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52)
마운드의 빌런-252화(252/285)
마운드의 빌런 252화
선수들은 지쳐 있었다.
페넌트레이스라는 기나긴 마라톤을 끝냈다.
심신이 지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쉴 틈은 없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다음 관문이 있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찾아온 휴식이다.
“꿀맛 같구만.”
누군가의 말대로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물론 완벽하게 쉬는 건 아니었다.
컨디션을 잊지 않기 위해 훈련을 하러 구장에 나온다.
땀을 흘리면서 컨디션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경기를 하지 않음으로서 찾아오는 안정은 역시 남다른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하성아, 네 덕분이다.”
훈련을 하는 하성에게 팀메이트인 조쉬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하성 덕분에 3연승을 거두고 푹 쉴 수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알고 있으면 챔피언십에서는 제대로 때려내란 말이야.”
“하하, 독설은 여전하구만. 알았다, 알았어. 제대로 때려낼게.”
“농담이 아니야. 넌 스윙에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때려낼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퍼 올리려고 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네 파워라면 일부러 퍼 올리려 하지 말고 공만 제대로 때려도 충분히 날려버릴 수 있어.”
“음…… 그럴까?”
“물론이지. 당장 오늘 배팅장에서 시험해 봐도 알 거야. 굳이 어퍼스윙이 아니라 배트의 배럴을 돌리는 느낌으로 스윙을 해봐.”
조쉬는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대답 대신 하성의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짧은 대화, 그리고 작은 어드바이스였다.
그리고 하성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다음 스텝으로 가는 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지.’
자신은 보모가 아니다.
동료에게 팀메이트 차원에서 작은 어드바이스 정도는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스스로 얻지 않으면 결국 사라진다는 걸 알기에 하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가볍게 땀을 흘리고 라커룸에 도착한 하성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이사벨이군.”
여러 문자와 연락들이 와있었다.
유명해진 뒤로 자신에게 연락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번호를 알려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러지 않은 사람들까지 말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사생팬들이 매일 같이 전화해 골치를 앓기도 했다.
어쨌든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인 이사벨에게서 온 연락을 확인하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하성 씨.]“훈련하느라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그러실 거라 생각했어요.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당장 경기에 나가도 될 정도로 좋습니다.”
[정말 믿음직한 대답이네요. 하지만 휴식도 중요해요. 앞으로 월드시리즈까지 경기가 남았잖아요?]“물론입니다.”
[아, 그리고 다름이 아니라 KBO 관계자와 미팅이 잡혔어요.]“그렇습니까?”
KBO는 메이저리그에 관계자를 파견해둔 상태였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아예 상주를 시켜두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하성을 국가대표에 합류시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힘싸움을 하려던 그들이었지만, 올 시즌 판도가 아예 기울었다.
‘드디어 꼬리를 내렸군.’
아무리 콧대가 높은 KBO지만, 하성의 활약은 한국을 넘어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기에 그들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저희 쪽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나요?”
[네. 요구를 말하니 모두 수용하겠다 하더라고요. 날짜는 이틀 뒤, 장소는 말씀하신 그곳으로 잡았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모든 답변을 할 수 있는 실무진도 나올 거라고 대답을 들었어요.]“좋네요. 괜한 시간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예전 KBO는 꽤 답답한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대화가 통하니 좋던데요?]“일하기 편하게 바뀌었다니 다행입니다. 이사벨 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하성 씨가 괜찮다면 저도 이틀 뒤에 동행할게요. 미팅 이전에 만나서 간단하게 의견 교환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그러도록 하죠. 그럼 이틀 뒤 뵙겠습니다.”
[네!]전화를 끊은 하성이 스마트폰을 다시 라커에 넣었다.
“국대라…….”
* * *
정하성은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다.
당연히 KBO 입장에서는 국가대표에 합류시키고 싶어했다.
하지만 KBO와 하성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도대체 왜 힘겨루기를 했던 거에요?”
“꼰대들이 어깨에 힘 좀 주려다가 실패한 거지.”
“어휴…… 요즘 애들한테 그런 게 통하기나 할까요?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서 스스로 실력을 입증한 선수인데…….”
“어쩌겠냐. 그게 대한민국인데.”
“쩝…… 첫 단추가 제대로 되었다면 우리가 이 고생을 하지 않을 텐데 말이죠.”
“고생은 무슨. 덕분에 미국에서 편하게 지냈잖아?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경기도 매일 보고.”
“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후배가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본 정태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거렸다.
두 사람은 KBO에서 하성의 전담으로 보낸 파견팀이었다.
하성의 경기를 따라다니며 그가 원할 때 언제든지 미팅을 가질 수 있게 대기하는 중이다.
무모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하성과 KBO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이런 노력이라도 해야 했다.
