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39)
마운드의 빌런-239화(239/285)
마운드의 빌런 239화
경기를 보고 난 후.
김태원은 한동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후우…….”
객실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놀라움이 가득했다.
“중계도 보고 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하성에 대한 대단함은 익히 알고 있었다.
매일 같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그에 대한 기록도 찾아보면서 유례없는 천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정하성은 더욱 대단했다.
“공 하나하나가 모두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본 공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들이었어.”
특급에이스의 공은 하나하나가 다른 투수와 다른 부분이 있었다.
볼끝이 살아 들어간다.
제구력이 좋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타자를 압도하는 무언가가 에이스들에겐 있었다.
하성은 그런 부분이 극대화되어 있는 선수였다.
“이런 선수가 같은 팀에서 뛴다면 대표팀의 시너지는 끝없이 오를 수 있어.”
에이스의 역할은 단순히 공을 잘 던지는 것이 아니다.
같은 팀원에게 안정감을 주는 게 에이스의 역할이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하성은 에이스로서 적임자였다.
“어떻게든 녀석을 대표팀에 합류시켜야 해.”
목표는 확실했다.
문제는 그와의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이었다.
“언제쯤 연락이 올까…….”
협회의 일을 보기 시작하면서 김태원은 언제나 갑의 위치에 있었다.
어디와 협상을 하더라도 KBO란 간판을 달고 있으면 상대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가지고 갑질을 하진 않았지만, 일을 편하게 했던 건 분명했다.
그렇기에 지금 하성과의 협상이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지잉-!
그의 스마트폰이 울리면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번호를 확인한 김태원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 이사벨이에요. 정하성 선수가 내일 뵙자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하성의 에이전트 이사벨의 전화였다.
* * *
다음 날.
김태원은 하성과 마주하고 있었다.
직접 대면한 그의 모습은 확실히 과거보다 더욱 성장해 있었다.
“만남 요청에 흔쾌히 수락해 줘서 고맙네.”
“부담스럽게 오셔서 기다리는데. 수락해야죠. 그것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음, 그럴까?”
“이곳까지 오신 이유야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팀 합류를 권유하기 위해서겠죠.”
“맞네. 자네도 알겠지만, 이번 올림픽에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다시 채택됐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올림픽 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메이저리거들의 출전을 허가했네.”
김태원이 구구절절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하성은 이내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네요.”
“크흠…….”
“중요한 건 제 대답이겠죠. 답변부터 드리자면, 저도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정말인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아니, 승낙하더라도 이리 쉽게 승낙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김태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예.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더 이상 국가대표 합류를 미룰 이유가 없어서였습니다.”
“이미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는 거군.”
“예. 원래 국대 합류는 일찌감치 할 생각이었습니다. 단지, 저를 도발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그 시기가 미뤄졌을 뿐이죠.”
하성은 국가대표에 반감 같은 건 없었다.
원래라면 프로 데뷔 첫해부터 국가대표에 합류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주변 상황이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자신을 합류시키기 위해 뉴욕까지 날아온 김태원은 모든 예의를 갖춰 기다렸다.
그런 김태원을 상대로 괜한 힘겨루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내년 올림픽 국가대표에 합류하겠습니다. 그게 제 입장이고 바로 발표하셔도 됩니다.”
시원스러운 답변에 당황한 김태원은 한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어쨌든 이걸로 하성의 국가대표 합류가 결정됐다.
* * *
[언터처블 정하성! 국가대표에 합류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에 합류하는 정하성!]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게 되는 런던 올림픽!]KBO는 곧장 하성의 대표팀 합류를 발표했다.
그 여파는 대단했다.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각종 커뮤니티에 관련된 게시글이 도배되었다.
실시간검색어의 상단이 그와 관련된 단어들로 도배되어 며칠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그만큼 하성의 대표팀 합류는 대중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드디어 하성이 태극마크 다네.
-이야~ 진짜 오래 걸렸다.
-이번에도 거절할 거라 생각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대?
-슬슬 합류할 때가 되긴 했지.
-미국 귀화 뉴스도 있었는데. 그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건 루머에 불과했으니까.
-하성이 합류했으니 올림픽 금메달은 따놓은 당상이네.
-그건 모르는 일임.
-ㅇㅈ. 야구가 혼자 하는 스포츠도 아니고.
-이번에는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출전할 예정이라 하성이가 합류해도 불안함.
-야구는 팀 스포츠임.
-얘는 혼자 다 하던데?
야구를 혼자 한다.
그 의견처럼 하성은 메이저리그를 혼자서 씹어 먹고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2루 주자 홈으로! 1루 주자까지 3루를 돌았습니다!!]레드삭스와의 3차전.
팽팽한 0의 행진이 이어지던 5회.
하성의 배트가 벼락같이 돌아갔다.
잘 맞은타구는 루상에 있는 동료들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본인 역시 3루까지 도달하면서 기회를 이어갔다.
[정말 좋은 스윙과 빠른 발이었습니다!] [정하성 선수의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는 언제 보더라도 시원시원합니다!] [어제 선발투수로 8이닝 투구를 했던 정하성 선수지만, 그에 따른 여파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괴물 같은 체력이란 말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하성이 활약할수록 그의 국가대표 합류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갔다.
