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6)
마운드의 빌런-26화(26/285)
마운드의 빌런 26화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안착?!] [정하성 무서운 기세로 메이저리그 폭격 중!!] [3경기 연속 퍼펙트 행진!! 정하성의 한계는 어디인가?!!] [메이저리그 전문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루키 TOP10”에 뽑힌 정하성!!]한국 포털사이트가 하성에 대한 소식으로 도배됐다.
메이저리그 뉴스에는 하성의 이름이 꼭 들어가 있었다.
그중에는 다른 기사의 내용을 대놓고 따라 한 것들도 있었다.
뉴스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하성은 대중에게 노출이 되었다.
-정하성 잘나가나 보네
-3경기 연속 무실점이면 잘하긴 했지
-루키가 처음 올라와서 이렇게 잘하긴 힘듦 ㅋ
-오랜만에 나온 대형루키인가?
-이 정도면 내년 WBC에 얘도 선발해야 하는 거 아님?
-아-! 오클랜드 경기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대중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성적이 좋다 하니 같은 한국인으로서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댓글이 그런 건 아니었다.
-이제 고작 3경기인데 뭔 성공적인 안착이냐?
-무서운 기세는 얼어 죽을
-아니, 3경기 연속 퍼펙트라고 적으면 퍼펙트게임 연속으로 한 줄 알겠네
-도대체 어떤 언론에서 선정한 최고의 루키인데?
-뉴욕에 거주 중인데, 정하성 아는 사람 없음 ㅋ
-윗댓 인증해 봐라 ㅋ
호의적인 기사에 반발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러한 대중의 반응을 하성은 모두 체크하고 있었다.
“이런 썩을 놈들.”
댓글을 일일이 체크하던 하성은 인상을 구기며 욕설을 뱉었다.
“하여간 이 시대에도 기레기 근성은 죽지 않는구나.”
욕설의 대상은 부정적인 댓글을 단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를 분노하게 한 것은 무분별한 기사를 쏟아내는 기자들이었다.
“올해 최고의 루키 TOP10? 지랄 맞은 소리 하고 있네.”
혹시나 해서 구글에 검색했다.
그리고 결과를 찾았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무슨, 개인 블로거가 어떻게 메이저리그 전문가냐?”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꼴랑 3.1이닝 던진 걸로 퍼펙트 행진에 메이저리그 폭격? 가지가지 한다.”
그나마 사실을 다룬 기사들은 괜찮았다.
“아무리 아직 인터넷 발달이 느린 시대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스마트폰이 일상화가 된 시대를 살아왔던 하성이다.
만약 그 시절에 이런 기사들이 나왔다면 가짜뉴스라는 오명을 썼을 정도로 엉망인 기사들이 많았다.
“이대로면 미국 사정에 능통한 인간들의 반감만 커지겠는데?”
그런 인간들이 안티로 돌아서면 더 골치 아프다.
이 시절 메이저리그에 박식하다는 건 엄청난 마니아라는 소리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하성을 화나게 하는 건 기자들의 방식이었다.
“이 새끼들 덕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었지.”
KBO에서 데뷔했던 이전 삶.
거기에서도 하성은 루키 시절 모든 이들의 주목받던 투수였다.
[초고교급 투수 정하성! 데뷔전에서 6이닝 1실점 7탈삼진 기록!] [한국야구의 미래는 밝다! 대형루키의 첫 등판!]당시 하성은 초고교급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언론과 야구팬의 주목을 받았다.
구단에서도 기대가 컸고 성장도 빨랐기에 5선발로 꾸준히 등용됐다.
그리고 하성은 그 기대에 충족하는 성적을 올렸다.
[대형루키 정하성! 첫 시즌에 10승 달성!!] [오랜만에 등장한 고졸신인에 야구팬들 열광하다!] [평균구속 150㎞ 이상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는 대형신인의 등장!!]언론은 그런 하성을 띄워주기 바빴다.
특히 한국에서 보기 드문 강속구 투수라는 것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좋았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에 대해 좋은 감정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부터 언론과의 불화가 싹텄다.
