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15)
마운드의 빌런-215화(215/285)
마운드의 빌런 215화
하성의 활약에 힘입어 경기는 어슬레틱스가 잡아가고 있었다.
[7회, 현재까지 어슬레틱스가 5 대 1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투수진이 무너진 양키스는 다수의 투수를 투입했지만, 정하성 선수가 이끄는 어슬레틱스의 타격진을 막지 못했네요.]경기 후반에 5 대 1의 스코어.
웬만하면 뒤집기 어려운 점수였다.
어슬레틱스가 뒷문이 약한 팀도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경기의 승패가 정해졌다 생각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경기의 승패가 아닌 하성의 개인기록으로 향했다.
[현재 타순을 보면 정하성 선수가 8회에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2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정하성 선수, 이미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팬들의 기대는 다른쪽으로 향해 있습니다.] [바로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이죠.] [예. 사실상 한 번의 기회가 남은 상황이기에 정하성 선수는 어떻게든 이번 기회를 살리려고 할 겁니다.]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하성이 연속경기 홈런에 언제 또 도전할지 알 수 없다.
단기간에는 불가능했다.
아니, 어쩌면 그의 야구인생에 다시는 없을 기회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에 투수들이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하지만 올 시즌 데이터가 쌓이면 내년부터는 나에 대한 공략이 시작되겠지.’
메이저리그의 분석력은 세계 최고였다.
혜성처럼 등장한 선수들이 분석을 당해 부진한 성적을 올리는 일이 허다했다.
그것을 알기에 하성은 이번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
‘주자가 없는 상황이 가장 베스트다.’
주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앞서 3회처럼 자신을 고의사구로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정면승부를 피하고 변화구 승부 위주로 간다면 하성이라 하더라도 홈런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주자가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자가 없을 때에도 정면승부를 피한다면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이 상하겠지.’
메이저리그라는 세계 최고의 무대.
그런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프라이드는 대단히 컸다.
그 프라이드를 버리고 자신을 피해 도망치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주자가 없다면 반드시 승부를 걸어올 거다.’
하성이 주자가 없길 바라는 이유였다.
그리고 8회에 하성이 원하는 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양키스의 5번째 투수인 해멀스가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5번째 투수의 투입.
해멀스는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신인선수였다.
신인답게 그는 패기 넘치는 피칭을 선보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존 정중앙을 꿰뚫는 95마일의 패스트볼!] [공이 묵직하네요. 거기에 자신감이 넘치고 있습니다.] [루키다운 패기군요.]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는 공이었다.
그리고 본인 역시 그러한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
‘내 공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고!’
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된 선수다.
이제 고작 2주가 지나고 있었다.
그 2주동안 불펜으로만 출전한 그는 다양한 선수들을 상대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평균자책점 0점을 마크하면서 엄청난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 거의 제자리에서 잡습니다!] [공의 위력이 상당하네요. 분명 타이밍은 맞았지만, 배트가 밀리면서 평범한 플라이볼이 만들어졌습니다.]공의 묵직함이 남달랐다.
단 1이닝만을 전담 마크하는 그였기에 모든 힘을 여기에만 집중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그의 공은 백퍼센트의 힘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전력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를 한 번 만에 공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확실히 공 자체는 뛰어나다.’
대기 타석에 서 있는 하성은 해멀스의 공을 바라보면서 느낀 소감을 되씹고 있었다.
‘회전수도 괜찮고 구속도 좋다. 자연스레 구위가 묵직할 수밖에 없지.’
장점들이 많은 투수였다.
‘하지만 단점이 명확하다.’
해멀스가 와인드업과 함께 공을 뿌렸다.
그의 공은 타자의 몸쪽에 붙으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냈다.
그리고 그 모습에 하성은 확신을 가졌다.
‘본인의 공을 너무 믿는 바람에 정직한 승부를 이어나가고 있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예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베테랑일수록 상황에 맞춰 공을 던지기에 능구렁이 같은 피칭이 많다.
하지만 해멀스는 단순했다.
패스트볼 일변도에 가끔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한다.
투 피칭 피처라는 소리였다.
지금은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상대해 본 적이 많지 않고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다.
거기에 해멀스 본인이 자신감이 넘치는 상황이다.
단 두 개의 공만으로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니야.’
특급투수로서 전생과 현생을 살아온 하성이다.
당연하게도 투수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 능숙했다.
그런 그에게 지금 막 데뷔한 해멀스의 심리를 파악하는 건 라면 끓이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기세가 오른 만큼 나와의 승부에서도 변하지 않을 거다.’
녀석의 기세는 지금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저런 상태라면 자신과의 승부도 피하지 않을 거다.
아니, 오히려 자신을 잡아내고 유명해질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할 게 분명했다.
‘쉬운 일이지.’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직 하늘이 자신의 신기록을 저버리지 않은 듯했다.
