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18)
마운드의 빌런-218화(218/285)
마운드의 빌런 218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트레이드가 일상적이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7월 31일까지 굵직한 빅네임들의 트레이드가 일어나는 게 메이저리그였다.
아무리 많은 연봉을 받더라도 계약상 트레이드 거부권이 없는 이상, 어떤 선수라도 트레이드가 가능했다.
특히 우승권과 멀어진 팀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우승권에 있는 팀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5월이 끝난 현재까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오클랜드가 1위를 달릴 수 있는 건 정하성 선수가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12경기에 나서 11승 0패 평균자책점 1.12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거기에 타자로서도 최다홈런, 최다장타 등.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괴력을 보여주고 있죠.] [그가 투타 겸업을 선언했을 때 반대했던 제 얼굴이 무척이나 뜨거워지네요.]하성이 투타 겸업을 선언할 당시.
많은 전문가가 그를 만류하는 발언을 했다.
누군가는 어리석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어리석은 게 누군지는 지금 시점에서 명백했지만 말이다.
어쨌건 하성의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한 팀을 1위로 이끌고 있다는 것도 명백했다.
그래서인지 트레이드 관련 소식을 언론에서도 쉽사리 믿지 못했다.
[이런 성적을 올리고 있는 정하성 선수지만, 최근 트레이드와 관련된 루머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LA다저스와 연결이 되었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1위를 달리고 있지 않다면 가능한 소리겠지만, 이런 루머들은 사실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오클랜드가 돈이 없는 스몰마켓이라지만, 우승을 다툴 수 있는 현시점에서 정하성 선수를 내보낼 거 같진 않습니다.]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하성의 트레이드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루머가 계속되면서 점점 그의 트레이드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런 소식이 계속되고 있을 때.
올스타전에 관련된 재밌는 기사가 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투표 오픈!] [오픈과 동시에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정하성!] [정하성은 지명타자 부문에 이름을 올려 타자로도 올스타전에 참가할 것이 확실시됩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정하성이 이번 올스타전에 뽑힌다면 홈런레이스에도 참가하게 할 것임을 밝혔습니다.]투타 겸업을 선언한 하성.
그런 그가 올스타전에 뽑힌다면 어떤 포지션에서 뛰게 될까?
예전처럼 투수로만 경기에 나서는 걸까?
팬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궁금증은 올스타전을 앞두고 풀렸다.
[정하성 올스타전에서 투수, 타자로 모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팬 투표와 선수단 추천이 결정되면 그는 투수와 타자 양쪽으로 모두 경기에 나서게 될 예정이었다.
* * *
6월에 접어들면서 하성은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정하성 4월에 이어 5월에도 이달의 선수, 투수상을 독식!] [정하성보다 뛰어났던 투수, 타자는 없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2개월 연속 이달의 선수와 투수를 석권한 정하성!] [그의 횡보는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된다!]2개월 연속 이달의 선수와 투수를 독식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없던 기록이니만큼 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하성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질주를 계속해 나갔다.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6월 첫 번째 선발경기.
시즌 12승을 노리는 그가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보스턴 레드삭스.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명문구단이었다.
[최근 정하성 선수가 레드삭스로 이적할 수 있다는 루머가 계속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예. 하루가 멀다 하고 레드삭스와 연결되고 있습니다.]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빅마켓인 레드삭스.
돈이 많은 구단이니만큼 하성과 연결되는 것도 당연했다.
만약 하성이 레드삭스로 이적한다면 경기를 치르는 오늘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정하성 선수를 상대하기 위해 레드삭스의 리드오프, 자코비 엘스버리가 들어섭니다.] [아~ 자코비 선수, 이번 시즌 정말 어메이징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드오프이면서 현재까지 레드삭스에서 가장 높은 타율, 홈런, 장타율 등을 기록하고 있죠?] [그렇습니다. 포텐셜을 언제나 가지고 있는 선수였지만, 올 시즌 그것이 터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자코비 엘스버리.
레드삭스 역사상 최초로 30-30을 기록하게 되는 선수다.
물론 이 성적이 그의 커리어하이가 되지만 말이다.
‘이 녀석의 2011시즌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될 정도였지.’
30도루야 리드오프니 가능한 기록이다.
하지만 30홈런은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이 커리어의 절정에 오른 시점.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한다.’
자코비에 대해 경각심을 떠올리며 하성은 사인을 교환했다.
‘바깥쪽 낮은 코스.’
사인을 받은 하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킥킹과 함께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하성이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손을 떠난 공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목표는 바깥쪽 낮은 코스에 위치한 미트.
굉장한 속도로 날아간 공은 단 1㎝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 100마일의 강력한 패스트볼로 최근 기세가 오른 자코비에게 기선제압을 날립니다!]트레이드 루머와 관련 없이 하성의 피칭은 완벽 그 자체였다.