[대형루키 정하성 국가대표에 박탈!!] [데뷔 2년 차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정하성!]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국가대표에 선발된 하성에 대한 언론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하성도 자신 있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다는 것에 자부심도 대단했다.
하지만 결과는 부진했다.
[정하성 1이닝도 채우지 못해.] [역량 부족을 드러낸 정하성! 세계무대에선 힘들다.] [루키에게는 너무 큰 짐이었나? 1/3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이 정도는 실력에 대한 비판이랄 수 있다.
여기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이후 하성이 스타로 성장하면서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정하성! 소년팬의 사인 요청을 무시!!]무시가 아니었다.
사인을 해주고 가는 길이었는데, 교묘하게 무시하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 업로드했다.
[묘령의 여인과 데이트를 하는 정하성!!]막내 이모와 밥을 먹고 있는 장면을 데이트로 둔갑시키는 기자도 있는가 하면.
[(단독보도) 스포츠스타와 여자배우의 은밀한 만남?!]실제 비밀연애를 스토킹까지 해서 찍어내는 기자도 있었다.
덕분에 잘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기까지 했다.
더 끔찍했던 건 이별의 아픔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을 때 나온 기사였다.
[연애에 정신 팔려 야구를 소홀히 한 에이스의 추락!]프로 선수도 사람이다.
희로애락을 느끼니 성적에도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자신을 조회 수로밖에 보지 않았다.
“그 당시에 나도 참 X신 같았지. 그런 꼴을 당하고도 이해한다고 씨불이면서 내버려 뒀으니.”
하지만 이번 삶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하성의 눈에 독기가 나타났다.
* * *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 하성은 모든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러니 구단에서도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신뢰는 경기에서 바로 드러났다.
[애슬레틱스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브레이든을 내리고 7회에는 루키 정하성을 등판시킵니다. 빅리그 데뷔 이후 정하성 선수는 훌륭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어요.] [콜업 이후 4경기에 등판해 4.1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 중입니다.] [완벽한 피칭이네요. 과연 4점의 리드를 안고 등판한 오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오클랜드 지역방송국이기에 하성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하성은 거기에 걸맞은 피칭을 보여주었다.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딱-!!
“파울!!”
[초구 파울. 96마일의 빠른 공에 타이밍을 뺏깁니다.]퍽!!
“스윙! 스트라이크 투!!”
[높은 공에 배트 나오네요. 이번 공의 구속은 98마일이 찍혔습니다.] [하이 패스트볼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 내기 좋습니다. 아주 좋은 볼 배합이었어요.] [순식간에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정하성 선수, 선택지가 많아졌네요.]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사인교환이 길어졌다.
하지만 곧 결정이 나면서 하성이 투구 자세에 들어갔다.
[자, 3구를 어떤 공으로 택할지 기대됩니다. 정하성 선수, 3구 던졌습니다!]쐐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몸쪽을 찌르는 97마일의 빠른 공에 타자 꼼짝도 못 합니다!] [과감한 선택이었어요. 빠르게 승부를 보면서 타자의 허를 제대로 찔렀네요!] [루키라고는 믿기지 않는 배짱을 보여줍니다!]다섯 번째 등판에도 하성은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그 결과.
무실점 경기를 5.1이닝까지 늘리며 메이저리그 등판 이후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 소식은 곧 기자들에 의해 국내로 전달됐다.
[한국산 파이어볼러 메이저리그를 초토화하다!] [코리안특급을 잇는 대형투수의 등장?!] [정하성의 무실점 행진은 어디까지?!] [선발로 따지면 5.1이닝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는 정하성!!]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것들을 본 하성은 얼척이 없었다.
“계투면 계투지, 무슨 선발로 따지면이야?”
물론 모든 기사가 엉망인 건 아니었다.
[애슬레틱스의 정하성,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다.] [정하성이 무실점피칭을 이어갔다.최고 구속 98마일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수준 높은 커터와 싱커를 던지면서 타자들을 제압해 나갔다.]
백준기 기자는 전문지식을 맘껏 뽐내며 기사를 썼다.