반대급부로 생각하면 그만큼 KBO와 하성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이는 과거 하성에게 기선을 잡으려고 했던 수뇌부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었다.
덕분에 완벽하게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래도 만나준다고 해서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설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미팅도 하지 못할까 싶었다니까.”
“디비전시리즈에서 양키스가 전승으로 올라간 덕분이겠죠?”
“그 덕분이지. 시간이 났으니까, 우리를 만나러 나올 수 있었을 테고 말이야.”
디비전시리즈가 끝난 하성에겐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KBO와의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하성과 이사벨이 안으로 들어왔다.
* * *
간단히 인사를 나눈 네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정태의 인사와 함께 대화가 시작되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알겠습니다. 저희가 여기에 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하성 선수가 내년에 있을 올림픽에 합류해 주시길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시겠지만, 이번 올림픽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차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고 무엇보다 병역 혜택 역시 포함될 겁니다.”
본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림픽에 메이저리거들의 차출에 소극적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메이저리거들은 한 명, 한 명이 스타플레이어고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이 올림픽에 나가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메이저리그에 엄청난 손실로 다가온다.
그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내보낼 정도의 이벤트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시겠지만, 올림픽에선 야구를 종목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이 마지막이었죠.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이걸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죠!”
박정태의 이야기를 끊고 나선 건 한정우였다.
그는 특유의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바로 정하성 선수의 등장 때문입니다! 정하성 선수가 등장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야구가 조명을 받고 있어요!”
입발린 소리가 아니었다.
하성은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평가받는 선수다.
본래 야구의 인기가 높던 미국, 일본, 대만,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불모지였던 유럽과 인도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그의 언변이나 행동은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박정태가 뒤를 이어 말을 이어나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긴 세월, 야구의 세계화에 힘과 재력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죠. 그런 와중에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에 올림픽위원회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올림픽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한 거죠. 그래서 메이저리거들도 대표팀 발탁이 가능해진 겁니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군요.”
하성의 정곡에 두 사람이 헛기침을 해댔다.
“금칠은 그만해 주셔도 됩니다. 제게 원하는 건 대표팀 합류라고 하셨죠?”
“예, 맞습니다. 대표팀에선 정하성 선수의 편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그 말씀 믿어도 되는 겁니까? 막상 대표팀에 합류한 뒤에는 실무진이 마음대로 약속한 거다, 라는 식으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건 아니고요?”
“아닙니다. 이번에는 협회에서 전권을 받고 넘어왔습니다. 원하시는 부분들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자리에서 확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KBO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하성과의 단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하성의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그를 대표팀에 들이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만큼 하성의 위치는 1년 전과 달라졌다.
현재 그는 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되어 있었다.
아무리 KBO라 하더라도 그런 그와 힘겨루기를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좋습니다. 합류하도록 하죠.”
“저…… 정말입니까?”
“예. 단, 제 조건이 거부된다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무…… 물론입니다!”
박정태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만큼 하성의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결정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최소한 며칠 동안의 미팅은 이어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박정태가 하성이란 사람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가장 큰 메리트는 병역 혜택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대표팀에서 뛸 명분은 충분했다.
‘무엇보다 내 가치도 더 높아질 테고 말이야.’
지금보다 더 높아질 곳이 있나 싶지만, 국가대표는 자국인 한국에서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한국에서 지금 하성은 영웅 그 자체였다.
그런 상태에서 국가대표에 합류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명예까지 손에 쥐게 되겠지.’
병역 혜택과 명예.
둘 다를 손에 쥘 수 있는 미래를 꿈꾸며 하성은 국가대표 합류를 결정했다.
* * *
[(단독!) 정하성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합류!]하성의 국가대표 합류 소식은 곧 기사화가 되어 한국에 알려졌다.
당연히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드디어 국대 들어오냐?!
-태극마크 단다고?
-찌라시 아니냐?
-아직 오피셜은 아니지?
-KBO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음.
-공식적으로는 노코멘트라던데?
-레딧에서 정하성이 에이전트와 함께 한국인과 만나는 걸 본 사람이 있다는 듯.
-사진도 올라옴.
-박정태와 한정우가 하성이랑 미팅한 듯.
-그게 누군데?
-KBOD 실무진들.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특히 레딧을 통해 박정태 한정우가 하성을 만나는 사진이 올라오면서 국대 합류는 기정사실이 되어갔다.
그리고 이 소식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하성이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던데?
-와…… 이거 한국 올림픽 금메달 따는 거 아니냐?
-기정사실로 봐야지.
-메이저리그도 폭격하는데. 올림픽 정도야 뭐.
-이거 밸붕이네.
사람들은 올림픽 금메달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KBO가 입장문을 내놓았다.
[KBO 기술위원회, 정하성 런던올림픽 합류 공식화!]하성이 국대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