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68)
마운드의 빌런-268화(268/285)
마운드의 빌런 268화
카디널스의 지휘를 맡고 있는 토니 라 루사 감독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게 현실인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현실임을 믿기 힘들 정도의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정하성이란 투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런데 모든 게 무의미했다.
‘연속 삼진이라고?’
그 정점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6회까지 그의 탈삼진 기록은 모두 18개.
한마디로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하성의 탈삼진 능력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록은 아직까지 나온 적이 없었다.
그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상 어떤 선수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이었다.
그런데 그 기록을 월드시리즈, 그것도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에서 해내고 있었다.
‘우리 타선이 약한 건가?’
현실을 부정하다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했다.
그럴 리 없었다.
타선이 약했다면 월드시리즈까지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럼에도 타자들이 선풍기처럼 배트를 돌려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토니 감독은 이내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이 괴물이다.’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토니 감독에게 하성은 이길 수 없는 괴물로 보였다.
* * *
경악한 건 적장 토니 감독만이 아니었다.
[제 눈을 믿기 힘든 일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선수를 포함해 중계까지 야구계에 몸담은 지 40년이 넘었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입니다.] [정말 이 기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중계진조차 놀라서 제대로 중계를 해나갈 수 없었다.
시청자들도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 이게 말이 되냐?
-8이닝 퍼펙트게임 진행 중…… 탈삼진 24개.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네.
-만화도 이렇게 쓰면 욕먹어!
-하성이 괴물이긴 했지만, 이게 말이 돼?
-와……현대야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이제 아웃 카운트 세 개면 한 경기 전부 탈삼진으로 잡는 거 아니냐?
한 경기를 끝내는 데 필요한 아웃 카운트는 모두 27개다.
하성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아웃 카운트는 3개.
그리고 그걸 모두 탈삼진으로 잡아내면 2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인 셈이다.
그리고 그건 카디널스에게는 치욕과도 같은 일이었다.
[9회 초,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현재 스코어는 2 대 0. 정하성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도 2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만, 그것보다 현재까지 모든 아웃 카운트를 탈삼진으로만 기록한 게 경악스럽습니다.] [이번 이닝에서도 과연 그가 3개의 아웃 카운트를 모두 탈삼진으로 잡아낼 수 있을지! 아~ 여기에서 카디널스 대타를 기용합니다!]새로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올 시즌 2할 9푼 7리의 타율을 기록한 머핀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나쁘지 않은 타자이지만, 정하성 선수를 과연 상대할 수 있을까요?]토니 감독이 원하는 건 일발 역전 같은 기적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출루에만 성공해 다오.’
그는 이제 경기에서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이 치욕적인 기록에 제물이 될 순 없어.’
하성의 기록을 깨는 것이 그의 목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하성의 집중력이 무서웠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1구 84마일의 커브가 존을 통과합니다!] [커브의 각도를 보세요! 12시에서 6시로 떨어지는 완벽한 폭포수 커브였습니다!]하성은 단순히 강속구만 던지는 타자가 아니었다.
그의 변화구 하나하나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었고 그런 변화구들까지 잘 섞어서 던졌다.
뻐어억-!!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2구는 99마일의 패스트볼!! 타자의 배트가 헛돕니다!] [마치 사이드암이 던지는 뱀직구처럼 공에 테일링이 걸려 홈플레이트 앞에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킵니다!] [무엇보다 초구 84마일의 커브를 본 직후에 99마일의 패스트볼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드물 겁니다.] [체감 속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겠죠?] [그렇습니다. 실제 속도도 15마일이 나는데, 체감 속도로는 20마일 이상이 났을 겁니다.]순식간에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든 하성은 승부를 길게 끌고 가지 않았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그는 망설이지 않고 3번째 공을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을 향해 날아갔다.
머핀은 깜짝 놀라 뒤로 몸을 피했다.
그 순간.
휘릭!!
공이 칼날처럼 휘어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으로 빨려 들어갔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2개.
토니 감독은 여기에서도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하위타자들에게 기댈 순 없다.’
뒤를 생각한다면 나올 수 없는 교체들이었다.
하지만 토니 감독은 어떻게든 안타 하나를 뽑아내기 위해 교체카드를 또 사용했다.
[여기에서도 교체카드입니다! 이번에는 좌타자 해밀턴 카드를 사용합니다!] [잭 해밀턴 선수는 포스트시즌 3경기에 출전해 4안타를 비롯한 3개의 볼넷을 얻어냈습니다.] [선구안만큼은 확실히 좋은 선수죠.] [맞습니다. 거기에 컨택 능력도 좋습니다. 토니 감독은 어떻게든 정하성 선수의 대기록을 저지하고 싶은 모양새입니다.]이제 토니 감독의 의중을 모든 사람이 간파했다.
