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74)
마운드의 빌런-274화(274/285)
마운드의 빌런 274화
개막전에서부터 하성은 모든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번 이닝에서 3루타를 추가한 정하성 선수, 이제 홈런 하나면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하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사이클링 히트라 불리는 기록이죠. 이걸 개막전에서부터 근접하는 선수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것도 선발투수 말이죠. 당연하게도 개막전 선발투수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 건 최초의 일입니다.] [하하! 정하성 선수는 정말 무슨 기록을 세우든 다 최초가 되는 거 같습니다.]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유례가 없었기에 그의 기록은 최초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정하성 선수는 사이클링 히트만이 아니라 현재 퍼펙트게임 역시 진행 중입니다.] [만약 두 기록을 모두 달성하게 된다면 앞으로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이 작성될 수도 있겠네요.]불멸의 기록.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본다.
자기의 이름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남는 그러한 기록을 말이다.
만약 퍼펙트게임과 사이클링히트를 동시에 작성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 기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도 개막전이라는 단서까지 붙으면 깨질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성이 8회초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정하성 선수가 대기록을 작성하기까지 필요한 아웃카운트는 단 6개!]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화끈하게 기록을 달성해 주면 좋겠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흡!!”
쐐애애액-!!
딱!!
“파울!!”
[초구 파울! 구속은 101마일이 찍힙니다!!]공을 때린 타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00구가 넘었는데도 이 정도 파워라니.’
배트를 쥔 그의 손이 저릿저릿했다.
그만큼 공의 힘이 강했다는 소리였다.
‘도대체 저런 체력이 어디서 나오는 거지?’
대단한 투수라 하더라도 결국 같은 사람이다.
100구나 던지면 당연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성은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거야?’
하성을 상대하면서 가장 난감한 건 공략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체력적인 부분이 떨어져서 공략할 곳이 보인다면 그곳을 공략하면 되는데.
경기가 후반으로 가는데도 체력이 떨어지지 않고 제구력이 좋으니 좀처럼 공략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 앓는 소리를 할 순 없지.’
경기중이다.
상대가 잘 던지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공략해야 했다.
문제는 하성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단 것이었다.
딱!!
“파울!”
2구는 고속 슬라이더를 던져 배트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했다.
덕분에 파울이 만들어지면서 볼카운트가 몰리기 시작했다.
그런 타자를 향해 하성이 던진 결정구는.
“흡!!”
쐐애애액-!!
후웅!!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느린 체인지업이었다.
덕분에 타자의 배트는 힘없이 허공을 갈랐다.
퍽!
그 뒤에야 공이 미트에 꽂히며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8번째 탈삼진을 추가하는 정하성 선수!] [아~ 완벽한 페이스 오브 체인지였습니다. 100마일을 오가는 패스트볼과 90마일대의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그 이후에 던진 70마일 후반의 체인지업.완벽하게 구속에 차이를 줘서 타자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완급조절이 아니었다.
코스 역시 완벽하게 제구되면서 타자의 눈을 속이는 공이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두 개.’
집중력을 끌어올린 하성이 남은 아웃카운트를 수집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남은 두 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돌려세운 하성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이번 이닝에 제 공격 차례가 오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사이클링 히트에 대해서는 하성 역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기록이란 이룰 수 있을 때 이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이닝에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게임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양키스는 말 공격을 하기에 9회초 하성이 3점 이상을 실점하지 않는 이상 게임은 그대로 종료한다.
하성의 평균자책점을 생각하면 한 게임에 3점을 실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이닝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뭐, 여기부터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 동료들이 갑자기 타격에 눈떠서 연달아 안타를 때려주는 게 아니면 말이야.’
다른 선수의 타격까지 자신이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상황.
하성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는 딱히 심력 소모를 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렇기에 마음을 내려놓고 동료들의 공격을 바라봤다.
그런데.
딱-!!
[때렸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선두타자가 출루하는 양키스입니다!]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연달아 출루에 성공하는 양키스!]연속출루에 성공했지만, 하성은 여전히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내 차례까지 오려면 최소한 3명은 더 출루해야 해.’
너무 먼 길이었다.
아직 기대를 가지기에는 멀었다.
딱!!
본래 4점의 차이 정도는 언제든지 좁힐 수 있는 격차로 생각한다.
하지만 레인저스는 투수교체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경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효율을 택한 것이었다.
하성을 상대로 점수를 뽑아내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일을 도모해 개막전 시리즈를 승리로 가져가는 작전을 택한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양키스 타선은 레인저스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딱!!
[이것도 잘 맞았습니다! 연속출루에 성공하는 양키스!]그 결과 올 거 같지 않았던 타순이 돌아오고 있었다.
‘이게 되네?’
마치 하늘이 자신에게 기록을 달성하라고 등을 떠미는 거 같았다.
‘밥상을 차린 것도 모자라서 숟가락에 떠서 반찬까지 올려 떡하니 입에 밀어주는데.’
하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트를 쥐었다.