* * *
[투아웃을 잡아낸 해멀스 선수, 그런 그의 앞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인 정하성 선수가 들어섭니다.] [정하성 선수에게는 이번 기회가 정말 중요합니다.] [연속경기 홈런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죠.] [맞습니다. 이번 기록을 달성하면 메이저리그 역대 신기록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이미 많은 기록을 갈아치웠던 정하성 선수지만, 타격 부문에서는 처음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해멀스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앞서 두 명의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울 정도로 뛰어난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해멀스의 뛰어난 피칭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주었다.
-오늘 해멀스 컨디션 미쳤네.
-아무리 하성이라도 이런 녀석 잡아내는 건 쉽지 않을 듯.
-홈런 기록 이렇게 무너지냐?
-평균 구속이 95마일 이상으로 던지니 정타는 힘들 듯.
-하…… 연속경기 홈런 기대했는데…….
-이번 기록 세우면 타격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인이 기록 세우는 거일 텐데.
-정말 아쉽다.
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그만큼 해멀스의 피칭은 훌륭했다.
그리고 하성과 해멀스의 첫 대결은 커뮤니티 반응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정확히 찌릅니다! 구속 97마일이 나오면서 해멀스가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상대가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인 정하성이지만, 해멀스의 기세가 더 높아 보입니다.]정하성.
이제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그를 상대하는 타자, 투수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간혹 그러지 않은 선수들도 등장했다.
해멀스가 그러했다.
‘정하성, 분명 대단한 녀석이지만, 어쨌든 저 녀석도 나랑 나이가 비슷하잖아?’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였다.
정하성이란 슈퍼스타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아무리 대단해도 내 공을 쉽게 공략하진 못할 거다.’
그러한 자신감의 원천에는 공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 자신감이 깃든 공은 하성이라 해서 쉽사리 때려내진 못했다.
딱!!
“파울!!”
[2구 몸쪽에 붙는 공을 때렸지만, 파울이 됩니다!] [타이밍은 맞았던 거 같은데. 빗맞으면서 파울이 되는군요.] [투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로 몰리는 정하성 선수! 신기록 달성에 빨간불이 켜집니다!]노볼 투스트라이크.
투수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가 되었다.
하성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에 먹구름이 끼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확실히 공이 까다롭게 들어오네.’
상대인 해멀스가 대단했다.
자신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았다.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상황.
‘이럴 때 오히려 조심해야 하지만…….’
하성이 타석에 다시 섰다.
그리고 스탠스를 잡고 가볍게 배트를 쥔 채, 타격 자세를 취했다.
‘루키일수록 이런 순간을 캐치하는 게 어렵지.’
자신의 공이 먹히고 있었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에게 말이다.
그 사실은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자신감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빠져 버린다면 문제가 된다.
‘내가 녀석이라면 여기에서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 낼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루키라면…….’
해멀스가 어떤 공을 던질까?
하성의 머릿속에 하나의 공이 떠올랐다.
‘정면승부를 하겠지.’
경우의 수가 둘에서 하나로 줄어들었다.
하성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그의 시야에 닿는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보이는 건 오직 하나.
해멀스가 쥐고 있는 공밖에 없었다.
그런 사실을 모른 채, 해멀스는 자신이 직접 사인을 보냈다.
‘여기에서 녀석을 잡겠어.’
포수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여기에선 유인구를 던지는 게 정석과도 같았다.
하지만 해멀스의 컨디션이 좋았다.
기세가 좋은 투수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도 포수가 해야 할 일이었다.
고민은 거기까지였다.
‘좋아. 네 마음대로 던져봐!’
포수 역시 해멀스의 기세를 믿었다.
허락이 떨어지자 해멀스는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사인을 교환한 해멀스!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여기에서 유인구를 조심해야 합니다!]해설진도 유인구를 던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해멀스가 스트라이드와 함께 뿌린 공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강력한 패스트볼이었다.
쐐애애애액-!
[던졌습니다!]마운드 위에서 뿌린 공이 공기를 가르며 순식간에 하성의 앞에 도달했다.
그 순간.
후웅-!!
하성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공을 쪼개버릴 듯 그대로 강타했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빠르게 날아갔다.
동시에 하성은 자신의 등을 때리고 튕겨 나온 배트를 그대로 던졌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정하성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배트를 던진 하성은 그 자리에 서서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봤다.
빨랫줄처럼 날아간 타구는 순식간에 외야를 지나고 있었다.
중견수는 그 공을 따라가려다 이내 포기했다.
그 모습을 본 하성이 천천히 1루로 뛰기 시작했다.
절반쯤 도달했을 때, 관중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동시에 거대 스크린에 비친 타구가 관중석에 떨어지는 게 보였다.
[넘어갔습니다아아아-!! 정하성 선수!! 노볼 투스트라이크의 위기상황에서 99마일의 패스트볼을 강타!! 그대로 담장을 넘겨 버립니다!!]캐스터의 흥분한 목소리가 미국 전역과 한국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생중계로 나가고 있는 화면 하단에 하나의 문자가 떴다.
[정하성 9경기 연속 홈런 달성!!]메이저리그 신기록이 갱신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