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22)
마운드의 빌런-222화(222/285)
마운드의 빌런 222화
하성의 이적 소식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각국에선 긴급 프로그램을 편성해 하성의 트레이드와 관련된 소식을 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정하성 선수가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습니다. 올스타전이 끝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표된 이번 트레이드 소식은 뉴욕 양키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동시에 발표하면서 알려졌습니다.]본래 트레이드 소식은 구단 발표보다 기사로 먼저 알려진다.
취재를 통해 기자들이 먼저 알게 되고 그것을 기사로 낸다.
그 뒤에 구단이 사실 확인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지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언론이 나서기 전에 구단에서 먼저 발표했다.
[현지 언론에서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 매우 놀라워하고 있는데요. 이번 트레이드와 관련해서 메이저리그 전문가이신 한성국 기자님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현지 언론이 조용했었는데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현지 언론이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움직였다는 소리겠죠.] [조용히요?] [예. 보통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지는 과정을 보면 현지 기자들이 친한 구단 직원들을 통해 소스를 듣습니다. 이후 그 소스가 확실하다는 판단이 들면 그걸 기사화하는 형식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뉴스가 전혀 없었습니다.]현지에서도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서 매우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동안 루머는 여러 차례 나왔지만, 트레이드가 확정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이번 트레이드는 구단 직원들이나 단장 차원이 아닌 더 높은 이들의 선에서 이루어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더 높은 이들이라면 구단의 사장들일까요?] [저는 그보다 높은 구단주들이 움직였을 거라 봅니다.] [구단주들이요?] [예. 그리고 실무진이 아닌 구단주들끼리 협의를 통해 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만약 이게 아니라면 이 정도로 비밀스럽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극비로 진행됐습니다.]한성국의 추리는 그럴듯했다.
그만큼 이번 트레이드는 극비로 진행되었기에 가능한 추론이었다.
[현지 언론에선 이번 트레이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한 기자님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어슬레틱스가 너무 급하게 트레이드를 진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록 정하성 선수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고 당장 내년 연봉 상승 폭을 오클랜드가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도 큽니다.]현재까지 하성의 WAR은 13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건 그가 투타를 겸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후반기에도 전반기와 같은 성적을 남긴다면 WAR이 20을 넘을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예상이라면 하성의 연봉은 결코 많은 편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 금액을 오클랜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 그를 트레이드시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현재 가장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오클랜드가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죠?] [그렇습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오클랜드가 정하성이란 핵심 선수를 트레이드시킨 건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오클랜드가 우승을 포기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사실 이는 오클랜드의 구단주인 루이스 울프의 영향이 컸을 거라 봅니다.] [구단주의 영향이요?] [예. 루이스 울프는 과거부터 오클랜드의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연고지를 이전하려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모두 실패하면서 오히려 연고지 팬들의 반감만을 사게 됐습니다.] [분명 루이스 울프 구단주에 대한 평가는 바닥이었죠.] [예. 그런데 최근 구단의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있었기에 확정이 되지 않고 있었죠.] [그 부분이 이번 정하성 선수의 트레이드에 영향을 끼쳤다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분명 메이저리그에서 대체불가능한 선수지만, 구단을 하나의 회사로 본다면 다소 부담스러운 연봉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언뜻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체 불가능한 스타가 부담스럽다니?
하지만 메이저리그를 회사로 본다면 하성은 고연봉을 받는 사원이었다.
이 사원이 엄청난 기여를 하지만, 회사의 규모를 크게 키울 생각이 없는 사업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원의 연봉을 계속 높여줘야 한다?
물론 그 사원이 계속 수익을 창출하면 회사의 규모를 키우면 된다.
그러나 그건 불확실한 미래다.
안정적인 현재를 지켜나가려는 사업주도 많았다.
[오클랜드와 같은 스몰마켓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무작정 운영비를 늘려 연봉을 높일 수만은 없습니다. 한 번 높인 연봉을 낮추는 건 매우 어려우니까요. 거기에 이번 트레이드는 A급 선수들을 받는 대신, 연봉을 양키스가 부담하는 조건입니다.]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군요.] [예. 사실상 오클랜드는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지출은 줄이면서도 구단의 전력은 늘릴 수 있으니까요.]이번 트레이드는 두 팀 모두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오클랜드가 얻는 건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 3명이었다.
투수 1명과 외야수 1명, 그리고 내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1명까지.
3명의 평균 WAR은 3.4로 그리 낮은 수치도 아니었다.
특히 타자 두 명은 모두 리그에서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성의 빈자리를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거란 게 지론이었다.
