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5)
마운드의 빌런-25화(25/285)
마운드의 빌런 25화
하성의 등판 이후.
포털사이트에는 하성의 기사가 끝없이 올라왔다.
[메이저리그 데뷔한 정하성!] [정하성, 콜업 첫날 등판!!] [정하성을 괴물 루키라고 언급한 현지 중계진!!] [1이닝 무실점!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정하성!!]해외야구란 상위 다섯 개의 기사가 모두 하성의 것으로 도배됐다.
그만큼 하성의 기사는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이유는 하나다.
-이야~ 간만에 한국인 메이저리거 탄생이네.
-이게 얼마 만이냐?
-중계 시작하자!!
2000년대 초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연달아 탄생하며 국내에도 메이저리그 팬들이 대거 늘어났다.
문제는 중반 이후부터 사라지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2000년대 말에는 전무해졌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있었지만, 마이너리그를 볼 정도로 열성적인 팬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나마 코리안특급이 활약하고 있었지만, 그도 기복이 있기에 팬들은 새로운 선수의 등장을 원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성이 등장했으니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했다.
물론 좋은 쪽만은 아니었다.
-1이닝 던져놓고 괴물루키라니 ㅋ
-현지언론이라 해봤자 지역언론 아님?
-하여간 기레기들 설레발하고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몇 년 잘 던져야 답이 나오지.
메이저리그의 특성을 잘 아는 팬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대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데뷔전에서 이렇게 던졌으면 잘했지.
-솔직히 요즘 나온 한국인 메이저리거중에서는 제일 잘한 듯.
-오클랜드 다음 경기 언제냐?
-이거 인터넷 중계 보고 싶다.
-TV에서도 중계하는 곳 없던데?
사람들은 하성의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방송국은 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정하성의 데뷔전이 화제를 모았네요.”
“확실히 잘 던지던데? 하지만 이제 한 경기라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맞아요. 게다가 불펜이잖아요.”
불펜의 선수는 언제 등판할지 모른다.
그나마 마무리투수였다면 등판 시기를 알기에 중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간계투는 등판 시기를 알 수 없다.
그렇기에 확보해도 중계할 시간이 애매했다.
하지만 모든 방송국이 그런 생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 일단 오클랜드 쪽이랑 협상이라도 해봐.”
“중계권은 오클랜드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랑 협상해야 하는데요?”
“어쨌든 빨리 확인해 보라고! 지금 시점에선 중계권료도 저렴할 테니, 확보하는 것도 어렵진 않을 거 아니야!”
“예, 확인해 보겠습니다.”
발 빠르게 움직인 방송국은 케이블 채널인 YBC였다.
그곳의 스포츠국장인 양현수는 예전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정하성, 저놈은 분명 크게 될 녀석이야.’
정하성이 지금보다 성장한다면 메이저리그 중계권의 값은 뛸 것이다.
그 옛날 코리안특급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녀석은 우리 YBC의 희망이 될 수 있어!’
* * *
완벽한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오클랜드 지역을 제외하곤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오클랜드는 전국에서 인기 있는 구단이 아니었다.
상대였던 시애틀 역시 마찬가지다.
거기에 두 구단 모두 미국에서도 스몰마켓에 속해 이슈를 끌기 힘들었다.
그런 구단에서 고작 1이닝 무실점을 한 루키가 등장했다고 화제가 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클랜드에서는 나름 화제를 모았다.
[그거 알아? 우리 구단에서 오랜만에 좋은 신인이 나타났어. 그것도 1년도 되지 않아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됐단 말이지. 그런데 이 녀석이 98마일의 공을 뻥뻥 던지는 거야. 거기에 마지막 타자는 배트까지 부러뜨린 거 있지? 아, 누구냐고? 한국에서 온 정하성이야.]지역 팟캐스트에서 하성에 대한 소식을 전하면서 오클랜드 팬들의 귀를 간지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클랜드 팬들은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 지역을 떠날 놈들인데. 우리가 왜 신경을 써?”
“이 자식들 벌써 다른 곳으로 뜰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는 거 같던데?”
애슬레틱스는 구단주가 바뀌면서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고지 이전이라는 큰 선택을 함부로 할 수 없기에 장고의 시간을 거듭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동안 오클랜드 주민들의 애정이 떨어졌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애슬레틱스의 재정은 더욱 휘청였고 긴축재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가 리빌딩을 택했던 이유다.
“그래도 오랜만에 나온 신인인데, 경기라도 보러 갈까?”
“때마침 티켓도 있으니 한번 가보자고.”
“그래서 그 녀석 이름이 뭐라고?”
하지만 모든 팬들이 등을 돌린 건 아니었다.
아직 일부 팬들은 구단에 약간의 애정이 남아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하성의 등장은 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었다.
