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38)
마운드의 빌런-238화(238/285)
마운드의 빌런 238화
레드삭스와의 4연전.
그 첫 번째 경기는 투수전 양상을 이어나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9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는 레드삭스의 선발투수 존 레스터!] [후반기 들어 부진했던 레스터가 오늘 경기에서 각성한 듯 좋은 피칭을 보여줍니다.] [오늘 경기에서 그에게 제대로 된 안타를 뺏어낸 건 정하성 선수 단 한 명입니다.] [그 정도로 좋은 피칭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존 레스터의 피칭은 빛나고 있었다.
마치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확실히 공이 살아서 들어온다. 덕분에 제대로 정타를 만들지 못하고 있어.’
안타를 두 개나 만들어낸 하성이 생각할 감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그가 오늘 장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건 어디까지나 레스터의 피칭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에서 레스터의 피칭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레드삭스가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가겠어.’
하성의 예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레드삭스의 타격쇼가 시작되었다.
* * *
[레드삭스가 라이벌 양키스를 누르고 4연전 첫 번째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레드삭스 선발 존 레스터, 7이닝 1실점 3피안타로 호투!] [기선제압에 성공한 레드삭스! 2위인 양키스와 경기 차를 벌리다!] [양키스의 정하성,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분발했으나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하성의 예상대로 양키스는 레드삭스에게 패배했다.
스코어는 4 대 1.
레드삭스의 레스터에게 1점을 빼앗은 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패배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양키스의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났다.
-레드삭스에게 이렇게 패배한다고?
-제대로 공격하는 건 하성밖에 없네.
-양키 이 자식들은 고작 레스터도 공략 못하고 무슨 일이야?
-이래가지고 무슨 지구 우승이냐!
양키스 팬들은 벌써부터 들고일어났다.
단 한 경기였지만, 레드삭스에게 졌다는 게 문제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었기에 그들에게 진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내일은 하성이 선발이잖아.
-그건 그렇지.
-하성이라면 이길 수 있겠지?
-그 녀석이라면 믿고 볼 수 있지.
-가즈아-!
누군가 올린 글 하나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팀 최고의 에이스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 하성의 등판은 팬들의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전문가들 역시 대부분 하성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2차전은 양키스의 승리로 돌아갈 것!] [하성이 압도적인 피칭으로 레드삭스를 돌려세울 게 분명하다.] [메이저리그 도박사들, 벌써부터 하성에게 몰리는 중!]각종 언론에서 하성의 승리를 점치며 그의 등판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 * *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2차전.
이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 중에는 KBO의 김태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경기장을 찾는 엄청난 관중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언제 봐도 미국의 관중은 엄청난 숫자야.”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700만 관중을 앞두고 있지만, 미국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이들을 따라가려면 국제전에서의 성적이 중요해.”
최근 한국은 국제전에서의 위용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WBC와 아시안게임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문제는 국민들의 높아진 눈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업적을 이룬 이후 국민의 눈높이는 우승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국민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 야구가 포함된 것은 행운이야.”
“맞습니다. 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 건 기정사실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전력만으로는 부족하지.”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참가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올림픽 위원회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손을 잡았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아.”
야구는 최근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 계기는 바로 하성이었다.
종목의 인기를 넘어서는 선수의 등장은 야구에 관심이 없던 이들조차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유럽에서의 인기가 급속도로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더군요.”
“설마 유럽에서 야구의 인기가 높아질 줄이야.”
유럽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여러 차례 공략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장이다.
하지만 크리켓과 축구의 인기가 높은 시장이기에 야구가 파고들 틈은 없었다.
그러나 정하성의 등장과 함께 유럽 시장에서도 야구의 인기가 높아져 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야구의 세계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보고 있었다.
“이번 올림픽 야구는 역대 최고의 규모로 개최될 게 분명해. 이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다면 그 파급력은 정말 대단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성을 합류시켜야겠죠.”
부하직원의 말에 김태원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말이지.”
* * *
레드삭스와 양키스와의 1차전은 레드삭스의 완승으로 돌아갔다.
당연하게도 양키스의 팬들은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젠장! 빨간 양말이나 신는 녀석들에게 지다니.”
“우리 타선이 너무 개판인 거 아니야?”
“우리 쪽 애들이 잘못 친 것도 있지만, 레드삭스가 잘 던지기도 했어.”
“뭐야? 너 레드삭스가 잘했다고 말하는 거야?”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뿐이지.”
“개소리! 레드삭스 그 녀석들은 야구의 야 자도 모르는 놈들이라고!”
팬들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워낙 팀을 사랑하기에 나올 수 있는 대립이었다.
그런 팬들의 마음을 알기에 선수들도 부담을 느꼈다.
“후우…… 오늘도 진다면 팬들이 난리를 치겠군.”
