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53)
마운드의 빌런-253화(253/285)
마운드의 빌런 253화
하성의 국가대표 합류로 한국이 시끌시끌해진 가운데.
뉴욕 양키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상대가 결정됐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합니다!]그 상대는 바로 텍사스 레인저스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하성의 눈가에 이채가 어렸다.
“역사는 크게 바뀌지 않는군.”
원래대로의 역사라면 텍사스는 이번 시즌 아메리칸리그의 챔피언이 된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압도적인 모습까진 아니지만, 최고 승률을 자랑하면서 1위 팀으로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하성의 회귀로 모든 게 변했다.
뉴욕 양키스가 1위가 되었고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탬파베이를 상대하게 되었다.
덕분에 텍사스는 더 힘든 싸움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겨서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안착했다.
“쉬운 상대는 아니지.”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는 새로 영입한 에이스 클리프리를 필두로 투타의 조합이 나쁘지 않았다.
최소한 페넌트레이스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포스트시즌에는 한마디로 폭발했지.”
디비전 시리즈부터 텍사스 레인저스의 타자들이 각성했다.
하성이 없었다면 포스트시즌 한 시리즈 최다 홈런을 터뜨렸을 넬슨 크루즈, 아드리안 벨트레, 마이클 나폴리, 그리고 텍사스의 미래 조시 해밀턴까지.
엄청난 타격라인을 자랑하면서 맹폭격을 가했다.
“나라고 하더라도 저들의 타격 라인업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최소한 이 시기 텍사스 레인저스의 타선은 아메리칸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메이저리그니까, 당연한 거겠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그리고 그 정점을 가리는 장소가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만만한 상대는 없다.
다시 한번 되뇌며 하성은 마인드컨트롤에 들어갔다.
* * *
챔피언십 시리즈가 결정되면서 사람들은 예상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내셔널 챔피언십 시리즈는 그래도 의견이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는 이야기가 달랐다.
-당연히 양키스가 이기겠지.
-이기는 건 당연하고 스윕을 하느냐 아니냐 아님?
-그것도 그렇네.
-하성이 몇 경기에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
-일단 1차전에선 선발로 나올 테니. 그날 무조건 양키스 승리에 걸어야겠네.
-이미 라스베가스 도박사들은 양키스 승리로 몰리고 있다네.
-배당률이 거의 900 대 1이라는데?
-이걸 텍사스에 거는 놈들이 있다고?
-한 방을 노리는 거겠지
한국은 물론 미국 등 다수의 국가에서 1차전 승리로 양키스를 점쳤다.
그만큼 올 시즌 하성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다는 반증이었다.
하지만 양키스의 감독 조 지라디는 이런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었다.
‘베이스볼에서 당연한 건 없는데. 사람들은 하성의 등판이 당연히 승리로 이어질 거라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투수에게 큰 부담감을 준다.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잘 던지는 건 큰 의미가 없었다.
반대로 실투가 나오거나 평소보다 컨디션이 떨어진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비난이 쏟아지겠지. 저게 무슨 일이지 하면서 말이야.’
그 사실은 투수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올 시즌 실패한 적이 없는 하성이었다.
그런 선수가 중요한 경기에서 실수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본인이 받는 타격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었다.
‘본인의 실수가 아니더라도 만에 하나 동료의 실책이 나온다면 멘탈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베이스볼은 멘탈 스포츠라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
그 정신이 흔들린다면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수 있었다.
“후우…… 너무 걱정이 많은 건가?”
원래 감독이란 자리는 그런 자리다.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부분을 먼저 봐야 했다.
그래야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를 대비하긴 해야겠지. 하지만 기본은 하성을 믿고 가야 한다.”
올 시즌 보여준 모습대로만 나와주길 바랄 뿐이었다.
* * *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뉴욕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이 시작됩니다!!]경기장은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이었다.
[5전 3선승제였던 디비전 시리즈와 달리 챔피언십 시리즈는 7전 4선승제로 이어지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1, 2차전은 승률이 높았던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에서, 3차전부터 5차전까지는 텍사스의 홈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파크인 알링턴에서 펼쳐지고 6차전과 7차전은 다시 양키 스타디움으로 돌아옵니다.] [뉴욕 양키스의 디비전 시리즈를 3전 전승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끝냈습니다.과연 챔피언십 시리즈는 몇 차전까지 이어질지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그때 카메라가 마운드에 서 있는 선수를 잡았다.
[뉴욕 양키스의 선발은 당연히 이 선수입니다! 디 언터처블 정하성 선수입니다!]캐스터의 소개와 동시에 하성이 와인드업과 함께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가볍게 뿌린 공임에도 불구하고 전광판에는 94마일이란 수치가 찍혔다.