“정하성이라고 하더군.”
“이름 한번 특이하네.”
“한국에서 왔다던데?”
“한국? 거긴 어디야?”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서 온 선수를 보기 위해 팬들이 구장을 찾았다.
* * *
시애틀과의 3차전.
경기는 타격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딱-!!
“와아!!”
다시 들려오는 타격음.
구장을 채운 얼마 되지 않은 관중들이 환호를 질렀다.
[오늘 경기 17번째 안타가 나왔습니다. 시애틀이 2사에 1, 2루 찬스를 잡아냅니다.] [오늘 경기 정말 재밌네요. 올라오는 투수들마다 난타를 당하고 있어요.]관중들 입장에선 이런 경기가 재밌다.
타격전은 직관적이고 상황을 알기 쉬우니까 말이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젠장…… 1이닝을 채우기 힘들 거 같은데?’
토니는 선수 명단을 확인했다.
오늘 올라온 투수가 벌써 5번째였다.
경기는 아직 7회가 진행 중.
문제는 경기의 추가 기울지 않았다는 거다.
‘스코어는 8 대 7. 이번 이닝만 어떻게든 넘기면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남은 이닝은 8회와 9회였다.
양 팀 모두 마무리투수를 아끼고 있는 상황.
여차하면 8회부터 마무리투수를 등판시켜 경기를 잠글 수도 있었다.
‘차라리 바튼을 지금 올릴까?’
바튼은 애슬레틱스의 마무리투수다.
5월부터 뒷문을 맡고 있는 그는 31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밥값은 하고 있었다.
‘아니야. 바튼 녀석을 지금 올리면 8, 9회가 문제야. 녀석이 전력피칭을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40구야.’
40구라면 2이닝을 막기에도 빠듯했다.
특히 타이트한 점수 차에서는 타자들의 집중력이 올라간다.
집중력이 올라간 타자들은 상대하기 까다로워지면서 투구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이번 이닝을 넘기는 게 중요해.’
아웃 카운트 하나만 올라가면 된다.
토니는 거기에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펜에서 몸을 풀던 하성은 그게 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멘탈이 흔들렸네. 경험이 너무 부족해.’
하성은 마운드에 있는 동료의 피칭을 보고 그의 상태를 읽었다.
‘감독도 알고 있겠지만, 뒤를 생각해서 교체를 못 하는 거겠지.’
감독은 현재만을 보지 않는다.
경기 전체를 보고 운영을 해야 했다.
투수교체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토니라는 감독 성향이 의외로 안전주의네. 이럴 때는 모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물론 하성은 알고 있었다.
모험이란 건 동전 던지기와 같다는 걸 말이다.
결과가 좋으면 명장이 되지만 나쁘면 졸장이 된다.
그렇기에 지도자의 자리가 어려운 것이었다.
‘어쨌든 오늘도 내게 기회가 올 수도 있겠어.’
현재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건 하성과 바튼 두 사람이었다.
이외에도 투수는 있었지만, 토니는 하성을 준비시키고 있었다.
그만큼 어제의 피칭이 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는 뜻이다.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겠……!’
마음을 다잡는 순간.
[퍽!!] [히트 바이 피치볼!!]“어이쿠야…….”
모니터를 통해 타자가 공을 맞고 1루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묘하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는 타자를 보고 있을 때 불펜의 전화가 울렸다.
뚜르르르르-!!
“예, 예.”
불펜코치가 전화를 받은 채, 준비 중인 두 투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하성은 알 수 있었다.
“정!”
이틀 연속 등판이 확정된 것을.
* * *
[토니 감독 여기서 투수교체 카드를 씁니다. 과연 여기에서 어떤 투수 카드를 쓸까요?] [이미 쓸 수 있는 카드를 대부분 쓴 상태입니다. 다소 모험일 수 있지만, 여기에선 바튼을 올리는 게 가장 좋아 보이네요.]그때 카메라가 불펜의 출입구를 비추었다.
문을 열고 나온 선수를 본 중계진이 놀라 외쳤다.
[아-! 의외의 선택을 하네요. 어제 등판했던 정하성 선수를 다시 등판시킵니다!] [루키를 이틀 연속 등판시키는군요. 이것도 과감한 결정입니다.]어제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루키를 등판시키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과연 이게 맞는 선택일까요?] [여기에서 토니 감독이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개였습니다. 바튼을 올리고 뒤에 다른 투수를 등판시키거나 아니면 여기에서 바튼 선수를 아끼는 거죠.] [후자를 택한 거군요.] [예. 바튼은 한계가 분명한 투수입니다. 30구가 넘어가면서부터 구위가 떨어지죠. 무엇보다 9회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능력은 오클랜드에서 바튼이 가장 뛰어납니다.] [클로저가 느끼는 압박감이 남다르긴 하죠.] [예. 그 압박감을 루키에게 견디라고 하는 것보단 차라리 지금 올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겠죠.]2사 만루의 상황.