딱!!
“파울!!”
[1구 파울입니다.] [100마일이 다시 찍혔습니다만, 해밀턴의 배트가 공을 건드렸습니다.] [확실히 컨택이 좋은 타자라는 게 보이네요.]잭 해밀턴은 토니 감독의 생각대로 하성의 공을 건들기 시작했다.
그걸 본 토니 감독의 눈에 희망이 피어올랐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녀석은 하성에게 안타를 뽑아냈었다. 녀석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하지만 그 희망의 끈은 아주 짧았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2구 101마일의 패스트볼! 구심의 손이 올라갑니다!] [크로스파이어 형태로 들어가는 아주 멋진 공이었습니다.] [홈플레이트를 가로지르는 저 공, 좌타자 입장에서는 정말 지옥과도 같은 공입니다.]두 번째 공에서 구속을 올린 하성은 세 번째 공도 망설이지 않고 뿌렸다.
뻐어어억-!!
후웅!!
딱!!
“파울!!”
[때렸습니다! 하지만 뒷그물을 때리는 파울입니다! 이번에는 102마일의 구속이 찍힙니다!]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절묘하게 찔렀어요.] [아~ 9회에도 100마일 이상의 공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뿌리다니요. 정말 괴물 같은 체력입니다.]탈삼진을 잡는다는 건 그만큼 전력투구를 했다는 소리다.
이미 25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하성은 평소보다 더 많은 체력 소모를 했을 게 분명했다.
실제로 그는 6회부터 평균구속이 100마일 이하로 내려오면서 지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하성은 9회에 다시 100마일 이상의 투구를 하며 타자를 압도했다.
[순식간에 투스트라이크를 만들면서 타자를 압박하는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4구 던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하성이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그 모습을 보던 해밀턴이 이를 악물고 다리를 내디뎠다.
‘이번에도 패스트볼이겠지!’
하성의 주 무기가 패스트볼인 건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주 무기를 사용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무엇보다 초구를 자신이 건들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구속을 끌어올리는 하성이었다.
이번에도 패스트볼을 던져 자신을 돌려세우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해밀턴의 스윙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하성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적중했다고 판단했다.
쐐애애액-!
‘역시 패스트볼이었……!’
공이 빠른 속도로 절반쯤 날아왔을 때까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 순간.
공이 허공에서 멈춰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어?’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전력을 다한 스윙은 멈출 수 없었다.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잡으려고 했지만, 배트는 멈추지 않았고 허망하게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져대던 정하성 선수! 이번에는 79마일의 체인지업을 던져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 냅니다!]해밀턴은 전광판에 찍힌 구속을 보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100마일을 찍어대던 녀석이 갑자기 80마일 이하의 공을 던진다고?’
그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더그아웃으로 몸을 돌렸다.
‘저런 공을 어떻게 공략하라는 거야?’
같은 메이저리거들조차 고개를 젓게 만드는 공이었다.
토니 감독은 교체선수들조차 하성의 공을 건들지 못하자 망연자실했다.
‘결국 이렇게…….’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하성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탈삼진 26개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100마일의 강속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냅니다!]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남자 모든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키 스타디움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이 소식을 접한 전 세계의 야구팬들은 TV 앞에 앉았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2구는 102마일이 찍힙니다!] [이제 남은 스트라이크는 단 하나에요!!]수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하성은 여전히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공으로…….’
촤앗!!
와인드업에 이어 다리를 차올린 하성이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끝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을 강하게 파고들었다.
[던졌습니다!!]타자도 이번에는 어떻게든 걷어내겠다는 듯 간결하게 배트를 돌렸다.
안타를 만들기 위한 스윙이 아닌 어떻게든 공을 건들겠다는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뻐어억-!!
공은 배트의 위를 지나갔다.
허무하게 홈플레이트 위를 지난 배트를 보던 구심이 냉정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경기 끝났습니다!! 월드시리즈 6차전!! 팀의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공을 103마일의 강속구로 결정짓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퍼펙트게임과 동시에 메이저리그에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2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신기록을 작성합니다!] [과연 이런 선수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정하성 선수가 양키스를 우승으로 이끕니다!!]TV 속 하성은 포수 마틴과 손을 맞잡으며 자신의 첫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축하했다.
뒤이어 양키스 선수단이 모두 몰려나와 그와 함께 우승의 순간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