[하지만 오클랜드 팬들은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반감이 심한 거 같습니다.] [팬들 입장에서야 구단 사정이 어떻든 자신들의 슈퍼스타를 팔아버린 것이니 반감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슈퍼스타였던 지암비를 팔았던 전례도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도 궁금합니다.]그 뒤로도 한참 동안 하성의 트레이드와 관련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하나의 채널에서만 그런 게 아니었다.
전 세계 수십, 수백 개의 채널에서 동시에 하성의 트레이드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나 하성은 그러한 기사를 보지 못했다.
세상이 떠들썩하게 그의 트레이드를 기사화하고 있는 시각.
그는 크리스와 마주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이야기를 해주었어야 하는데. 미안하네.”
하성과 마주한 크리스가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하성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번 일은 단장님도 몰랐던 일 아닙니까?”
“그건 그렇네만…….”
“그런 일을 사과할 이유는 없죠. 그리고 트레이드는 선수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그리 말해주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군. 고맙네.”
하성은 진심이었다.
원래라면 크리스는 오클랜드에서 후반기를 도모하고 있어야 할 시기였다.
굳이 올스타전이 열리는 애틀란타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여기에 있다는 건 자신 때문이었다.
팀을 떠나는 자신을 배웅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단장님이 저를 믿고 기용해 준 덕분에 빠르게 메이저리그에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아니더라도 자네의 실력이라면 메이저리그에 정착하는 건 시간문제였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단장님이 도와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요.”
크리스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사실이라도 본인이 저런 말을 하다니.
“역시 자네는 내가 아는 다른 동양인들과는 달라.”
“장점이겠죠?”
“물론이라네. 자네만의 장점이지. 그리고 그 장점은 양키스에 가서도 계속 될 거야.”
“덕담으로 알겠습니다.”
이제는 작별의 시간이다.
“다음에 만날 때는 적으로 만나겠지만…….”
크리스가 손을 내밀었다.
“그동안 자네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네.”
하성이 그 손을 맞잡았다.
“감사했습니다.”
하성이 오클랜드를 떠났다.
* * *
올스타전이 끝난 다음 날.
뉴욕 양키스에 기자들이 모였다.
그 숫자는 족히 백여 명이 넘었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대만, 거기에 유럽의 기자들까지.
모든 국적의 기자들이 모여 하성의 입단 기자회견을 기다렸다.
트레이드를 통한 입단임에도 불구하고 양키스는 성대한 입단식을 준비했다.
시즌 도중에 이런 입단식은 이례적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거대한 입단식이었다.
그리고 이번 입단식에는 단장과 사장은 물론이거니와 양키스의 구단주인 행크 스타인브레너와 할 스타인브레너.
두 사람이 모두 참가했다.
평소 언론에 노출되는 걸 꺼리던 두 사람이 모두 참가한 것만으로도 이번 입단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행크였다.
“오늘 우리 양키스는 제2의 베이브 루스를 얻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정하성 선수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지배하는 겁니다.”
그는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알렸다.
제2의 베이브루스.
이 표현만으로도 하성에 대한 기대감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뒤에 말한 메이저리그를 지배한다는 발언.
그것은 메이저리그 전 구단을 상대로 한 도발이자 하성을 영입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 기자들의 질문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행크는 직접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며 회견을 진행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할은 다소 우려하고 있었다.
‘형이 평소보다 신났군. 그동안 얻고 싶었던 선수를 손에 넣었으니 흥분하는 거야 이해되지만…….’
감정이 과하면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었다.
거기에 최근 형의 건강이 썩 좋지 않았기에 걱정도 앞섰다.
그때였다.
‘응?’
할의 눈에 조용히 앉아 있는 하성이 보였다.
‘왜 저렇게 불만 어린 표정이지?’
하성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지만,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당장에라도 무언가를 터뜨릴 것만 같았다.
‘무언가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일이 있었나? 아니면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것에 대해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성은 오클랜드에서 데뷔했으니 팀에 각별함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트레이드됐으니 충격이 심했겠지.
할은 그렇게 단정지었다.
그때 기자 중 한 명이 하성에게 물었다.
“정하성 선수!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인 뉴욕 양키스로 오게 되었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의 질문에 행크가 한 발 물러섰다.
그러자 하성이 마이크 앞으로 입을 가져갔다.
“일단 뉴욕 양키스에서 뛰게 된 것에 대해 기대가 큽니다. 이렇게 성대한 입단식을 열어준 것도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의외로 하성은 평범하게 대답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그의 말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러나 행크 구단주의 말에 정정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정정해야 할 부분이요?”
“양키스는 제2의 베이브 루스를 얻은 게 아닙니다.”
기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폭탄 발언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가 될 겁니다. 제2의 누군가가 아니라 양키스는 제1의 정하성을 얻게 된 겁니다.”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라.
하성은 그렇게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