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82)
마운드의 빌런-282화(282/285)
마운드의 빌런 282화
클레이튼 커쇼.
명실상부 21세기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대표 투수다.
특히 2010년대는 커쇼의 시대라 불릴 정도로 그는 역대급 포스를 자랑하며 커리어 전성기를 보냈다.
물론 하성이 회귀하기 전에 말이다.
‘당시 클레이튼 커쇼는 정말 대단했었지.’
KBO에서 뛰면서 커쇼의 활약을 TV로 봤었다.
은퇴 뒤에도 여전히 마운드를 호령하는 그의 모습에 열광했다.
그가 부상으로 허덕일 때는 동병상련을 느꼈었다.
‘정면대결은 오랜만이군.’
투타겸업을 진행한 뒤로 몇 차례 인터리그에서 승부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리그가 다르기에 아무래도 자주 마주치지는 못했다.
‘국제전에서 커쇼와 정면승부라…….’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엔 충분했다.
무엇보다 상대인 미국대표팀의 라인업은 한마디로 괴수대잔치라고 할 수 있었다.
‘진정한 어벤저스는 이쪽이지.’
일각에서는 미국 대표팀을 어벤저스에 비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동의하는 하성이었다.
“결국 내가 이길 테지만.”
벌써부터 결승전이 기다려지는 하성이었다.
* * *
런던올림픽 결승전.
베이스볼의 종주국 미국과 하성을 보유한 한국대표팀의 승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 누가 이길 거 같냐?
– 정하성이 있는 한국이 이기지 않을까?
└ 일본 자빠트릴 때 하는 거 보면 정하성이 이긴다.
└└ 사이클링 홈런의 정하성이 이기겠지.
– 미국대표팀이 이길 듯.
└ ㄹㅇ 이번 미국대표팀 어벤저스급임.
└└ 로스터 확인해 보면 하나 같이 올스타급이더라.
– 거의 우주대괴수 전쟁급이네.
└ 어벤저스 VS 타노스임 ㅋㅋ
└└ 무라카미의 말이 맞긴 했네.
└└└ 걔가 뭐가 맞아?
└└└└ 하성이 빌런이라는 거 ㅋㅋ
사람들은 미국과 한국의 대결로 보고 있지 않았다.
미국 VS 정하성으로 승부의 프레임이 씌워졌다.
그만큼 한국대표팀은 정하성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정하성 원맨팀이라는 말을 듣는 선수들은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정하성이라면 어쩔 수 없지.”
“걔는 우리랑 다른 괴물이야.”
“다른 차원의 존재지.”
그들이 보기에도 하성은 괴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무지 같은 야구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특히 그와 훈련을 하다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헉…… 헉……. 저 괴물 같은 자식.”
“우웩!!”
“언제까지 뛰는 거…… 웩!!”
자존심이 상해 하성에게 승부를 거는 선수들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하성과의 훈련에서 대부분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며 태수는 고개를 저었다.
‘쟤 또 전력도 안 하고 선배님들 토하게 만드네.’
하성과 훈련을 해봤던 태수였기에 지금의 승부가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하성이 녀석은 부담감이란 걸 느끼질 않는 건가?’
미국대표팀을 오직 혼자서 상대하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한마디로 그에게 모든 기대감이 집중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그가 전에 보여준 사이클링 홈런이나 퍼펙트게임 등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더욱 올려주었다.
그러한 기대감을 받는다면 사람인 이상 부담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하성의 모습에선 부담감 같은 게 전혀 없어 보였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태수는 하성에게 물었다.
“하성아, 너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 거냐?”
태수의 질문에 하성이 피식 웃었다.
“뭐? 사람들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말하는 거야?”
“응. 지금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들이 네 활약을 기대하고 있잖아.”
태수의 말에는 과장이 없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그에게 야구팬은 물론이고 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부담감에 미쳐 버릴 거 같거든?”
“그게 바로 범인과 나의 차이지.”
“그래, 그래. 난 범인이다. 그래서 천재는 어떤지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답 좀 해주라.”
“미리 말하지만 난 천재라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야.”
“천재인 건 인정하는 거냐? 그래서 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건데?”
“간단해.”
하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내가 그 사람들에게 기대를 하지 않거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팬이란 건 결국 내가 야구를 잘할 때나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야. 내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음……. 그래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아니. 모두 등을 돌린다.”
“에이~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니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하성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다.
그렇기에 태수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의외로 냉정하다. 네 말대로 나를 동정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결국 사람들의 뇌리에서 나는 잊혀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어 있어.”
“음…….”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경기를 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거다.”
하성은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을 위해서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게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삶에서 하성은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이 아닌 팬들을 위해 야구인생을 바쳤다.
그 결과는 은퇴였고 자신의 꿈은 거기서 끝났다.
두 번째 삶에서는 그런 후회를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만을 위해 살아갔다.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날 두고 빌런이라 부르는 거지.”
