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37)
마운드의 빌런-237화(237/285)
마운드의 빌런 237화
경기는 양키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오늘 경기의 MVP는 당연하게도 하성에게 돌아갔다.
사이클링 히트를 차지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하성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오늘은 훈훈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정하성 선수, 마지막 타석에서 1루 베이스에서 멈춘 이유가 있습니까?”
“충분히 2루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았나요?”
“기록을 위해 일부러 1루 베이스에서 멈춘 거 아닙니까?”
마치 청문회와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 그게 사실이었다.
기자들과 하성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과거부터 하성은 기자들과 대립각을 세웠다.
정확히는 그동안 당연했던 기자들의 권리 아닌 권리에 대항했었다.
당연하게도 기자들은 그런 하성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다.
물론 그걸 드러내지는 못했다.
하성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이미 인터넷에선 하성의 행동에 대해 반감이 일어나고 있어.’
‘한국은 모르겠지만, 미국에선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녀석에게 관대하지 않지.’
‘네 녀석은 제대로 걸렸어!’
하성이 1루에서 멈춘 것에 대해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미국에선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가 대충하는 것에 옹호하지 않는다.
그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말이다.
심지어 투수가 1루 베이스로 전력질주 하지 않으면 야유를 보내는 게 메이저리그 팬들이었다.
그런데 충분히 2루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서 1루에 멈춘다?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자들은 그걸 제대로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다.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넘어가지 않겠어.’
‘반드시 이번 일을 공론화시키겠어!’
그들은 오랜만에 발견한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눈을 빛냈다.
하지만 하성은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물이었다.
“예, 맞습니다.”
그는 순순히 인정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기록을 위해 1루 베이스에서 멈췄다는 소립니까?”
“맞습니다. 사이클링 히트를 위해 1루 베이스에서 멈췄습니다.”
너무 당당해서 당황했다.
어떻게 저리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당황스러울 정도로 당당한 대답에 기자들은 질문을 하는 걸 잊었다.
그런 기자들을 향해 하성이 물었다.
“더 물어보실 거 없습니까?”
그 질문에 정신을 차린 기자가 물었다.
“방금 그 대답이 사실이라면 개인의 기록을 위해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소린데. 사실입니까?”
“제 기록을 우선시하긴 했지만, 플레이에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기에 히트 포 더 사이클도 달성할 수 있었겠죠.”
“궤변입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명언도 모르지는 않겠죠?”
“요기 베라의 훌륭한 명언이죠.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죠. 9회 제 마지막 타석에 이미 9점 차의 리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 점수 차가 뒤집힐 가능성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작은 확률이라도 뒤집힐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예. 분명 가능성은 있겠죠. 만 번에 한 번쯤 뒤집힐 겁니다. 그럼 제 기록은 과연 얼마 만에 나올까요?”
하성의 질문에 기자의 말문이 막혔다.
“메이저리그 120년 역사상 누구도 밟지 못했던 땅입니다. 그곳에 제가 발을 가장 먼저 디딜 기회가 왔습니다. 저는 그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는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이리 쉽게 인정하는 당당함이라니?
기자들의 머릿속에는 없던 대답이었다.
‘차라리 변명을 하는 걸 바랐는데.’
‘이런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어.’
‘도대체 저런 당당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에 기자들의 표정이 가관으로 변했다.
* * *
하성은 논란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하지만 언론은 그를 두드리는 데 바빴다.
[개인의 기록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플레이어!] [전력으로 플레이하지 않은 그가 과연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인가?] [그의 이번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대부분 언론에서 그를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이미 기울어진 승부였다! 하성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첫 번째 기록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 과연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하성을 옹호하는 기사들도 다수 쏟아졌다.
모든 기자가 하성을 비난하기 위해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가 된 그를 옹호하는 기자들도 많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론 역시 이러한 언론과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전력으로 플레이하지 않은 하성이 잘못한 거 아님?
-그렇긴 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경기였잖아?
-아무리 그래도 1루에서 멈춘 건 너무했음.
-그건 본인도 잘못했다고 인정했으니 용서해 줘야지.
-120년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인데. 그걸 놓치고 싶은 선수가 어딨겠어?
-그렇다고 플레이를 전력으로 하지 않은 걸 용서하자고?
-플레이에 전력이지 않았으면 히트 포 더 사이클도 달성하지 못했겠지.
여론도 나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만큼 이번 하성의 플레이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다음 날 경기에서 사라졌다.
촤아아아앗-!!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정하성 선수! 아슬아슬한 슬라이딩으로 2루에 들어가면서 2루타를 완성시킵니다!] [아~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지만, 전력으로 달린 덕분에 세이프가 되었습니다!]하성은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그 증거로 4회가 지나가고 있는 현재, 그의 유니폼은 이미 흙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그런 모습에 팬들의 마음속에는 태업이란 두 글자가 사라졌다.
