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54)
마운드의 빌런-254화(254/285)
마운드의 빌런 254화
딱-!!
“파울!!”
[4구 파울입니다!] [초구와 2구까지 연속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챔피언십 시리즈의 첫 아웃 카운트 역시 삼진으로 빠르게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이안 킨슬러!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이 시기 이안 킨슬러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2루수로 불릴 정도였다.
그만큼 수비적인 면모도 뛰어났지만, 타격적인 부분도 뛰어나다는 소리였다.
오히려 타격적인 부분이 먼저 빛을 발했던 이안이었다.
그렇기에 하성의 패스트볼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점점 익숙해지나 보군.’
이안 킨슬러의 스윙을 보면서 하성은 그가 패스트볼에 익숙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배트의 중심에 점점 다가가는 느낌이야. 배트스피드도 초반에는 따라오지 못하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따라오고 있고.’
이 상태에서 2~3번 더 패스트볼을 본다면 타이밍을 맞출 것이다.
위기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사실 이는 하성이 의도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눈과 감각이 내 패스트볼에 익숙해져 있을 때가 요리할 때가 다가왔다는 거지.’
하성이 직접 사인을 보냈다.
그의 사인을 본 포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5구 던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다리를 내디딘 하성이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단말마의 기합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이 이안 킨슬러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이번에도 빠르게 날아드는 공에 이안의 눈이 빛났다.
‘이번에도 패스트볼이냐!’
1회 첫 타자여서일까?
하성은 패스트볼 일변도로 이안을 공략하러 했다.
앞서 던진 4개의 공이 모두 패스트볼인 것이 증명하고 있었다.
‘너무 네 공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니냐?! 아무리 바보라도 4개나 연속해서 같은 공을 보면……!’
후웅-!!
이안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때릴 수 있……!’
배트가 공을 때리려는 순간.
휘릭!!
‘어디로?!’
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안은 금세 공의 궤적을 예측해 하체를 낮췄다.
딱-!!
덕분에 밑으로 떨어지던 공을 어설프게나마 건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실책이었다.
[때렸습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바운드가 된 공이 3루 방향을 향해 굴러갑니다!] [이안의 발은 빠릅니다! 이 공은 빠르게 처리해야 해요!]하성의 시선이 3루로 향했다.
로드리고의 은퇴 이후, 양키스의 3루는 챠베즈의 차지였다.
그는 이렇다 할 특징은 없지만, 수비에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큰 단점이었다.
그리고 그 약점은 중요한 경기에서 드러났다.
‘저걸 왜 글러브로!’
앞으로 대시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굴러오는 공을 맨손이 아닌 글러브로 포구했다.
1루로 공을 던지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이미 이안 킨슬러는 1루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 * *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안 킨슬러의 발이 빠르긴 합니다만, 이번 타구는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 평범한 내야 땅볼이었고 챠베즈의 어깨를 감안하더라도 아웃 카운트를 잡았어야 할 공입니다.] [챠베즈 선수의 실책은 공을 맨손이 아닌 글러브로 포구했다는 거겠죠?] [맞습니다. 방금 타구는 맨손으로 잡아 1루로 던졌어야 합니다.]수비의 실책이다.
이런 실책이 나오면 투수의 멘탈이 흔들릴 수 있었다.
챠베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하다.”
그렇기에 직접 마운드로 다가와 하성에게 공을 전달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하성은 가볍게 챠베즈를 다독였다.
챠베즈는 언제든지 후보로 내려갈 수 있는 선수였다.
3루수에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그를 쓰는 것이지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런 선수이기에 더더욱 이런 상황에서 주눅이 들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하성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비의 실책에 하나하나 신경질을 낼 정도로 그는 예민한 성격이 아니었다.
‘KBO에 있을 때는 이보다 더 심했으니까.’
메이저리그의 수비 실책은 KBO의 그것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이었다.
알까기가 수시로 나왔고 정말 창의적인 실책들이 나오기 일쑤였으니까 말이다.
그런 곳에서 뛰었던 하성의 멘탈은 의외로 단단했다.
‘무엇보다 여기에서 흔들리면 에이스의 자격이 없지.’
하성이 다시 마운드에 섰다.
[실책으로 1루에 주자를 내보낸 정하성 선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처음으로 주자 있는 상황에서 다음 타자를 맞이합니다.] [실책이 나왔지만, 이런 걸 일일이 신경 쓸 이유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자신의 공을 믿고……!]캐스터의 말이 이어지는 찰나.
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빠르게 공을 던졌다.
1루를 향한 견제 동작이 아예 없다시피 했다.
그만큼 빠른 템포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주자가 나갔지만, 여전히 100마일의 강력한 패스트볼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습니다!] [잠깐이나마 그를 걱정했던 게 민망할 정도로 강력한 공을 던지는 정하성 선수! 정말 멋집니다!]하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고작해야 안타 하나다.
그런 것에 흔들릴 정도로 하성의 멘탈은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수난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 * *
조시 해밀턴.
텍사스 레인저스의 현재이자 미래인 선수다.
