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24)
마운드의 빌런-224화(224/285)
마운드의 빌런 224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두 팀의 라이벌 관계는 유명했다.
미국 프로스포츠 최대의 라이벌로 거론될 정도였다.
베이스볼이 없는 유럽에서도 이들의 라이벌 관계가 알려졌을 정도다.
유럽의 언론들은 이들 관계를 두고 메이저리그의 엘클라시코라 불렀다.
그만큼 두 팀의 관계는 오래됐으며 널리 알려져 있었다.
[양키스와 레드삭스, 두 팀이 이런 라이벌 관계가 된 것은 베이브 루스의 트레이드 때부터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베이브 루스는 본래 레드삭스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916시즌, 1918시즌 우승의 주역으로 팀을 이끌었죠. 하지만 레드삭스는 구단주의 투자실패로 12만5천 달러라는 당시 파격적인 금액에 트레이드했습니다.]여기까지만 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베이브 루스가 당시 명투수였다고는 하나, 대체 불가능한 존재까지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양키스로 이적함과 동시에 그가 타자로 전업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베이브 루스는 1920시즌 타자로 풀타임을 나서면서 당시 신기록이었던 본인의 29홈런을 54개로 갱신하면서 메이저리그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베이브 루스가 본래 홈런 신기록을 가지고 있었나요?] [예. 데드볼 시대인 레드삭스 시절, 투타 겸업을 하면서 단일 시즌 신기록인 29홈런을 때려냈었습니다.] [그것도 정말 엄청난 기록이었군요.] [당시 대부분의 타자들이 두 자릿수 홈런을 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압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적 첫해에 54개의 홈런이라니…….]양키스 이적 첫해 신기록을 달성한 그의 야구 인생은 그야말로 전설과도 같았다.
그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선수로 뽑히며 야구의 신으로까지 군림했다.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는 20세기 최고의 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레드삭스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고 심지어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 전까지는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습니다. 창단 이후 1918년까지 무려 5번이나 우승했던 팀이 말이죠.] [그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로군요.]밤비노의 저주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저주 중 하나였다.
그랬던 레드삭스와 양키스가 라이벌 관계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두 팀이 이번 정하성 선수의 트레이드에 모두 뛰어들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트레이드가 확정된 이후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습니다. 그중에 대중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정하성 영입 쟁탈이었죠.]메이저리그에서 하성을 영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팀은 한정적이었다.
그중 대표적이었던 구단은 세 군데로 좁혀진다.
양키스와 레드삭스, 그리고 다저스까지.
세 팀 모두 오클랜드와 접촉했다.
그리고 영입에 근접했던 것이 양키스와 레드삭스였다.
하지만 레드삭스는 양키스의 조건을 넘지 못했다.
[레드삭스도 양키스와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지만, 선수들의 연봉 보전에서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레드삭스는 선수 연봉의 50퍼센트를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했다죠?] [예. 그로 인해 결국 행선지가 양키스로 결정됐죠.]레드삭스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구단주가 얼마나 간절했냐에서 결국 갈리고 말았다.
[이번 트레이드가 두 팀에게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정확히 반으로 갈리고 있었다.
한쪽은 레드삭스가 정하성을 놓친 것이 제2의 밤비노의 저주가 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반면 다른 한쪽은 양키스가 하성을 영입한 것이 최악의 트레이드로 남을 것이라 말했다.
그만큼 하성의 트레이드는 빅마켓이라 해도 영향이 갈 정도로 큰 규모였다.
[이번 트레이드가 어떤 결과로 끝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순간이 지금 다가왔습니다.]레드삭스의 선발투수는 조시 베켓이 1, 2번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우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투아웃 상황에서 로빈슨 카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작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던 로빈슨 카노는 2011시즌에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로빈슨 카노.
메이저리그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았던 선수다.
물론 그건 현재진행형이다.
데뷔 초기에는 수비에 문제점이 제기되었지만, 2010시즌 첫 골드글러브 수상과 함께 수비와 타격 모든 걸 갖춘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의 탄생이란 평가를 받았지.’
대기 타석에 서 있는 하성은 카노를 바라보며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뛰어난 선구안과 파워 거기에 정확도까지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게 다 약빨로 얻은 거란 거지.’
로빈슨 카노는 분명 뛰어난 2루수였다.
하지만 그는 약물 적발과 함께 명성이 몰락했다.
‘그러고 보니 양키스 여기 약물의 왕국이나 다를 바 없잖아?’
사실 이는 양키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시기 메이저리그는 약물로 만들어진 시대나 다를 바 없었다.
‘문제는 저 새끼가 지금도 약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거지.’
작년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이 터졌다.
당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대대적인 약물 적발에 나섰다.
알렉스 로드리고를 포함해 다수의 선수가 적발되어 처벌받았다.
약물 적발도 과거와 달리 매우 까다롭게 진행하면서 웬만한 선수들은 대부분 적발됐다.
그런데도 카노는 약물 이슈에 휘말리지 않았다.
‘아직까진 문제를 일으킨 거 같진 않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보다 지금에서 다시 이 일을 공론화시킬 생각은 없었다.
‘로드리고처럼 내 성질을 건드린 녀석도 아니고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터뜨리면 오히려 나한테 의문의 화살이 오게 된다.’