* * *
하성의 활약에 힘입어 양키스는 레드삭스와의 승부를 3 대 1로 승리하며 드디어 지구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정하성의 영입은 정답이었다! 뉴욕 양키스 라이벌 레드삭스를 따돌리고 동부지구 단독 선두로 올라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뉴욕 양키스!] [양키스 팬들, 정하성과 영구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해!]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정하성! 양키스의 역사를 바꾸었다!]하성의 활약에 힘입어 유니폼 판매순위도 끝없이 올라갔다.
그러나 끝없이 올라가는 건 또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 이번 탈삼진으로 시즌 290번째 탈삼진을 잡아냅니다!] [올 시즌 역시 300탈삼진은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정하성 선수!] [300탈삼진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커리어하이 기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하성의 올 시즌 페이스는 작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투타 겸업을 시작하면서 성적이 떨어질 거란 전망은 이미 빗나간지 오래였다.
이제는 그가 투타에서 모두 어떤 성적을 기록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행크 스타인브레너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형의 말이 사실이 되고 있네.”
그때 뒤에 서 있던 조지가 말했다.
“그가 우리 팀에 합류하면서 전설이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속도를 보여주고 있군.”
“동감이야.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가 되었어. 고작 3년 만에 말이지.”
하성이 메이저리그에 등장한 것이 3년 전이었다.
당시 마무리투수로 시작했던 그는 첫 시즌, 메이저리그 역대 세이브 신기록과 함께 사이영상을 타냈다.
그리고 작년 선발로 전향한 그는 엄청난 승수를 쌓으면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과 함께 두 번째 사이영상을 타냈다.
동시에 첫 번째 MVP를 손에 쥐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3년 연속 사이영상은 확실하고 MVP까지 받아내는 건 기정사실이겠어.”
“상 같은 건 이미 무의미해졌어. 그가 도전하는 건 메이저리그의 역사야.”
“역사에 도전하는 선수라니…….”
스타인브레너 가문의 일원이기에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조지였다.
그렇기에 형 행크의 말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자신의 고민도 다시 떠올랐다.
“고민이 있는 얼굴이네.”
“역사에 도전하는 선수에게 얼마큼의 돈을 줘야 만족할지 몰라서 말이야.”
“하하! 그거 참 큰 고민이군.”
“농담이 아니야. 차라리 비교할 수 있는 선수라도 있었으면 이 정도로 고민하지 않았을 거야.”
하성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투수로서도 역사에 남을 정도였는데, 투타 겸업을 하면서 그와 비교할 수 있는 선수는 더 이상 없었다.
“그렇다고 WAR에 맞춰서 연봉을 주자니 그 금액으로는 그를 잡아둘 수 없을 거 같고.”
WAR은 21세기 현대야구의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였다.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를 지표화한 것인데, 선수가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였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선 이 WAR을 이용해 연봉을 책정하는 것도 일반적이었다.
물론 완벽하게 WAR에 맞춰 연봉을 주진 않았다.
선수의 가치는 단순히 경기성적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지표였는데도 조지가 망설이는 건 이유가 있었다.
“그건 그렇지. 만약 하성에게 WAR을 기준으로 연봉을 지급한다면 연간 6천만 불 이상의 연봉을 지급해야 할 테니까.”
“하아…… 농담이 아니야. 연간 6천만 불이라니.”
하성의 WAR은 투타를 합치면 13이 넘는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현 성적을 유지한다면 이 성적은 더욱 올라갈 게 분명했다.
거기에 맞춰 연봉을 줬다가는 양키스라 하더라도 운영에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다.
“그가 아직 연봉조정대상자라서 시간이 있다지만, FA를 선언하게 된다면 문제가 돼. 그를 놓칠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선 어떻게든 그 전에 연장계약을 해둬야 해.”
“최소 5천만 불 이상의 금액에 연장계약을 해야겠지.”
“그것도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을 준비를 해야 할 거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거대한 지출이 되겠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구단 중 하나인 뉴욕 양키스.
그런 명성에 걸맞게 그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라 하더라도 하성의 장기계약은 망설이게 만들 정도로 거액의 지출이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뭔가 생각해둔 게 있나 본데?”
“나름 생각하고 있는 게 있지. 문제는 하성 본인이 그걸 받아들일지 미지수라는 거지만.”
“뭔데? 나도 공동구단주로서 그 의견을 듣고 싶어.”
“하하! 아직 구상만 하고 있는 거야. 구체화 된다면 알려주도록 하지. 그것보다 이번 올림픽에 하성도 합류한다고 하더군.”
“쳇! 말을 돌리기는. 나도 기사 확인했어. 결국에는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군.”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영주권을 받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쓸데없는 일이었어.”
“꼭 그렇다곤 할 수 없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거잖아?”
“맞아.”
“한국은 참 불편한 나라군. 모든 남자가 성인이 되면 군대를 가야 한다니 말이야.”
“그게 그 나라의 법이니까 어쩔 수 없지. 중요한 건 하성이 병역을 해결하는 거야.”
형인 행크의 말에 조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양키스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거야.”
전 세계 최고의 스포츠 구단 중 하나인 뉴욕 양키스.
하성은 벌써 그 구단의 미래를 움직이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