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55)
마운드의 빌런-255화(255/285)
마운드의 빌런 255화
투수를 처음 할 때 코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투수가 해야 할 건 동료를 믿는 거지만, 때로는 동료를 믿지 말아야 한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어려운 말이었다.
하지만 프로가 되면서 그 말을 이해했다.
‘동료가 항상 날 도와주는 건 아니다. 그들이 자의로 한 건 아니지만, 사람인 이상 실수가 나온다. 그때 멘탈이 흔들리면 결국 모든 게 무너진다.’
뼈저리게 느꼈던 경기들이 몇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지금의 하성이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이런 순간에 내가 해야 할 건 오히려 더 단단해져야 한다.’
흐름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자신마저 흔들린다면 경기의 흐름은 완벽하게 넘어간다.
그걸 알기에 하성은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나 혼자 플레이해야 할 시간이다.’
하성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 * *
[포스트시즌 이래 최고의 위기입니다!]캐스터의 말대로였다.
포스트시즌이 진행되고 하성은 막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 번도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3루에 주자가 나갔다.
아웃 카운트는 단 한 개만 올라간 상황이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정하성 선수가 네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모든 이들이 하성을 걱정했다.
-하성이 실점하는 거 아니냐?
-어차피 비자책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실점은 실점이지.
-ㅅㅂ 이게 메이저리그 클라스냐?
-무슨 실책을 연달아 내냐?
-수비수들 싹 다 갈아라!
-이게 현실이냐?
-크보랑 다를 게 없네.
-하성이만 불쌍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하성에 대한 동정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이게 야구지.
-하성도 이제 실점할 때가 됐음.
-그동안 잘난척만 하더니 잘 됐다.
-ㅋㅋㅋㅋ 양키스 수준 어디 안 가죠?
양키스에 대한 반감.
그리고 하성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그저 맹목적인 비난을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을 때.
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하게 날아가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입니다! 구속은…… 100마일!! 동료의 실책이 나왔지만, 정하성 선수의 구속은 흔들리지 않습니다!]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흡-!”
쐐애애애액!!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투!!”
[연달아 던진 두 개의 패스트볼! 이번에는 101마일이 찍힙니다!] [아~ 정말 좋은 공입니다! 초구는 몸쪽을 찌르고 두 번째 공은 바깥쪽 낮은 코스를 공략하면서 타자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구속이 상승했다.
와인드업이 없는 세트포지션에 던진 공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놀라는 건 아직 일렀다.
“흡-!!”
쐐애애애애액-!!
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뻐어어어억!!
미트에 꽂혔다.
후웅!
뒤이어 타자의 배트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전광판에 구속이 찍혔다.
[103mph]양키 스타디움이 발칵 뒤집혔다.
[배…… 백삼 마일이 찍혔습니다! 정하성 선수! 가장 중요한 순간에 103마일의 공을 뿌리며 삼구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웁니다!] [저…… 정말 엄청납니다!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최고구속을 기록하다니! 정말 엄청납니다!]하성이 103마일을 던진 건 처음이 아니다.
정규시즌에도 그 정도의 공은 던졌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나오는 구속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왔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놀라운 건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였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사…… 삼진! 두 타자 연속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이번에도 103마일을 던지며 타자가 대응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위기상황이 찾아왔지만, 정하성 선수가 멋진 투구로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 냅니다!]스스로 위기를 이겨낸 하성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 * *
하성의 활약은 1회가 끝이 아니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 3회 만에 7개의 탈삼진을 잡아냅니다!] [1회 위기를 얻었던 정하성 선수, 하지만 이후 엄청난 속도로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모든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있습니다!]경이로운 속도였다.
포스트시즌에서 이 정도로 빠르게 탈삼진을 올리는 선수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해설자였다.
[가장 놀라운 건 모든 공들이 100마일 이상이 찍히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1회 이후 모든 패스트볼의 구속이 100마일 이상이 찍히면서 타자들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100마일.
꿈의 무대라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구속이다.
그 공을 자유자재로 던지는 하성을 상대로 타자들이 안타를 뺏어내는 건 쉽지 않았다.
[4회,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네요.] [첫 번째 타석에선 텍사스가 정면승부를 피하고 그를 고의사구로 내보냈는데. 과연 두 번째 타석에선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요.]챔피언십 시리즈 첫 타석에서 하성은 볼넷을 얻었다.
텍사스는 그와의 승부를 피하는 걸 택한 듯했다.
그 증거로 두 번째 타석에서도 하성과의 승부를 철저하게 피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또다시 볼넷입니다! 두 타석 연속 볼넷으로 1루로 걸어 나가는 정하성 선수!] [텍사스는 정하성 선수와 승부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하성과의 승부를 완벽하게 피하는 텍사스의 작전에 양키 스타디움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레인저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 괴물 같은 녀석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게 오히려 더 손해다.’
