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25)
마운드의 빌런-225화(225/285)
마운드의 빌런 225화
양키스에서 첫 홈런을 터뜨린 하성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지만, 몇몇 선수들은 그를 거부했다.
‘유치한 새끼들.’
하성은 그런 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의 입장에선 그저 유치했다.
성인이 되어서 저런 행동을 하다니.
하지만 하성은 잘 알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도 사람이 유치한 건 잘 변하지 않지. 특히 자기 구역에 들어온 놈이 나대고 다니면 더 유치해질 수밖에 없어.’
실력우선주의.
하성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었다.
‘누군가는 실력보다 다른 걸 우선시하는 경우가 있지. 예를 들어 정치나 인맥 그런 거 말이지.’
메이저리그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놈들까지 내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고생하면 나만 손해다. 그냥 신경을 끄는 게 최선이야.’
한 번의 삶을 살았다.
당연히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는 하성이다.
물론 이번 삶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느라 별종으로 찍혔지만.
하성은 자신을 무시하는 선수들에게 눈짓을 주지 않은 채, 경기를 주시했다.
하지만 하성 본인이 그렇다해서 다른 사람들도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었다.
“양키스 더그아웃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데?”
야구장에는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크게 두 곳이 있다.
하나는 미디어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현장의 생생함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자의 경우 직원들만 드나들 수 있는 곳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후자는 더그아웃의 주위에 기자석이 따로 있었다.
관중석과는 별개의 공간이었지만, 선수들의 모습이나 경기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곳에 모인 기자들은 하성과 양키스 선수단의 미묘한 신경전을 캐치해냈다.
“아무래도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첫날이라 그런 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만, 양키스와 하성의 관계를 생각하면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닐 거 같아.”
“작년에 있었던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 이야기하는 거야?”
“그래. 그것의 불씨를 붙인 게 하성이잖아. 무엇보다 그 스캔으로 가장 큰 처벌을 받은 게 사실상 양키스의 레전드였던 로드리고였고.”
기자들은 나름대로 추론을 내놓았다.
“그거 나름 일리가 있는데?”
“확실히 더그아웃에서 리더 역할을 하던 로드리고를 쳐낸 하성이 갑자기 같은 팀이 되었다면 분위기가 서먹할 수밖에 없겠어.”
“현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인 하성이 합류했지만, 양키스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살얼음을 걷는 거 같군.”
“과연 시너지가 일어날까? 아니면 마이너스 효과가 일어날까?”
기자들은 여러 방향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별개로 그들의 손은 빠르게 이번 일을 기사화하고 있었다.
하성과 연관된 이야기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었다.
그걸 놓칠 기자들이 아니었다.
* * *
하성이 합류한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첫 경기.
사람들의 기대대로 하성은 3타수 3안타를 때려내는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그중에 1개의 홈런을 포함해 오늘 경기 MVP로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팀은 승리하지 못했다.
[정하성의 대단한 활약! 하지만 팀 타선의 집중력이 무너졌다!] [마운드의 붕괴! 수호신 리베라는 나올 기회조차 없었다!] [후반기 스타트에서 패배를 기록한 양키스!]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인 만큼 두 팀의 경기결과는 빠르게 기사화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경기 결과보다 더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 양키스 더그아웃!]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의 트리거 역할을 했던 정하성의 합류! 과연 양키스에게 득이 될 것인가?] [홈런을 기록한 정하성, 하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는 차분했다.]오늘 더그아웃에서 있었던 일들이 기사화되면서 사람들은 하성과 양키스 선수단과의 관계에 집중했다.
-정하성은 정하성이었네.
-홈런더비에서 그렇게 때려놓고 브레이크 끝나자마자 바로 홈런이네.
-스윙이 커진다고 참가를 싫어하던 애들도 있던데.
-하성에게는 관련없는 이야기임 ㅋ
여전히 반응의 대부분은 하성에 대한 찬사였다.
하지만 더그아웃의 분위기에 대한 기사가 뜨자 사람들은 그곳에 어그로를 끌렸다.
-하성이랑 양키스 선수단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돈다는데?
-무슨 소리임?
-현지 기사로 나온 건데. 하성이 홈런 쳤을 때 분위기가 차분했대.
-고작 그거 하나로 그런 기사가 나옴?
-하성이 월클이긴 하구나.
-아니, 그런데 당연한 거 아님? 작년에 로드리고 보내버린 게 하성이잖아.
-그건 그렇네.
-1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잊어버리고 있었다.
-양키스 더그아웃에 아직 로드리고 따르는 애들 많을 텐데.
-그런데 하성이 잘못한 건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사회생활이 그렇게 굴러가나.
-ㅅㅂ 애들도 아니고 뭔 이상한 소리임.
-야구만 잘하면 되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란 곳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자신만의 뇌피셜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이야기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 * *
클럽하우스는 선수단의 분위기가 결정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어떤 분위기냐에 따라 현재 선수단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양키스 클럽하우스의 최근 분위기는 냉기가 흘렀다.
‘굴러온 돌 하나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군.’
하성도 그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게 자신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뭐 어떻게 할 생각은 없지만.’
분위기를 다잡는 건 어렵지 않다.
