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26)
마운드의 빌런-226화(226/285)
마운드의 빌런 226화
하성이 양키 스타디움의 마운드에 올랐다.
‘확실히 양키 스타디움의 마운드에서 던지는 건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레전드를 배출한 팀이다.
팀 내 영구결번도 가장 많은 팀일 정도로 양키스는 그동안 수많은 레전드 플레이어가 다녀갔다.
그러한 팀의 마운드에 서니 평소와 다른 감각이 몸을 지배하려고 했다.
“으흠~ 재밌는걸.”
그렇다고 주눅이 들 하성은 아니었다.
가볍게 몸을 푼 하성은 로진을 손에 묻히며 경기가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내가 여기에서 그 전설들의 기록을 모두 박살 낸다면 여길 찾아온 모두가 놀라겠지.’
하성은 자신에 대한 여론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양키 스타디움의 골수팬들이 어떤 심정으로 자신을 보는지 말이다.
‘여기에서도 날 물어뜯으려 하는 놈들이 보이고 있어.’
경기장의 한가운데에 서 있기에 잘 알 수 있었다.
유독 한쪽 구역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관중 무리가 있다는 걸 말이다.
‘저들이 양키스의 올드팬들 중에서도 악성으로 뽑히는 놈들이란 말이지.’
팬이라고 해서 모두가 좋을 순 없다.
특히 구단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을수록 그들은 무언가 뒤틀리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건 양키스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더욱 뒤틀린 이들이 있을 수 있었다.
‘뭐, 별로 상관없지.’
뒤틀린 팬들의 관심은 회귀 전에도 받아봤었다.
그들의 뒤틀린 관심을 받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불만을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거지.’
하성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 * *
일평생 양키스를 응원한 토미는 거의 매일 양키 스타디움을 찾았다.
자주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자 자연스레 친해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때로는 현장에서 같이 응원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일 때는 큰 힘이 없었지만, 무리를 이루자 어느덧 언론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실어줄 때가 있었다.
나름 힘이 생긴 토미이기에 이번 정하성의 영입에 대해서도 인터넷에 장문의 글을 작성했다.
그렇게 작성한 글은 메이저 언론은 아니지만, 작은 언론사들이 거론했다.
그 글의 대부분은 로드리고를 퇴출시킨 하성에 대한 비판이었다.
“토미, 이번에도 포스팅 잘 봤어. 지금 양키스의 문제점을 너무 잘 짚었던데?”
“고마워. 사실 누가 보더라도 수뇌진이 정하성을 영입한 건 실수야.”
“나도 동감이야.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클럽하우스에 녹아들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
“맞아. 무엇보다 양키스는 곧 카노를 잡아야 하고 거기에 1선발급도 외부에서 잡아 와야 해. 그런데 이번 지출과 미래에 정하성에게 줘야 할 연봉을 생각하면 그 폭이 줄어들었지.”
토미는 다양한 전문가가 이야기했던 정하성의 영입이 잘못된 이유를 마치 자신의 의견인 양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토미의 의견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맞아. 나도 토미의 의견에 동의해.”
“토미의 분석력은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다니까?”
“토미 같은 사람이 양키스의 수뇌진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수뇌진은 너무 멍청이들밖에 없어.”
주위에서 치켜세워 주자 토미의 콧대는 나날이 높아져 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토미의 의견에 동조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생각이 좀 달라.”
“뭐?”
최근 무리에 합류한 스미스였다.
작은 IT 기업을 운영 중인 그는 평소에도 자신의 의견을 내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러한 성격은 오늘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성은 어느 팀에 가더라도 에이스급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야. 거기에 3번 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지. 양키스 수뇌진이 무리하면서까지 그를 영입한 건 좋은 선택이야.”
“실력이야 그렇겠지만, 문제는 그가 팀에 녹아들지 못한다는 거야.”
“이적한 지 이제 이틀째야. 어떤 선수라도 그 짧은 시간에 팀에 녹아들 수 없어. 그는 선수들과 큰 트러블이 있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곧 괜찮아질 거야.”
“선수들과 트러블이 없다고? 녀석이 로드리고를 날려 보낸 건 잊은 거야?”
“그건 로드리고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지른 거잖아. 그걸 다른 선수들이 지적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해.”
정론이었다.
실제로도 일부 전문가가 하성과 양키스 선수단의 트러블을 기존 선수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은 하성에게 화살을 돌렸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게 대중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토미는 그러한 언론의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이 녀석은 사사건건 나에게 태클을 거는군. 감히 나한테 말이야.’
토미는 자신이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실제 이 조직에서는 그러했기에 스미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그러한 기색을 보여서일까?
친한 몇몇 사람이 스미스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이봐. 자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토미는 우리 중 누구보다 양키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야. 그런 토미의 말을 무시하는 건 좀 그렇지.”
“아니, 무시하는 게 아니라…….”
“자네가 무시할 의도가 없었다지만, 지금 행동은 그렇게 보여.”
“맞아!”
“자네는 정하성 팬이야? 아니면 양키스를 응원하는 팬이야?”
“너무 건방져!”
다수가 반발하고 일어서자 스미스는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권력이란 이런 거다. 자식아.’
토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자, 자, 다들 그만하고 정하성의 피칭을 보자고. 어차피 엉망으로 던질 테지만 말이야.”
“토미의 말이 맞겠지.”
“괜히 실력도 없는 놈이 클럽하우스 분위기만 흐트러트리고 있어.”
“오늘 실수라도 하면 야유를 보내주겠어!”
토미가 분위기를 리드하자 주위에 있는 이들이 동조하며 하성을 노려봤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분위기가 흉흉했다.