괴물 같은 녀석.
그 표현이 딱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는 하성이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했다.
그것이 레인저스의 작전이었다.
‘저런 공을 길게 던질 수 없을 거다. 평소보다 빨리 투수 교체가 될 게 분명해. 그때가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거다.’
텍사스의 작전은 심플했다.
하성이 전력투구를 하고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면 그때부터 몰아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작전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바로 하성에 의해서 말이다.
* * *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0번째 탈삼진을 추가하는 정하성 선수! 이번에도 103마일의 구속이 찍힙니다!]하성은 엄청난 페이스로 탈삼진을 추가해 나갔다.
그 속도는 엄청났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에서 이렇게 많은 숫자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건 이례적이었다.
[정보를 찾아본 결과 현재까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은 1968년 월드시리즈에서 나온 밥 깁슨의 17개입니다. 5회까지 10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정하성 선수는 앞으로 7개의 탈삼진을 더 추가하면 이 기록과 타이를 세우게 됩니다.] [정말 엄청난 페이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1회의 위기가 오히려 정하성 선수의 승부욕을 자극하게 된 걸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동료들이 실책을 범하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꼈을 수도 있죠.] [보통의 경우 중압감은 실책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은데. 정하성 선수는 반대가 되었네요.]아이러니한 일이다.
동료들의 실수가 그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한 번 집중력을 끌어올린 하성은 무서운 페이스로 탈삼진을 잡아가고 있었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그에게 탈삼진을 잡아내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과연 정하성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됩니다!!]사람들의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단지 탈삼진 기록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정하성 선수는 노히트 기록을 이어가면서 메이저리그 역대 세 번째 포스트시즌 노히트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한국의 노히트노런과 달리 메이저리그의 노히트는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지 않으면 된다.
즉, 주자가 볼넷으로 나가든 실책으로 출루를 하든 상관이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하성은 아직까지 노히터 요인을 갖추고 있는 상황.
과연 그가 메이저리그 역대 세 번째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도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도 어느덧 후반으로 접어듭니다!]그리고 경기는 6회에 접어들고 있었다.
* * *
더그아웃에 들어온 하성이 자리에 앉자 동료들이 피했다.
그가 따돌림을 당하는 게 아니다.
하성의 집중력을 깨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어마어마한 녀석이네.’
‘설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노히터를 기록할 줄이야.’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역대 탈삼진 기록도 세울 거 같아.’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동료들 역시 그의 기록을 신경 쓰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호투를 반기는 건 챠베즈였다.
‘내 실수 때문에 경기가 망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번째 실책을 냈던 챠베즈다.
그로 인해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하성은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엄청난 페이스로 삼진을 잡아내고 있었다.
덕분에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반드시 이기게 해주고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키스가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하성에 가려져 있지만, C.J윌슨 역시 엄청난 호투로 5회까지 양키스 타선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가 호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하성을 철저하게 틀어막은 게 컸다.
비록 고의사구로 승부를 피하는 선택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양키스의 공격 흐름을 끊기에 충분했다.
‘이런 호투를 펼치고도 경기에 지면 얼마나 억울할까?’
챠베즈는 1회에 있었던 실책을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었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하성을 위해서도 말이다.
* * *
6회.
하성은 두 개의 탈삼진을 더 추가했다.
[6회까지 탈삼진 12개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투구 수는 어느덧 80개를 넘어섰습니다!]투구 수 80개.
포스트시즌임을 감안하면 교체도 생각할 수 있는 투구 수다.
하지만 조 지라디 감독은 하성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하성의 현재 페이스라면 완봉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그렇겠지. 불펜을 아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어.”
단기전만큼 불펜이 중요한 경기는 없었다.
그걸 잘 아는 지라디 감독이었기에 이번 기회를 잘 살릴 생각이었다.
‘내 예상보다 더 잘 던져주는 하성이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녀석을 믿는 것이다.’
하성의 투구는 이미 상식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의 능력이 어디까지 닿을지 알 수 없었다.
지금 해야 하는 건 지켜보는 것.
그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고 지지해 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9회에도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7회와 8회를 넘어 9회 초에도 정하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정하성 선수가 경기를 끝내기 위해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정말 경이롭습니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9회까지 공을 던지다니 말입니다.] [더 놀라운 건 현재까지 16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는 겁니다! 이번 이닝에서 1개의 탈삼진을 추가하면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을! 2개의 탈삼진을 추가하면 신기록을 달성하게 됩니다!]신기록을 눈앞에 둔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