자신이 사과를 하거나 먼저 다가가면 된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잘못하지 않은 일에 먼저 굽히고 갈 이유는 없지.’
그것이 하성의 인생철칙이었다.
이러한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더그아웃에서도 이어졌다.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2차전! 1차전 승리 덕분인지, 레드삭스가 2차전에서도 초반부터 승기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4회까지 벌써 4 대 0의 스코어로 양키스가 끌려가고 있습니다.]레드삭스의 타자들이 양키스의 마운드를 공략하고 있었으나 양키스 타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오늘 경기에서 양키스 타자들이 힘없이 끌려가는 모습입니다.] [간혹 나오는 안타에도 후속타가 나오지 않으면서 공격이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집중력이 평소보다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네요.]양키스 타선의 문제점은 집중력이었다.
주자가 출루하면 후속타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면서 공격의 흐름이 끊어졌다.
[평소 이런 상황에서 해결해 주는 게 정하성 선수였지만, 오늘 경기에서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하성 선수의 잘못이 아니죠.]하성은 오늘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출루를 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했다.
모두 볼넷으로 말이다.
[레드삭스의 배터리는 오늘 정하성 선수와 승부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 두 번 모두 주자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존으로 들어가는 공이 없었습니다.]하성도 눈치채고 있었다.
‘저 녀석들 오늘 경기에서 나와 정면승부 할 생각이 없어.’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하성은 3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거기에 타율은 3할 중반을 유지했고 장타율은 무려 6할에 육박했다.
올 시즌 최고의 타자는 물론이거니와 일각에서는 전성기 배리 본즈와 비교하기도 했다.
전성기 시절의 배리 본즈는 약물로 인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런 배리 본즈와 비교된다는 거 자체가 하성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날 피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하성과 정면승부를 굳이 할 이유가 없었다.
만루 상황도 아니고 말이다.
‘앞으로도 이런 케이스가 자주 나올 수 있다는 건데.’
물론 이런 상황을 타파할 방법은 간단했다.
자신을 거를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그의 앞뒤에 좋은 타자를 배치하면 된다.
그리고 양키스는 그런 타자가 수두룩했다.
‘문제는 이 녀석들의 컨디션이 이상하다는 거지.’
앞에는 크리슨 카노가 있고 뒤로는 데릭 지터가 있다.
거기에 마크 테셰이라와 호르헤 포사다라는 뛰어난 타자들이 타순에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을 거른다고 해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타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드삭스가 이런 전략을 펼치고 있는 건 한 가지 이유였다.
오늘 양키스 타선의 컨디션이 최악이라는 점이었다.
‘쓸데없는 곳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그렇지.’
모든 타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수가 하성을 알게 모르게 견제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경기에만 집중하더라도 승리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상한 곳에 정신을 팔고 있으니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올 리 없었다.
“한심한 새끼들.”
하성은 인상을 쓰며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명문팀이라 해도 사람이 사는 건 변하지 않는단 것이다.
아니, 오히려 오클랜드보다 더한 느낌이었다.
‘먹고살 만하다는 거겠지.’
양키스에 소속되어 있다는 건 고액연봉을 받는단 소리다.
즉, 먹고살 만하다는 소리였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랬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아닌 다른 쪽에도 관심을 돌렸다.
그게 기 싸움의 형태로 벌어지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앞으로 함께해야 할 녀석들이다.
그런데 저런 한심한 모습을 보이니 한숨이 나왔다.
‘거기에 내일은 내 선발등판이란 말이지.’
오늘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내일 경기에서 이렇다 할 도움은 기대할 수 없었다.
“뭐, 상관없지.”
언제는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경기를 해온 게 아니었다.
‘도움 따위는 기대하지 않겠어.’
하성은 마음을 다잡으며 내일 경기를 기다렸다.
* * *
후반기 시작하고 양키스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하성이도 합류했으니 이제 우승 가야지.
-ㅇㅈ.
-정하성 영입하면서 지출한 걸 생각하면 당연히 우승해야지.
-올 시즌은 우승 가즈아-!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인 하성의 영입과 함께 우승을 기대했다.
전력의 상승이 바로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2연패였다.
2연패도 문제였지만, 상대가 레드삭스라는 게 더 큰 문제였다.
-하필이면 레드삭스한테 당하냐
-하-! 빡치네.
-이럴 거면 그냥 하성이 레드삭스에 보내지.
-왜 그 비싼 돈 들여서 영입했는지 모르겠네.
-레드삭스한테 지는 꼴 보려고 경기장 갔던 게 아닌데.
-짜증 나 뒤지겠네.
양키스 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일부에서는 하성을 괜히 영입했다는 말도 나왔다.
1차전에서 팀원들 간의 불화가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단 2경기 만에 불만이 나오는 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란 그런 곳이었다.
익명에 가려져 자기의 불만을 내뱉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제는 이런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자주 글을 남긴다는 것이다.
당연히도 거기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마치 그게 다수의 의견처럼 보이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그리고 3차전은 그러한 현상이 가장 잘 드러났다.
팬들이 불만이 가득한 상황에서 하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2연패에 빠진 팀을 구하기 위해 정하성 선수가 선발투수이자 4번 타자로 경기에 나섭니다!!]양키스에서의 첫 선발투수 등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