데뷔 이전에도 베이스볼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포텐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약물 등 여러 이슈로 인해 그는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그러다 2010시즌.
한마디로 포텐셜이 폭발하면서 메이저리그를 초토화시켰다.
만약 하성이 없었다면 아메리칸리그 MVP는 그의 것이었을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조시 해밀턴이 2010시즌 MVP를 탔으니까. 하지만 내 등장으로 인해 그러지 못했지.’
그래서일까?
원래라면 이번 시즌 준수한 수준의 활약을 펼쳤던 그가 2010시즌과 비슷한 활약을 펼쳤다.
‘내게 자극을 받은 것일 수도 있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하성의 활약은 엄청났기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인지 2012시즌에는 작년보다 더 성적이 오른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어찌 됐건 조심해야 해.’
조시 해밀턴의 미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 당시 MVP급의 활약을 펼쳤던 그였지만, 이후에는 기량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다소 일찍 은퇴라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 시기의 조시 해밀턴은 괴물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선수였다.
‘집중력을 더 끌어올려.’
하성은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조시 해밀턴을 상대했다.
* * *
[정하성 선수, 텍사스의 상징인 조시 해밀턴과 상대합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맞이했던 작년과 마찬가지로 조시 해밀턴은 올 시즌에도 엄청난 성적을 펼쳤습니다.] [세부지표에선 오히려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만약 정하성 선수가 올 시즌 투타 겸업을 선언하지 않았다면 MVP는 그의 것이었을 테죠.] [그런 선수를 상대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하성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어지러운 움직임을 보이며 포수의 미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 순간.
후웅-!!
조시 해밀턴의 배트가 묵직하게 회전했다.
딱-!!
그리고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때렸습니다!!]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담장을 넘을 것 같은 움직임.
하지만 공에 스핀이 걸리면서 폴대 바깥쪽으로 떨어졌다.
“파울!!”
[파울입니다! 엄청나게 큰 타구가 파울이 됩니다!] [다행입니다. 맞는 순간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조시 해밀턴! 역시 위험인물입니다! 초구부터 무시무시한 타구를 날려 보냈어요!] [역시 가장 큰 강점인 배트 스피드가 정하성 선수의 100마일짜리 공에도 대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조시 해밀턴의 배트 스피드는 정평이 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위권을 다툴 정도로 그의 배트 스피드는 무척이나 빨랐다.
그렇기에 하성의 강속구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의 중심을 맞추지 못하면서 공에 스핀이 걸려 파울라인 밖으로 날려 보낸 거 같네요.]정확한 해설이었다.
조시 해밀턴도 그것을 아는지 이미지를 조금 바꾸었다.
‘공의 무브먼트가 페넌트레이스보다 더 많아졌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던지는 건가?’
조시 해밀턴과 하성은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많은 승부를 펼쳤다.
그때마다 하성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무척이나 박빙의 승부를 펼쳤었다.
‘아니면 지금이 승부라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지.’
그건 자신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안타를 때리느냐 못 때리느냐에 따라 오늘 경기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었다.
‘조금 더 간결하게 때린다.’
어떻게든 추가타를 만들어 주자를 쌓아야 한다.
그게 현재 시점에서 하성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런 해밀턴의 마인드는 또 하나의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딱-!!
[2구를 강타!!]간결하게 돌린 해밀턴의 배트에 하성의 공이 맞았다.
하지만 너무 잘 맞은 타구가 외야수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랜더슨이 무난하게 잡아낼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그는 어이없는 실책을 범했다.
툭!!
[아-! 그랜더슨 정면으로 날아오는 타구를 놓쳤습니다!] [아~이게 무슨 짓인가요? 아무리 수비에서 약한 그랜더슨이지만, 이런 실책을 범하다니요.] [그사이 이안 킨슬러 3루까지, 그리고 해밀턴은 1루에서 멈춰 섭니다!!] [연속 실책이 나오면서 정하성 선수가 득점권에 주자를 두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최악의 실수들이 나오는 양키스입니다.]양키스의 수비들이 연달아 실책을 범했다.
하성의 투구에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실책들이 더욱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정하성 선수가 흔들릴 수 있지 않습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야말로 더더욱 멘탈을 잡아야 합니다.]캐스터와 해설자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를 걱정하는 건 스태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가 한번 올라가 볼까요?”
투수코치의 질문에 조 지라디는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직 실점을 한 것도 아니야. 비록 상황이 좋진 않지만, 에이스를 믿어야 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지.”
“그것도 그렇네요.”
조 지라디는 하성의 믿음을 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기에 그에 대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했다.
그리고 이런 조 지라디의 판단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두 개의 실책이라…….’
마운드에 있는 하성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X나 고독하구만.’
투수의 자리는 언제나 고독했다.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 서면서 그걸 잠깐 잊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었는데 말이지.’
메이저리그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경험해 봤기에 그리 흔들리지 않았다.
‘이럴 때 대처할 방법도 잘 알고 있지.’
그 방법은 간단했다.
‘나 스스로 해결한다.’
수비를 믿지 않으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