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80)
마운드의 빌런-280화(280/285)
마운드의 빌런 280화
무라카미가 강판됐다.
[일본의 에이스이자 정하성 선수를 도발하던 무라카미 선수가 강판됩니다.] [다수의 인터뷰에서 정하성 선수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던 무라카미 선수지만, 결국 자신의 발언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네요.]원래라면 무라카미가 강판된 건 큰 화제가 됐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정하성 선수, 설마 예고홈런을 선언하고 또 그걸 실행에 옮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맞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니 뭐라 할 말이 없을 지경입니다.] [공의 코스가 좋지 않았던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코스는 매우 좋았습니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정하성 선수가 당겨서 때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코스였습니다.] [하지만 정하성 선수는 압도적인 파워로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겨버리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정말 경이로운 파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마 저 공을 당겨서 홈런을 만들다니…….]해설위원이 감탄해서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만큼 하성의 홈런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덕분에 무라카미의 강판은 아무런 화제거리도 되지 못한 채, 씁쓸하게 퇴장해야 했다.
* * *
무라카미가 빠지자 한국대표팀의 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딱!!
[때렸습니다! 연속 안타를 터트리는 한국대표팀!]일본은 불펜을 연달아 투입했지만, 이미 기세가 오른 한국대표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예고홈런을 때리는 미친놈이 다 있네.’
‘저런 미친놈과 같은 편인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첫 번째는 하성에 대한 경쟁심리였다.
대표팀에 승선한 이들 모두 하나 같이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타자였다.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승부욕 역시 리그 톱클래스 수준이었다.
아무리 하성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 하더라도 승부욕이 돋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두 번째는 바로 일본대표팀의 기세가 떨어졌다는 거다.
‘무라카미를 상대로 예고홈런을 때린다고?’
‘저런 녀석을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무라카미는 성격도 나쁘고 언행 역시 엉망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야구선수 중 모두가 동의하는 게 한 가지 있었다.
그건 바로 실력이었다.
일본 최고의 투수를 가리는 사와무라상을 받았을 정도로 무라카미의 실력만큼은 확실했다.
그런데 하성은 그런 무라카미를 상대로 예고홈런을 때려냈다.
말인즉슨 다른 투수를 상대로도 홈런을 때려내는 게 문제없다는 소리였다.
당연히 투수들의 기세가 죽을 수밖에 없었고 한국타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스코어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하성의 예고홈런이 터진 4회.
한국은 3점이란 점수를 추가하면서 총 5점을 만들어냈다.
스코어는 어느덧 6 대 0이 되면서 이닝을 마감했다.
* * *
경기의 분위기가 완벽하게 넘어갔다.
사람들이 기대했던 무라카미와 하성의 대결은 예상대로 하성의 승리로 돌아갔다.
누구도 무라카미가 이길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워낙 어그로가 강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역시나인 결과에 사람들은 한국이 이기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로 경기를 지켜봤다.
-오늘 경기도 하성이 캐리하네.
-하성은 그냥 치트키라니까 ㅋㅋ
-지금까지 5이닝 퍼펙트 실화냐?
-얘는 국제전이고 나발이고 긴장은 전혀 안하는구나.
-긴장하는 애가 예고홈런을 하겠음?ㅋㅋ
└그건 그렇네.
-이러다가 오늘 경기도 퍼펙트게임 하는 거 아님?
└아직 절반밖에 안왔잖아?
└└하성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듯.
└└└그건 ㅇㅈ
-퍼펙트도 퍼펙트지만, 한일전에서 두 타석 연속 홈런은 좀 충격적이다 ㅋㅋ
└지금까지 이런 선수는 없었다.
이게 게임인가? 현실인가?
└└멘트 어디서 배워왔냐?
└└└오리지널 멘트임.
-이러다가 사이클링 홈런까지 나올 각이네.
하성의 활약은 팬들로 하여금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분명 여기서 이룰 수 있는 기록은 더 없을 거 같은데.
새로운 기록을 자꾸 만들어냈다.