문제아.
빌런.
온갖 부정적인 별명이 하성에게 붙었다.
어떤 별명은 언론에서 붙였고 어떤 별명은 상대 선수가 그를 도발하기 위해 붙였다.
하성은 그런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도 네가 생각하는 정답을 위해 야구를 해. 네가 팬을 위하는 게 정답이라 생각이 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성은 자신과 함께 길동무로 사라졌던 친구에게 마지막 조언을 남기며 훈련에 매진했다.
태수는 복잡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 * *
결승전 당일.
경기가 열리는 런던 스타디움에 관중이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경기 전 인터뷰를 위해 언론들이 미국대표팀과 한국대표팀의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원래라면 하성이 있는 한국대표팀에 모든 언론이 쏠렸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들이 총집합한 미국대표팀에도 다수의 언론들이 출동하면서 두 팀의 클럽하우스에는 시장바닥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미국대표팀의 클럽하우스에서 언론의 표적이 된 선수는 당연하게도 클레이튼 커쇼였다.
“커쇼 선수, 오늘 경기에서 정하성 선수와 에이스 대결을 펼치게 되었는데. 어떤 각오로 임하실 생각이십니까?”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설 겁니다.”
“정하성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사이클링 홈런이란 대기록을 달성했는데요. 그를 공략할 방법이 있나요?”
“그는 훌륭한 투수이자 타자입니다. 전력을 다해 승부할 생각입니다.”
“네덜란드는 그를 상대로 4번의 고의사구를 택했는데요. 오늘 경기에서 그를 고의사구로 내보낼 생각이십니까?”
미국대표팀이 고의사구작전을 펼친다면 한국은 이길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유리한 작전을 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커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모든 작전을 쓸 겁니다. 하지만 주자가 없는 상황에 그와 승부를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정하성 선수와 정면승부를 펼칠 생각이신가요?”
“예. 베이스볼의 승부를 전 세계에 똑똑히 보여주겠습니다.”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이런 커쇼의 대답은 대표팀의 감독인 조 지라디를 비롯해 주요 선수들의 입에서 모두 동일하게 나왔다.
“우리 대표팀은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꾸려졌습니다. 정하성은 분명 위대한 선수지만, 우리 대표팀을 상대로 혼자 이길 수 없습니다.”
“하성이 대단한 건 맞지만, 베이스볼은 팀 스포츠입니다. 그 혼자서 우리를 이길 수 없습니다.”
미국대표팀의 각오는 대단했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도 하성에 대한 견제가 흘러나왔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조차 긴장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성은 그들이 슈퍼스타로 있는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남자였으니 말이다.
이 소식은 자연스레 한국대표팀 클럽하우스에 있는 기자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기자들은 곧장 하성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정하성 선수, 미국대표팀이 우승에 대한 각오를 밝혔는데요. 정하성 선수도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꿈 깨라고 전해주십쇼.”
“예?”
“금메달은 제 겁니다.”
하성이 우승선언을 했다.
* * *
한국 VS 미국.
올림픽 금메달을 결정짓는 이번 대회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시청률은 이미 베이징올림픽의 평균시청률인 52.8퍼센트를 넘어 60퍼센트를 넘었다.
경기 시작 전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수치를 기록한 것은 역대 최초의 일이었다.
‘이대로라면 베이징올림픽의 순간최고시청률인 70퍼센트를 넘는 건 당연하겠어.’
방송국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베이징올림픽 때와는 또 상황이 다른 것이 최근 방송국 시청률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오늘 경기만 이겨다오.’
방송국 관계자들은 한마음으로 외치고 있었다.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차후 배정된 프로그램의 시청률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 야구대표팀의 여정이 이제 대망의 결승전만을 앞두고 있습니다!]캐스터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중계가 시작됐다.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런던올림픽에서도 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도착한 한국대표팀! 과연 런던의 기적을 작성할 수 있을지! 한국대표팀 선수단이 입장합니다!!]카메라가 한국대표팀을 비추었다.
선두에 서서 입장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하성이었다.
그의 인지도와 실력은 한국대표팀 누가 와도 비빌 수 없을 정도였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스타디움을 채운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정! 정! 정! 정!!”
한국인들은 물론 백인, 흑인 인종을 가리지 않고 하성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만큼 그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것이었다.
[런던을 뒤흔드는 환호를 들으며 입장한 한국대표팀! 하지만 결승 상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카메라가 반대쪽 더그아웃을 비추었다.
[베이스볼의 종주국! 꿈의 리그를 이끌고 있는 미국! 그리고 그 미국을 대표하는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어벤저스 미국대표팀이 입장합니다!!]마치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면면들이 미국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그러자 또 한 번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와아! 커쇼다!!”
“헐! 저기 데릭 지터도 있다!”
“트라웃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었다.
양 팀의 입장이 모두 끝났다.
이제 금메달의 주인을 가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