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41)
마운드의 빌런-241화(241/285)
마운드의 빌런 241화
“올 시즌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양키스의 클럽하우스에는 선수들이 모여 있었다.
그 선수들의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건 현 양키스의 감독을 맡은 조 지라디였다.
“남은 기간 동안 우리는 지구 우승을 거머쥐고 포스트시즌으로 디비전시리즈로 직행한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지구 우승을 통한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와일드카드전을 치르고 남은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이다.
당연히 다수의 팀은 디비전시리즈 직행 루트를 선호했다.
와일드카드를 거치게 된다면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노력해 주도록!”
“예!”
이 시기 선수들의 체력이 가장 떨어진다.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력도 느슨해지기에 일탈을 벌이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조 지라디 감독은 이례적으로 선수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그걸 아는 선수들의 대답에 지라디의 표정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 * *
양키스의 9월 첫 경기.
하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정하성 선수,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시즌 24승을 거두게 됩니다.] [본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게 되는 셈이죠.] [오늘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시즌 24승.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었다.
특히 라이브볼 시대에서 20승 이상을 거두는 건 매우 힘들었다.
그중에서도 23승 이상을 거둔 건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밥 펠러, 스티브 칼튼 그리고 샌디 코팩스와 퍼지 젠킨스 정도만이 있었다.
[정하성 선수,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를 통해 가볍게 상태를 점검합니다.] [정하성 선수는 정말 장점이 많은 투수입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속구를 던지는데 거기에 이닝이터의 능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에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팬들이 시즌 시작 전에는 그의 부상 위험을 점치지 않았습니까?] [예. 원래 투구라는 것이 사람의 몸에 큰 무리를 가하는 동작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강속구를 던진다는 건 더욱 큰 무리가 간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많은 전문가들이 정하성 선수의 부상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투타 겸업까지 선언했으니 그 걱정은 더욱 커졌겠죠.] [맞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정하성 선수는 꾸준한 성적을 올리면서 그런 모든 불안감을 잠식시켰습니다.]하성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운드에 오른 하성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오늘도 컨디션은 문제가 없군.’
매일같이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걸 해내고 있었다.
비시즌에 철저하게 대비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내 팀은 역시 최고야.’
비싼 돈을 들여 팀을 꾸린 보람이 있었다.
“연습 투구는 이쯤이면 되겠어?”
“예.”
“오늘 컨디션도 좋은 거 같으니. 마음대로 날뛰어봐.”
“알겠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투수코치도 하성의 컨디션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가볍게 그를 독려해 주고 투수코치가 내려가자 홀로 남은 하성이 로진을 손에 묻히며 투구 준비에 들어갔다.
“플레이볼!”
그가 마운드에 서자 뒤이어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구심의 외침과 함께 그의 24승 도전이 시작되었다.
* * *
1회.
하성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투구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100마일의 광속구로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아주 좋은 투구였습니다. 1구는 패스트볼, 2구는 체인지업, 3구는 슬라이더, 그리고 4구는 다시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타자의 페이스를 완벽하게 뺏었어요!]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낸 그는 다음 타자들을 연속해서 돌려세웠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퍽!
“아웃!!”
[중견수 가볍게 잡아내면서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정하성 선수의 주 무기 중 하나인 스플리터로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어요! 단 2구 만에 아웃 카운트를 추가합니다!]두 번째 아웃 카운트까지 잡는 데 필요한 공은 단 6개에 불과했다.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단숨에 올린 정하성 선수, 세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 [그를 상대할 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아드리안 벨트레가 들어섭니다!] [8월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7월 그가 보여주었던 어마어마한 타격 페이스는 여전히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부상 이후 복귀한 3경기에서 8타수 4안타 1홈런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벨트레는 메이저리그의 레전드가 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배드볼 히터로서 어떤 코스로 공이 오든 때려내기에 출루율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방을 지니고 있어서 팬들에게 인상이 강하게 남은 선수다.
[벨트레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하성 역시 그를 잘 알고 있었다.
벨트레는 메이저리그의 리빙 레전드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은퇴했다.
특히 하성 본인이 은퇴한 뒤에도 활약을 했기에 기억에 남아 있는 선수였다.
‘분명 대단한 선수지만…….’
와인드업에 들어간 하성이 모든 힘을 공에 집중시켰다.
‘지금의 내 상대는 아니다!’
“흡!!”
호흡을 멈추며 던진 그의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벨트레 역시 하성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초구부터 날 잡기 위해 들어오겠지.’
하성이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선수다.
그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무려 83퍼센트에 달할 정도였다.
