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76)
마운드의 빌런-276화(276/285)
마운드의 빌런 276화
대표팀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워낙 레벨이 높은 선수들이었기에 서로 호흡을 맞추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간간이 사인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나왔지만, 서로 대화를 통해 그런 부분들을 조율해 나갔다.
하성 역시 포수와 그런 부분을 조율했다.
“그러니까, 경기에서는 포심 패스트볼의 비중이 높게 가면 된다는 거네?”
“예. 고속 슬라이더도 자주 사용합니다. 그 외에 던질 수 있는 구종들도 주종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고요.”
“이야~ 역시 메이저리그를 지배한 선수답네. 리드하긴 상당히 편하겠는데?”
올림픽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게 될 포수는 국가대표 4번 타자인 강두호였다.
수비형 포수에 가깝지만, 공격력도 좋아 KBO리그에서 3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내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포수답게 성격도 나쁘지 않아 하성에게 먼저 다가와 이야기를 걸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하성도 국대에 적응해나가고 있을 때였다.
“하성아, 너 그거 들었냐?”
태수의 말에 하성이 그를 바라봤다.
“일본에 웬 미친놈 하나가 제대로 어그로 끌고 있다던데?”
“미친놈? 무라카미?”
“어? 너 어떻게 알고 있냐?”
“걔 내가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도 어그로 끌었었거든. 이번에는 뭐라고 그랬는데?”
“이거 봐.”
태수가 스마트폰을 건넸다.
거기에는 무라카미의 인터뷰가 담긴 기사가 떠 있었다.
제목을 본 하성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이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하겠다? 이거 이치로 벤치마킹한 거냐?”
“내용도 봐봐. 아주 어처구니없다니까?”
한때 이치로의 망언이라 불렸던 10년 동안 한국이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하겠다는 내용은 사실 번역이 잘못된 해프닝에 불과했다.
물론 그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고 그때까지 이치로는 한국 야구팬에게 엄청난 욕을 먹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대놓고 이야기를 했다.
번역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무라카미에게 “혹시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인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한국인은 영어도 하지 못하는가? 내가 일본어로 말했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한국은 10년동안 일본의 발끝에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라고 재확인해 주었다.]대놓고 어그로를 끌었다.
“이 자식 미친놈 아니냐?”
“맞네. 미친놈. 그리고 똑똑한 놈이네.”
“똑똑해?”
“이 자식 성적 봐서는 곧 포스팅 신청할 건데. 이 정도 어그로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잖아.”
“야야, 이런 어그로면 메이저리그 구단도 손사래를 치겠다.”
“단순 어그로면 그러겠지.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어그로야.”
자기 PR 시대다.
실력이 우선이지만, 그것만큼 자신을 알리는 것도 중요했다.
그리고 무라카미는 그 방법으로 자신을 따라 하는 것 같았다.
‘내 방법을 상당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 같지만, 상관없지.’
하성은 기사를 내려 내용을 마저 확인했다.
“이 자식이 잘못한 게 하나 있네.”
“응? 뭔데?”
“날 건드린 거.”
하성이 건네는 스마트폰을 받아 든 태수가 내용을 확인했다.
[정하성을 박살 내주겠다!]선전포고였다.
하성이 어떤 인간인지 잘 아는 태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잘못했네.”
무라카미의 명복을 빌어주는 태수였다.
* * *
이번 올림픽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한국대표팀 경기는 한국만이 아닌 미국과 일본 등.
야구에 인기가 높은 국가들에도 중계하기로 결정됐다.
이는 정하성의 인기가 반영된 결과였다.
유럽이야 영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이니만큼 하성의 경기를 언제든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관심에 부응하듯 한국대표팀은 첫 선발로 하성을 내정했다.
[한국 국가대표팀 올림픽 첫 상대인 쿠바를 상대로 에이스 정하성 등판 예고!] [메이저리그를 지배한 정하성, 올림픽도 지배할 수 있을 것인가?!]언론의 관심은 하성이 올림픽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였다.
그리고 이는 대중들의 관심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걸 봐선 올림픽도 씹어먹지 않겠냐?
-그게 정상이긴 한데. 그러지 않을 수도 있음.
-ㅇㅇ 사람마다 긴장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하성이가 긴장하는 모습은 상상이 안 되긴 하지 ㅋ
-그래도 국가대표는 처음이니까, 어떻게 될지 모름.
하성에게 국가대표는 처음 입는 옷이었다.
당연히 그에 따른 부담을 느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성이 평소와 같이 호투할 거라 생각했다.
여러 생각이 오가고 있을 때.
[마운드에 정하성 선수가 오릅니다!!]쿠바대표팀과의 결전을 위해 하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 * *
‘국가대표 유니폼은 오랜만이네.’
이전의 삶에서 하성은 어린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처음 국가대표가 되었던 건 U18 야구월드컵이었다.
당시 16살의 나이로 국가대표가 되어 팀의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원래 중학 시절부터 야구관계자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하성이었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자마자 팀의 1선발을 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는 정말 심장이 터질 거 같았지.’
처음 국가대표로 마운드에 섰을 때가 떠올랐다.
