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32)
마운드의 빌런-232화(232/285)
마운드의 빌런 232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메이저리그의 명문구단 중 하나였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면서 그들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었다.
그러나 2010시즌.
자이언츠는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창단 첫 우승이라는 기쁨을 누렸다.
그 중심에는 에이스 팀 린스컴이 있었다.
작년 시즌 그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한 가지 앙금이 남아 있었다.
‘정하성…….’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정하성에 대한 앙금이었다.
‘작년에 나에게 홈런을 뺏어냈지. 덕분에 나는 한동안 팬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었다.’
타자에게 홈런을 뺏기는 건 일상이다.
하지만 작년 하성은 타자가 아닌 투수로서 자신에게 홈런을 뺏어냈다.
그것도 결승홈런을 말이다.
이 사건은 한동안 메이저리그를 뒤흔들었다.
홈런을 때린 하성이 조명받는 건 당연했다.
반대로 그가 조명받을 때마다 팀 린스컴의 이름도 같이 언급되었다.
승리투수와 결승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수십 년 만에 처음 나온 것이다 보니 자연스레 린스컴은 그 제물이 된 선수로 소개됐다.
그것이 린스컴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복수한다. 복수하고 말겠어.’
그동안 린스컴은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반드시 녀석을 잡아 자신의 떨어진 명예를 돌려놓겠다는 명백한 목표를 가졌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그 기회가 찾아왔다.
리그 자체가 다른 하성과 만날 수 있는 건 1년에 한 번이면 많을 정도다.
만약 올 시즌 그가 양키스로 이적하지 않았다면 린스컴은 하성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놓치지 않겠어.’
린스컴은 복수를 꿈꾸며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 *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 하성이 도착했다.
그의 도착과 함께 엄청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정하성 선수 작년 이후 린스컴 선수와의 첫 맞대결인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늘 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하게 되면 40홈런을 달성하게 되는데. 가능하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자들의 질문을 듣던 하성이 걸음을 멈췄다.
“당연한 질문을 뭐 대단한 거처럼 물어보네요. 40홈런이요? 예, 달성할 겁니다. 그걸 넘어 50홈런, 60홈런까지 달성할 겁니다.”
하성의 당돌한 발언에 기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시즌 50홈런, 60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몇 명이나 될까?
그런데 투타겸업을 하고 있는 하성이 그걸 한다니.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반발하지 못했다.
‘이 녀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지금까지의 페이스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걸 알기에 기자들은 누구도 하성의 말에 반발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다들 제 활약상을 잘 찍어서 기사로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하성은 그 말과 함께 원정팀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러한 하성의 발언은 곧 기사화 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 * *
하성의 발언은 자이언츠 팬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망할새끼!”
“감히 우리 자이언츠를 뭘로 보는 거야!”
“녀석을 삼진으로 돌려보내!”
“아니야! 그냥 데드볼로 야구 못 하도록 만들어버려!”
자이언츠 팬들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열정적인 팬들이었다.
그런 자이언츠 팬들답게 하성의 발언에 하나둘 경기장으로 찾았다.
덕분에 오라클 파크는 일찌감치 매진과 함께 관중들로 가득찼다.
“이거 엄청난 인파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조 지라디 감독은 원정 더그아웃에 서서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중석에서는 벌써부터 양키스를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평소보다 힘든 원정경기가 되겠어.”
원정경기는 항상 힘들다.
일방적인 응원을 들으면서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성의 발언 덕분에 자이언츠 팬들의 반감은 더욱 높아졌다.
아군이라곤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녀석은 긴장을 전혀 하지 않는 거 같네요.”
수석코치 존의 시선이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하성에게로 향했다.
그는 지금 자고 있었다.
이렇게 야유가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말이다.
팔짱을 낀 채 두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대단한 배짱이군.”
“저런 배짱이 있으니까. 메이저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거겠죠.”
“그렇겠지. 오늘 경기에서도 그가 제대로 보여주면 좋겠어.”
양키스는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이었다.
매 경기의 결과에 따라 포스트시즌 진출이 갈린다.
그걸 알고 있기에 하성에게 기대했다.
“배짱 좋게 자는 것도 좋지만, 이제 슬슬 경기에 나갈 시간이야. 깨우도록 해.”
“알겠습니다.”
수석코치가 하성을 깨우기 위해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던 조 지라디의 시선이 마운드로 향했다.
거기에는 한 투수가 서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기에는 다소 왜소한 체격에 장발이 인상적인 녀석이었다.
처음 그가 메이저리그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크게 성공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작 1년도 되지 않아 녀석은 그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천재 팀 린스컴.’
메이저리그에는 수없이 많은 천재들이 있다.
하지만 녀석은 특별했다.
저 왜소한 체격에서 쥐어짜는 100마일의 광속구는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늘 녀석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시리즈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올 시즌 자이언츠의 마운드는 무척이나 막강했다.
단지 타자들이 그 마운드를 따라오지 못해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을 뿐이었다.
문제는 양키스의 타선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니란 점이었다.
만약 하성이 아니었다면 레드삭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그들을 이기지 못했을 거다.
‘첫 타석에서 린스컴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중요하겠군.’
레드삭스전 이후.
볼티모어 오리언스도 하성을 일부러 거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이는 매우 효율적인 전술이었다.
