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61)
마운드의 빌런-261화(261/285)
마운드의 빌런 261화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타석에 들어서는 그를 향해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정하성 한 방 날려 버려!”
“홈런 가즈아!!”
“홈런! 홈런! 홈런!!”
팬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양키스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상당히 많은 한국어가 들려오는 게 그 증거였다.
[오늘도 많은 한국인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뉴욕으로 옮기면서 경기장까지 찾는 한국 팬분들이 더 많아진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클랜드에 있을 때보다는 접근성이 편리해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하성 선수에게는 정말 엄청난 힘이 될 겁니다. 먼 타국에서 자국민의 응원을 듣는다니 말입니다!]분명 그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아쉽게도 하성의 귀에는 응원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후우…….”
집중력을 끌어올린 그의 시선에는 오직 투수의 손에 들린 공만 보였다.
‘나와 승부를 쉽게 가져가진 않겠지.’
크리스 카펜터는 오늘 호투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은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맞춰 잡는 형태의 피칭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한마디로 정면승부보다는 제구력과 볼 컨트롤로 승부를 본다는 소리였다.
‘오늘 경기에서 탈삼진의 개수는 3개밖에 되지 않지만, 아직까지 실점이 없는 게 그 증거다.’
탈삼진 3개는 하성의 탈삼진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무실점 피칭을 하고 있었기에 결과는 같았다.
‘앞선 타석에서도 그는 나와의 승부를 마지막까지 가져가지 않았다.’
첫 번째 타석에서 하성은 볼넷으로 베이스를 밟았다.
고의사구는 아니었다.
투스트라이크 쓰리볼에서 정면승부가 아닌 떨어지는 볼을 참아내면서 볼넷으로 출루한 것이다.
즉, 크리스 카펜터는 승부를 어렵게 가져가지만 피하진 않았다는 소리다.
‘텍사스처럼 나와의 승부를 피할 생각은 없다.’
하성을 얕보는 건 아닐 것이다.
단지 승부를 택했을 뿐이다.
‘나에게는 더 낫다.’
승부를 피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피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공은 익숙해졌어.’
하성이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크리스 카펜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흡!!”
쐐애애액-!!
카펜터의 손을 떠난 공이 몸쪽을 파고들었다.
하성이 발을 내디디며 스윙을 시작하려는 순간.
휘릭!!
공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천적을 피하는 동물처럼 밑으로 뚝 떨어졌다.
하성은 스윙 궤적에서 벗어난 공을 무리하게 때리지 않고 배트를 멈췄다.
퍽!!
“볼.”
[초구 포크볼을 잘 참아내는 정하성 선수!] [좋은 변화구였습니다만, 정하성 선수의 선구안이 더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카디널스는 정하성 선수와의 승부를 택한 거 같습니다.] [텍사스가 하나의 공략법을 내놓긴 했습니다만, 그건 공략법이라 보긴 어려웠죠. 무엇보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고의사구 작전으로도 패배했기에 카디널스는 정공법을 택한 거 같습니다.] [승부는 다소 어렵게 가겠지만, 정하성 선수도 고의사구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고 타격에 임해야 합니다.]크리스 카펜터는 마운드에서 집착하게 본인의 루틴을 밟았다.
‘손에 느낌이 있었는데. 그걸 마지막 순간에 참아냈다. 확실히 좋은 타자야.’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리그가 다르기에 두 선수가 승부를 한 건 고작해야 3타석이 전부였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봤을 때도 나쁘지 않았는데. 오늘 컨디션은 그보다 더 좋아 보인다.’
두 번째 타석이기에 하성의 상태를 체크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럼 이번에는 허를 찔러볼까.’
피처 플레이트를 밟은 카펜터가 사인을 직접 보냈다.
‘나는 너처럼 괴물 같은 강속구는 없지만…….’
[사인을 교환한 카펜터,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경험이란 게 있단다.’
[2구 던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다리를 내디딘 카펜터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위험한 코스였다.
하성도 그걸 느꼈는지 상체를 뒤로 젖혔다.
공은 더 이상의 변화를 주지 않고 하성의 머리가 있던 곳을 그대로 통과했다.
뻐어억-!!
“볼.”
“우우우우-!!”
“어디에 공을 던지는 거야?!”
“제대로 던지지 못해?!”
“우리 하성이한테 맞으면 너 죽을 줄 알아!!”
팬들의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그만큼 위험한 공이었다.
[아~ 방금 전 공은 다소 위험했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피하지 않았으면 맞을 뻔했던 공입니다.] [실투로 생각이 듭니다만, 자칫 잘못하면 헤드샷이 나올 뻔했습니다.]실투로 보이는 공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노렸군.’
정확히 머리를 노리고 던진 공이다.
‘맞출 의도가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분명 위협을 느낄 만한 장소로 공을 던졌다.’
타석에서 물러나 가볍게 스윙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상황에서 머리 쪽으로 공을 던질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이런 위협구에도 하성은 냉정했다.
이런 거에 일일이 반응하는 게 오히려 투수를 도와주는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하성 선수, 다시 타석에 들어섭니다.]타석에 선 하성을 보며 카펜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방금 전 공이 잔상에 남았겠지?’
카펜터가 2구를 그렇게 던진 이유는 간단했다.