* * *
양키스에 합류한 하성의 활약은 어메이징 그 자체였다.
[7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양키스에게 승리를 안겨준 정하성!]선발 로테이션이 약하다고 평가받던 양키스에게 철벽과도 같은 에이스가 되어주었고.
[3경기 연속홈런으로 양키스의 4연승을 이끈 정하성!]중심타선에서는 거포로 변신해 양키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확실한 역할을 해주면서 그를 영입한 양키스의 순위도 빠르게 올라갔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까지 오른 양키스! 1위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단 3경기 차이!] [정하성의 합류 이후 어메이징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양키스! 과연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하성 본인의 활약.
거기에 팀의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하성의 주가는 나날이 높아가고 있었다.
[역대급 유니폼 판매순위를 기록 중인 정하성!] [일각에서는 정하성의 이번 년도 유니폼 판매 수익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라고 예측!] [비고르, 정하성과 함께 계획 중인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 포스트시즌에 맞춰 출시 예정이라고 밝혀!]하성을 잡은 비고르 역시 이런 순간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정하성과 관련된 상품의 판매량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회사의 주가가 13퍼센트 올랐습니다.”
“주주들은 당장 그와 재계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비고르는 이미 전 세계적인 기업이었다.
스포츠용품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런 기업의 주가가 기사 하나에 13퍼센트나 오를 정도라는 건 하성이 가진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당연히 그와의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그와의 영구계약을 체결하는 건 어떤가?”
“영구계약 말입니까?”
“그래. 메시도 그렇고 호날두 등. 다양한 선수들이 종신 계약을 맺지 않았나?”
종신 계약은 위험성이 다분한 계약방식이다.
스포츠 선수의 가치는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
부상의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신 계약을 맺는 몇몇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업계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선수들.
과거 마이클 조던이 있었고 현재는 메시나 호날두 등이 있었다.
비고르는 하성을 그런 선수들과 동급으로 보고 있었다.
“빨리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성을 놓쳐서는 안 돼. 그를 놓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업계 최고를 논할 수 없게 될 거야.”
비고르는 현재 스포츠용품의 최정상에 있었다.
하지만 라이벌이 없는 건 아니었다.
몇몇 회사들이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하성이 필요했다.
* * *
7월부터 양키스에 합류한 하성은 8월에도 그 엄청난 페이스를 이어나갔다.
[시즌 19승을 달성한 정하성!] [동부지구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언터처블 정하성의 피칭은 퍼펙트 그 자체!] [두 번째 시즌 역시 300탈삼진 달성에 성공한 정하성!] [2011시즌 그의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8월에 접어들면서 일찌감치 19승과 300탈삼진을 달성한 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당연히 사이영상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3년 연속 사이영상 제패에 청신호가 켜진 정하성!] [누구도 그와 견줄 수 없다!] [독보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는 정하성!]본래 이 시기가 되면 누가 사이영상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불타오른다.
하지만 올 시즌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논의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하성의 성적이 너무나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도 사이영상을 받게 될 것이 확실시한 하성.
그리고 또 하나의 상도 또 있었다.
[40홈런 고지까지 앞으로 단 2개의 홈런을 남겨둔 정하성!] [올 시즌 타자 판 사이영상인 행크 에런 상까지 노릴 수 있는 정하성!] [타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정하성의 한계는 어디인가?] [투수와 타격에서 모두 완벽한 진정한 퍼펙트 플레이어 정하성!]마운드에서만이 아니라 타석에서도 하성의 활약은 빛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사이영상과 행크 에런 상을 수상하는 선수가 될 거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예상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하성, 39홈런 달성!]시즌 39번째 홈런을 때려내며 올 시즌 최고의 타자라는 걸 다시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하성의 앞에 지구 1위 팀이 다가왔다.
[양키스, 운명의 라이벌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4연전을 펼친다!]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서 양키스는 팀의 에이스인 정하성을 출전시키기로 결정!] [정하성은 레드삭스를 상대로 시즌 20승과 40홈런에 도전할 예정!] [이번 시리즈를 스윕한다면 양키스는 시즌 첫 번째 지구 1위에 오를 수 있다!]이번 레드삭스와의 4연전은 많은 것이 달려 있었다.
하성 개인에게는 시즌 20승과 4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팀인 양키스에게는 지구 1위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무엇보다 두 팀의 라이벌리를 생각한다면 절대 질 수 없는 시리즈가 될 것이었다.
이러한 소식이 전달되자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레드삭스에게 원래 질 수 없지만, 이번 시리즈는 더더욱 질 수 없지!
-이번 시리즈에 에러 내는 놈들은 아주 아작을 내줄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양키스의 힘을 보여주자고!
양키스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야구팬들 역시 이번 시리즈를 기대하며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