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50)
마운드의 빌런-250화(250/285)
마운드의 빌런 250화
흐름이 바뀌었다.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 더그아웃에 있는 코칭스태프. 그리고 관중들까지.
동일하게 느꼈다.
[레이스가 투수를 교체했습니다. 과연 이게 득이 될 것인지 아니면 악수가 될 것인지 궁금하네요.] [올 시즌 레이스의 가장 믿을맨이었던 테일러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43게임에 출전한 그는 1승 3패를 기록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2.60, WHIP 0.938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본래라면 셋업맨의 위치에서 등판했어야 할 테일러지만, 오늘 매든 감독은 그를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네요.] [여기에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정답이었다.
잘 던지는 투수를 교체하는 순간이 야구에서 가장 위험했다.
조 매든 감독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투수의 기용 순서를 변경한 것이다.
‘무엇보다 무어의 호투를 허망하게 날릴 수는 없다.’
맷 무어는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투를 보여주었다.
어린 선수의 그런 활약이 그냥 사라지게 둘 생각은 없었다.
물론 더 큰 이유도 있었다.
‘양키스의 중심타선으로 이어지기에 다른 녀석들을 올리면 당할 가능성도 커.’
양키스의 타선은 거를 곳이 없다.
그것이 중론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위타순과 상위타순의 실력 차이는 분명하게 있었다.
문제는 이제부터 양키스의 상위타순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거기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조심해야 되는 선수.
‘하성도 이번 이닝에 나올 가능성이 크고…….’
정하성이 등장한다.
그를 상대해야 하는 감독 입장으로서 하성은 재앙과도 같았다.
지금과도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어떻게든 녀석을 막아야 해.’
그러기 위해 팀 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테일러를 등판시켰다.
이 선택이 옳은지 아닌지는 곧 결판이 날 것이다.
조 매든은 긴장된 얼굴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 * *
하성이 더그아웃에서 마운드를 바라봤다.
‘테일러를 벌써부터 등장시켰다라…….’
그 의도는 명백했다.
‘어떻게든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이닝을 마감하겠다는 의지겠지.’
적절한 선택이다.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과연 생각처럼 될까?’
지금 선택에서 조 매든이 실수한 건 없었다.
하지만 경기는 결국 선수들이 만들어가는 법이었다.
아무리 감독이 좋은 선택을 하더라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 따라 그 선택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지금 그 상황이 잘 나타났다.
딱-!!
[때렸습니다! 2루수 몸을 날렸습니다!]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잘 맞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스핀이 걸려 잡는 데 장애물이 되는 상황.
하지만 메이저리그이니 이 정도 타구는 쉽게 처리가 가능했다.
그 순간.
탁!
[아! 타구 휘었습니다! 그리고 2루수 대응하지 못하고 뒤로 빠집니다!!]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회전이 걸린 타구의 방향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2루수의 글러브를 맞고 날아갔다.
다행스러운 점도 있었다.
[중견수의 빠른 백업플레이 덕분에 1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주자가 3루까지 가면서 득점권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로비슨 카노가 들어섭니다!]로비슨 카노로 이어지는 공격.
양키스로 흐름이 넘어왔다.
[대기 타석에는 커티스 그랜더슨이 대기하고 다음 타석에 나올 선수로는 정하성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레이스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네요.] [로비슨 카노는 물론이거니와 커티스 그랜더슨 선수도 위협적인 선수죠?] [예. 올 시즌 홈런을 30개 이상을 때려내면서 본인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냈어요.] [본래 20개 이상의 홈런을 항상 때려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였죠.] [그런 잠재력이 올 시즌에는 대폭발하면서 정말 엄청난 시즌을 보냈습니다.] [이런 그랜더슨의 뒤에는 정하성 선수가 버티고 있습니다.] [벽 너머의 벽, 그런데 그 뒤에는 성벽이 대기하고 있습니다.]적절한 표현이었다.
표현력 지렸다.
벽 뒤에 벽도 넘기 힘든데. 거기에 성벽까지.
하성이라면 저 정도 표현이 맞긴 하지.
거기에 주자까지 쌓여 있으니 레이스 입장에서는 최악이다.
-이번 이닝에 추가 득점은 당연히 하겠네.
-추가 득점이 문제가 아님 ㅋ
-얼마나 득점을 올리느냐가 걸렸지.
팬들 역시 이번 이닝이 빅이닝으로 이어질 거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양키스가 좋은 찬스를 잡았다는 소리였다.
반대로 말하면 레이스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 조 매든이 또 하나의 선택을 내렸다.
[아-! 여기에서 카노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냅니다!!] [여기에서 만루를 만들다니.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바로 고의사구였다.
로비슨 카노를 내보내면서 모든 베이스에 주자가 서게 되었다.
[2사도 아니고 무사에 만루의 위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레이스!] [조 매든 감독의 선택이 과연 옳은 건지 알 수 없습니다.]조 매든의 선택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성만큼은 아니었다.
‘만루의 상황을 만들어내다니. 조 매든, 역시 승부사군.’