‘아니, 그때만이 아니었어.’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해 본래의 실력을 내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하성이 마운드에 섰다.
가볍게 땅을 고르고 로진을 손에 묻힌 그가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돼서 편하군.’
이전의 삶에서 하성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신의 부상도 숨긴 채 공을 던졌다.
그 후회로 인해 새로운 삶을 얻은 뒤에는 자신을 위해 살아왔다.
그건 국가대표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그래서인지 마음이 편안했다.
실패하더라도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던졌으니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 * *
하성의 경기에 압도적이란 말은 자주 사용됐다.
그만큼 그의 피칭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그건 첫 국가대표인 런던올림픽에서도 실현되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와아아아아-!!”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2번째 탈삼진과 함께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첫 국가대표지만, 정하성 선수는 부담감이 전혀 없는 거 같습니다. 언터처블의 모습을 여기에서도 보여주네요.]6이닝 동안 하성은 단 1점도 내주지 않은 피칭을 선보였다.
거기다 실책성 플레이로 인한 안타가 아니었다면, 퍼펙트 행진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쿠바 대표님이 결국 약한 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하성 선수를 공략하지 못하는군요.] [비록 프로리그는 없지만, 쿠바대표팀은 한때 세계최강으로 군림했었습니다. 결코 약한 팀이 아니죠. 그만큼 정하성 선수의 피칭이 무섭다는 겁니다.] [그리고 6회 말, 한국대표팀의 공격에서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앞서 두 타석에서는 단타와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한 정하성 선수! 여기에서는 달아나는 한 점이 필요합니다!]현재 스코어는 3 대 0으로 한국대표팀이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3점이란 점수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었다.
경기를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추가 점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하성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의 공격은 절호의 기회인 셈이었다.
이용수는 쿠바의 국가대표 투수들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었다.
‘역시 이용수 선배야.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용수놀이 하나로 투수들을 괴롭히고 있어.’
이용수의 이름을 딴 용수놀이.
투수의 공을 연속으로 커트해 내서 투구 수를 늘리고 결국 자신은 안타 혹은 볼넷으로 출루해서 생긴 말이었다.
그만큼 그는 뛰어난 선구안과 컨택능력으로 투수의 천적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리고 올림픽에서도 그 능력이 빛을 발했다.
딱!!
“파울!!”
[파울입니다! 연속 4개의 공을 커트해 내는 이용수 선수!] [투수가 무척이나 괴로워 보입니다!] [분명 볼카운트는 이기고 있는데. 마운드 위에서 신경질을 내고 있어요!]빠르게 투스트라이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용수를 돌려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투수 입장에선 가장 짜증 나는 상황이었다.
‘어디 이것도 쳐봐!!’
그 신경질은 곧 공에서 나타났다.
과도한 힘이 공에 들어갔고 몸에 붙인 공의 제구가 실패했다.
쐐애애액!
퍽!!
공이 몸에 붙어서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그런데 이용수가 구심을 향해 자신의 팔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팔소매를 가리켰고 구심은 이내 마스크를 벗으며 1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 몸에 맞았나요?! 구심이 맞았다고 판정합니다! 당연히 쿠바 선수들은 항의합니다!] [여기 슬로우모션이 나오네요. 다소 몸에 붙은 공이었는데. 이용수 선수가 몸을 당기면서 피했거든요?] [어? 여기에서 공이 스쳤나요?] [아~ 아주 미세하게 팔소매에 스쳤네요!] [이건 정말 행운입니다! 선두타자 이용수 선수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매에 스친 것뿐이에요!]한국대표팀에게는 행운이었다.
아무래도 몸에 맞는 볼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소매를 스쳐서 출루하다니.
‘운이 좋네.’
하성은 미소를 지으며 대기타석으로 들어섰다.
[타석에는 타격기계 김성수 선수가 들어섭니다! 그리고 대기타석에는 국가대표 3번 타자를 맡고 있는 투타 겸업 정하성 선수가 대기합니다!]카메라에 하성의 모습이 비추자 대회장을 찾은 수많은 관중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정하성! 정하성!”
경기장이 뒤흔들리는 환호소리에 한국대표팀은 놀라움은 금치 못했다.
“하성이 인기가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나라 교민들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하성의 이름을 연호하는데?”
“이거 완전 홈경기나 다를 바 없잖아?”
국가대표이기에 한 명 한 명이 스타플레이어다.
하지만 그들조차 이런 환호성은 처음 들었다.
그것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런 환호성이라니.
직접 경험하고도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런 응원은 김성수에게도 큰 힘을 주었다.
‘비록 하성을 응원하는 거지만……!’
쐐애애액!!
‘나도 힘이 나는걸!!’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삼유간을 가릅니다!! 이용수 선수 2루를 돌아 3루로! 김성수 선수는 1루에 멈춥니다!] [정말 잘 때렸습니다! 바깥쪽 낮은 코스를 결대로 밀어 때려 안타를 만들어냈어요!] [역시 타격 기계 김성수 선수! 국가대항전에서도 정밀한 타격을 선보입니다!] [무사에 주자 1, 3루의 찬스! 그리고 타석에는 대한민국의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하성이 타석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