마치 메이저리그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겠다는 듯 말이다.
* * *
일본의 에이스가 침몰한 반면.
한국의 에이스 하성은 여전히 마운드에서 굳건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6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일본 타자들은 6회에도 그의 공에 적응하지 못했다.
번번이 헛스윙을 해댔고 덕분에 하성의 탈삼진 기록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간혹 그의 공을 건드는 이들도 있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공! 유격수 잡아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유격수 이용수가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감합니다!]국대라는 말이 어울리는 수비와 함께 하성의 기록은 계속 유지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요시노 감독은 인상을 찌푸렸다.
‘망할……투수 한 명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다니.’
정하성이란 위대한 선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 상대하니 이건 악몽이나 다를 바 없었다.
‘녀석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문제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하성에 의해 박살 났다.
새로운 작전을 내더라도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궁지에 몰렸다.
‘고의사구라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하성을 봉쇄했던 메이저리그의 작전인 고의사구.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쓸 수 없었다.
딱!!
[때렸습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2루 주자, 3루에 멈추면서 만루가 됩니다!]각성하기 시작한 한국 타자들의 맹폭격이 시작됐다.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타석에 정하성 선수가 들어섭니다!] [아~ 일본 입장에서는 이것보다 더한 악몽이 있을까요? 만루에서 정하성 선수라뇨!]일본대표팀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젠장……여기에서 고의사구로 내보낼순 없지!’
이미 6 대 0이란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추가점수는 위험한 상황.
어떻게든 하성을 막아야 했다.
고의사구가 아닌 정면승부로 말이다.
결국 요시노 감독은 선택을 내렸다.
[여기에서 일본대표팀이 투수를 교체합니다!] [승부를 보겠다는 말이네요. 그렇지 않으면 투수를 교체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마운드에 올라오는 새로운 투수는……! 마무리투수 토시오 선수입니다!] [아~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입니다! 설마 여기에서 일본 대표팀의 수호신 토시오 선수를 등판시키다뇨!]토시오는 한 시즌 56세이브를 거둔 일본을 대표하는 클로저 중 한 명이었다.
최고구속 156㎞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결정구로 주로 활용하는 스플리터가 수준급인 선수였다.
[일본의 요시노 감독은 정하성 선수를 잡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였습니다.]더 이상 피하지 않겠다.
요시노의 생각은 명확했다.
그가 승부를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고의사구로 내보낸다 해도 실점한다. 차라리 여기에서는 그를 잡아 팀 자체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해.’
현재 일본 대표팀 선수단의 기세는 크게 주눅이 들어 있었다.
크게 벌어진 점수차이와 괴물 같은 포스를 자랑하는 하성의 활약에 짓눌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하성을 잡아야 했다.
사실 이는 정확한 판단이었다.
‘역시 요시노 감독이야. 백전노장이라더니 이런 순간에도 승부를 걸어올 줄 아네.’
하성 자신이 감독이라 하더라도 요시노 감독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을 거야.’
하성은 타석에 서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오늘 컨디션이 최고거든.’
집중력을 끌어올리자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가 준비를 끝내자 토시오가 피처플레이트에 발을 올리고 사인을 교환했다.
[일본을 구하기 위해 올라온 수호신 토시오! 하지만 그가 상대해야 하는 건 빌런 정하성입니다!] [과연 수호신이 빌런으로부터 일본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이 지금 나올 겁니다! 토시오 선수 1구 던집니다!!]킥킹과 함께 공을 뿌린 토시오의 1구가 낮은 코스로 들어왔다.
후웅!!
하성은 공의 궤적을 확인하고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휘릭!!
공이 한 번의 변화를 더 일으켜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거의 원바운드가 될 정도로 낮게 들어오는 공을 치는 건 하성이라 하더라도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하성은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는 듯 무게중심을 낮추며 배트의 스윙 궤적을 바꾸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퍼 올렸다.
딱!!
