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망나니에게 태극마크가 어울릴 거라 생각합니까?”
“맞습니다. 선후배 관계는 물론 국가를 대표한다는 개념이 없는 녀석입니다.”
“이번에도 거부할 게 분명합니다.”
과거 하성은 KBO와 마찰을 일으켰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인원이 KBO에서 나가야 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KBO를 나갔던 건 아니다.
여전히 그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한 이들은 자신들의 지인을 내쫓은 하성이 곱게 보일리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하성에 대한 악담을 쏟아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바로 총재의 존재였다.
“자네들은 뭔가 착각을 하고 있군.”
“예?”
“정하성을 대표팀에 넣는 건 우리의 권한이 아니야.”
“그게 무슨……?”
“이미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그를 대표팀에 넣는 건 본인의 의지라는 소리지.”
새롭게 총재가 된 황우식은 사리분별이 분명한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야구에 진심인 인물이었기에 위원들과 하성의 힘싸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관심있는 건 오직 한국야구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총재님! 방금 발언은 다소 위험합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하성이 슈퍼스타가 되었다지만, 협회보다 위에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득권층인 기술위원들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그들은 총재마저 나무라며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려 했다.
기술위원은 KBO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한국야구의 기득권층들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힘은 총재마저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황우식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뭐가 위험하다는 겁니까? 이번에도 쓸데없는 힘싸움을 통해 정하성을 대표팀에서 제외할 생각인 겁니까?”
“그건…….”
“정하성은 반드시 올림픽 국가대표에 합류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야구를 더욱 부흥시킬 수 있는 길입니다!”
황우식이 관심 있는 건 오직 하나였다.
한국야구의 부흥.
그것을 위해서는 협회의 권위 같은 건 뒷전이었다.
“이번 일은 총재인 내가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할 테니. 위원분들은 빠져 있길 바랍니다!”
총재가 직접 나선다.
그것을 위원들에게 직접 선포했다.
결국 위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 *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야구가 채택된다는 소식.
이는 야구팬들이라면 환영할 뉴스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뉴스가 연달아 나왔다.
[정하성 이적한다?!]바로 하성의 이적 루머였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었다.
하성은 그동안 다양한 이적루머에 시달려 왔다.
메이저리그의 빅마켓이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팀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 루머 소식은 큰 화제를 모았다.
[뉴욕 양키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가 양키스가 정하성의 영입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양키스가 현금과 A급 선수를 포함한 거대 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 규모는 2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화제를 모은 것은 그 소식이 꽤나 자세하다는 것이었다.
이적료를 포함해 자세한 내용까지 포함된 내용이었기에 사람들은 관심을 모았다.
-2억 달러라면 어느 정도임?
-슈퍼스타 한 명을 10년 동안 묶어둘 수 있는 돈인데.
-너무 큰 금액 아님?
-아무리 양키스라지만,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할 수 있나?
-하성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이 정도 금액은 무리 아님?
-이것도 루머의 하나겠지.
-무엇보다 어슬레틱스가 벌써 하성을 내다 팔 일이 없잖아?
-ㅇㅈ. 앞으로 2년은 더 데리고 있을 수 있을 텐데.
소식에 대한 여론은 가지각색이었다.
긍정적인 반응부터 부정적인 반응까지.
두 반응 모두 그에 맞는 근거가 뒤를 따랐기에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하성은 양키스와의 2차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모인 기자들은 곧장 그에게 자세한 소식을 물었다.
“정하성 선수!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적 루머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구단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양키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어떠실 거 같습니까?”
기자들은 어떻게든 하성의 코멘트를 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하성은 무덤덤했다.
“들은 건 전혀 없습니다. 트레이드는 어디까지나 구단의 권리이기에 제가 할 말은 없죠.”
하성의 입장은 교과서적이었다.
사실 그게 정답이었다.
현재 하성은 자신의 권한을 주장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를 보유하고 있는 건 어슬레틱스였고 트레이드에 대한 거부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트레이드와 관련해서 할 말이 딱히 없었다.
“그럼 지금 심정은 어떻습니까?”
“온갖 루머에 시달리는 건 일상이라 별 다른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지금 관심있는 건 메이저리그 신기록에 도전하는 겁니다.”
“신기록이라면 연속홈런 기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금 시점에서 신기록은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달성할 자신이 있습니까?”
“달성할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기록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겁니다.”
하성의 발언은 순식간에 큰 화제를 모았다.
트레이드 루머에 집중되었던 대중의 관심을 순식간에 자신의 신기록에 집중시켰다.
-크으 정하성 지렸다!
-와~ 패기 지리네.
-기록 달성만이 아니라 신기록을 세우겠다니. 포부 하나는 쩌네.
-남자다잉!
-이래서 정하성을 좋아하는 거지.
-그래. 지금 트레이드가 문제냐? 메이저리그 신기록이 우선이지!
하성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은 대중들의 관심을 그에게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트레이드를 하든 말든.’
하성은 그러한 반응을 보며 자신의 경기를 준비했다.
‘내 기록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다.’
그는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쓸데없는 트레이드 따위가 아닌 자신의 신기록에 여론을 집중시킨 그가 라커룸을 나섰다.
* * *
VS 뉴욕 양키스.
