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62)
마운드의 빌런-262화(262/285)
마운드의 빌런 262화
모든 사람의 예상대로 하성은 월드시리즈 1승을 가볍게 올리면서 우승반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챔피언십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월드시리즈 역시 7전 4선승제로 이루어지는데. 뉴욕 양키스는 1승을 올리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정하성 선수의 투구 수가 조금 많긴 했습니다만, 1점 차의 아슬아슬한 승부였기에 그를 내릴 순 없었죠.] [클로저 마리아노 리베라가 버티고 있지만, 역시 정하성 선수에게 맡기는 게 더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보다 더 안정감 있는 선발투수라. 조 지라디 감독은 정말 축복받은 감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투구 수가 많았기에 정하성 선수는 2차전에서 휴식을 취하겠죠?]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하성의 투구 수는 예상보다 많았다.
110구가 넘었고 1회부터 9회까지 던지는 완봉투구를 했다.
체력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조 지라디 감독이 하성을 찾은 이유다.
“몸 상태는 좀 어떤가?”
“괜찮습니다. 다소 지치긴 했습니다만, 곧 회복될 겁니다.”
“자네의 회복력은 정말 괴물 같군. 110구가 넘게 투구를 했는데도. 금방 회복이 되다니 말이야.”
“투타 겸업을 위해서는 체력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하성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조 지라디가 물었다.
“다음 경기는 어떻게 하겠나? 자네가 원한다면 교체 명단으로 올려주겠네.”
선수의 출전 여부는 프런트의 영역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한순간의 기회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하지만 한 번의 기회를 잡고 나간다면 카디널스가 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 확실히 그렇긴 하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모든 타석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지명타자로 내보내 주십시오.”
“알았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2차전 출전이 결정됐다.
사실 하성은 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이번 월드시리즈의 특이성 때문이었다.
‘카디널스의 홈구장으로 넘어가는 3차전부터는 지명타자로 타석에 설 수 없다.’
아메리칸리그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존재한다.
투수의 타석에 타자가 대신해서 들어가는 제도다.
하지만 내셔널리그에는 이 제도가 없었다.
즉, 투수 역시 타석에 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투타 겸업을 진행하고 있는 하성에게는 새로운 상황이었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만 뛰었다. 윈터리그에서는 내가 굳이 타석에 서야 할 이유가 없었어.’
내셔널리그와의 교류전이 진행되는 윈터리그는 홈구장의 팀이 속한 리그의 규칙을 따른다.
즉, 내셔널리그 팀의 홈구장에서 게임이 열리면 지명타자가 없는 상태로 게임을 진행한다는 소리다.
그런 경기에서까지 하성이 굳이 게임에 뛸 이유는 없었다.
그건 하성에게 하나의 약점이었다.
[월드시리즈 3차전부터는 변수가 하나 생깁니다.] [변수요?] [예. 바로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죠.] [그건 왜죠?] [카디널스의 홈구장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아메리칸리그의 규정이 아닌 내셔널리그의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아~ 지명타자가 없어지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투수도 타석에 서게 되고 지금까지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던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양키스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를 보겠군요.] [예. 공격을 이끄는 정하성이란 중심타자가 없어지는 셈이니 큰 변수로 작용할 겁니다.]전문가들 역시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가 이기기 위해선 1,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하성도 동의하는 바였다.
‘2승을 먼저 올리고 무대를 옮겨야 해.’
하성이 2차전 출전을 주장한 이유였다.
* * *
월드시리즈 2차전.
뉴욕 양키스는 또 한 명의 에이스 CC사바시아를 출전시켰다.
그리고 카디널스는 제이미 가르시아를 등판시켰다.
CC사바시아야 하성이 입단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양키스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으니 잘 알려진 선수였다.
올 시즌에도 19승 8패 평균자책점 3.00 war 6.3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남겼다.
제이미 가르시아 역시 사바시아보다는 떨어졌지만 올 시즌 13승 7패, 3.5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최저연봉을 받는 선수이기에 이 정도의 효율은 카디널스 입장에선 최고의 선수였다.
[사바시아와 가르시아의 대결이 펼쳐집니다.]두 선수는 초반부터 자신들의 피칭을 이어가면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였다.
[1회를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하는 CC사바시아!] [오늘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면서 카디널스 타자들을 가볍게 요리합니다.]사바시아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정하성 선수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가르시아 선수도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감합니다.] [안타를 허용했습니다만, 데릭 지터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위기를 넘깁니다.]가르시아 역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했다.
“투수전이 될 가능성이 높겠는데.”
벤치에 앉아 있는 하성에게 데릭 지터가 다가왔다.
“그러게요. 두 투수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요. 컨트롤도 좋은 선수들이고.”
“이런 타자들을 노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내가 널 홈으로 불러들였어야 했는데 말이야.”
“절호의 찬스였죠. 그걸 놓치다니.”
고개를 젓는 하성을 보며 데릭 지터가 피식 웃었다.
“그래그래. 내가 잘못했다.”
“농담입니다. 타구는 나쁘지 않았어요. 방향이 문제였지. 무엇보다 가르시아의 무브먼트가 좋았습니다.”
“맞아. 맞는 순간 배트의 중심에서 벗어나더라고.”
“테일링이 심한 건 아니지만 수직 무브먼트가 심하더라고요.”
“으흠, 스윙을 조금 아래로 돌리면 괜찮으려나?”
