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31)
마운드의 빌런-231화(231/285)
마운드의 빌런 231화
양키스 팬들의 여론은 180도 바뀌었다.
“정하성이다!!”
“하성!!”
“오늘도 한 방 날려버려!!”
“너만 믿는다!”
알렉스 로드리고를 퇴출시켜 생겼던 반감은 사라졌다.
모든 팬이 하성을 응원했다.
베이브 루스의 전설과도 같은 장면을 재현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하성 선수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반감을 가졌던 팬들이 모두 사라진 거 같네요.] [그만큼 대단한 임팩트를 남겼던 예고 홈런이었습니다.]예고 홈런의 여파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이미 그 일을 머리에서 지웠다.
‘과거의 일에 젖어 있을 필요는 없지.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으니 집중해야 한다.’
양키스가 자신을 사들인 이유는 간단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스텝으로 지구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레드삭스네.”
보스턴 레드삭스는 현재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들은 압도적인 성적을 달리고 있었기에 그들을 따라잡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하성은 의욕을 불태우며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 * *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지구 우승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중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건 역시 뉴욕 양키스였다.
[정하성 선수의 예고 홈런으로 레드삭스를 잡아냈던 양키스가 기세를 이어갑니다!]볼티모어와의 후반기 첫 맞대결에서 양키스는 초반부터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다.
딱-!!
[지터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좌익수 앞에 떨어집니다!]데릭 지터가 안타를 때리고 하성이 타석으로 들어섰다.
[무사 1, 2루의 찬스를 맞이하는 정하성 선수!] [예고 홈런을 터뜨리고 엄청난 화제를 모았죠.] [미국에서는 여전히 그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그가 타석에 서자 해설진은 당연하게도 예고 홈런과 관련된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만큼 대단한 임팩트를 남겼던 사건이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이기에 정하성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기도 쉽지 않겠죠?] [맞습니다. 이미 주자가 쌓인 상황이고 만약 정하성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낸다면 무사에 만루의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상황은 볼티모어에서도 피하고 싶을 거예요.]정확한 진단이었다.
그리고 볼티모어 오리언스 역시 그러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정하성이 대단한 타자라지만 무사 만루의 위기에 빠지는 것보다는 정면으로 부딪히는 게 낫다.’
볼티모어의 감독은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옳은 선택이었다.
자신의 선수를 믿지 못한다면 위로 올라가는 건 힘들다.
그렇기에 위험한 상대라는 걸 알아도 승부를 걸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나빴다.
퍽!
“볼!”
[떨어지는 커브를 잘 골라내는 정하성 선수! 투볼 원스트라이크가 됩니다!] [오늘도 선구안이 좋은 정하성 선수입니다.]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어낸 하성이 정신을 집중시켰다.
‘보인다.’
그의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이 어두워지면서 투수의 손에 들린 공만이 눈에 들어왔다.
슬라이드 스텝과 함께 회전을 시작한 공이 릴리스 포인트에서 쏘아졌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이었지만, 하성의 눈에는 매우 천천히 날아왔다.
그리고 공의 궤적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확인한 하성은 다리를 내디디고 고작 배트를 돌렸다.
후웅-!!
굉장한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른 배트가 그대로 공을 때렸다.
따악-!!
[때렸습니다!!]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집중력이 풀렸다.
하성은 자신의 등을 때린 배트를 던지며 넘어가는 타구를 눈으로 바라봤다.
[넘어갔습니다!! 전날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는 정하성 선수!!] [엄청난 스윙이 나왔습니다!!]양키스에서의 두 번째 홈런을 터뜨린 하성이 그라운드를 돌았다.
* * *
[뉴욕 양키스의 선택은 옳았다! 정하성 두 경기 연속 홈런 작렬!] [벌써 39홈런을 때려낸 정하성! 40홈런까지 단 1개 남았다!] [그는 과연 60홈런 고지를 넘을 것인가?!]하성의 홈런으로 양키스는 승리를 챙겼다.
언론은 하성을 택한 양키스를 향해 찬사를 보내면서 하성의 기록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투타 겸업을 선언한 첫해.
하성은 말 그대로 엄청난 기록들을 남기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홈런이었다.
[정하성 선수가 후반기에서도 엄청난 홈런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자 친화적 구장 중 하나인 양키 스타디움에 온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정하성 선수의 홈런이 팀이 필요할 때 나와주고 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이 양키스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무리해 가면서 정하성 선수를 영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타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정확도나 파워.
모든 게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클러치 능력이었다.
득점 상황일 때 타점을 올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성의 클러치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후반기 시작해서 양키스가 이기는 경기에선 항상 하성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과연 정하성 선수가 2011시즌이 끝나고 최종적으로 어떤 성적을 남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이번 시즌 하성이 어떤 성적을 남길 것인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 * *
하성의 활약이 이어지자 클럽하우스의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나를 대놓고 견제하는 녀석은 없어졌네.’
알렉스 로드리고와 친했던 선수들도 더 이상 하성에게 견제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하성의 최근 페이스가 대단히 뛰어났다는 소리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는 인물.