그리고 또 한 곳도 있었다.
[오클랜드 불펜에 희망이 되고 있는 루키 정하성.] [루키 정하성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오클랜드 불펜에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오클랜드 불펜은 후반기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하성이 합류한 9월에는 평균자책점 1.15를 기록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꽤 전문적인 기사였다.
자신의 합류 전과 후를 비교하며 기사를 써 내려갔다.
‘이런 양반도 있네. 기자 이름이…… 강다빈.’
하지만 제대로 된 기사는 적었다.
대부분 어떻게든 대중의 클릭을 얻어내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과 허접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들에 야구팬들의 반응도 나빠졌다.
-기레기들 너무하네 ㅋㅋㅋ
-선발이랑 계투의 차이 모름?
-설레발 오졌고요
-국뽕도 이 정도면 치사량 아니냐?ㅋㅋ
-이 정도면 정하성이 기자들에게 뒷돈 줬다.
-정하성 친인척 중에 기자 있냐?ㅋㅋ
하성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제 아예 내 잘못으로 몰고 가는 놈들도 생겼는데?”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더 심해질 것이다.
익명의 힘을 빌린 대중은 무서운 법이었으니까.
회귀 전에 그걸 경험했던 하성은 그걸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 * *
하성의 활약에 오클랜드 단장 크리스는 최근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팬들이 돌아오고 있어.’
그것을 알 수 있는 건 시청률이었다.
데뷔전이었던 시애틀과의 시리즈 이후 오클랜드는 원정경기가 연달아 이어졌다.
덕분에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오클랜드 팬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선 중계를 봐야 했다.
그런데 그 수치가 조금씩이지만, 유의미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이는 팬들이 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거기에 하성의 합류 이후 뒷문이 강화되면서 승률도 오르고 있다.’
누군가는 고작 1이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성은 그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경기를 직접 운영하는 감독 입장에선 확실한 카드를 한 장 보유하게 된 셈이다.
운영이 안정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잘하면 와일드카드까지 넘볼 수 있겠어.’
현재 오클랜드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는 순위와 상관없이 승률이 높은 팀이 올라간다.
‘지금부터 모든 경기를 이긴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열려있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핑크빛 미래를 꿈꾸고 있을 때였다.
똑똑-!
“단장님, 한국 취재진들이 정하성 선수의 인터뷰를 요청했는데요.”
“한국 취재진들이?”
“네. 일곱 개의 언론사에서 나왔는데. 이 정도 숫자면 따로 시간을 내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오호, 그래?”
크리스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한국은 자국 내 스타에 대한 구매력이 높은 국가라고 들었어. 하성이 이대로 성장만 해준다면 유니폼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리되면 구단 운영에도 도움이 될 거다.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 비어 있는 방에서 간략하게나마 자리를 마련하지.”
“알겠습니다.”
* * *
하성은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아니, 굳이 한국 기자들만 모아서 인터뷰를 해야 하나?’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양반들이다.
특히 투데이베이스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버를 넘어 아주 없는 이야기까지 잘 지어내는 놈들이었지.’
개인 블로거를 메이저리그 전문가로 만들어버리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그놈들이 눈앞에 와있었다.
‘백준기 기자님도 계시네.’
백준기 기자의 옆에는 한 미모의 여성이 같이 앉아 있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니 꽤 친한 사이로 보였다.
그렇게 기자들을 보고 있을 때 오클랜드 구단 직원이 입을 열었다.
“질문은 각 언론사마다 한 번씩 가능하니 신중하게 진행해 주세요.”
직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정하성 선수! 데뷔 이후 퍼펙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퍼펙트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거 같습니까?”
“올 시즌 목표 좀 말씀해 주시죠!”
“올 시즌이 끝나고 받게 될 연봉으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무엇입니까?”
기자들의 질문은 하나같이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어떻게든 하성에게서 기삿감을 뽑아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런 기자들을 보던 하성이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말도 안 되는 질문 말고 제대로 된 질문 좀 해주시죠?”
그의 한마디에 시장통과도 같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