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30)
마운드의 빌런-230화(230/285)
마운드의 빌런 230화
베이브 루스.
한마디로 정의하면 야구의 신이다.
데드볼 시절을 지나 라이브볼 시대를 이끌었던 장본인.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미국 최고의 스포츠라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전설이었으며 베이스볼 그 자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런 인물이기에 다양한 일화들이 전해져 내려왔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일화는 바로 예고 홈런이었다.
[1932년 10월 1일. 리글리 필드에서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베이브 루스는 상대 포수 개비 하트넷에게 “홈런을 날리는 데에는 공 하나면 충분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바로 홈런을 때려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화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 않습니까?] [예. 예고 홈런이 아니라는 말도 있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고 있죠. 하지만 당시의 장면이 담긴 필름이 1970년에 발견되면서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한국에서는 특별프로그램이 편성됐다.
오늘 있었던 하성의 예고 홈런 때문이었다.
[오늘 정하성 선수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습니까?] [예. 그 장면은 6회에 등장했습니다. 1사 만루의 찬스에서 정하성 선수가 외야를 가리켰죠. 그리고 직후 홈런을 만들어냈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겠습니다.]오늘 경기 영상이 나왔다.
하성이 배트로 외야를 가리켰고 그 뒤에 홈런을 만들어냈다.
베이브 루스의 영상은 흑백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화질도 좋지 않았고 흐릿하게 보였다.
하지만 하성의 홈런은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예고 홈런이었습니다.] [경기 후, 정하성 선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고 홈런이 맞다”라고 발언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베이브 루스와의 예고 홈런과 하성의 예고 홈런이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었다.
베이브 루스는 자신이 때려낸 홈런을 두고 예고 홈런이라 발언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진짜냐 아니냐를 두고 현재까지도 말이 많았다.
하지만 하성은 자신의 예고 홈런을 인정했다.
[그것과 관련된 인터뷰 내용 함께 보시죠!]경기가 끝난 직후.
양키스의 클럽하우스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자가 몰려들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마이크가 향한 곳에는 하성이 서 있었다.
그를 향해 한 기자가 물었다.
[오늘 6회에 그랜드슬램을 만들기 전에 나온 동작은 무엇이었습니까?] [홈런을 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예고 홈런을 선언했다는 겁니까?] [맞습니다.]그 뒤로도 기자들의 질문은 계속해서 쏟아졌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미 나왔다.
하성은 홈런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걸 만들어냈다.
그것만으로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 * *
뉴욕 양키스에서 베이브 루스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양키스의 상징과도 같았고 어떤 플레이어가 나와도 그를 넘어서질 못했다.
양키스의 역사가 베이브 루스와 함께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 베이브 루스와 동일한 일을 해낸 하성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제 없어졌다.
있다 하더라도 그걸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하성의 예고 홈런에 묻히긴 했지만, 레드삭스와의 후반기 첫 번째 시리즈의 스윕에서 팀을 구해낸 게 바로 하성이었다.
[정하성 선수는 결승 홈런은 물론이거니와 마운드에서 8이닝 무실점 16탈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됐습니다.]승리투수와 결승 타점을 모두 올리는 기염을 토해낸 하성은 단숨에 양키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뉴욕에서의 인지도는 물론이거니와 예고 홈런으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가 단번에 상승한 하성은 그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흐흐, 딱 내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군.”
예고 홈런을 노렸던 건 아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그런 모양새가 됐다.
“여기에서 굳이 내가 그럴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라고 이야기할 이유는 없지.”
유명세는 곧 돈이 된다.
그걸 잘 알고 있는 하성이기에 이번 일을 어떻게든 퍼트릴 생각이었다.
사실 그가 노력할 건 전혀 없었다.
“그건 언론이 해줄 일이지.”
언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하성이었다.
“프랑코나 녀석이 쓸데없는 소릴 할 순 있지만, 그 말을 믿을 언론은 그리 많지 않지.”
프랑코나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건 몇몇 언론에서 다루어 알려졌다.
무엇보다 요즘 영상기술은 매우 뛰어나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까지 포착했다.
평소에는 쓰이지 않는 장면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번에는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녀석의 말보다 지금은 내 예고 홈런이 더 화제를 모을 테니까.”
하성은 미소와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즐겼다.
이번 예고 홈런이 얼마나 파장이 커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나는 메이저리그를 넘어서는 선수가 된 거야.”
누구도 자신을 건들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걸 말이다.
* * *
KBO 기술위원회가 소집됐다.
위원회가 소집된 이유는 내년에 있을 올림픽 국가대표팀의 1차 명단을 뽑기 위해서였다.
“다들 그동안 고생했어. 1차 명단에 들어간 선수들은 이대로 공표하도록 하지.”
“후우-! 정말 구단들과 이걸 조율하느라 힘들었습니다.”
“맞아요. 너무 갑작스럽게 정해진 올림픽이라 구단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선수를 차출하는 건 어디까지나 KBO의 권한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KBO는 요청하는 것이지 선수를 강제로 동원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 KBO는 모기업의 영향력이 강했다.
