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70)
마운드의 빌런-270화(270/285)
마운드의 빌런 270화
뉴욕 양키스가 제시한 조건은 엄청났다.
그것이 세상에 공개되자 단번에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 [한 선수에게 구단의 미래를 맡기는 도박에 베팅한 뉴욕 양키스!] [과연 양키스의 도박은 성공할 것인가?] [정하성, 조건을 들었지만 아직 수락 안 해!]하성은 계약을 수락하지 않았다.
이는 많은 루머를 만들어냈다.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정하성?] [과연 언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것인가?] [영원히 양키스맨으로 남게 될 정하성, 그의 선택은?]언론은 하성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들은 계약을 받아들이는 걸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실상 도장 찍는 거 아님?
-ㅇㅈ
-양키스 제외하고 이 정도 규모의 계약을 제시할 곳이 있나?
-없을 듯.
-메이저리그 구단이 아무리 돈이 많다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가능함?
-정하성 연봉 규모면 스몰마켓 구단 하나쯤은 그냥 살듯 ㅋ
-ㄹㅇㅋㅋ
하성이 계약할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 메이저리그의 상황 때문이었다.
하성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는 흥행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2009년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에 의해 각 구단들은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뉴욕 양키스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다른 구단들은 무리였다.
즉, 하성의 연봉을 감당할 만한 구단이 없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하성의 계약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이는 양키스 수뇌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두 번째 협상 자리에서 하성이 직접 나오자 그들은 오늘 사인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하성은 의외의 조건을 내걸었다.
“옵트아웃 조항을 넣고 싶습니다.”
“옵……트아웃 말입니까?”
“예. 3년 단위로 옵트아웃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하고 싶습니다.”
“3년 단위라…….”
옵트아웃은 일종의 보험 장치였다.
선수가 특정 조건을 달성했을 시 곧장 FA가 되는 조건을 다는 것이다.
선수만이 아니라 구단 역시 이러한 조건을 달 수 있으며 이 경우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면서 계약을 해지하는 쪽이 일반적이었다.
하성이 옵트아웃이란 조건을 들고 나오자 양키스 측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누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수뇌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하성은 말없이 그걸 지켜봤다.
‘지금이야 경제위기다 뭐다 해서 다들 위축되어 있고 거기에 메이저리그 사업이 하향세를 걸을 거란 예상 때문에 연봉 상승이 더디지만…….’
하성은 미래를 살아봤기에 알고 있다.
조만간 메이저리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선수들의 연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말이다.
‘10년 안에 4천만 달러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투타 겸업을 선언하고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오타니는 무려 5천만 달러의 계약을 맺게 되지.’
물론 10년이나 일찍 받는 것이지만, 하성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내가 이 시기에 AAV 4천만 달러를 돌파한 거다. 이게 도화선이 되어 다른 선수들의 연봉도 크게 오를 거야.’
거기에 메이저리그 사업은 과거와 달리 이 시기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는 슈퍼스타인 하성 덕분이었다.
그의 등장으로 야구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메이저리그를 시청하게 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를 놓치지 않고 세계 각지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빠르게 시장이 커지고 있었다.
‘지금이야 이런 현상이 일시적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수익증가로 이어질 거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풍족해지면 이는 선수들의 연봉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때 하성의 연봉이 도화선이 되어 다른 선수들의 연봉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컸다.
‘그때 내가 양키스에만 묶여 있으면 아무런 액션을 취할 수 없게 되지.’
옵트아웃을 넣으려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성장하게 될 메이저리그 사업과 선수들의 연봉을 생각하면 자신이 지금 계약으로 묶여 있을 생각은 없었다.
더 큰 계약을 위한 보험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때 회의를 끝낸 행크가 테이블로 돌아왔다.
“옵트아웃을 쌍방으로 넣는다면 동의하겠습니다.”
행크 역시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옵트아웃이란 보험을 자신들도 가지겠다는 그들의 말에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죠. 그럼 세부내용을 정리해 볼까요?”
하성은 자신 있었다.
이들이 옵트아웃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
그것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미래에도 최고의 선수로 군림할 것이란 그러한 자신감 말이다.
* * *
큰 틀이 잡혔다지만, 워낙 대규모 계약이었기에 세부적인 내용을 협상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런 세세한 부분들은 이사벨에게 일임한 하성은 곧장 호텔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언론에서도 슬슬 하나둘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뉴욕 양키스와 정하성, 조만간 계약에 합의할 듯!] [바빠지는 뉴욕 양키스 내부! 정하성의 장기계약을 발표할 것인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정하성의 역대급 계약!]사람들의 기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하성이 행크 스타인브레너와 함께 기자들 앞에 섰다.
“오늘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행크의 말과 함께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오늘 저는 뉴욕 양키스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와 함께하게 되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회견장의 문이 열리고 하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키스는 이날 최고의 이벤트를 위해 이런 연출을 준비했다.
그가 단상에 서서 행크와 마주했다.
