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73)
마운드의 빌런-273화(273/285)
마운드의 빌런 273화
첫 연습경기는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하성이 그 이후 등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습경기에서 사라진 정하성!] [정하성 부상 의혹?] [현지에서 솔솔 올라오는 부상에 대한 루머들!]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들, 정하성이 부상 입은 거 같다!]하성이 연습경기에 나오지 않으면서 루머들이 생산됐다.
물론 이에 대해 반박을 했다.
“정하성 선수는 스케줄에 따라 등판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막전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루틴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양키스 관계자가 직접 기자들 앞에 서서 관련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양키스 관계자, 정하성 선수는 문제없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피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경기에 나서지 않는 선수? 말이 되지 않는 해명을 하는 양키스!] [정하성은 왜 나타나지 않는가!]언론들은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너나 할 것 없이 하성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연봉이었다.
[메이저리그 평균연봉의 3배를 받는 정하성, 첫해부터 파업 분위기?] [양키스의 투자는 실패로 끝날 것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의 말이 실현되는가?]기자들은 오랜만에 생긴 대형 떡밥에 너 나 할 것 없이 뇌피셜 기사들을 쏟아냈다.
기자라는 본분을 위해 사실 조사를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당장 나올 뷰에 안달이 나서 하성을 까내리기 바빴다.
그러는 와중에도 하성은 개인훈련과 팀훈련에만 참여하면서 의혹은 점점 커져갔다.
아니, 정확히는 하성이 구단을 통해 입장발표를 하긴 했다.
[부상은 없다. 개막전을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는 거다.]이러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기자들이 쏟아내는 엉망진창에 가까운 기사들에 묻히기 일쑤였다.
그렇게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연습경기가 끝나고 개막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하나의 오피셜이 발표됐다.
[뉴욕 양키스 개막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승부에서 정하성을 선발투수이자 3번 타자로 출전시킨다!] [4,300만 달러의 사나이! 정하성, 개막전 정상출격!] [양키스타디움 전 좌석 매진!! 팬들이 기다리던 에이스의 귀환!]기레기들의 기사를 한 번에 잠재우는 발표가 나왔다.
* * *
메이저리그 개막전은 특별했다.
한 시즌을 스타트하는 스타트라인이자 팬들에게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안길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런 대회이기에 대부분의 팀들은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전력으로 개막전에 나섰다.
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그러고 싶었지만, 스토브리그에서 그들의 전력유출은 상당했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개막전 선발카드로 콜비 루이스를 선택했습니다.] [10시즌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던 루이스지만, 11시즌에는 평범한 투수가 되었는데요.이런 선수를 내보내야 할 정도로 현재 레인저스의 마운드 상황은 여의치 못합니다.] [그들이 정하성 선수를 노리려고 했던 이유기도 하죠?] [맞습니다. 하지만 양키스가 일찌감치 정하성 선수에게 대형계약을 안겨주면서 그들의 하이재킹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레인저스는 스토브리그에서 C.J윌슨을 비롯, 다수의 주전급 선수들을 에인절스에게 뺏겼다.
일본의 특급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영입하긴 했지만, 그를 개막전에 내세우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선택한 카드가 콜비 루이스라는 다소 엉뚱한 카드였다.
– 레인저스가 하성과 승부를 포기했네.
– 이 정도면 일단 개막전은 내주고 시작하겠다는 거 아니냐?
– ㅇㅈㅋㅋ
– 콜비 루이스가 전성기 수준이라면 모를까. 작년 같은 성적이면 무리지.
– 전성기 수준이래도 무리일 듯.
– 일단 양키스 1승 적립!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양키스가 무난하게 승리를 챙길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만큼 전력의 격차가 심한 상황이었다.
[양키스의 마운드에는 에이스 정하성 선수가 올라옵니다.] [현대야구 최고의 선수라 평가받는 정하성 선수,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받으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나가는 거겠죠?]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더 이상 타인과의 싸움이 필요 없는 선수입니다. 오직 본인을 이기기 위해 집중하면 됩니다.] [사실상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동감입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정도의 성적을 올린 지난 시즌이기에 과연 그 성적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작년 시즌 하성은 현대야구 역사에 남을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대형계약을 맺으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 대형계약으로 인해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들은 각종 주장과 함께 하성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했다.
지금까지는 그들의 주장이 먹혀들지 않았지만, 하성의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만큼 하성의 연봉은 역대급이었기에 성적 역시 잘 나와야 했다.
[이런 부담감을 가진 상황에서 정하성 선수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2012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시작됩니다!]“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 * *
마운드 위에서 하성은 이미 집중상태에 돌입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부담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패스트볼로 화려하게 가자고.’
오직 포수의 리드만이 눈에 들어오고 어떻게 공을 던져야 할지만 집중하고 있었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고액의 연봉을 받으니 잘 던져야 한다는 고민 따윈 없었다.
촤앗-!!
그가 이렇게까지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흡!!”
[1구 던집니다!!]쐐애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바깥쪽 낮은 코스를 날카롭게 찌릅니다! 구심의 손이 올라가고 2012시즌을 여는 정하성 선수의 공은 100마일이 찍혔습니다!!]그 이유는 바로 본인의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본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마련이었다.
