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64)
마운드의 빌런-264화(264/285)
마운드의 빌런 264화
월드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조 지라디 감독은 고뇌에 빠져 있었다.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카디널스의 전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하성의 공략을 바꿔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그게 까다롭단 말이지. 무엇보다 내셔널리그 규정이 적용되니 정하성이란 카드가 생각보다 힘을 쓰지 못하고 말이야.”
내셔널리그 규정을 염두에 두고 있긴 했다.
하지만 양키스 타선이 가진 힘을 믿었다.
하성이 빠지더라도 충분히 카디널스를 압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성이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다.
“5차전에서 패배하면 6차전에는 하성을 등판시켜야겠지.”
“예. 6차전까지 패배한다면 시리즈는 그대로 끝날 수 있으니까요.”
“상황에 따라서는 그를 7차전에 등판시켜야 할 수도 있겠어.”
“연속으로 말입니까?”
“기껏해야 1이닝이 되겠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그것을 손에 넣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레전드 플레이어들조차 반지를 손에 넣지 못하고 은퇴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잡아야 했다.
* * *
월드시리즈 5차전.
카디널스와 양키스는 사활을 걸고 총력전을 펼쳤다.
[양키스가 1회부터 기회를 잡습니다.] [좋은 찬스를 잡는 양키스. 캡틴 데릭 지터가 여기에서 해결을 해줘야 합니다.]데릭 지터의 앞에 주자 1, 2루의 찬스.
그리고 지터는 캡틴다운 면모를 보였다.
딱-!!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양키스가 선취점을 얻습니다!] [아~ 역시 데릭 지터입니다! 기회를 잡아내면서 팀에서 귀중한 점수를 안겨줍니다!]데릭 지터의 선취점으로 양키스가 기세를 잡았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그리 쉽게 풀릴 분위기가 아니었다.
딱-!!
[때렸습니다! 푸홀스가 배트를 던집니다!! 그리고 이 타구는……!! 담장을 넘습니다!!] [알버트 푸홀스가 바로 경기를 리셋시키는 투런포를 터뜨렸어요!!] [엄청난 홈런이 나왔습니다!]카디널스의 간판타자 알버트 푸홀스의 투런홈런이 바로 나왔다.
그의 호쾌한 배트 플립에 카디널스 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푸홀스도 이제 빠던하네
-하성이 하니까 다 따라 한다.
-지렸다.
-오늘 경기 왜인지 난타전 될 각 아니냐?
-ㅇㅈ.
1회에만 양 팀 합쳐 4점이 나왔다.
난타전이 예상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담장을 다이렉트로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양키스가 달아나면.
딱!!
[1루 라인 선상을 타고 흐르는 타구! 안타입니다! 다시 동점을 만드는 카디널스!]카디널스가 따라갔다.
두 팀은 3회가 끝나기도 전에 스코어 5 대 5를 만들면서 박빙의 대결을 펼쳤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투수전이 자주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선발투수가 최소 5이닝 이상을 던져주면서 투수전이 자주 나왔었죠.] [하지만 오늘 경기에선 벌써 양팀 합쳐 10점이 나오면서 투수들이 수난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그걸 눈치챘는지 조 지라디 감독이 먼저 변화를 주네요.]지라디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뒤이어 투수에게 공을 받아든 그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선발투수가 교체됩니다!]양키스가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투수로는 카디널스 타선을 막기 힘들다고 판단한 지라디 감독! 불펜을 가동합니다!] [그동안 선발투수들이 잘 던져준 덕분에 불펜을 아낄 수 있었던 양키스거든요! 이제 그 비축된 힘을 풀 때가 됐습니다!]양키스가 불펜을 가동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그런 양키스를 보며 카디널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딱-!!
[안타입니다! 카디널스의 마운드를 맹폭격하는 양키스!]양키스가 다시 점수를 내기 위해 시동을 걸자.
[아~ 이번에는 카디널스가 투수를 교체합니다!]카디널스 역시 투수를 교체하면서 불펜을 가동했다.