서로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서류에 사인을 하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거대한 계약이 맺어지는 순간이었다.
* * *
뉴욕 양키스와 연장 계약에 성공한 하성은 뉴욕을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전용기를 타고 편안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를 수많은 인파들이 맞이했다.
그래도 한국의 에이전트에서 준비를 철저히 해준 덕분에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집에는 부모님이 하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 오느라 고생했지?”
“고생했다.”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오는 집이었다.
하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어머니가 준비하신 음식으로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하성은 오랜만에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여기는 예전 그대로구나.”
먼지 하나 없는 방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자신이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어머니가 얼마나 관리를 잘해주셨는지 알 수 있었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처음 회귀를 한 시기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회귀를 처음 했을 때 맹세했던 메이저리거가 됐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되었고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의 계약을 맺었다.
‘열심히 달려왔다.’
전생의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뒤를 보지 않았다.
오직 앞만 바라봤고 노력 끝에 성과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곳까지 왔네.’
사이영상과 MVP.
거기에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들도 연달아 세웠다.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투타 겸업까지 도전하면서 전생과는 180도 달라진 야구 인생을 살게 되었다.
‘과연 전생에서 부상을 입지 않았어도 지금처럼 됐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전생에서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됐을지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들이 불필요하다는 건 하성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지금을 살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똑똑-!
“하성아.”
“예, 아버지.”
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방안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하성을 본 아버지가 물었다.
“뭘 하고 있니?”
“그냥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요.”
“누가 보면 몇십 년 만에 집에 돌아온 줄 알겠다.”
“하하, 그런가요?”
두 사람은 이내 침대와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대화를 이어나갔다.
“오랜만에 한국에 오니 어떻니?”
“좋죠. 미국도 좋지만, 전 한국이 더 좋습니다. 이제 돈도 많아졌으니 더 살기 좋아지겠죠.”
“하하! 맞는 말이다. 돈이 있으면 한국만큼 살 만한 곳도 없지.”
웃음을 터뜨린 아버지가 손을 들어 하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가 자랑스럽다, 아들아.”
“감사합니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 *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사람은 언제나 입방아에 오르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건 역대급 계약을 맺은 하성도 마찬가지였다.
[대규모 계약을 맺은 정하성, 과연 돈값을 할 것인가?] [2년 연속 사이영상, MVP를 석권한 정하성의 새로운 시즌은?] [이미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그가 현재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까?]이미 증명할 건 모두 증명한 하성이었다.
하지만 언론은 여전히 그에게 물음표를 들이밀었다.
그런 언론의 반응에 대중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선수에게 여전히 물음표네 ㅋㅋ
-이래서 기레기, 기레기 하지.
-쟤들은 100홈런 때려도 다음 시즌에 잘할 수 있을까? ㅇㅈㄹ 할 듯.
-하성은 그냥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여론은 완벽하게 하성의 편이었다.
이런 반응 때문일까?
언론들도 하나둘 하성의 편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된 정하성의 새로운 시즌을 예측하다.] [내년 시즌에 커리어 첫 태극마크를 차게 될 정하성!] [런던올림픽 금메달은 따놓은 당상? 박문호호에 탑승하게 될 정하성! 그가 맡게 될 역할은?] [대표팀의 수장 박문호 감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하성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것”이라고 밝혀!]사람들의 관심은 하성의 2012시즌과 함께 런던올림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커리어 첫 번째로 태극마크를 차게 될 하성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관심이 집중되고 있을 때.
하성은 2012년이 밝고 새해를 가족들과 맞이한 뒤.
다음 스텝을 준비했다.
[오랜만이에요, 하성 씨.]“잘 지내셨죠?”
[저야 잘 지냈죠. 오랜만에 돌아간 고국에서의 생활은 어떠세요?]“아주 즐겁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한국에 한번 놀러 오시죠. 제가 몇 군데 추천 좀 해드리겠습니다.”
[후후, 꼭 가야겠네요. 그런데 웬일로 먼저 연락을 다 주셨어요?]“슬슬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벌써요?]“돈값은 해야죠.”
[하성 씨답네요. 뭘 준비해 드릴까요?]“팀 하성을 소집해 주시고 섬 하나를 물색해 주세요.”
[섬이라면……?] [훈련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섬 하나를 빌려서 모든 훈련 도구를 준비해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습니다.]섬을 빌리는 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거기에 훈련에 비싼 도구들까지 준비하려면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사벨은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바로 준비하도록 할게요.]비용은 이미 하성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게 된 상황.
이사벨의 대답을 들은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
“시간은 얼마나 필요합니까?”
[일주일이면 충분해요. 훈련 도구를 비롯해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끝내놓을게요.]“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이번에는 한 명 더 동행할 계획입니다.”
[한 명 더요?]“예. 올해 있을 올림픽도 준비할 겸, 옛날 친구와 함께 가려고요.”
[알겠어요. 혹시 그 친구분의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태수…… 정태수입니다.”
하성은 자신을 마지막까지 챙겨주었던 친구를 찾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