때로는 타의에 의해서.
때로는 자의에 의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점점 사라진다.
하지만 하성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흡!!”
쐐애애액!!
딱!!
“파울!!”
[2구 몸쪽 공을 때렸지만, 타구는 뒤로 향합니다! 파울!] [두 번째 공의 구속이 101마일이 찍혔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초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강속구를 뿌리고 있습니다.]하성이 스스로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압도적인 훈련량에 있었다.
체계적이고 압도적인 훈련은 그를 단련시켰고 자연스레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주었다.
철저한 준비는 스스로를 믿는 강력한 근거가 되었다.
덕분에 그의 멘탈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
[정하성 선수, 3구 던집니다!!]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
하성은 1회 모든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걸 기억하는 관중들은 숨을 죽이고 하성이 던지는 3구를 지켜봤다.
“흡!!”
단발마의 기합 소리와 함께 뿌린 공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러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굉음과 함께 잠깐의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구심이 주먹을 내지르며 판정을 내렸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우우우웃!!”
[삼구삼진!! 첫 타자를 공 3개로 처리하는 정하성 선수!! 월드시리즈 6차전이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정하성 선수의 시즌이 시작됐습니다!!]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2012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 * *
압도적이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7회에도 또 하나의 삼진을 추가하면서 정하성 선수의 탈삼진이 15개까지 늘어납니다!] [새로운 시즌에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는 정하성 선수! 아~ 정말 멋집니다!!]7이닝 무실점 15탈삼진 0사사구.
단 하나의 안타도, 단 하나의 볼넷도 허락하지 않은 채 마운드를 내려온 하성이 곧장 타석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7회말, 양키스의 공격은 선두타자 브렛 가드너가 타석에 들어옵니다!] [다음 타자가 정하성 선수이기에 가드너가 여기에서 안타를 때려주면 아주 좋은 기회를 얻게 됩니다.] [3 대 0의 스코어로 여유로운 상황이지만, 1점이라도 리드를 더 얻는 게 좋겠죠?]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귀중한 점수가 될 겁니다.]타석에 선 가드너에게 원하는 건 출루였다.
그리고 가드너는 베테랑답게 노련한 선구안으로 그걸 만들어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가드너 떨어지는 커브를 참아내면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걸어 나갑니다!!] [아주 좋습니다!! 정하성 선수 앞에서 타자가 쌓이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거든요!]하성이 타석으로 들어서자 양키스타디움이 들썩였다.
“하! 성! 하! 성!!”
“한 방 날려라!!”
“이번에는 홈런 하나 때리자!!”
팬들이 원하는 건 하성의 장타였다.
[앞서 두 타석에서 안타와 2루타를 때려낸 정하성 선수, 개막전부터 아주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이미 2개의 안타를 만들어낸 하성이 타석에 서자 레인저스 더그아웃이 바빠졌다.
[레인저스는 투수를 교체하면서 정하성 선수를 여기에서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네요.] [아무래도 개막전이니만큼 피하는 것보단 승부를 보겠다는 모습을 보입니다.]승부를 피할 생각이었다면 투수교체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고의사구를 한 뒤에 투수교체를 하면 될 일이니 말이다.
투수가 교체되고 하성이 다시 타석에 섰다.
그리고 예상대로 바뀐 투수의 초구는 공격적으로 나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을 강하게 찌릅니다! 정하성 선수를 상대로도 공격적인 승부를 택한 레인저스!] [이게 과연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하성은 차분하게 바뀐 투수의 투구를 지켜보면서 그의 스타일과 오늘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퍽!!
“볼!”
[볼입니다! 좋은 선구안으로 투볼 투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는 정하성 선수!] [아주 침착하게 공을 잘 보고 있습니다.]4구까지 지켜보면서 이제는 하성에게 유리한 카운트가 되었다.
‘이제는 승부를 볼 타이밍이지.’
하성의 생각대로 레인저스 벤치에서 승부를 보라는 사인이 나왔다.
반면 양키스 더그아웃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지라디 감독은 아무런 작전도 액션도 보내지 않았다.
그가 하는 건 단 하나.
‘하성을 믿는다.’
하성에 대한 믿음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성은.
“흡!!”
쐐애애액!!
[5구 던졌습니다!!]후웅!!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그 믿음에 보답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우익수 키를 넘은 타구가 원바운드 되어 파울라인 밖으로 굴러갑니다!! 그사이 1루 주자 가드너 2루 돌아 3루로! 정하성 선수도 2루로 내달립니다!!] [우익수가 이제 공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곧장 홈으로 던집니다!!]발이 빠른 가드너지만, 3루 베이스를 돌기 전이었기에 우익수가 홈을 노리고 공을 뿌렸다.
다이렉트로 날아간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히는 순간.
가드너 역시 몸을 날려 베이스를 훔쳤다.
촤아아앗-!!
퍽!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그리고 포수, 3루로 공을 뿌리려다 멈춥니다!! 3루 베이스에는 이미 정하성 선수가 서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하성 선수의 3루타가 터집니다!!]안타와 2루타에 이어 3루타까지 터트린 하성이 3루 베이스에서 주먹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