하성을 맞출 의도는 없었다.
다만 그의 눈에 공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각인된 것과 비슷한 코스로 또 공이 들어온다면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슬라이더를 던지면……!’
카펜터가 킥킹에 이어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있는 힘껏 팔을 휘둘렀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하성의 머리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걸 본 관중, 그리고 해설진들이 놀라고 있을 때.
휘릭!!
공이 크게 휘면서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
후웅-!!
하성의 배트가 바람을 가르며 홈플레이트 위를 지났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경쾌한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간 공이 그대로 양키 스타디움 외야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어떻게……?’
그걸 본 카펜터의 얼굴이 망연자실로 변했다.
그런 카펜터의 모습에서 하성은 배트를 던지고 유유히 1루를 향해 뛰었다.
‘평범한 타자였다면 방금 공에 반응이 늦었을 거다. 하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아.’
카펜터의 볼 배합이나 공의 구속, 구질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오늘 카펜터의 컨디션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실투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지.’
카펜터는 원래 제구력이 좋은 투수다.
평소에도 맞춰 잡는 피칭을 통해 타자들을 요리하는 투수였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투를 두 번이나 할까?
한 번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두 번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적었다.
그것도 연속적으로 말이다.
그걸 알기에 하성은 카펜터의 노림수를 읽을 수 있었고 그걸 정확히 노려서 때릴 수 있었다.
‘내가 경험이 없다고 너무 믿는 거 같네.’
하성의 메이저리그 연차는 고작 4년.
투타 겸업을 시작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엄청난 성적을 올리고 있었지만, 경험이 적은 건 분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전생을 포함해서 하성은 수백 경기에 나섰다.
어쩌면 천 경기가 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하성에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명 통찰력인 셈이다.
특히 투수로서는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카펜터가 베테랑이라고는 하지만, 하성은 그것을 뛰어넘는 베테랑인 셈이었다.
‘내 승리다.’
하성이 베이스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월드시리즈 첫 타점이자 득점을 올리는 정하성 선수입니다!]균형이 기울었다.
* * *
고작 1점이다.
하지만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졌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 이유는 마운드 위에 있는 선수가 다름 아닌 하성이었기 때문이다.
[정하성 선수가 7회를 지웁니다!] [세 타자 모두 돌려세우면서 자신이 올린 1점을 넘보지 못하게 지켜내는 정하성 선수!] [아~ 고작 1점이지만, 이건 쉽게 역전하기 힘들어 보입니다!!]마운드에서 내려오는 하성을 보며 조 지라디는 생각했다.
‘오늘도 완봉 페이스다. 이 정도 컨디션이면 그를 교체할 이유는 전혀 없어.’
7회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하성의 구속과 제구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공의 날카로움이 살아나 타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난 정말 감독으로서 행운아야.’
이런 선수를 데리고 월드시리즈를 치른다는 건 행운이었다.
별다른 걱정 없이 경기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나이스였다, 하성!”
“감사합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하성과 하이파이브를 한 조 지라디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 * *
하성의 피칭은 흔들리지 않았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5번째 탈삼진을 추가하는 정하성 선수!] [월드시리즈에서 한 경기에 15개의 탈삼진이라니……. 도대체 이 선수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궁금합니다!]월드시리즈 한 경기 15탈삼진은 샌디 쿠팩스의 15탈삼진과 동률을 이루는 기록이었다.
산술적으로 3개의 탈삼진이 더 가능했기에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단 1점 차 승부이기에 카디널스는 여기에서 양키스 타선을 막기 위해 마무리투수 페르난도를 등판시킵니다!]카디널스도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1점은 한순간의 방심이나 실수로도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점수였다.
물론 마운드에 있는 게 하성이란 것이 그들에게는 큰 장벽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페르난도를 올리면서 양키스의 타선을 꽁꽁 묶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세 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페르난도! 이제 경기는 9회 초로 이어집니다!]마지막 기회가 카디널스에게 찾아왔다.
그들을 막기 위해 양키스의 선택은 당연하게도 하성이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하성 선수! 오늘 경기에서 단 1개의 안타를 제외하고 모든 타자를 돌려세우고 있습니다!] [사실상 1개의 안타도 수비의 실책에 가까운 플레이였기에 완벽한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과연 그는 동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완봉승의 주인공이 될 것인지! 그리고 전설 샌디 쿠팩스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마지막 이닝 시작합니다!]단 3개의 아웃 카운트.
카디널스 팬들은 하성이 부담을 느끼길 바랐다.
하지만.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번째 삼진을 구속 100마일의 강속구로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투구 수가 110개를 넘었는데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습니다!!]여전히 하성은 강속구를 뿌려댔고.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두 번째 타자를 고속 슬라이더로 돌려세웁니다!] [아~ 슬라이더의 각도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 같았어요! 타자의 배트가 선풍기처럼 허공을 갈랐습니다!]그의 변화구는 완벽한 궤적을 그렸다.
[샌디 쿠팩스를 넘어 월드시리즈 단일경기 탈삼진 기록을 17개까지 늘리는 정하성 선수!]그리고 이 기록은.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8개까지 늘어나면서 하성은 월드시리즈 1차전 승리를 완봉승으로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