전생까지 합치면 하성의 경력은 웬만한 선수들은 물론 지도자들조차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다.
그렇기에 그는 만루의 상황에서 득점이 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루의 중압감은 투수에게도 강하지만, 타자 역시 강한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만루는 수비와 공격 모두에게 강한 중압감을 준다.
수비야 한 번에 대량 득점을 내줄 수도 있다는 중압감.
반대로 공격은 여기에서 반드시 득점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을 받는 셈이다.
그렇기에 의외로 만루의 상황에서 득점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무사 만루에서 대량 득점으로 이어지는 건 쉽지 않아. 내야 타구라도 나오는 순간 두 개의 아웃 카운트가 동시에 올라간다 봐야 하니까.’
만루에서는 주자의 영향이 줄어든다.
바로 베이스로 던지면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니 말이다.
‘무엇보다 그랜더슨은 만루 상황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어.’
이러한 사실은 조 매든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조 매든이 다소 위험한 선택을 했지만, 다음 타자인 커티스를 생각하면 적절한 선택입니다.] [맞습니다. 올 시즌 그의 만루 상황 타율은 1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만루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고 봐야겠죠.]만루에서 약한 선수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커티스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커티스는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지라디 감독은 움직이지 않고 커티스가 타석에 들어서는 걸 지켜봤다.
그가 움직이지 않는 건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여기에서 커티스가 실패하더라도 다음 타자로는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 부분이 조 매든 감독의 선택에 의문을 표하게 만듭니다.] [정하성 선수는 올 시즌 만루 상황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만루홈런만 3개를 때려냈고 타율 역시 3할대를 유지할 정도로 찬스에 강한 사나이였습니다.] [무엇보다 만루에서 정하성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선택도 못 할 텐데 말이죠.]커티스가 실패해도 하성이 들어선다.
이것만으로도 커티스를 교체하지 않을 이유는 충분했다.
물론 최악의 상황도 있었다.
‘커티스를 어떻게든 더블플레이로 잡아내야 한다.’
조 매든이 원하는 건 단 하나였다.
바로 더블플레이.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올리면서 하나의 베이스를 비우는 게 조 매든이 원하는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하성을 그대로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데릭 지터와 승부를 보면 되니 말이다.
‘지터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정하성과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러한 생각만으로도 하성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데릭 지터는 당장 은퇴하더라도 명예의 전당이 확정된 선수다.
양키스의 영구결번은 물론이거니와 양키스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란 평가를 받는 선수다.
하지만 하성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다.
앞으로 어떤 경력을 쌓아나갈지 알 수 없지만, 당장 올해만 놓고 보면 데릭 지터는 하성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다소 위험한 선택이지만, 만루 작전을 결정했다.
‘최악의 수가 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추가 실점을 한다면 오늘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제로가 돼.’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번 작전이 실패한다면 어떤 비난이 쏟아질지 뻔히 알면서도 조 매든은 결단을 내렸다.
끝판왕 하성을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 * *
딱-!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멀리 뻗지 못하는 타구!]중견수가 앞으로 달려 나와 자리를 잡았다.
카메라가 하성을 잡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인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정하성 선수가 여기에서 해줄 것은 추가 득점을 올려주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건 만루홈런을 기록하는 것이겠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홈런이 아니더라도 득점만 내준다면 1차전의 승리는 양키스의 것이 확실히 될 겁니다.]1사 만루의 상황에서 하성이 타석으로 들어섰다.
이것만으로도 레이스 팬들이 절망하기에는 충분했다.
“끝났어…….”
“왜 만루 상황을 만들어서 하성에게 찬스를 가게 만든 거야?”
“차라리 더블플레이를 노리고 두 명의 타자를 상대했어야지!”
“조 매든이 멍청한 선택을 한 거야!”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어.”
“낫긴 뭐가 나아?”
“야구도 모르는 놈이 지껄이기는!”
레이스 팬들이 자기들끼리 언성을 높였다.
반대로 양키스 팬들은 편안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이걸로 1차전 승리는 결정 났네.”
“그러게 말이야.”
“커티스가 허무하게 물러섰지만, 하성이 들어서면 끝났지.”
“멍청하게 만루의 상황을 만들어서 하성을 상대하려고 하다니.”
“하하! 정말 멍청한 짓이지!”
누가 보더라도 만루의 상황에서 하성을 맞이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하지만 조 매든은 오히려 지금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원하던 베스트는 아니지만…….’
조 매든이 더그아웃의 계단을 올라와 직접 사인을 보냈다.
[조 매든이 배터리에게 사인을 보냅니다.] [아마도 어려운 승부를 하라는 사인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볼넷이 나오더라도 정하성 선수와 정면승부를 택하는 짓은…….]그때였다.
[아-!] [뭐죠?]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에이, 아니겠죠?]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첫 번째 공이 날아오자 그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퍽!
“볼!”
[아-! 정말입니다! 만루의 상황에서 고의사구를 택했습니다!!]만루에서 고의사구를 택한 레이스 조 매든의 선택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