현재 양키스에서는 하성을 조심하면 딱히 조심해야 할 타자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성과 무리하게 승부를 벌이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하지만 오늘 상대는 린스컴이었다.
‘린스컴은 자존심이 강하다. 그런 녀석이 팀의 명령이라고는 하나 하성과의 승부를 피할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한 조 지라디 감독이었다.
* * *
양키스 VS 자이언츠.
두 팀의 경기는 양키스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팀 린스컴, 첫 타자부터 삼진으로 처리하며 산뜻한 스타트를 보여줍니다!] [린스컴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폼과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눌러 버렸습니다.] [오늘 린스컴의 컨디션이 매우 좋아보이네요.]해설진의 말대로 린스컴의 오늘 컨디션은 매우 좋았다.
‘공이 긁히는 느낌이 좋다. 이대로라면 웬만해서는 장타는 허용하지 않겠어.’
이런 느낌으로 공을 던질 때는 웬만해선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
그걸 알고 있는 린스컴은 더욱 자신감 있게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딱!
“파울!!”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뿌린 공이 3루쪽 라인을 벗어나며 파울이 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성은 린스컴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지 공을 뿌리는 데 망설임이 없네.’
투수로서 많은 경험을 쌓았기에 상대 투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저런 상태라면 공격적으로 피칭을 펼치겠지.’
하성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2구는 타자의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워낙 공격적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타자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공의 무브먼트가 마지막까지 나오면서 타자 입장에선 볼이라 판단한 공이 보더라인에 걸치게 됐어.’
이런 공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다면 안타를 때려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존을 더 좁히고 녀석을 상대해야겠는데.’
판단을 내린 하성은 대기타석에서 린스컴의 공에 스윙의 타이밍을 맞춰갔다.
후웅-!!
오늘 경기에서 그는 4번 타자가 아닌 3번 타자로 기용되었다.
최근 워낙 타격페이스가 좋기에 내린 조 지라디 감독의 판단이었다.
‘이게 옳은 선택이지. 아무리 데릭 지터가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지만, 3번 타자의 효율을 생각하면 더 일찍 바꿔도 나쁘지 않았어.’
과거 4번 타자에 팀에서 가장 잘 때리는 선수를 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야구가 발전하면서 점점 3번 타자가 중요하다는 게 알려졌다.
이후 메이저리그를 시작으로 3번 타자에 더 타격감이 좋은 선수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하성을 3번에 배치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딱-!!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중견수가 거의 제자리에서 타구를 잡아냈다.
퍽!
“아웃!”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떨어지는 포크볼로 상대 타자를 잡아내는 린스컴!] [오늘 좋은 투구를 보여주네요.]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린스컴이 순식간에 아웃카운트를 적립했다.
그리고 대기타석에 있던 하성이 타석으로 향했다.
[투아웃에서 타석에는 양키스 이적 이후 처음으로 3번 타자로 출전하는 정하성 선수가 들어섭니다!] [조 지라디 감독이 팀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데릭 지터를 4번으로 내리고 정하성 선수를 처음으로 3번에 기용했습니다.] [그만큼 최근 정하성 선수의 타격이 불을 뿜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후반기 들어 매 경기 출루에 성공하고 무엇보다 팀이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 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하성의 등장에 자이언츠 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우우우우-!!”
“꺼져라!!”
“죽어버려!”
“네가 무슨 40홈런이냐!!”
“린스컴 그냥 몸에 맞춰버려!!”
자이언츠 팬들의 야유 소리는 오라클 파크를 가득 메울 정도였다.
[오라클 파크를 채운 자이언츠 팬들의 야유 소리가 대단합니다.] [그만큼 정하성 선수를 견제하는 거겠죠.] [확실히 그럴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팀 린스컴 선수와는 작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정하성 선수가 결승홈런을 기록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승리투수가 됨과 동시에 결승홈런까지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기록되었죠.]린스컴과 하성의 만남은 과거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덕분에 팬들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린스컴의 굴욕적인 장면을 다시 상기했다.
-사실상 하성에게 투타겸업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준 선수 아니냐?
-ㅋㅋㅋ 맞지.
-오늘도 능욕 제대로 당하는 거 아닐까?
-그러기에는 오늘 린스컴 컨디션이 좋아 보임.
-ㅇㅈ.
-린스컴 올 시즌 성적도 나쁘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
린스컴과 하성의 대결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자, 과연 두 선수의 대결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모여지는 가운데, 경기 재개됩니다!]“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린스컴이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포수와의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자세에 들어갔다.
[사인을 교환한 린스컴 선수, 와인드업!]린스컴이 마운드에서 다리를 차올리자 그의 등번호가 타석에 서 있는 하성에게 보일 정도로 몸이 비틀렸다.
린스컴 특유의 투구폼에 하성이 천천히 타이밍을 맞춰갔다.
“흡-!!”
린스컴이 몸을 회전함과 동시에 공을 뿌렸다.
그 순간.
하성은 볼 수 있었다.
‘위험!’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공을 말이다.
하성은 다급히 자세를 낮췄다.
후웅-!!
공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머리 위를 지나 포수 뒤편의 안전망을 흔들었다.
[아-! 위험한 공이 나왔습니다! 린스컴 선수가 던진 공이 정하성 선수의 머리 위를 지났습니다!!]자세가 무너져 그 자리에 주저앉은 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이 곧장 마운드로 향했다.
“이 새끼가…….”
분노를 감추지 않은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