로드리고의 약물 스캔들을 터뜨릴 때도 일각에서는 하성이 어떻게 알았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에 따른 음모론으로 하성도 약물에 연관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물론 그런 음모론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한 번 더 그런 일을 터뜨린다면 자신에게 화살이 오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걸 피할 방법은 많지만 말이다.
딱-!!
그때였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카노가 때린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투아웃에서 출루를 성공하는 카노입니다!]카노의 출루와 동시에 카메라가 하성을 비추었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정하성 선수가 1회부터 타석에 들어섭니다!!]뉴욕 양키스의 정하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 * *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와아아아아아-!!”
양키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중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마운드가 흔들릴 정도의 함성에 레드삭스 투수 조시 베켓은 당황했다.
‘이 정도의 인기라고?’
정하성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단을 옮기고 첫 경기다.
아직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다 양키스의 레전드나 다를 바 없는 로드리고를 그렇게 보내버린 녀석인데. 이런 함성을 보내다니…….’
실제 인터넷에서는 하성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양키스 팬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그의 양키스 데뷔전에서 이 정도 함성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하성은 그 함성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컨디션이 좋은데.’
그는 이미 고도의 집중력 상태에 들어섰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지금 컨디션이 좋다는 소리였다.
‘베켓은 커터를 조심하면 되지.’
조시 베켓의 주 무기는 커터였다.
새로 장착한 무기였는데. 수준급의 위력을 자랑했다.
그것을 알고 타석에 선 하성은 루틴과 함께 배트를 쥐었다.
“플레이볼!”
경기가 재개되고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하성의 첫 타석이 시작됐다.
‘카노가 뛸 가능성은 적다.’
카노는 매년 10개 이하의 도루를 기록했다.
1루에 있다고는 하나 그렇게 위협적인 주자는 아니었다.
‘하성을 상대하는 것에 집중하자.’
결정을 내린 베켓은 포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하성을 정면으로 상대하면 피곤해져. 커터로 유인하자.’
‘오케이.’
배터리의 판단은 정면승부가 아닌 유인구의 승부였다.
하성은 매우 위험한 타자였다.
그러니 정면승부를 하는 건 멍청한 짓과 다를 바 없었다.
“후우……!”
깊게 호흡을 뱉은 베켓이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베켓! 1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베켓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코스는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찌르고 있었다.
좋은 코스였지만, 하성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공이 휘어져 나가면서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볼.”
[초구 볼입니다! 보더라인에 살짝 걸쳤다고 보였습니다만, 구심의 판정은 볼이네요.] [마지막 순간에 공이 휘었습니다. 정확히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켓이 올 시즌 재미 보고 있는 커터였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베켓의 커터는 긁히는 날이면 매우 위력적인 공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보이시나요?] [컨디션이 좋아 보입니다. 처음 두 타자를 상대할 때도 결정구는 모두 커터였습니다.]해설위원의 해설과 하성의 생각은 같았다.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변화를 일으켰다. 이 정도로 수준급의 커터를 던졌었나?’
놀라울 정도였다.
만약 처음부터 고도의 집중력 상태가 아니었다면 배트가 딸려 나갔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커터를 계속 던지긴 않겠지.’
아무리 주 무기라지만, 그걸 계속 던질 가능성은 없다.
하나의 공이 계속 노출되면 타자들은 거기에 적응하고 그대로 때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녀석이 던질 수 있는 공들 중에 원볼 상황에서 나올 공은…….’
하성은 베켓이 던질 수 있는 공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그리고 곧 하나의 공을 특정했다.
‘슬라이더가 나올 가능성이 높겠군.’
커터와 같은 횡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변화구인 슬라이더.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변화의 폭이었다.
커터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변화를 일으킨다면 슬라이더는 부메랑과 같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렇기에 커터는 패스트볼이라 불렸고 슬라이더는 변화구를 나타내는 브레이킹볼로 불렸다.
‘나라면 조금 더 가운데로 오게 하다가 변화를 일으키는 공을 던지겠어.’
커터를 초구에 봤기에 타자의 눈은 커터의 변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슬라이더가 날아온다면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베켓이 사이드 스텝과 함께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이미 알고 있다면……!’
마운드 위에서 공을 뿌리는 베켓의 모습이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그의 팔이 릴리스 포인트까지 도달하자 있는 힘껏 공을 긁었다.
확실히 컨디션이 좋다는 게 느껴졌다.
쐐애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베켓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1구와는 달리 스트라이크 존의 가운데를 향해 날아오는 공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오히려 클로즈 스탠스를 내디뎠다.
후웅-!!
그의 눈에는 공의 궤적이 서서히 변하는 게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공의 변하는 궤적에 맞춰 배트의 스윙을 맞춰 나갔다.
두 궤적이 하나로 일치하는 순간.
따아아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정하성 선수는……!!]팔로스로를 끝까지 이어나간 하성은 등을 때린 배트가 튕겨 나올 때 두 손을 놓았다.
[배트를 던졌습니다!!]양키 스타디움에서의 첫 번째 배트 플립, 그리고.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첫 번째 홈런을 신고하는 정하성 선수!!]첫 홈런이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