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49)
마운드의 빌런-249화(249/285)
마운드의 빌런 249화
홈런이 터졌다.
그로 인해 맷 무어가 무너질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첫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잘 잡아낸 맷 무어 선수. 하지만 정하성 선수와 치열한 승부 끝에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좋은 승부를 펼쳤지만, 정하성 선수에게 허용한 단 하나의 실투가 바로 홈런으로 이어졌어요.] [문제는 이다음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아직 신인인 맷 무어의 멘탈이 이 충격을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이러한 예상은 전문가만 하는 게 아니었다.
“불펜은?”
탬파베이 레이스의 지휘관인 조 매든이 투수코치에게 확인했다.
“준비는 일찌감치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군.”
선발투수가 크게 무너지지 않는 이상 불펜은 초반에 준비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무어를 올리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불펜을 미리 준비시키길 잘했어.’
맷 무어라는 카드를 집어들면서 여러 가지 옵션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조기 교체였다.
‘신인들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지.’
조 매든은 베테랑 감독이었다.
신인선수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그동안 많이 봐왔다.
잘 던지다가도 바로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럴 때 불펜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거야말로 재앙이었다.
“교체를 준비할까요?”
투수코치의 질문에 조 매든은 마운드의 무어를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만 시켜둬. 일단 이번 이닝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지켜보자고.”
“알겠습니다. 비록 홈런을 허용했지만, 정하성과의 승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오히려 그를 압도하고 있었어. 단지 정하성이 침착했다는 게 무서운 거지.”
“예. 궁지에 몰리면 자신의 스윙을 바꿀 법도 한데. 녀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했어요.”
“정말 괴물 같은 놈이야.”
상대 입장에서는 정하성은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건 그것보다 맷 무어의 상태였다.
‘이번 이닝만 버텨라. 이런 상황을 이겨내야 더 위로 갈 수 있어.’
맷 무어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 매든이었다.
디비전 시리즈라는 중요한 경기의 첫 선발을 그에게 맡긴 이유기도 했다.
그 잠재력이 터져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위험한 상황을 마주했다.
하나 야구를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은 언제든지 마주한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하기에 조 매든은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맷 무어가 넘어서기를 말이다.
[실점을 허용한 맷 무어! 하지만 그에게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타석으로 양키스의 리빙 레전드! 데릭 지터가 들어섭니다.]뉴욕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의 등장이었다.
더그아웃에 들어온 하성은 자신의 글러브를 챙기며 마운드를 바라봤다.
“여어, 하성. 네가 신나게 흔들어줬으니 무어 녀석 바로 무너지겠지?”
그때 팀 동료인 채드가 다가오면서 물었다.
대부분 생각하는 게 비슷했다.
하지만 하성은 조금 달랐다.
“글쎄.”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공을 봐야겠지만, 그 정도로 쉽게 무너질 녀석으로는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
채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신인이다.
게다가 원래 제구력이 좋지 않던 녀석이다.
큰 걸 허용했으니 제구력이 흔들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걸 잘 아는 투수인 하성이 회의적이라니?
사실 하성이 회의적인 이유는 맷 무어가 어떤 선수인지 알기 때문이다.
‘분명 제구에 문제가 있지만, 승부욕이 없는 녀석은 아니다. 승부욕이 없다면 말년에 포지션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겠지.’
맷 무어는 선발로 20대를 보내고 30대에는 중간계투로 보직을 변경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작성해 나갔다.
그러한 부분을 알기에 하성은 맷 무어가 바로 무너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현실이 되었다.
딱-!
[3구를 강타! 하지만 높게 뜬 타구! 중견수가 안정적으로 잡아냅니다!] [홈런을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인 데릭 지터를 상대로 좋은 공들을 던지면서 1회를 무사히 넘기는 맷 무어입니다.] [스코어는 1 대 0! 하지만 양키스 입장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 1회를 마무리합니다!]분명 선취점을 낸 것은 양키스였다.
하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어.’
1차전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는 하성이었다.
* * *
하성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정하성 선수 2회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합니다!] [벌써 탈삼진을 5개나 잡아내면서 자신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하성은 여전히 막강했다.
디비전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탬파베이 레이스 타자들은 그런 하성을 공략하기 어려워 보였다.
“젠장……. 저 녀석 공은 갑자기 사라지는 거 같다니까.”
“무엇보다 볼 끝이 끝까지 살아서 들어와.”
“무브먼트가 너무 지저분해서 배트에 맞추기도 어려워.”
“오늘따라 더 미친 거 같아.”
본래 하성의 공이 가진 위력은 대단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건드리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만큼 오늘 하성의 상태는 무언가 달랐다.
[정하성 선수는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레이스 타자들을 연달아 돌려세우네요.] [그에게 긴장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디비전 시리즈도 평범한 경기와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하성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2루수 잡아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면서 2회 안타를 하나 허용했지만, 후속타를 잘 막아낸 맷 무어가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1회 홈런을 허용했으나 2회에는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나가는 맷 무어네요.] [무엇보다 공의 제구력이 잘 잡혀 있는 모습입니다.]맷 무어의 호투가 바로 그것이었다.