* * *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정하성이란 선수의 트레이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건을 조금 더 올리겠습니다.]루이스의 전화를 받은 행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자신이 을의 위치라는 걸 알기에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말씀해 보십시오.”
[현금을 조금 더 주셔야 될 거 같습니다. 정하성을 원하는 구단이 상당히 많아서 말이죠.]“얼마를 원하는지 정확히 말씀해 주셔야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천만 달러가 더 필요합니다.]천만 달러.
큰 금액이다.
하지만 행크의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금액이었다.
‘어떻게든 현금을 올려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겠다는 속셈이군.’
루이스 울프.
이 남자는 뼛속까지 사업가였다.
그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업가로서도 능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여 한심하게 보였다.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즉답을 피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 행크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루이스가 돈을 올려달라고 하는 거야?”
그 남자의 이름은 할 스타인브레너.
행크의 동생이자 현재 양키스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남자였다.
“그래.”
“정하성이 대단한 선수이긴 하지만, 그 남자의 욕심은 너무 큰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당연하지. 현금 3천만 불에 우리 쪽 A급 선수 3명. 거기에 그 선수들의 연봉 중 50퍼센트를 우리가 부담하는 조건이야.”
양키스가 제안한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라이브볼 시대 이후 이런 조건을 제시한 트레이드가 없을 정도였다.
아무리 양키스가 악의 제국이라 불리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기구단이라지만, 이런 지출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공동경영자인 할은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너도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하는 거군.”
“당연한 거야. 투타 겸업은 미지의 세계야. 지금은 잘하고 있지만, 정하성의 몸이 언제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아.”
“그럴 수도 있지.”
할은 형인 행크가 답답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걸 행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분명 알고 있음에도 그는 영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도대체 형의 생각을 모르겠어. 이번 영입에 실패하면 우리 양키스는 앞으로 10년간 어둠의 세월을 보내게 될 거야.”
과언이 아니다.
만약 하성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양키스는 이번 지출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10년은 제대로 된 경영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행크도 그 말에는 동의했다.
“너의 이야기도 분명 맞는 말이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의 성공은 곧 양키스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너무 리스크가 큰 도박이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굳이 왜?”
“베이스볼은 죽어가고 있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야구장을 찾지 않아.”
행크가 창밖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화려한 양키 스타디움의 전경이 보였다.
새롭게 꾸며진 신식 양키 스타디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게 있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기구단인 우리 양키스의 홈구장에도 이제는 빈자리가 보이고 있지.”
메이저리그.
세계 3대 스포츠라 불리며 엄청난 산업이 되었다.
하지만 그 근간이 된 미국에서의 인기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복잡한 규칙.
긴 경기 시간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젊은 층의 수요는 나날이 떨어졌다.
이런 위기감을 느끼는 건 단순히 커미셔너만이 아니었다.
각 구단의 구단주 중 일부도 이런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
행크는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이런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리그를 뛰어넘는 선수가 필요해. 축구의 메시와 같은 선수 말이야.”
“정하성이 그 정도 역할을 할 거라는 거야?”
“이미 녀석은 리그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고 있어. 단지 오클랜드가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우리 팀에 오면 제대로 활용할 자신이 있다는 거군요.”
“정답이야. 최소한 지금 오클랜드가 활용하는 것보단 더 잘 활용할 테지.”
“그렇다 하더라도 전 반대입니다. 너무 많은 지출이에요. 현재 그의 연봉과 앞으로 상승할 연봉을 생각하면 우리 구단으로서도 문제가 될 정도의 연봉이에요.”
하성의 미래가치는 얼마일까?
아직 정확하진 않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 3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몇몇 이들은 5억 달러 이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편차가 큰 이유는 하성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투타 겸업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투수만이 아니라 타자로서의 연봉도 책정해야 했기에 편차가 컸다.
아무리 양키스라 해도 이런 비용을 지불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너에게는 부담되는 금액이겠지.”
행크와 할은 형제지만 구단의 운영방식에 대해 의견 차이가 큰 편이었다.
행크가 더 공격적이라면 할은 효율을 중시하는 타입이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둘이기에 의견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한 명의 선수가 팀의 운명을 바꾸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효율적으로 돈을 투자해 다수의 선수를 보유하는 게 우선입니다.”
할은 자신이 가진 운영철학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구단의 운영에 자신의 철학을 접목시키고 있었다.
형인 행크가 있어 전면적으로 하지 못할 뿐, 작은 곳에서부터 바꾸어가고 있었다.
행크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동생이라 해도 공동경영자다.
그의 권한 내에서라면 터치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하성의 영입은 아니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는 언제든지 탄생했다. 그리고 만약 하성을 우리가 잡지 않으면 미래의 호사가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거야.”
할이 행크를 바라봤다.
“제2의 베이브 루스를 놓쳤다고 말이야.”
“그 정도로 평가하는 겁니까?”
“난 정하성이 그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갈 것이라 믿는다.”
단호한 행크를 보며 할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마음을 정하신 거군요.”
행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하성을 데리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