[양키스와의 1차전에서 7경기 연속홈런을 달성한 정하성 선수! 오늘 경기에서 과연 8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해 메이저리그 신기록과 타이를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트레이드 루머가 있었던 정하성 선수지만, 그의 인터뷰를 보면 기록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맞습니다. 인터뷰에서 타이기록을 넘어 신기록을 달성하겠다며 포부를 드러낸 자신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캐스터와 해설위원 역시 하성의 인터뷰를 거론하며 신기록 달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경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홈런이면 신기록이지?
-타이기록이지.
-8경기 연속홈런이라니…….
-아니, 타자 시작한지 이제 1년째인데. 이런 기록 실화냐?
-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녀석임.
-ㅇㅈ.
실시간으로 커뮤니티 사이트에 반응이 올라왔다.
오늘만큼은 하성의 경기를 보기 위해 직장에서도 그리고 학교에서도 경기를 보는 이들이 많았다.
미국 역시 전국방송을 통해 양키스와 어슬레틱스의 경기를 중계했다.
본래 비인기구단인 어슬레틱스이기에 이런 전국방송이 자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하성이 등장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정하성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거우니까…….’
어슬레틱스는 여전히 비인기구단이었지만, 정하성이란 선수 한 명만으로도 전국방송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방송국 관계자들은 이번 트레이드 루머를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다.
‘정말 어슬레틱스는 정하성을 트레이드 시키려는 걸까?’
현장에서 접하는 하성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과거 그 어떤 선수보다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선수였다.
베이브 루스가 이런 인기를 몰고 왔을까?
그 정도로 하성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런데 비인기구단인 어슬레틱스가 그를 매물로 내놓다니.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뭐, 우리 입장에서는 하성이 양키스로 간다면 땡큐지. 인기구단에 슈퍼스타가 있는 것이 더 취재하기 편하니까.’
방송국 관계자들은 하성이 타석에 서는 걸 보며 간절히 기원했다.
‘오늘 경기에서 한 방 날려줘! 그렇게만 되면 메이저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더 높아질 거야!’
방송의 흥행을 위해 하성이 한 방 날리기를 말이다.
* * *
1회.
하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투아웃인 상황에서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3번 타자인 그가 타석에 서자 양키스타디움이 들썩였다.
“정하성이다!”
“한 방 날려버려!”
“윌슨! 저 녀석을 삼진으로 돌려버려!”
팬들은 양극화된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홈런을 기대했고 누군가는 아웃을 원했다.
그런 상황에서 타석에 선 하성이나 마운드에 있는 선발투수 윌슨이나 부담감을 느끼기엔 매한가지다.
아니, 하성의 생각은 달랐다.
‘투수가 더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지.’
투수이기에 알 수 있었다.
기록의 제물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메이저리그의 유구한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그 기록의 제물이 된다면 영원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것은 선수에게 굴욕이었다.
‘그렇기에 부담을 더 느낄 수밖에 없는 법이지.’
부담을 느낀 투수가 할 수 있는 건 전력투구다.
‘윌슨의 오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무기를 던지려고 할 거다.’
양키스의 2선발이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거기에 주무기라는 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포심부터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까지.
직구와 종 그리고 횡으로 휘는 변화구까지.
모든 공들의 완성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데이터는 확실히 정해져 있었다.
‘윌슨이 결정구로 쓰는 건 대부분 슬라이더다.’
많은 데이터가 쌓였고 그 데이터는 각 팀의 데이터 팀에서 가지고 있었다.
윌슨은 경기를 결정짓는 곳에서는 슬라이더를 던져 확실하게 아웃카운트를 잡으려 했다.
‘이런 부담스런 상황에서는 슬라이더의 비중이 높아질 거야.’
이런 데이터는 타자인 하성이 노려야 할 공을 결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집중력을 끌어올리자.’
하성은 이번 기록달성을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첫 번째 타석에서 결정짓는다.’
하성의 시야에 닿는 풍경이 점점 어둠으로 물들었다.
* * *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절묘하게 찌릅니다!] [구속이 97마일이 나왔네요. 확실히 윌슨 선수의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보입니다.] [기록의 제물이 되기 싫은 걸까요? 집중력이 높은 공을 보여줍니다.]공을 돌려받은 윌슨이 손에 로진을 묻혔다.
‘컨디션이 좋다. 녀석을 잡을 수 있겠어.’
기록의 제물이 되는 것과 기록을 막는 것.
한끗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매우 중요했다.
‘호사가들의 놀림거리가 될 순 없지.’
영원토록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윌슨은 결코 그 제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기세를 이어간다!’
윌슨은 2구에서 자신의 주무기인슬라이더를 던지겠단 사인을 보냈다.
포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컨디션이 좋은 녀석의 말을 들어주는 게 최선이겠지.’
결정을 내린 윌슨이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리고 와인드업과 함께 2구를 뿌렸다.
[2구 던졌습니다!]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공이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
후웅-!!
하성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따악-!!
뒤이어 들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윌슨은 깨달았다.
‘노리고 있었어……!’
하성이 슬라이더를 노렸다는 걸 말이다.
그는 날아가는 타구를 쫓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이미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넘어갔다…….’
자신이 8경기 연속 홈런 기록의 제물이 되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는 걸 알리듯.
“와아아아아!!”
양키스타디움 전체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