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58)
마운드의 빌런-258화(258/285)
마운드의 빌런 258화
올 시즌 하성의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그를 막으면 양키스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오늘 경기에서 정하성 선수를 완벽하게 틀어막았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기에서 패배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언론은 당연히 텍사스 감독에게 화살을 겨누었다.
그는 그 화살을 피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제 작전을 잘 이행해 주었습니다. 경기에서 패배한 건 정하성 선수에게만 집중해 양키스를 보지 못한 제 판단 착오입니다.]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은 텍사스 팬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사실 정하성을 막을 방법이 이거뿐이긴 하지.
-그래도 연속 고의사구는 너무한 거 아니냐?
-아무리 정하성이 무섭다곤 하지만, 이런 건 야구가 아님.
-정면승부를 해야지.
-그래도 책임회피를 하진 않아서 다행이네.
-다음 경기는 어떻게 되려나?
-챔피언십 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되겠지.
-하성이 나올 듯.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
시리즈 스코어는 3 대 1인 상황에서 맞이하는 경기였다.
여기에서 양키스가 이긴다면 그대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양키스 입장에서는 시리즈를 끝내고 일찌감치 쉬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당연히 스태프 회의에서도 이와 관련된 의견이 나왔다.
“정하성을 올려서 시리즈를 끝내는 게 가장 좋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내셔널리그 쪽은 최소 6차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수 있다면 계산상 저희가 이틀은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 중요한 건 휴식이다.
선수들은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서 이미 지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찾아오는 휴식은 말라버린 땅에 내리는 한줄기 단비와도 같았다.
그걸 잘 아는 코칭 스태프들은 어떻게든 시리즈를 일찌감치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조 지라디는 다른 쪽도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하성이 월드시리즈 1차전에도 선발로 나가야 한다는 거지.”
“음…….”
“그건 그렇죠.”
이미 월드시리즈 1차전의 선발을 하성으로 내정한 상태였다.
아니, 양키스의 그 어떤 투수도 하성을 대신해서 월드시리즈 개막전 선발로 나올 수 없었다.
그만큼 하성은 양키스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그럼 하성에게 물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후우……. 녀석이야 당연히 내일도 나가고 월드시리즈 1차전에도 나가겠다고 하겠지.”
“그것도 그렇네요.”
하성은 자신의 등판을 그냥 넘길 선수가 아니었다.
코칭 스태프가 묻는다면 언제든지 그는 마운드에 오르려고 한다.
그걸 알기에 조 지라디는 하성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
“일단 하성을 불러야겠군.”
그의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회의실로 하성이 들어왔다.
조 지라디는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내일 경기를 끝내고 푹 쉰다면 월드시리즈 1차전까지 체력을 회복하는데 문제없습니다.”
“그렇게 대답할 거라 예상했지만, 정말 괜찮겠나?”
“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등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충분히 괜찮으니 걱정 말고 내일 경기에도 절 선발로 기용해 주십시오.”
하성의 대답을 들은 조 지라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
1차전에 이어 하성의 두 번째 등판이 결정됐다.
* * *
챔피언십 시리즈 하성의 두 번째 등판.
텍사스 레인저스 팬들 입장에선 최악의 소식이었다.
-아~ 여기에서 정하성이냐…….
-어떻게든 1승을 올려야 되는데.
-이거 그냥 포기각 아니냐?
-망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여기서 끝인가 보오…….
그들은 이미 절망했다.
반대로 양키스 팬들은 환호했다.
-당연한 선택이지!
-여기에서 시리즈 끝내자!
-월드시리즈 준비를 하루라도 빨리하는 게 낫지!
-하성이 올라오면 마음 편하게 보면 되겠다.
-가즈아-!
정하성의 등판에 전문가들 역시 양키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양키스가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정하성을 등판시켰네요.] [정하성 선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아직까지 자책점이 없습니다. 그는 완벽한 투구로 포스트시즌을 지배하고 있어요.] [시즌이 끝나면 사이영상 수상에 MVP까지 수상하게 될 정하성 선수입니다. 그런 그가 올라온다는 건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거죠.] [이제 중요한 건 텍사스가 과연 어떻게 유종의 미를 거둘지 입니다.]이미 시리즈가 끝난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단을 자극했다.
“젠장! 여기나 저기나 다들 우리가 졌다고 떠들고 있네.”
“그만큼 정하성이 무섭단 소리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경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그건 맞는 말이지.”
“이대로 개무시당하고 끝낼 수는 없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경기는 시작해 봐야 아는 거지.”
텍사스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외부에서의 자극은 그들의 승부욕에 불을 붙이기 충분했다.
그렇게 두 팀의 5차전에 대한 준비가 끝났다.
* * *
5차전 1회 초.
양키스는 이렇다 할 공격을 성공하지 못하고 이닝을 마감했다.
이전과 다른 부분은 바로 정하성을 상대로 레인저스가 정면승부를 택한 것이다.
[앞서 보여주었던 레인저스의 고의사구 작전은 이제 끝난 듯 보입니다.] [예. 오늘은 정하성 선수와 정면승부를 택하면서 그를 중견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로 돌려세웠습니다.]첫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하성은 곧장 마운드에 오를 준비에 들어갔다.