바로 양키스의 최고참 중 한 명인 호르헤 포사다의 존재 때문이었다.
“나야 컨디션은 언제나 좋지.”
“그게 좋은 거지. 나처럼 나이 들면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몸이 삐걱거리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하하! 그건 병원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포사다와의 사이는 좋아졌다.
클럽하우스에서도 경력이 가장 많은 사람 중 한 명인 포사다와 친해지니 다른 선수와의 트러블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녀석들이 날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지만.’
지금 당장은 이런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그들과의 반목에 좋은 점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우승경쟁을 해야 하는 현재 시점에서는 단점만이 있을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있어?”
“응? 별거 아니야. 단지 40홈런을 언제 기록할까 생각중이지.”
“뭐? 푸하하! 이거 황당한 녀석이네. 40홈런쯤은 그냥 달성한다는 생각이야?”
“당연하지. 내 목표는 그보다 더 위에 있거든.”
“이야~ 역시 젊어서 그런가. 패기 하나는 엄청나네. 무엇보다 넌 정말 그걸 이룰 수 있는 녀석이라서 더 무서워.”
“당연하잖아.”
하성이 클럽하우스에 짐을 넣으며 말했다.
“위를 보니까 나는 계속할 수 있는 거야.”
하성의 말에 포사다가 눈을 크게 떴다.
‘잊고 있었다.’
어느샌가 자신은 위를 보지 않게 되었다.
‘그냥 나이가 들어서 이렇게 됐다고 생각했어. 더 이상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게 됐어.’
포사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치 꺼져가던 그의 경쟁심에 다시 불을 붙은 것처럼 말이다.
* * *
하성의 40홈런은 이제 당연한 게 되었다.
사람들이 궁금한 건 그 시기가 언제냐는 것이었다.
[정하성 선수의 40홈런이 과연 언제 터질까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정하성 선수가 40홈런을 기록하게 되면 이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 아닙니까?] [맞습니다.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가 4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 최초의 기록이 될 겁니다.] [홈런볼의 가치도 수직 상승하겠군요.]메이저리그는 기념품에 대한 시장이 매우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마크 맥과이어의 70홈런이나 배리 본즈의 73홈런, 그리고 베이브루스의 예고 홈런에 쓰였던 배트 등.
다양한 기념품들의 가격은 수십만 달러를 호가할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
[최근 정하성 선수가 예고 홈런을 때릴 때 나왔던 홈런볼도 미국에서 벌써 1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더군요.] [한 메이저리그 팬이 30만 달러까지 제안했지만, 볼의 소유자는 판매를 거부했다고 알려졌습니다.]하성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선수다.
당연하게도 이런 선수가 기록하는 기념품은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된다.
[아쉽게도 볼티모어 오리언스와의 시리즈에선 더 이상 홈런이 나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현지에서도 그의 홈런볼을 잡기 위해 많은 팬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더군요.] [다음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가 되는군요.] [이번 시즌 마지막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과연 정하성 선수가 40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
양키스는 확실히 돈이 많은 구단이었다.
그걸 느낀 건 전용기에서였다.
‘분명 오클랜드의 전용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건 완전히 시설이 다른 수준이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도 메이저리그 구단이니만큼 전용기를 타고 이동한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전용기는 구매가 아닌 대여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부를 크게 개조하지는 않았다.
크게 개조했다가는 그걸 복원해 주는 비용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키스는 달랐다.
‘이게 전부 양키스 소유란 말이지.’
양키스는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는 선수들의 취향에 맞춰 개조했다.
덕분에 바는 물론이거니와 선수들이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있었다.
거기에 음식은 호텔 조리사들을 고용해 선수가 원하면 언제든지 제공되었다.
‘이게 바로 메이저리그 머니 파워지.’
어슬레틱스와 양키스.
같은 메이저리그 구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들에서 크게 차이가 났다.
‘편하긴 하네.’
개조한 전용기의 내부에서 하성은 편하게 쉬며 이동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머리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시뮬레이션 하고 있었다.
‘첫 경기에서 상대하는 건 린스컴이다.’
팀 린스컴.
자신과는 꽤 악연이 있는 선수였다.
‘작년에 나한테 홈런을 뺏긴 녀석이지.’
린스컴과의 투수전을 끝낸 건 바로 자신이었다.
당시의 홈런이 있었기에 투타 겸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녀석도 자존심이 강한 녀석이니만큼 나와의 승부를 피하진 않을 거야.’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는 건 자신에게 유리했다.
‘최근에 묘하게 나와 승부를 피하는 일이 많아졌단 말이지.’
볼티모어와의 경기에서 분명하게 느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자신을 피하고 있다.
덕분에 첫 번째 경기를 제외하고는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 대단한 메이저리거들이 날 무서워한다는 거지.’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지나가다 그걸 본 포사다가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악당 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거야?”
“응? 별거 아니야. 그냥 40홈런을 때릴 때를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좋아서 말이지.”
“거참…… 특이한 녀석이라니까.”
포사다가 고개를 저으며 지나갔다.
홀로 남은 하성은 벌써부터 린스컴과의 대결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