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34)
마운드의 빌런-234화(234/285)
마운드의 빌런 234화
딱-!!
[지터 4구를 강타!!]지터의 배트가 호쾌하게 돌았다.
제대로 맞은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하성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3루에서 출발해 홈을 파고들었다.
[홈인! 오늘 경기 2득점을 올리는 정하성 선수! 양키스가 추가점을 올리며 점수 차를 벌립니다!]스코어는 어느덧 3 대 0이 되었다.
린스컴의 평균자책점이 2점대라는걸 생각하면 그에게서 충분히 점수를 뺏어냈다.
‘3점 중 나에게 2점을 뺏겼으니 다른 실점보다 더 기분이 상하겠지. 슬슬 멘탈이 나가도 이상할 건 없어.’
린스컴은 자존심이 강하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강한 라이벌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두 번이나 얻어 맞았으니 흔들려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그건 하성의 오판이었다.
“흡-!!”
쐐애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린스컴 초구 93마일의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실점 이후에 바로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지며 볼카운트를 잡아갑니다!]린스컴도 한 팀의 에이스다.
실점을 내주었다고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내 생각보다 더 강한가 보군.’
이곳이 메이저리그라는 걸 잠깐 잊고 있었다.
‘이래야 나도 재밌지.’
하성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 타석을 기다렸다.
현재까지 그의 성적은 2타석 2안타.
그중에서 안타와 3루타를 기록한 상태였다.
* * *
하성의 득점 이후 린스컴의 호투는 계속됐다.
양키스의 마운드에 오른 사바시아 역시 린스컴과의 에이스 대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딱-!!
[빗맞은 타구! 좌익수가 제자리에서 잡아냅니다!]퍽!
“아웃!”
[4회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하는 사바시아! 역시 양키스의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사바시아와 린스컴의 투수전.
비록 양키스가 앞서고 있었지만, 3점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점수였다.
“결국 추가점이 중요하겠네.”
“그렇지.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이닝이 중요하겠어.”
옆에 앉아 있던 포사다가 대답했다.
“맞아. 린스컴의 투구 수가 70개를 넘었으니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지금까지의 통계를 보더라도 그는 투구 수가 늘어날수록 위기를 자초하는 경향이 많았고.”
“음…… 분명히 그렇지.”
포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야기해 주려고 했던 부분인데, 이미 인지하고 있다니. 이 녀석은 실력만이 아니라 그 외의 것들도 갖추고 있군.’
메이저리그 전력분석팀에선 경기 전에 분석 자료를 건넨다.
하지만 그 자료를 읽고 말고는 선수의 자유다.
물론 브리핑을 하지만, 선수들의 많은 숫자가 자신들의 감각을 믿는 편이다.
브리핑을 듣더라도 한 귀로 흘리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하성은 달랐다.
그는 브리핑에 집중하고 그 뒤에 스스로 자료를 다시 검토했다.
특히 타자도 겸하면서는 스스로 분석하는 데 시간을 더 투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투타 겸업에 실패하면 날 물어뜯기 위해서 기다리는 놈들이 많지. 걔네들한테 괜한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다.’
하성이 걷고 있는 투타 겸업의 길.
누군가가 가라고 해서 걷는 게 아니었다.
타인들은 오히려 한 가지에만 전념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의 조언 아닌 조언을 무시한 채 홀로 걷고 있는 길이었다.
실패한다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하성은 그런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성공한다.’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자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하성은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며 현재의 자리에 있는 것이었다.
* * *
5회.
하성과 포사다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뻐어억-!
“볼! 베이스 온 볼!!”
제구가 흔들리며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으로 선두주자를 출루시키는 팀 린스컴!] [지금까지 좋은 투구를 보여왔지만, 이번에는 타자의 선구안이 매우 좋았습니다.] [끈질긴 승부 끝에 출루에 성공한 만큼 팀 린스컴에게 정신적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하성은 선두주자의 출루를 보며 감탄했다.
‘확실히 양키스는 양키스야. 하위타선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다.’
타자가 해야 할 역할은 상황마다 다르다.
때로는 출루에 중점을 두면서 최대한 많은 공을 봐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지금이 딱 그랬다.
린스컴의 투구 수는 늘어나는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그의 멘탈을 흔들어둬야 했다.
여기에서는 무리한 타격보다는 출루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9번 타자 맥길은 그걸 완벽하게 해냈다.
‘이걸로 기회가 찾아온다.’
야구란 흐름의 싸움이다.
맥길이 흐름을 만들었으니 이걸 이어서 기회를 잡으면 된다.
하지만 린스컴은 그리 호락호락한 투수가 아니었다.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는 양키스의 리드오프 브렛 가드너가 들어섭니다.] [타율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선구안이 매우 좋은 선수죠.]카메라가 브렛 가드너를 비추다 대기 타석으로 화면을 전환했다.
[대기 타석에는 2번 타자 로빈슨 카노 선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몸을 풀고 있는 3번 타자 정하성 선수까지! 양키스의 공포의 타선이 린스컴 선수의 앞을 가로막네요.]공포의 타선.
그 말만큼 11시즌 후반기 양키스의 1-3번 타순을 표현하기 좋은 단어도 없었다.
[원래 로빈슨 카노 선수가 부동의 3번을 맡았지만, 정하성 선수가 합류하면서 3번을 맡게 되었습니다.본래 3번 타순이던 카노 선수는 2번으로 가드너 선수가 1번으로 내려가면서 완벽한 1-3번 라인이 만들어졌죠.] [거기에 4번에는 데릭 지터, 5번에는 마크 테셰이라를 넣으면서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한 타자들이 즐비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동안 비어 있던 퍼즐이 정하성 선수가 합류하면서 딱 맞게 된 느낌입니다.]