의외로 하성은 성실한 선수였다.
여러 구설에 오르긴 했지만, 대부분 인터뷰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것도 자기 할 말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언론과 척을 져서 생긴 구설수가 대부분이었다.
[디비전 시리즈 이후 휴식을 취하던 정하성 선수가 국가대표 합류라는 대형뉴스도 터뜨리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4년 차가 되어서야 드디어 국가대표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KBO에서 빠르게 이 사실을 확인해 주었는데요.] [원래라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그를 선발해야겠지만, 정하성 선수는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선 선수죠.]KBO에는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기술위원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통해 1차 선발, 2차 선발 최종 선발이라는 단계를 밟는다.
하지만 하성은 이 단계를 모두 뛰어넘었다.
그로 인해 일각에선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애당초 하성이 국대에 뽑히지 않으면 그게 이상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우승 후보국으로 오르게 되었습니다.] [단번에 전력이 상승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올림픽보단 당장 눈앞에 있는 챔피언십 시리즈입니다.] [오늘 상대하게 될 텍사스 레인저스의 타선은 탬파베이 레이스와는 수준이 다르지 않습니까?] [정규시즌에서도 탄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만, 디비전 시리즈 들어서는 공포의 타선이 불을 뿜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텍사스 레인저스는 이안 킨슬러를 선두타자로 내세웠고 엘비스 앤드루스 조시 해밀턴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을 선보였습니다.]텍사스 레인저스는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들의 타선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선발투수로는 C.J 윌슨이 나오게 되네요.] [예.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의 등장은 오늘 경기도 투수전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기에 충분합니다.] [경기가 중반을 넘어서면 한일전을 볼 수도 있겠네요.] [계투인 우에하라 고지가 볼티모어에서 텍사스로 트레이드되어 온 덕분이죠.]일본의 레전드 투수 중 한 명인 우에하라 고지.
일본에서는 선발투수로 활약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실패. 생존을 위해 계투로 변신한 상태였다.
[두 선수의 대결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중요한 건 1회 초입니다.] [그렇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과연 1회 초를 어떻게 넘길지. 경기 시작됩니다!]챔피언십 시리즈가 시작됐다.
* * *
텍사스 레인저스의 선봉은 이안 킨슬러가 나섰다.
[올 시즌 최고의 2루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안 킨슬러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부상으로 풀 시즌을 치르지 못했던 2010년과 달리 올 시즌에는 155경기에 나와 158개의 안타와 32개의 홈런 그리고 30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30-30클럽에 가입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성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즌이 모두 마무리된 뒤에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장기계약을 진행할 거라는 예상이 파다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마이클 영의 뒤를 이을 선수가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이안 킨슬러의 등장에 레인저스의 원정 팬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올 시즌 이안 킨슬러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하성이었다.
“후우…….”
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흡-!!”
짧은 기합과 함께 다리를 내디딘 하성이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이안 킨슬러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뻐어어억-!!
이안 킨슬러가 반응하기도 전에 공이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스트라이크가 선언됩니다! 구속은 101마일!!] [정하성 선수가 초구부터 엄청난 공을 던져주네요.] [오늘도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정하성 선수입니다!]이제는 당연하게 된 초구의 임팩트였다.
‘칫…… 여전히 괴물 같은 공이군.’
이안 킨슬러는 올 시즌 다양한 투수들과 상대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던 투수는 바로 하성이었다.
‘무슨 공이 뱀처럼 휘어져서 들어온다. 분명 때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도망쳐서 다른 곳에 꽂히지.’
하성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다.
바로 무브먼트였다.
대부분의 메이저리거들이 무빙 패스트볼을 던진다.
하지만 하성의 무빙 패스트볼은 그 수준이 달랐다.
수직, 수평 무브먼트 모두 변화구와 비슷할 정도의 무빙을 보여준다.
덕분에 타자들이 정타를 노리기 힘들었다.
‘우는소리를 할 때가 아니지.’
이안 킨슬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타석에 섰다.
‘공격의 선봉장인 내가 어떻게든 공격의 물꼬를 터야 한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하성은 완전무결한 투구를 보여주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1회에서 그를 아무도 공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리드오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리드오프는 어떻게든 출루해서 수비에 구멍을 만들어줘야 해.’
이안 킨슬러는 베이스볼이란 스포츠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주자가 있는 상황과 아닌 상황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자신이란 것도 말이다.
‘집중력을 높였군.’
이안 킨슬러의 집중력이 높아진 건 하성에게도 전해졌다.
그 모습을 본 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다고 변하는 건 없어.’
하성 역시 집중력을 높이며 와인드업을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