[두 팀 모두 5차전에서 불펜을 일찌감치 가동합니다!] [그만큼 이번 시리즈를 좌우할 거라고 판단한 두 팀의 감독입니다!]초반에 선발투수를 내리는 건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늘 두 팀의 공방은 만만치 않았다.
‘5차전을 승리로 가져간다. 그러면 하성을 등판시키는 6차전에 게임을 끝낼 수 있어.’
양키스의 작전은 명백했다.
그리고 카디널스 역시 그걸 잘 알고 있었다.
‘5차전을 승리로 가져가면 하성이 등판하는 6차전을 내주더라도 7차전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같은 생각, 다른 결과를 원하는 두 팀의 불펜이 맞붙었다.
* * *
난타전이 펼쳐졌다.
[월드시리즈 5차전이 난타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양키스는 벌써 네 번째 투수를 올렸고 카디널스는 다섯 번째 투수교체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투수전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난타전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월드시리즈에서 선발투수가 호투를 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중압감 때문일까요?] [그렇다고 봐야겠죠. 팀의 1년을 모두 결정짓는 무대이기에 베테랑들도 상당히 어려움을 토로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 월드시리즈는 한 마디로 투수놀음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예. 정하성 선수를 시작으로 카디널스 투수들 역시 좋은 피칭으로 경기를 대등하게 이끌어갔죠.] [제가 생각하기엔 정하성 선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정하성 선수의 역할이요?] [아무래도 정하성 선수가 호투를 하니 상대 투수 역시 자극을 받아 좋은 투구를 한 거죠. 뒤이어 나온 투수들도 비슷한 케이스가 되고요.]해설위원들은 어떻게든 이유를 찾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바라보는 하성은 난타전을 크게 개의치 않고 있었다.
‘어차피 터질 순간에 터지는 거다.’
그동안 투수들이 호투를 했으니 타자들이 난타전을 벌이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나저나 이런 흐름이라면 거의 모든 투수가 동원되겠는데.’
양키스는 4명, 카디널스는 5명의 투수가 동원되었다.
말인즉슨 불펜에 있는 거의 모든 투수가 동원되고 있다는 소리였다.
‘지금 지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점수 차가 크지 않다는 건가?’
스코어는 11 대 10.
카디널스가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
하지만 8회 말에 양키스가 좋은 찬스를 잡았다.
[1사 2루 찬스를 잡는 양키스! 과연 여기에서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카디널스도 어떻게든 실점을 막기 위해 투수를 바꾸었습니다.]카디널스가 마무리투수를 등판시켰다.
올 시즌 팀의 마무리로서 24세이브를 올린 페르난도 살라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올해 26세의 젊은 마무리투수인 살라스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평균자책점 2.28, 24세이브 WHIP 0.947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투수입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젊은 나이임에도 확실한 마무리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살라스가 여기에서 등판한 건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카디널스는 여기에서 경기를 확실히 잠그겠다는 생각이군.’
자신이 감독이라 하더라도 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다.
‘연장으로 가게 되면 투수가 부족하게 되겠지만…… 어쩔 수 없겠지.’
카디널스가 원하는 건 지금 이 상황에서 게임을 끝내는 것이다.
반면 양키스는 어떻게든 게임을 역전시켜야 하는 상황.
“하성.”
조 지라디가 하성에게 다가왔다.
“이번 이닝에 대타로 타석에 설 수 있어. 준비해 두게.”
“알겠습니다만, 괜찮을까요? 베이스가 비어 있으면 절 거를 텐데요.”
“알고 있네. 제대로 된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자네를 올리진 않을 생각이야.”
“알겠습니다.”
자신이 걱정하는 건 조 지라디 역시 알고 있었다.
하성이 타석에 서는 순간 카디널스는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고의사구 사인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베이스가 모두 차 있다면 그러진 못한다.
‘준비를 해보실까.’
하성이 가볍게 몸을 풀면서 경기에 나갈 준비를 했다.