-맷 무어 의외로 잘 던지네.
-하성이한테 홈런 허용할 때까지만 해도 금방 무너질 거 같더니.
-2회에는 안정적인데?
-구속도 잘 나오고 저 정도면 제구도 나쁘지 않은 듯?
-역시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1위답네.
-레이스가 녀석을 선발로 내민 이유가 있었어.
-정하성이야 뭐 원래 대단한 녀석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맷 무어는 의외인데?
하성과 맷 무어.
두 선수는 모두 호투를 보여주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하성이 더 좋은 투구를 보여주었지만, 맷 무어도 그에 못지않은 투구를 하고 있었다.
다만 맷 무어에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이유는 평소 성적 때문이었다.
-하성이 이렇게 던지는 건 당연한 거지만, 맷 무어는 다르긴 하지.
하성은 실점을 하는 거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거기에 그의 투구가 흔들린다는 건 최소한 올 시즌에는 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언제든지 이렇게 던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맷 무어는 신인투수였다.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황.
그런데 잘 던지고 있으니 대중들에게 더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정하성을 상대로 잘 던졌어. 공 하나가 잘못 들어가긴 했지만, 이전에는 내가 압도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맷 무어가 호투를 하게 된 이유는 하성과의 승부가 결정적이었다.
결론적으로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초반에는 그를 압도하기까지 했다.
그 과정은 맷 무어에게 강한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었다.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와 비등하게 싸웠어. 내 공은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
정하성은 이제 메이저리그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런 선수와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는 건 신인선수에게는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주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실 하성도 메이저리그 연차로만 따지면 4년 차에 불과하다.
신인까지는 아니지만 베테랑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한 경력이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을 보여주면 이런 대우도 이상할게 없었다.
어쨌건 하성과의 승부는 맷 무어에게 다른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 자신감은 곧 호투로 이어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두 선수의 호투가 이어집니다!!]디비전 시리즈 1차전.
일방적인 경기가 될 거라 예상을 깨고 박빙의 투수전이 이어졌다.
* * *
1점의 아슬아슬한 리드가 4회까지 이어졌다.
‘하성의 두 번째 타석에서 기회를 잡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 지라디 감독은 4회에 있었던 하성의 타석을 곱씹으며 아쉬움을 되삼켰다.
‘정면승부를 피해버리니 하성도 할 수 있는 게 없군.’
투수들은 하성과의 승부를 어려워했다.
그래서 페넌트레이스에서는 하성과의 승부를 피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고의사구는 기본이었고 정면승부를 하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진다 싶으면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 장면이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나온 것이다.
‘경기 후반까지 지금과 같은 장면이 이어지겠어.’
조 지라디 감독은 예상대로 됐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5회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오늘 경기 10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하성!]하성은 두 자릿수 탈삼진과 함께 5회를 무실점으로 마감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좌익수가 잡으면서 이닝이 마감됩니다!]맷 무어는 위력 있는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양키스의 타선을 틀어막았다.
[두 팀의 승부가 투수전으로 계속 이어지네요.] [그렇습니다. 1회 실점을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맷 무어 카드가 실패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5회까지 1실점만 허용하면서 좋은 투구를 보여주는 맷 무어입니다.] [4회 정하성 선수의 두 번째 타석에서 달아날 기회가 올 거라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선행주자가 없었던 탓에 이렇다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네요.]투수전이 되면서 경기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이 승부가 어떻게 날 것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나 승부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퍽!!
“볼!”
[볼넷입니다!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내는 맷 무어!]6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무어는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투구 수가 80개가 넘으면서 급격하게 제구력이 흔들리는 모습이네요.]제구력은 체력과 연관이 크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구속이 떨어지고 다음으로 제구력이 흔들린다.
80구를 던진 뒤부터 흔들리는 제구력에 레이스의 벤치가 바빠졌다.
“아무래도 한계인 거 같군.”
“여기까지 던진 것만 해도 잘 던진 겁니다.”
“그렇지. 우리 예상보다 훨씬 잘 던졌어.”
레이스 더그아웃이 무어에게 기대했던 건 4회였다.
그것도 실점을 어느 정도 감안해서 말이다.
하지만 무어는 단 1실점만 기록하고 5회까지 타선을 틀어막았다.
벤치의 기대를 넘어서는 활약이었다.
딱-!!
“와아-!!”
고민하고 있는 찰나.
맷 무어는 후속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에 1, 2루의 찬스를 내주었다.
그 모습을 본 조 매든은 결단을 내렸다.
“불펜에 전화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투수코치의 대답과 함께 조 매든이 더그아웃을 나섰다.
[조 매든 감독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아무래도 투수를 교체할 거 같죠?] [기대 이상의 호투를 보여준 맷 무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실점을 내준다면 경기는 더욱 어려워질 테니 결단을 내리는 듯합니다.]맷 무어가 공을 조 매든에게 건넸다.
교체였다.
경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