하성의 합류는 단순히 잘 때리는 타자가 들어온 게 아니라 팀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 시너지는 다른 팀에게는 공포나 다름없었다.
[린스컴 선수의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브렛 가드너를 잡지 못하면 이후에는 카노와 하성을 연달아 상대해야 되는 상황.
이런 상황만을 꼭 피해야 했기에 린스컴은 가드너와의 승부에 전력을 다했다.
“흡-!!”
[초구 던졌습니다!!]그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 뱀처럼 휘어 가드너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몸쪽을 날카롭게 찌르는 스트라이크! 초구 96마일이 찍히면서 린스컴 투수 괴력을 발휘합니다!]90마일 초반을 던지던 린스컴이 전력투구를 하면서 중후반의 구속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드너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다.
‘왜 내 차례에서 갑자기 구속이 오르는데!’
가장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는 소리를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출루해야 한다.’
가드너는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흐름이 끊기지 않게 이어주는 역할.
그것에 충실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타자와 투수. 두 사람의 집중력이 올라갔다.’
더그아웃에서 두 선수를 바라보면서 하성은 알 수 있었다.
둘의 집중력이 높아진 것을.
‘거의 내 영역까지 들어왔는데.’
영역이란 건 하성의 표현이었다.
고도의 집중력 상태를 그는 영역으로 이야기했다.
그곳에 들어가면 주위의 풍경은 어두워지고 오직 노리는 것만 바라보게 된다.
그 상태를 쉽게 유지할 수 있는 하성이기에 두 사람의 변화를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린스컴의 집중력이 더 높다.’
하성의 예측은 곧 현실이 되었다.
후웅-!!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투!!”
[헛스윙입니다! 가드너가 노리고 배트를 돌렸지만, 린스컴은 이를 알고 있다는 듯 포크볼로 가드너의 타이밍을 뺏었습니다!] [완벽한 커맨드와 볼 배합이었습니다. 타자가 패스트볼을 노리는 걸 알고 정중앙으로 오는 패스트볼 높이에서 공을 떨어뜨려 헛스윙을 유도했어요!] [순식간에 투스트라이크를 만드는 린스컴! 비록 위기를 자초했지만, 단숨에 후속 타자를 몰아붙입니다!]자이언츠 입장에서는 희소식이었다.
반면 양키스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가드너가 조금씩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무리해서 칠 이유가 없는데.’
하성의 눈에는 둘의 상황이 모두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드너에게 조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카노는 달랐다.
“헤이, 카노.”
하성의 부름에 대기 타석에서 배트를 손질하고 있던 카노가 고개를 돌렸다.
“왜?”
“린스컴의 집중력이 올라갔어. 실투가 나올 거라는 기대보다는 베스트 컨디션인 걸 감안하고 상대하는 게 좋을 거야.”
조언을 들은 카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3년 차밖에 안 된 네가 나한테 조언을 하는 거야?”
“그게 뭐?”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알고 있다면 다행이군. 그럼 네가 출루하고 나한테까지 기회가 오겠어.”
“웃기지 마. 너한테는 기회라는 게 없을 거야.”
“무슨 소리야?”
“내가 해결할 거다.”
카노가 배트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하지만 하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오히려 좋다는 듯 말했다.
“네가 해결하면 나야 땡큐지. 내가 고생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야.”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하는 하성의 태도에 카노는 오히려 승부욕이 달아올랐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카노는 더욱 진중한 얼굴로 린스컴의 투구를 바라봤다.
‘이 녀석도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영역이란 건 사실 크게 어렵지 않다.
메이저리거라면 충분히 모두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고도의 집중력이란 건 결국 얼마나 그 상황에 집중하고 있는지에 따라 갈리는 부분이니 말이다.
‘문제는 선수 본인이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지 아닌지에 걸려 있다.’
만약 선수가 지금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면 영역에 발을 들이밀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타석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카노는 오늘 경기에 크게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는 집중할 것이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그건 선제조건이 완수되어야 하는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딱-!!
“와아아아아!!”
경쾌한 소리에 이어 작은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하성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고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가 보였다.
‘때려냈군.’
가드너의 안타가 나왔다.
그걸 본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퍽!!
“볼! 쓰리볼!!”
[볼입니다! 무사 주자 1, 2루의 찬스에서 로빈슨 카노가 풀카운트를 만들어냅니다!] [카노 선수가 승부를 길게 끌어가면서 린스컴의 투구 수가 어느덧 90개에 달했습니다.] [오늘따라 카노 선수의 집중력이 매우 좋습니다.] [팀이 달아날 좋은 기회를 잡은 상황입니다. 집중하는 게 당연하죠!]무사 1, 2루.
거기에 풀카운트.
린스컴은 점점 지쳐갔다.
‘내 컨디션은 완벽했는데…….’
가드너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면서 그의 집중력이 무너졌다.
하지만 그는 집중력이 끊어지지 않은 채 카노를 상대했다.
문제는 카노의 집중력도 무섭다는 점이었다.
‘난 에이스다……!’
그러나 린스컴은 에이스였다.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그걸 소화하기 위해 마지막 공을 뿌렸다.
하지만 그의 몸이 더 이상 따라주지 않았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포볼입니다!! 결국 볼넷으로 카노를 내보내는 팀 린스컴!!]전력을 다한 공의 컨트롤이 실패하면서 높게 들어갔다.
카노는 그걸 치지 않고 기다리며 걸어서 1루로 출루했다.
최악의 상황이 자이언츠에게 찾아왔다.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언터처블 정하성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