* * *
조 지라디는 명단을 확인했다.
‘슬슬 선수가 모자라는군.’
8회까지 난타전이 이어지면서 다수의 선수들이 교체됐다.
당연하게도 후보들도 많이 출전했다.
월드시리즈이기에 로스터가 여유 있게 적용되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교체할 선수도 부족했다.
‘내일 불펜을 가동하긴 어렵다. 하지만 하성이 선발로 나간다면 모든 게 해결이 돼.’
하성은 최소 7~8이닝을 던져주는 투수다.
그리고 승리가 확실한 카드였기에 불펜을 아낌없이 기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문제는 외야 쪽 수비인데…….’
오늘 경기에서 외야수들을 자주 교체시켰다.
대주자부터 시작해서 대타까지 기용하면서 이제는 교체할 선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하성이 내야수의 타석에서 교체할 수 있길 바라야겠군.’
만에 하나 외야수의 타석에서 교체하게 된다면 머리 아파지게 된다.
교체할 외야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기에 지라디는 현재 출전한 선수들의 과거 포지션을 확인했다.
만에 하나 하성을 내보내야 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 * *
8회, 양키스가 찬스를 살렸다.
딱!!
[때렸습니다!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 2루 주자 3루를 돌아 홈을 파고듭니다!] [이건 들어올 수 있습니다!] [몸을 날려 슬라이딩! 홈을 태그합니다! 양키스가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립니다!] [카디널스는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켰지만, 결국 동점을 허용하면서 머리가 아파지게 됐습니다.]양키스 입장에선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하성이란 타자를 아끼면서 점수를 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건 여기에서 역전까지 노려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디널스 역시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마감했다.
[동점을 만드는 데 만족해야 했던 양키스! 경기는 8회 말로 이어집니다!]다시 리셋된 경기.
오늘 경기는 두 팀의 지도자들이 모두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이런 난타전은 월드시리즈 역사상 처음인 거 같습니다.] [정말 엄청난 경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두 팀 합쳐서 오늘 경기에서만 4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대단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갈 팀은 누가 될까요?]오늘 경기의 승자도 중요했지만, 문제는 다음 경기였다.
-오늘 승자가 월드시리즈 가져갈 듯.
-ㅇㅈ. 두 팀 모두 출혈이 너무 크다.
-사실상 반지의 주인을 결정짓는 경기가 될 거 같은데.
-카디널스는 마무리카드까지 썼잖아?
-양키스가 이기면 카디널스는 짐 싸야 된다.
-6차전 하성 등판 = 승리
-그나저나 양키스는 언제 하성이 타석에 세우냐?
-기회를 보고 있는 듯.
-어중간한 상황에 내보내면 고의사구로 내보낼 게 뻔하니까.
-지라디도 머리 지진 나겠네.
팬들도 이제는 하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찾아오지 않은 채, 두 팀의 경기는 연장까지 이어졌다.
[연장으로 이어지는 월드시리즈 5차전!] [상황은 양키스에게 유리합니다. 상위타선으로 시작하고 무엇보다 마무리카드를 아끼고 있어요.] [아직까지 수호신 리베라를 올리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양키스는 아직 마리아노 리베라라는 카드를 아끼고 있었다.
거기에 타석에는 하성이란 카드를 쓰지 않은 상황.
전반적으로 봤을 때 양키스가 유리해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유리함은 10회 초에 기회로 찾아왔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참아냅니다! 2사 만루의 찬스를 맞이하는 양키스!! 데릭 지터가 참을성을 발휘하며 볼넷으로 1루 베이스를 채웁니다!] [아~ 그리고 여기에서 조 지라디 감독이 선수교체를 단행합니다!] [5회 브렛 가드너의 뒤를 이어 우익수에 대수비로 들어갔던 앤드류 존스의 타석! 하지만……!]카메라가 더그아웃을 걸어 나오는 선수를 비추었다.
[언터처블 정하성 카드를 드디어 사용합니다!!]만루의 찬스에서 하성이 타석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