[때렸습니다!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예고홈런을 터트렸던 이전 타석보다 타구는 더 높게 떠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잡히겠지? 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좌익수는 하늘을 올려다본 채 계속 뒤로 이동했다.
[좌익수 여유롭게 뒷걸음질을 치며 뒤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타구 떨어지지 않습니다! 좌익수는 더욱 뒤로! 뒤로!! 뒤로!!!]턱!!
좌익수가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펜스를 보고는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여전히 높게 떠 있는 야구공이 있었다.
공은 그대로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와아아아아!!”
[넘어갔습니다!! 그랜드슬램!! 경기에 쐐기를 박는 그랜드슬램이 작렬합니다!!]세 타석 연속 홈런을 터트린 하성에게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 * *
스코어는 10 대 0이 되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한일전이 펼쳐졌지만, 이런 경기는 처음이었다.
-정하성이 괜히 정하성이 아니네.
-메이저리그 MVP, 사이영 싹쓸이를 괜히 한 게 아니야.
-한일전 하면서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경기 보는 건 오랜만인 듯.
-님들 그거 암?
└뭐?
└└하성이 이제 쓰리런만 터트리면 사이클링 홈런임.
사이클링 홈런.
사이클링 히트에서 파생된 것으로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그 달성률은 매우 낮아 타자들의 퍼펙트게임이라 불릴 정도다.
[사이클링 홈런이 뭔가요?] [간단히 말해 한 명의 타자가 한 경기에서 모든 종류의 홈런을 기록하는 걸 말합니다.] [솔로홈런, 투런, 쓰리런 그리고 그랜드슬램까지 모두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정하성 선수는 세 타석 연속홈런을 기록해 쓰리런만 기록한다면 이 사이클링 홈런을 달성하게 됩니다.]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있었나요?]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을 포함해 1군 리그에서는 아직 나온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마이너리그까지 포함한다면 1998년 더블A에서 뛰던 타이론 혼즈가 기록했었습니다.] [그런 기록을 올림픽에서 도전하고 있는 정하성 선수! 정말 엄청납니다!]
사이클링 홈런에 근접한 하성이 다시 기회를 맞이한 건 8회였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첫 타자 안타에 이어 볼넷을 기록하면서 베이스에 두 명의 타자가 자리합니다!]밥상은 차려졌다.
[그리고 타석에는 정하성 선수가 들어옵니다!!]이제는 먹기만 하면 됐다.
[정하성 선수가 과연 네 타석 연속 홈런! 그리고 사이클링 홈런이라는 대업을 작성할 수 있을지!]하성이 타석에 서자 일본 쪽 더그아웃이 바빠졌다.
“고의사구로 내보낼까요?”
그들은 승부를 피하는 걸 생각하고 있었다.
국제전, 그것도 한일전에서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기록의 제물이 되는 건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요시노는 달랐다.
‘아직 나온 적이 없는 기록을 고의사구로 피하라고?’
그 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을 보고 싶었다.
‘내가 여기에서 고의사구로 내보낸다 하더라도 결국 협회는 날 짜르겠지.’
한국과의 승부에서 대패를 한 이상 자신이 감독으로 연명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 명의 야구인으로서 대기록을 보고 싶은 욕망을 채우고 싶었다.
“내버려 둬.”
“예? 하지만…….”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그냥 승부를 해.”
“……알겠습니다.”
더그아웃에서 아무런 사인이 나오지 않자 투수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마운드에 섰다.
하성은 집중력을 끌어올린 채, 투수가 공을 던지기를 기다렸다.
이내 세트포지션에서 킥킹과 함께 투수의 체중이 앞으로 이동했다.
“흡!!”
단발마의 기합소리와 함께 뿌린 공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가운데 낮은 코스로 날아오는 공을 확인한 하성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성이 배트를 던졌다.
[그리고 배트를 던지는 정하성 선수!!]하성은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타구를 보며 천천히 1루로 뛰어갔다.
[넘어갔습니다!! 쓰리런 홈런!! 정하성 선수가 사이클링 홈런을 달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