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77)
마운드의 빌런-277화(277/285)
마운드의 빌런 277화
[정하성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첫 타석에 들어섭니다!] [정말 꿈에만 바라던 장면이 현실로 펼쳐집니다! 메이저리그에서 6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다니 말입니다!] [이 장면을 보고 싶었던 야구팬분들이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됩니다!]중계진이 흥분한 만큼 현장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정하성! 정하성!!”
“가즈아-!!”
“홈런 한 방 날려 버려!!”
팬들이 원하는 건 장타였다.
쿠바대표팀은 이런 분위기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젠장…… 이거 완전히 어웨이에서 경기하는 거나 다를 바 없잖아?’
‘아무리 정하성의 인기가 높다지만, 이렇게 일방적인 응원일 줄이야…….’
쿠바대표팀에도 메이저리거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지만, 응원은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쿠바대표팀은 이런 상황에서도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녀석도 인간이다. 반드시 홈런을 때린다는 보장 같은 건 없어!’
한때 세계최강이란 칭호를 가졌던 쿠바대표팀이다.
비록 과거가 되었지만, 그들에게도 프라이드란 게 존재했다.
그 프라이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성과의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쿠바대표팀의 에이스 산체스 마르티네스가 마운드에서 사인을 교환합니다. 과연 정하성 선수와 승부를 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고의사구가 시도 때도 없이 나왔던 정하성 선수이기에 충분히 거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해설진의 예상은 틀렸다.
“흡!!”
[던졌습니다!]산체스의 손을 떠난 공이 하성의 몸쪽을 강하게 파고들었다.
퍽!!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 몸쪽 꽉 차는 공을 그냥 지켜보는 정하성 선수!] [쿠바대표팀이 승부를 보기로 결정한 거 같네요.] [정하성 선수도 쿠바대표팀이 어떻게 나올 건지 지켜본 거 같습니다.]타석에서 물러난 하성이 장갑을 고쳐 끼며 생각을 정리했다.
‘피할 생각은 없나 보군.’
마음에 들었다.
승부를 해온다는 건 자신이 활약할 기회를 살릴 수 있었으니까.
자세를 잡은 하성이 정신을 집중했다.
‘자…… 와라.’
그가 자세를 취하자 산체스가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코스도 좋고 구위도 좋았다.
무엇보다 장점인 155㎞의 강속구가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왔다.
완벽하다 자처할 수 있는 공이었다.
동의했다.
‘상대가 내가 아니었다면…….’
후웅-!!
하성이 배트를 돌렸다.
간결한 스윙의 궤적은 곧 날카로운 이빨이 되어 공을 물어뜯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하성이 배트를 던졌다.
‘……잡아낼 수 있는 공이었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배트를 던지는 정하성 선수!!]하성은 담장 밖으로 사라지는 타구를 보며 천천히 1루를 향해 내달렸다.
* * *
하성의 활약은 국가대표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보다 더욱 압도적이었다.
– 7이닝 무실점은 그냥 밥 먹듯이 하는구나.
– 7이닝밖에 안 던졌지만, 쿠바 타자들이 공략 못 하는 게 눈에 보임.
– 진짜 이게 실력 차이라는 게 느껴지더라.
– 그런데 왜 바꿈?
└ 아무래도 다음 경기도 있으니까.
└└ 체력보존인 듯.
└└└ 점수 차이도 심했으니까.
– 투구도 투구지만, 타격이 더 예술이더라.
– ㄹㅇ 2타석 연속 홈런은 생각도 못 했다.
– 혼자 6타점 쓸어담는 거 실화냐?ㅋㅋ
하성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대표팀은 쿠바를 누르고 1승을 적립했다.
* * *
이번 올림픽은 베이징 때와는 달리 16강 토너먼트로 열렸다.
한국이 쿠바를 누르면서 8강에 진출하고 다음 상대를 기다리고 있을 때.
다른 블록에서는 8강에 올라가기 위한 싸움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누가 올라올까?”
숙소에 삼삼오오 모인 한국 선수들은 자신들의 상대가 누가 될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무래도 일본이 가능성 높지 않겠어? 상대인 호주와 전력 차이가 꽤 심하잖아.”
“하긴, 일본 이번에 사무라이 재팬이니 뭐니 해서 메이저리거는 물론 국내 에이스들도 다 데리고 나왔더라고.”
“특히 그 무라카미인지 뭔지 하는 애가 무섭더만. 작년에 일본에서 20승 넘게 하고.”
“뭐, 그래도 우리 하성이가 있는데. 상대가 되겠어?”
태수의 말에 다른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쿠바와의 시합을 진행하면서 하성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도가 수직상승 했다.
그런 성적을 보여주었는데도 신뢰도가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 중계진들의 해설이 들려왔다.
[오늘 무라카미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일본 취재단과 한 인터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응? 또 뭔 일을 벌였나?”
“인터넷에 떴으려나?”
한 선수가 인터넷을 찾아보고 있을 때, 캐스터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국대표팀을 향해 다시 도발을 한 거죠?] [맞습니다. 특히 정하성 선수를 지목하면서 호주대표팀을 가볍게 누르고 8강에서 한국과 야구계의 빌런인 정하성 선수를 잡아내겠다는 발언을 했죠.]“아, 여기 있네. 이야~ 이거 완전 미친놈인데?”
“나도 좀 보여줘.”
하성이 스마트폰을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정하성의 영광은 8강까지다! 우리 일본대표팀은 그를 잡기 위한 어벤저스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한 타노스가 될 것이다!]최근 개봉한 어벤저스의 인기에 편승한 워딩이었다.