전력분석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벨트레였다.
그렇기에 초구부터 그의 배트는 매섭게 돌아갔다.
후웅-!!
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스윙의 궤적은 공이 들어오는 궤적과 일치했다.
‘때렸다!’
벨트레 본인마저 그렇게 생각이 드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했다.
마치 밑에서 누군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듯.
갑자기 밑으로 쑥 꺼지면서 벨트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후웅-!!
덕분에 그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고.
퍽!!
공은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입니다!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벨트레의 헛스윙을 유도해 내는 정하성 선수!] [아~ 정말 좋은 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초구가 포심이 아닌 스플리터라는 선택은 예상을 깨는 선택이었어요!] [정하성 선수가 던지는 초구는 포심 패스트볼이란 공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하성 선수는 이러한 공식을 역이용해서 벨트레 선수의 헛스윙을 유도해 냈어요!]초구를 스플리터로 던진 건 단지 스트라이크 하나를 올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제 네 머릿속은 복잡해지겠지.’
선수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계획을 짜고 들어온다.
그 계획이 처음부터 무너진다면?
혼란이 찾아오게 되면서 본인의 페이스를 가져갈 수 없다.
평범한 선수라면 여기에서 하성에게 완벽히 페이스를 뺏기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벨트레는 평범한 선수가 아니었다.
딱-!
[2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집니다!!]하성이 던진 2구를 벨트레는 망설임 없이 때려냈다.
비록 약간의 타이밍이 늦었지만, 그의 스윙에는 망설임 따윈 없었다.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건가.’
하성은 그런 벨트레의 스윙을 보면서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플랜이 무너졌지만, 그로 인해 페이스까지 뺏기지 않은 벨트레를 말이다.
‘이래야 재밌지.’
고작 공 하나에 무너져 내리는 상대라면 리빙 레전드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재밌는 대결을 펼쳐 나갈 수 있었다.
하성은 정신을 집중시키며 다음 공들을 던져 나갔다.
‘네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그 공에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내가 최고다.’
시즌 24승을 위한 그의 투구가 계속됐다.
* * *
시즌 24승을 위한 하성의 호투는 어마어마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7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8회를 마무리하는 정하성 선수!!]8회까지의 투구 수는 모두 107개.
평소보다 많은 투구 수였지만, 그는 여전히 위력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다.
‘위력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선 여기에서 교체하는 게 정답이야.’
팀은 현재 3 대 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
지친 선발투수보다는 클로저를 등판시켜 경기를 안정적으로 끝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에이스를 여기서 내리는 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에이스는 팀에서도 특별한 선수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바로 에이스였다.
그런 에이스의 호투를 무시하고 교체할 수 있는 감독은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피칭을 선보이고 있지 않은가?
‘하성으로 계속 간다.’
하성 스스로도 그걸 원하는지 자신에게 오고 있지 않았다.
그걸 깨달은 조 지라디 감독은 묵묵히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발견한 하성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음료를 들이켰다.
‘아무래도 쓸데없이 감독에게 찾아가 이런저런 설득을 할 필요는 없겠어.’
만약 지라디가 교체하려고 했다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그를 설득시키려 했을 것이다.
그것만큼 피곤한 일은 없다는 걸 알기에 하성은 안심했다.
‘앞으로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3개.’
3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면 시즌 24승을 거두게 된다.
‘다시 한번 기록을 남기게 되는 거지.’
일각에선 하성에게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반짝하고 사라졌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아.’
전생의 삶에서도 꽤 오랜 시간 에이스로 활약했던 하성이다.
그러나 부상으로 은퇴한 뒤에는 이렇다 할 기사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의 인상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를 찾은 결과 하성은 한 가지 결과를 내렸다.
‘결국 호사가들의 입에도 꾸준히 오르내리는 그런 선수가 되어야 한다.’
리빙 레전드.
꾸준한 활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정도의 선수가 되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그런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투타 겸업이란 특이한 이력과 단기간의 임팩트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겠지. 하지만 사이영이나 베이브 루스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과는 비교될 수 없다.’
하성의 목표는 명확했다.
자신의 이름이 끊임없이 메이저리그의 역사와 함께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성적을 계속 남겨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했다.
‘지금 최선을 다하면 결국 내가 원하는 걸 얻게 되겠지.’
목표는 명확했다.
그 목표를 위해 자신이 어떻게 달려나가야 할지도 알고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공수교대의 순간이 오자 하성은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성! 오늘 경기를 부탁하마.”
“예.”
그 목표를 위한 하성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