* * *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같이 호흡을 맞출 포수는 호르헤 포사다 선수입니다.] [최근 마스크를 쓸 일이 적은 호르헤 포사다인데. 이틀 연속 선발 포수로 출전하네요.] [아무래도 러셀 마틴의 올스타전 영향이 크겠죠?] [그럴 거 같습니다. 올스타전은 분명 선수에게 체력적인 부담을 주는 이벤트니까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올스타전 이후로 바로 경기에 출전한 정하성 선수가 놀랍네요.]카메라가 하성을 잡았다.
연습 투구를 하는 그의 모습에선 흔들림이 없었다.
[정하성 선수의 체력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입니다. 투타 겸업을 하는데도 후반기에 지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비록 수비에는 나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투타 겸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체력을 소모한다.
그런데 하성은 이렇다 할 휴식도 없이 경기에 나오고 있었다.
이는 많은 전문가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과연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나서는 선발경기에서 어떤 피칭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하성의 연습 투구가 마무리됐다.
투구를 끝낸 그는 로진을 손에 묻히며 캐처박스에 있는 포사다를 바라봤다.
‘영 불안한데.’
호르헤 포사다는 베테랑 포수다.
전성기에는 분명 대단한 활약을 펼쳤고 양키스 팬들 사이에선 코어 4라고 불리는 전설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전성기는 한참 지났고 포수로서의 능력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양키스가 마틴을 영입한 이유는 포사다가 결정적이었지. 제대로 된 포수의 역할을 하지 못하니 밖에서 영입할 수밖에 없었어.’
호르헤 포사다의 현재 위치는 명백하게 퇴물이었다.
포수로서는 백업포수인 프란시스코에게도 밀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팀 내에 선택의 여지가 없긴 하지.’
프란시스코는 부상으로 이탈했고 다른 포수들도 무리를 한 상황이다.
거기에 마틴은 올스타전으로 인해 휴식이 필요한 상황.
당장 포사다를 제외한 카드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하성은 피처 플레이트를 밟으며 준비를 끝냈다.
‘녀석의 능력이 바닥을 긴다면 내 능력으로 커버한다.’
이제 3년 차인 하성이 할만한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성은 포수의 떨어지는 능력치를 커버할 만한 자신과 실력이 있었다.
‘너는 공을 받기만 해.’
집중력을 끌어올린 하성의 눈에 포사다의 사인이 들어왔다.
‘인 로우.’
몸쪽 낮은 공을 초구부터 요구했다.
‘공격적인 건…….’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다리를 차올리는 킥킹과 함께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하성이 그대로 공을 뿌렸다.
‘마음에 들어!!’
“하앗!!”
쐐애애액-!!
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가운데!’
자코비 엘스버리.
레드삭스의 리드오프이자 현재 레드삭스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였다.
그는 가운데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을 확인하고 그대로 다리를 내디뎠다.
‘실투다!’
그가 보기에는 실투나 다름없는 공이었다.
자신에게 이런 공을 던지다니.
‘넘긴다!’
엘스버리는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배트에 집중시켜 휘둘렀다.
후웅-!!
누가 보더라도 홈런을 노리고 있는 타자의 스윙이었다.
욕심이랄 수 있지만, 엘스버리가 돌린 배트의 궤적은 공의 궤적과 일치했다.
‘위험!’
그걸 가장 먼저 간파한 것은 포사다였다.
‘이건 걸렸다!’
엘스버리의 배트가 공을 낚아챌 거라 판단을 내린 순간이었다.
휘릭!!
‘어?’
공의 궤적이 바뀌었다.
마치 뱀처럼 엘스버리의 몸쪽을 파고들더니 자신이 요구했던 몸쪽 낮은 코스로 공이 들어왔다.
후웅-!!
뻐어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구속 99마일의 빠른 공이 자코비 엘스버리의 몸쪽을 날카롭게 찌릅니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엘스버리지만, 정하성 선수의 패스트볼이 그의 스윙을 힘으로 눌러 버렸습니다!]엘스버리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패스트볼이었는데…….’
분명 공의 궤적을 정확히 잡아먹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공이 궤적에서 도망쳤다.
엘스버리는 애써 진정하며 포사다에게 물었다.
“포심이 아니라 투심이었나?”
“네가 본 대로야.”
“후우-! 너한테 당했군.”
엘스버리는 포사다의 리드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포사다는 대답 대신 미묘한 미소와 함께 하성에게 공을 던졌다.
“나이스 볼!!”
그러면서 엘스버리의 상태를 살폈다.
‘머리가 복잡하지? 내가 타석에 있었더라도 복잡했을 거야. 분명 포심 패스트볼이었는데. 마치 투심처럼 변했으니까.’
엘스버리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이럴 때 이걸 던지면 더욱 멘탈이 나가겠지.’
포사다가 보낸 사인을 확인한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순간에 뭘 던져야 하는지 아는군. 마음에 드는 리드야.’
와인드업에 들어간 하성이 1구와 같은 루틴으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찔러 들어갔다.
‘이번에는 바깥쪽이냐! 하지만 이번에도 패스트볼이라면 실수야!’
엘스버리는 자신감 넘치게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휘릭!!
후웅-!!
공이 뚝 떨어지며 엘스버리의 배트는 다시 한번 허공을 갈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투!!”
[2구 연속 헛스윙! 정하성 선수가 엘스버리를 농락합니다!] [스플리터로 엘스버리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어버린 정하성 선수! 뛰어난 완급조절입니다!!]‘젠장……!’
완벽하게 당한 엘스버리를 보며 하성의 미소가 짙어졌다.
‘마음에 드는데?’
퇴물이라 평가받는 호르헤 포사다.
그와의 호흡이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