“어쩔 수 없지. 우리와 레드삭스의 관계는 그런 사이니까.”
라이벌리는 선수들이 원해서 생긴 게 아니다.
역사가 흐르면서 자연스레 생긴 관계이기에 지금은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걸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팀이 자신이라 생각하기에 라이벌리를 즐겼다.
“그래도 오늘은 하성이가 선발이잖아.”
“맞아. 녀석이라면 레드삭스 놈들을 그냥 작살낼 수 있겠지.”
“맞는 말이야. 밉상이긴 하지만, 실력 하나는 끝내주는 녀석이니까.”
양키스 선수단들 중 여전히 하성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동안 자신의 실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입증해 왔기 때문이다.
“오늘은 레드삭스 녀석들이 피를 보는 날이겠지.”
양키스 선수단은 하성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반감이 있든 없든 말이다.
* * *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2차전에는 전 세계 야구팬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언터처블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1차전의 패배로 인해 레드삭스와 격차가 다시 벌어진 양키스이기에 오늘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지구 1위를 노리고 있는 양키스 입장에서 1차전의 패배는 뼈아팠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2차전을 잡아 승점을 다시 좁힐 필요가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선발투수와 3번 타자로 나서는 정하성 선수, 과연 팀의 기대대로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팀과 팬들이 하성에게 원하는 건 간단했다.
평소대로 하는 것.
그것이 모든 이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평소에도 넘사벽의 실력을 보여주었기에 그대로만 보여준다면 레드삭스를 가볍게 이길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태원 역시 그런 하성의 모습을 기대했다.
‘기사가 아닌 현지에서 느껴지는 하성에 대한 열기는 더 뜨겁다.’
하성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건 매일 같이 기사로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느끼는 인기는 그 기사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었다.
‘마치 일본에서 한국의 아이돌들이 인기를 끄는 것과 같은 현상이군.’
일본에서 한국 아이돌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하성의 인기는 마치 그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높다 말할 수 있었다.
‘과거 코리안 특급이나 노모 히데오의 인기를 확실히 넘어섰어.’
사무국이 어째서 하성에게 그리 신경 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과연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가지고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경기장이 들썩였다.
엄청난 함성에 깜짝 놀란 김태원의 눈에 마운드로 걸어 나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정하성이다. 예전에 봤을 때보다 몸이 더 커지고 키가 큰 느낌인데……?’
김태원이 하성을 마지막으로 만난 건 2년 전이었다.
당시에도 놀라울 정도로 벌크업을 해서 나타났던 하성이었다.
그런데 2년 만에 만난 하성은 그보다 더욱 완성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
투수는 민감하다.
신체의 밸런스가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피칭에 영향이 바로 갈 정도였다.
그렇기에 벌크업에는 무척이나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벌크업을 하지 않으면 메이저리그의 혹독한 스케줄을 이겨낼 수 없다.
거기에 서양인과 동양인의 피지컬 차이는 웬만한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그걸 극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피지컬이 필요하다.
하성은 그걸 가지고 있었고 노력을 통해 극대화시켰다.
그 결과 피지컬로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의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저런 몸이기에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견디고 그런 엄청난 성적을 남길 수 있는 것이겠지.’
TV를 통해 볼 수 있는 건 일부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본 하성은 과거보다 더욱 대단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녀석이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이번 올림픽 금메달도 무리가 아니야.’
올림픽에 야구가 포함된 건 천운이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미국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대대적으로 포함시킬 계획이다.
일본 역시 해외파를 포함해 최고의 조합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른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도미니카를 포함해 다수의 국가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나올 예정이야.’
과거와 달리 메이저리거들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허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꿈꾸는 그들은 과거의 발언을 뒤엎고 이번에는 올림픽에 선수들이 차출되는 걸 허가했다.
‘아마 역대 국제전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대회가 될 거야.’
다수의 메이저리거가 참가하기에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한 난이도가 높아진 건 당연했다.
‘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KBO에서 하성을 필요로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하성과 과거 교류가 있었던 김태원을 직접 현지까지 보냈다.
문제는 그들의 예상과 달리 김태원은 하성과 그렇게 친분이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성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를 존중해야 해.’
과거 다른 이들은 하성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김태원은 그런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 없었기에 현지에 도착한 뒤에도 하성에게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해뒀으니 곧 답장이 오겠지. 중요한 건 그때까지 하성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거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인 그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하성이 현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말이다.
“플레이볼!!”
그때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와인드업과 함께 초구를 뿌렸다.
“흡-!!”
기합 소리가 관중들의 함성을 뚫고 들려왔다.
쐐애애애액-!!
뒤이어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순식간에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공이 미트에 꽂히는 순간.
김태원은 온 몸에 전율이 돋았다.
‘언터처블…….’
그 별명이 붙은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