리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 모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모기업인 대기업들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었고 대표팀 선발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걸 조율해서 1차 명단을 만드는 것만 해도 힘들었다.
“문제는 2차 명단에도 그들이 영향을 끼칠 거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1차 명단을 넣을 때도 너무 많은 미필자를 넣으려고 했던 걸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아파옵니다.”
기술위원들의 우는 소리는 결코 엄살이 아니었다.
이번 올림픽에는 병역면제라는 혜택이 걸려 있다.
WBC가 병역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구단들은 더욱 병역 혜택에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그런 시점에서 등장한 올림픽은 구단들의 입장에선 기회의 대회가 됐다.
그들이 압력을 가해오는 이유도 이해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감독의 인선입니다.”
“음…… 그렇긴 하지.”
1차 명단을 앞둔 시점에서 국대의 감독이 정해지지 않았다.
원래는 원로 야구인 중 한 명이었던 이용수가 대표팀 감독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몸이 쇠약해지면서 결국 대표팀 감독에서 하차했다.
“아직도 자진해서 감독을 맡겠다고 하는 인물은 없나?”
“몇몇 후보가 있긴 하지만…….”
“아쉽게도 대표팀 감독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대표팀 감독을 맡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KBO의 모든 스타 플레이어가 모이는 자리다.
거기에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자리이기에 엄청난 중압감을 받게 되어 있었다.
잘하면 본전이었고 못하면 무조건 손해다.
자칫 잘못하면 지도자 커리어가 끝날 수도 있는 자리.
그래서 대표팀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역에서 뽑는 건 무리겠지?”
“예. 시즌 이후에 열리는 것도 아니고 시즌 도중에 열리는 만큼 야인 중에서 뽑아야 합니다.”
“이용수 선배가 가장 적합했는데. 하필이면 혈압이 높아져서…….”
“이미 지나간 일을 아쉬워해서 어떻게 해? 그보다 후보군을 다시 추려야지.”
“알겠습니다.”
국대 감독을 누가 맡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전까지 기술위원회의 골치가 아플 거란 건 자명한 일이었다.
“마지막 안건입니다.”
“정하성인가?”
한국은 물론 메이저리그.
아니, 최근에는 메이저리그까지 넘어 유럽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하성이다.
인기는 물론이거니와 실력까지.
모든 걸 겸비한 선수이기에 그를 국가대표에 합류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1차 명단에 일단 포함은 시켰습니다만, 문제는 그가 허락할지가 문제입니다.”
국가대표는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다.
거기에 미필자라면 병역 혜택까지 달린 대회의 출전을 간절히 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성은 달랐다.
“이전에 있었던 WBC나 아시안게임에서의 트러블 때문에 이번에도 국가대표를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하아……. 벌써 머리가 아프군. 병역 혜택도 그렇게 큰 메리트도 아니고.”
“그러게 말입니다. 여차하면 미국으로의 이민까지 생각하는 녀석이라…….”
“그런데도 이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다니…….”
한국은 병역에 대해 매우 민감한 나라다.
젊은 남자라면 누구나 다 가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직 전쟁 중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런 국가에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이민을 한다는 건 매우 큰 반감을 얻는 일이다.
실제로 그런 시도를 했던 연예인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논외의 존재였다.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인기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랬다.
“일단 1차 명단에는 포함해서 내보내도록 하지. 1차 명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국가대표팀 1차 명단은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포함된다.
그렇기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는 명단이었다.
하지만 2차 명단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지기에 본인의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협회 내에서 정하성과 친분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의 명단을 만들어.”
“그와 만나시려고요?”
“그래야지. 전화가 아닌 직접 찾아가는 정성이라도 보여야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야.”
“하긴 그렇게 해야겠죠.”
김민규의 실수는 이미 협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일을 봤던 이들이 지금 기술위원회에 있었기에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가장 친했던 이가 김태수 전 기술위원이었는데. 그를 불러들이는 건 어떨까요?”
“김태수 위원? 지금 뭐 하고 있었지?”
“고등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락을 넣어서 불러들이도록 해. 당장 그쪽을 정리 못하더라도 미국에 갈 미팅단에라도 들어가 달라고 부탁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기술위원장인 민성호는 다시 한번 당부했다.
“이번 올림픽은 국내 야구의 인기에 다시 석유를 부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야. 그 키를 쥐고 있는 게 정하성이란 걸 잊지 말고 이번 일에 착수하도록.”
“예!”
모든 기술위원들이 나가고 홀로 남은 민 위원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술위원회가 단 한 명의 눈치를 보게 될 줄이야.”
한국야구계에 몸담고 있은 지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누구도 협회의 힘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협회는 물론이거니와 언론 거기에 국민의 여론까지 무시할 수 있는 선수가 등장했다.
“거기에 이번에는 베이브 루스의 재림이라니.”
베이브 루스의 재림.
이 말은 국내에서 나온 게 아니다.
미국의 메이저 언론인 뉴욕타임스에서 헤드라인으로 사용한 단어였다.
그만큼 하성의 입지는 하늘을 찌르고 올라갔다.
“어떻게든 그를 대표팀에 합류시켜야 해.”
민 위원장이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