“전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성의 대답에 데릭 지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넌 투수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군.”
“아무래도 투수부터 시작했으니까요. 던지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 오늘 컨디션이 어떤지 정도는 대략 알 수 있습니다.”
같은 포지션에서 뛰었기에 알 수 있는 통찰력이었다.
데릭 지터는 그런 하성을 보며 감탄했다.
‘나 역시 분석데이터를 통해서 가르시아의 무브먼트가 수직으로 더 변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메이저리그의 분석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나타나더라도 시즌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모두 분석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균 데이터일 뿐이다.
문제는 선수가 로봇도 아니고 그 평균대로 던지는 일은 없었다.
못할 때도 있었고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 데이터를 넘어서는 피칭을 할 때도 있었다.
오늘 가르시아가 그런 케이스였다.
‘가르시아의 무브먼트가 평소보다 좋아. 평소와는 다르게 접근해야겠어.’
하성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 거지만, 지터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거기에서 정보를 찾고 그것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수정한 것이다.
* * *
하성과 지터의 대화대로 경기는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내야땅볼! 데릭 지터,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사바시아가 4회 역시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카디널스 타선을 잠재웁니다!] [사바시아의 오늘 피칭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템포도 빠르고 공의 무브먼트도 훌륭해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사바시아가 마운드르 내려가고 카디널스의 가르시아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가르시아!] [카디널스는 가르시아가 이 정도까지 호투를 펼쳐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매우 훌륭한 피칭으로 타자를 압도하면서 사바시아와 대등한 승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 역시 투수전이 되면서 좀처럼 양팀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네요.]그때 타석으로 하성이 걸어 들어왔다.
“와아아아아-!!”
동시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오면서 양키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하지만 이 선수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면서 공격의 물꼬를 텄던 정하성 선수가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합니다.] [정하성 선수는 가르시아의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정확히 걷어내면서 깔끔한 안타를 만들어냈어요.] [아주 좋은 스윙이었습니다.] [단지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점수로는 이어지지 못했죠.]투수전이 이어지니 1회에 있었던 하성의 안타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던 게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하성은 그런 아쉬움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집중…… 집중…….’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며 그는 가르시아를 노려봤다.
“흡!!”
[1구 던졌습니다!]쐐애애액-!!
가르시아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낮은 코스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퍽!!
“볼!!”
[초구 볼입니다. 94마일의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잘 제구되었습니다.] [타자의 배트를 이끌어내기에 좋은 공이었습니다만, 정하성 선수는 속지 않았습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반 개 정도 빠지는 공이었네요.] [정말 좋은 선구안이었습니다.]좋은 선구안과 좋은 제구력.
두 개가 만나니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퍽!!
“볼!!”
딱!!
“파울!!”
1구 1구를 정밀한 제구력으로 던지는 가르시아였지만, 하성은 자신이 원하는 코스가 아니라면 배트를 돌리지 않았다.
3구에서 공을 배트에 맞추긴 했으나 아쉽게도 타이밍이 조금 빨랐다.
‘제구력만이 아니라 구속까지 조절해서 던지는군.’
가르시아의 경력을 생각하면 이런 완급조절은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나와 정면으로 승부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
가르시아는 하성과의 정면승부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투수가 승부를 피한다면 하성으로서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때 대기 타석에 있는 데릭 지터가 눈에 들어왔다.
배트를 돌리는 그의 모습에서 하성은 그의 상태를 읽을 수 있었다.
‘내 이야기를 그냥 한 귀로 흘리지는 않았나 보네.’
데릭 지터는 메이저리그의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선수 경력은 언제나 최고의 선수에 머물렀다.
그런 그였기에 프라이드는 대단했다.
자신의 이야기 정도는 한 귀로 흘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데릭 지터는 하성의 이야기를 결코 그냥 흘려듣지는 않았다.
‘스윙의 궤적을 보아 가르시아의 투구에 맞추려는 거 같군.’
저런 변화를 준 지터의 모습을 보자 하성은 한결 마음 편하게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그리고 승부를 피하는 가르시아에게 굳이 승부를 걸지 않았다.
[볼넷으로 출루하는 정하성 선수!] [좋은 선구안으로 가르시아 선수의 변화구를 잘 골라냈습니다.] [가르시아 선수가 승부를 피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네요.] [아무래도 정하성 선수와의 승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맞습니다. 차라리 데릭 지터와 승부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타석으로 들어서는 데릭 지터를 보며 하성은 언제든지 달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런 준비는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흡!!”
[초구 던집니다!]가르시아의 손에서 떠난 공이 지저분한 무브먼트와 함께 날아들었다.
데릭 지터는 타이밍에 맞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후웅-!!
이전과는 달라진 스윙의 궤적이 공의 무브먼트를 정확히 낚아챘다.
딱!!
뒤이어 들려오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데릭 지터가 배트를 집어 던졌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캡틴 지터가 배트를 던졌습니다!!]담장 밖으로 사라지는 타구와 함께 데릭 지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와아아아아아-!!”
뒤이어 터져 나오는 함성 소리와 함께 양키스의 점수판에 숫자 2가 올라갔다.
[넘어갔습니다! 캡틴 데릭 지터의 투런홈런이 터졌습니다!!]홈플레이트를 먼저 밟은 하성이 데릭 지터를 기다렸다.
뒤이어 홈을 밟은 지터가 하성과 하이파이브하는 장면이 전 세계로 방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