‘그걸 거절할 순 없지.’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 * *
[2사 1, 3루의 찬스에서 정하성 선수가 들어섭니다.] [아주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정하성 선수에게는 이번 이닝이 사실상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여기에서 홈런을 터트리면 정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을 또 한 번 작성하게 됩니다.] [정말 이 선수는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선수입니다. 작년에 그 많은 기록을 달성하고 또 남은 기록들이 있다뇨.] [믿기지 않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미국에서 정하성 선수에게 괜히 레코드 브레이커라는 별명을 붙인 게 아닙니다.]타석에 선 하성은 투수를 바라봤다.
‘선발투수로 키울 선수라서 그런지 상당히 체력이 좋아.’
비록 난타를 당하고 있었지만 공의 구위는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전의를 상실할 수도 있었지만, 투수는 오히려 지금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변태, 아니면 더그아웃이 의도하는 걸 이해할 정도로 똑똑한 녀석이라는 거지.’
아마 후자일 것이다.
그런 녀석이라면 자신을 상대로도 그리 주눅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건 초구에서 바로 드러났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지금까지 난타를 당했던 게이치의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을 찌릅니다!] [지금 공의 구속이 95마일이 찍혔습니다. 오늘 최고구속이네요.]저스틴 게이치는 작년부터 메이저리그에 합류했던 신예선수다.
올해는 메이저리그에서 개막전을 맞이할 정도로 포텐셜이 충분한 선수였다.
그리고 그 포텐셜이 최강의 상대라 할 수 있는 하성을 만나면서 제대로 터지려 하고 있었다.
‘하성을 잡는다면 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가 될 수 있다.’
하성이란 이름값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스테로이드를 맞았던 전성기의 배리 본즈를 뛰어넘는 선수였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아웃시킨다.’
게이치가 세트포지션에서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이번에는 날카롭게 꺾여 들어오는 슬라이더였다.
그걸 확인한 하성의 배트가 묵직하게 회전했다.
후웅-!!
딱!!
배트는 공이 변화하는 궤적을 예측하고 정확히 그것을 낚아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던 하성이 그대로 배트를 던졌다.
‘좋은 선수지만, 나를 잡겠다는 의지가 너무 눈에 보이잖아.’
자신을 잡기 위해선 결국 승부를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말인즉슨 공은 존을 통과한다는 소리였고 그것은 낚아채면 그만이었다.
‘이걸로…….’
하성은 담장밖에 떨어지는 타구를 바라보며 천천히 1루 베이스를 향해 뛰었다.
‘나는 최초의 남자가 됐다.’
2012시즌.
대형계약을 맺은 하성은 자신에 대한 의문을 싸그리 지우는 한 방을 터트렸다.
최초의 기록과 함께 말이다.
[쓰리런 홈런을 터트리는 정하성 선수!! 개막전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이 됩니다!!]* * *
9회초.
마운드에 오른 하성이 세 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깔끔하게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삼구삼진으로 19번째 탈삼진을 기록한 하성은 두 번째 타자는 커터로 요리했다.
휘릭!!
빠각!!
[배트가 부러지면서 타구가 정하성 선수에게 돌아갑니다! 안전하게 잡아 1루로!]퍽!
“아웃!!”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하성이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99마일의 패스트볼이 꽂힙니다!]딱!!
“파울!!”
[2구 100마일의 공을 쳤지만, 관중석에 떨어지면서 파울이 됩니다!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그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또 장식하기까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만 남았습니다!]역사의 페이지를 작성하기 위해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흡!!”
기합과 함께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3년 연속 퍼펙트게임 달성에 성공하는 정하성 선수!! 20번째 탈삼진을 잡아낸 공은 102마일이 찍혔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대형계약을 터트린 첫해부터 대형사고를 터트리네요!!] [2012시즌에도 그는 메이저리그를 지배합니다!!]그에 대한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 *
무더운 여름.
메이저리그는 올스타전을 치른 뒤 바로 후반기를 시작하지 않고 리그를 중단했다.
그 이유는 바로 런던올림픽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하성 역시 미국을 떠나 런던으로 향했다.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런던에 도착한 그를 수많은 언론들이 취재했다.
특히 한국은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는 그의 모습에 열광했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정하성, 국가대표에 합류!!]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정하성의 합류!!]하성의 합류로 한국은 열광했다.
전 세계 언론은 그가 합류한 한국대표팀을 금메달 후보 1순위로 뽑을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이런 관심은 당연하게도 어그로를 끌려는 이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예전부터 하성을 저격했던 일본의 나카무라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하성은 타노스입니다! 우리 일본대표팀은 그 타노스를 무찌르기 위한 어벤저스가 될 겁니다!”
런던에 도착한 나카무라는 언론 앞에서 최근 개봉한 어벤저스에 비유하며 하성을 공격했다.
그리고 언론은 이러한 재미있는 상황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일본의 에이스 나카무라 “우리는 베이스볼의 어벤저스, 빌런 정하성을 무찌르겠다!” 선언!!]그 기사를 본 하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제대로 미친놈일세.”
하지만 한 가지는 마음에 들었다.
“빌런이라…… 나쁘지 않네.”
하성의 첫 번째 국가대표 경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