[1회 말, 레인저스의 공격에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양키스는 에이스를 올리면서 챔피언십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계산인 거 같습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은 7차전까지 가는 게 거의 확실한 상황 아닙니까?] [맞습니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죠.] [만약 오늘 양키스가 레인저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챔피언십 시리즈를 끝낸다면 월드시리즈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런 계산 아래 양키스가 정하성 선수를 등판시킨 것이겠죠.] [반대로 이야기하면 레인저스는 오늘 경기에서 이겨 어떻게든 7차전까지 끌고 가야 되겠고요.] [그렇게 된다면 레인저스가 더 유리하게 될 겁니다.] [정하성이란 카드를 이미 써버렸기 때문일까요?] [정답입니다. 정하성 선수는 확실한 1승을 올려줄 수 있는 선수죠. 그런 선수를 써버렸다는 건 양키스에게 크나큰 손해가 될 겁니다.]양키스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있었다.
하성이란 카드를 써버린 이상 오늘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리스크였다.
만약 진다면 확실한 1승 카드가 사라지는 셈이다.
어쨌건 레인저스보다는 큰 리스크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하성이 등판한 이상 최소 6회까지는 상대 타선을 막아줄 가능성이 컸다.
‘사실상 백 퍼센트인 셈이지.’
포스트시즌에서 하성의 실점은 단 1점도 없는 상황.
이번 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할 순 있지만, 가능성은 낮았다.
‘문제는 우리 타선이 레인저스를 공략해야 한다는 점인데.’
조 지라디는 상대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레인저스도 오늘은 전력을 다하겠다는 듯, 선발투수로 클리프 리를 내보냈고 거기에 다른 선발투수들도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모든 카드를 쓰겠다는 거지.’
선발투수를 중간에 투입하는 건 여러 위험이 있었다.
가장 큰 위험은 역시 다음 경기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인저스는 그걸 각오하고 있었다.
배수진.
그들은 오늘 경기를 잡기 위해 다음 경기를 포기할 작정까지 하고 있었다.
‘뒤가 없는 자들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지.’
조 지라디는 오늘 경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였다.
뻐어어어억-!!
굉음이 울려 퍼졌다.
“스트라이크!!”
그리고 올라가는 구심의 손을 보며 피어오르던 걱정이 단숨에 날아갔다.
‘하성을 믿어라.’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를 데리고 하는 게임이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걱정한다면 다른 감독들이 화낼 것이다.
그 정도로 하성이 주는 믿음은 대단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투!!”
그리고 하성은 그 신뢰에 보답하듯 호투를 이어갔다.
* * *
하성의 호투는 이제 당연한 게 되었다.
그리고 하성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매 경기 호투를 선보이고 있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오늘 경기 11번째 탈삼진을 추가하는 정하성 선수! 레인저스의 끈질긴 타선을 6회까지 틀어막았습니다!] [오늘 레인저스 선수들의 끈기도 대단하지만, 정하성 선수의 강속구 앞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레인저스 타선은 평소와 달랐다.
그들은 끝까지 하성을 괴롭히기 위해 물고 늘어졌다.
덕분에 6회이지만, 하성의 투구 수는 어느덧 90개에 달하고 있었다.
[정하성 선수는 7회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높겠네요.]원래라면 하성은 7회를 넘어 8회까지 던지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양키스 더그아웃 역시 그럴 것임을 예상하고 불펜을 준비시켰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무래도 레인저스 선수단도 배수진을 친 상황이니만큼 정하성 선수가 쉽게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하성이 승부를 피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승부를 빨리 결정지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타자들은 하성의 공을 건드려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던지게 만들었다.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성이 계속 마운드에 있으면 우리가 점수를 낼 기회는 줄어든다.”
“어떻게든 그를 내리고 우리가 공격할 기회를 잡아야 해.”
같은 메이저리거조차 두려워하게 만드는 하성의 피칭.
그를 내린 뒤에야 승부를 보려는 마음을 가지면서 어떻게든 그의 투구 수를 늘렸다.
무엇보다 하성이 선발에서 내려가면 타자 역시 교체될 가능성이 컸다.
지금까지는 그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하성도 달랐다.
“하성, 다음 이닝에는 교체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한 이닝 정도는 더 던질 수 있습니다.”
“음,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제 손으로 끝내고 싶습니다.”
“자네 뜻이 그러하다면 다음 이닝까지 자네가 맡아주게.”
조 지라디 감독은 하성의 의견을 존중했다.
메이저리그의 베테랑 감독이라 하더라도 현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의 의견을 무시할 순 없으니 말이다.
돌아서려는 조 지라디를 하성이 붙잡았다.
“그리고 오늘은 마운드에서 내려가더라도 타석에는 계속 서고 싶습니다.”
“괜찮겠나?”
“예. 지명타자로 계속 나가고 싶습니다.”
본래 하성은 선발로 던지는 날에는 교체 때 타석에서도 교체했다.
그게 체력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은 오늘 그 루틴을 바꾸려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루틴 변경은 선수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하성이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은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오늘 경기로 챔피언십을 끝내고 월드시리즈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바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그건 조 지라디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겠네.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지.”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
이제 그 경기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