말도 안 되는 워딩이었지만, 일본 내에서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거 같았다.
[일본의 네티즌들은 이런 무라카미의 발언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정하성 따위 박살 내라!” “한국대표팀은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등, 격한 반응이 연달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습니다.]하성은 스마트폰을 다시 건네주고 편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 하성에게 태수가 물었다.
“저 새끼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왜 이렇게 도발을 하는 거야?”
“그냥 어그로를 끄는 거지. 내가 유명하니까 날 물고 늘어지면 유명세를 탈 수 있으니까.”
“아…… 그럼 접점은 없고?”
“얼굴도 몰라. 저 자식이 마음대로 내 이름 팔면서 어그로 끌고 있는 거지.”
“아하…….”
“문제는 그런 실력이 있는 상태에서 어그로를 끄냐는 거지. 실력이 쥐뿔도 없는 놈이 그런 어그로를 끄는 거면 내 이름값만 아까우니까.”
이제 그걸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라카미는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다.
그가 얼마나 많은 공을 던질지 모르지만, 일본대표팀에서 선발로 나온다는 거 자체가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일본대표팀의 선수풀은 어마어마했다.
일단 대표팀이 되는 거 자체가 한국과는 달리 힘들었다.
워낙 선수들이 많기도 했고 매년 새로운 선수들이 얼굴을 들이미는 곳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이름을 거론할 정도면 웬만한 수준은 아니어야 할 거야.’
하성은 집중해서 일본과 호주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2회가 지났을 때.
“잘 던지네.”
하성이 무라카미를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무라카미의 피칭은 생각보다 좋았다.
“확실히 잘 던지는 거 같네. 호주 타선이 힘을 못 쓰고 있어.”
“호주대표팀의 실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해도 저 정도의 공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거야.”
“그 정도야?”
“어. 구속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공의 회전이 좋아. 타자들이 제대로 치지 못하는 게 이해가 돼.”
하성의 평가는 의외로 후했다.
야구에만큼은 감정이 아닌 팩트로만 접근하는 그였기에 나올 수 있는 평가였다.
“너도 치기 어려울 정도야?”
태수의 질문에 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럴 리가 있나.”
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디가?”
“대충 수준 봤으니까, 내 훈련이나 해야지.”
“경기 끝까지 안 봐도 돼?”
“일본이나 호주 어디가 올라와도 별로 신경 안 쓰여.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까.”
자신감 넘치는 하성의 말에 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클라스가 다르다니까.’
* * *
호주대표팀을 상대로 일본의 선발 무라카미는 엄청난 피칭을 선보여주었다.
[6회까지 퍼펙트행진을 진행하던 무라카미! 하지만 7회 안타를 허용하면서 대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퍼펙트게임이 쉬운 게 아니거든요. 저희야 정하성 선수 덕분에 쉽게 쉽게 느껴지지만, 쉽게 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낸 무라카미 선수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오네요.]기록이 깨졌으니 교체해도 됐다.
하지만 무라카미의 고집으로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무라카미는 세 명의 타자를 돌려세우며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9회 일본의 마무리투수가 올라오면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일본이 호주대표팀을 꺾고 8강에 올라갑니다!] [한일전이 8강에 성사되네요!]생각보다 일찍 만난 운명의 두 팀의 대결이 성사됐다.
무라카미는 이날 MVP가 되어 중계진 앞에 섰다.
[오늘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늘 경기를 통해 이번 대회에서 내가 정하성보다 더 뛰어난 투수임을 증명했습니다!] [예?] [그는 7이닝을 던졌지만, 저는 8이닝을 던지지 않았습니까? 이것만으로도 제가 더 뛰어난 투수임을 증명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그건…….]기자가 할 말을 잃었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논리였다.
하지만 그는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믿지 못하겠습니까? 그럼 8강에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그를 누르는 걸!]그 말을 끝으로 무라카미가 몸을 돌려서 나갔다.
이번 인터뷰 역시 큰 화제가 되었다.
이렇게 대놓고 하성을 저격하는 선수가 그동안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각종 추측이 쏟아졌다.
그중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역시나 메이저리그 진출이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무라카미 선수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벌써 일본프로야구에서 100승을 채웠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유심히 그를 지켜보고 있죠.] [아마도 그는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정하성 선수를 저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너무 리스크가 큰 전략 아닌가요?] [사실 리스크는 거의 없습니다.] [왜죠?] [이미 정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를 도발하고 실제로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 할 테니까요.] [아~애초에 기대를 안 한다 이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반대로 만에 하나 무라카미 선수가 정하성 선수를 상대로 좋은 상대전적을 기록하면 그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될 겁니다.] [확실히 그럴 거 같네요.]가장 설득력이 있는 분석이었다.
– 만약 이게 사실이면 무라카미가 똑똑한 거네.
– ㅇㅇ 쟤 일본에서 처음 데뷔할 때도 이런 방식으로 했음.
└ 진짜?
└└ 당시 일본의 대타자였던 히로시를 상대로 도발하고 실제로 3타석 연속 삼진으로 잡아냄.
└└└ 그때 일본에서 반응 엄청 뜨거웠지.
└└└└ 그걸 잊지 못한 거 같네.
– 하성이 세계 최고가 되니까 날파리가 많이 꼬인다.
– 앞으로도 이럴 듯.
– 세계 최고의 선수니까 어쩔 수 없지.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걸 보는 하성의 생각은 달랐다.
‘꽤 머리를 잘 썼네. 하지만 한 가지 실수했어.’
그의 도발에 열받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날 이용해 먹으려 한 게 실수야.”
자신을 이용하면 어떻게 될지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성은 그 시간을 기다리며 회복에 전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