그리고 세이브 상황에서의 등판.
어떤 상황에서 등판을 시키는 게 더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토니는 전자를 택했다.
‘어제 보여준 녀석의 모습이라면 아웃 카운트 하나는 충분히 책임질 수 있어.’
토니는 하성에게 어제의 모습을 기대했다.
뻐억-!!
그때 하성이 연습 투구를 끝냈다.
토니는 연습 투구를 끝낸 하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 등판시켜서 미안하군.”
“상관없습니다. 저야 등판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하성은 긴장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덤덤했다.
‘녀석이라면…….’
그 모습에서 토니는 신뢰가 생겼다.
그래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왕이면 한 점도 내주고 싶지 않아. 이번 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흐름을 가져오고 싶다.”
하성이 로진을 손에 묻히며 토니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너무 압박을 줬나?’
대답 없는 그를 보며 토니는 아차 싶었다.
하성이 압박감을 받은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하성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응?”
“저도 점수 내줄 생각 없습니다. 아웃 카운트 하나, 깔끔하게 잡고 돌아가겠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대답이었다.
2사에 주자는 만루다.
거기에 점수는 한 점 차.
이런 상황에서 저런 대답을 할 수 있는 루키가 얼마나 될까?
토니는 몸을 돌려 벤치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녀석이 만약 말을 지킨다면 말도 안 되는 괴물이 탄생할지도 모르겠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토니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그건 관중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루키를 올린다고?”
“감독 미친 거 아니야?”
“에헤이-! 어제 던진 거 안 봐서 그래. 정말 대단했다니까?”
“맞아. 저놈은 예사롭지 않아.”
“그래봤자 루키잖아?”
“맞아. 지금은 바튼을 올려서 어떻게든 이닝을 막아야지!”
관중들의 의견도 갈렸다.
그만큼 바튼의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이들의 의문을 해결해 줄 사람은 단 한 명.
마운드 위의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정하성 선수, 포수와 사인을 교환합니다.] [시애틀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3루 주자와 2루 주자를 발 빠른 선수로 교체했습니다. 단타 하나로도 역전까지 노려볼 수 있어요.]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상체를 세웠다.
곧이어 투구에 들어갔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주자가 만루인 상황.
굳이 세트 포지션에서 공을 뿌릴 이유가 없었다.
와인드업을 한 하성이 킥킹에 이어 스트라이드로 다리를 내디뎠다.
콰직!!
스파이크가 마운드에 박히고.
휘릭!!
하체가 회전했다.
후웅-!!
골반에 이어 상체까지 돌아가며 그의 팔이 원을 그리며 앞으로 넘어왔다.
“흐읍!!”
단말마의 기합과 함께.
쐐애애액-!!
공을 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람을 가르며 미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구속, 구위 나무랄 것이 없는 공이었다.
하지만 코스가 문제였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었고 타자는 그것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걸렸어!!’
후웅-!!
타자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배트를 돌렸다.
공의 궤적과 배트의 궤적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려는 순간.
휘릭!!
공이 뱀처럼 휘었다.
몸으로 붙어오는 공에 타자가 깜짝 놀랐지만, 이미 공은 배트와 컨택했다.
딱-!!
[빗맞았습니다! 타구 힘없이 3루 선상을 구릅니다! 3루수 대시해서 포구! 그리고 곧장 1루로!!]퍽!
“아웃!!”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는 데 필요한 건 딱 공 한 개였다.
그리고 이건 하성의 활약에 대한 신호탄이 되었다.
* * *
[이틀 연속 등판한 정하성! 공 한 개로 팀을 구해내다!] [메이저리그 첫 홀드를 기록한 정하성!] [정하성 1.1이닝 무실점 완벽투!]이틀 연속 하성의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루키 정하성! 오늘도 완벽피칭을 이어갑니다!]하성은 세 번째 등판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언론은 그것을 곧 기사화했다.
[세 번째 등판에서도 무실점을 이어가는 정하성!] [벌써 3.1이닝 무실점 행진!!]하성의 활약은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정하성 미쳤다.
-얘 도대체 뭐임? 벌써 3.1이닝 무실점이야.
-3.1이닝 무실점에 탈삼진 2개 피안타나 볼넷은 제로임 ㅋㅋ
-이런 애를 고교야구에서 벤치에 앉혔다고?
-진짜 국내 스포츠 협회들 다 문 닫아야 한다.
-양궁 협회 제외.
그의 활약에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하성에게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