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83)
마운드의 빌런-283화(283/285)
마운드의 빌런 283화
올림픽 결승전.
이 경기에서 이기는 팀이 금메달을 목에 건다.
그 스타트를 알릴 팀은 클레이튼 커쇼를 내세운 미국 대표팀이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주인공인 클레이튼 커쇼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11시즌 클레이튼 커쇼가 보여준 활약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아메리칸리그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면 클레이튼 커쇼는 내셔널리그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 21승 5패 평균자책점 2.28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습니다.]다저스의 현재이자 미래로 평가받는 클레이튼 커쇼는 이번 시즌에도 완벽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다.
만약 하성이 없었다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에게 집중될 정도의 활약이었다.
그런 그가 마운드에 오르자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클레이튼 커쇼와 상대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첫 타자는 이용수 선수가 들어섭니다!]타석에는 이용수가 들어섰다.
일명 용수놀이로 투수들을 괴롭히는 타자였다.
선구안이 좋고 컨택 능력이 뛰어나 투수에게 지옥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그를 커쇼는 가볍게 요리했다.
퍽!!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이용수 선수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클레이튼 커쇼!] [전매특허인 12/6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해내네요.]커쇼의 주 무기인 커브에 당한 이용수가 들어가면서 다음 타자인 김민수에게 말했다.
“저 자식 커브가 어떻게 들어올지 예상하기 힘들어. 차라리 노릴 거면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를 노리는 게 나아.”
“그 정도야?”
“괜히 사이영상을 받은 게 아니야.”
“허…….”
이용수의 컨택 능력은 국대에서도 한손에 꼽힐 정도로 좋았다.
물론 김민수 역시 거기에 들어가지만, 스스로 이용수보다 컨택 능력이 떨어진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용수가 저렇게까지 극찬을 하고 돌아서다니?
얼마나 대단한 공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편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이용수는 하성을 지나쳐 갔다.
‘클레이튼 커쇼가 저 정도라면 도대체 이 녀석은 메이저리그에서 뭔 짓을 하고 다녔던 거야?’
커쇼를 직접 경험하니 하성의 성적이 얼마나 괴물 같은지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과연 누가 이길까?’
커쇼와 하성.
두 사람의 대결이 기대됐다.
* * *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캡틴 아메리카, 지터가 잡아 그대로 1루로!]퍽!
“아웃!!”
[여유롭게 타자를 잡아내는 지터 선수의 훌륭한 송구였습니다.] [역시 미국 대표팀의 캡틴답게 안정적으로 타구를 처리합니다.]데릭 지터가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면서 주자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타석으로는 하성이 걸어왔다.
“와아아아아!!”
하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엄청난 환호성이 터졌다.
타격이 나온 것도 아니고 타구를 날려 보낸 것도 아니다.
딱히 특별한 액션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의 등장만으로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엄청난 환호성이 런던 스타디움을 뒤흔듭니다!] [이게 바로 정하성 선수가 슈퍼스타라는 증거입니다!]슈퍼스타.
상대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빌런이지만, 팬들에게 그는 슈퍼스타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런 환호성은 적지인 미국 대표팀 입장에선 당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젠장, 이거 완전 필라델피아에서 경기하는 기분인데?”
미국 대표팀의 주전 2루수 브랜든 필립스의 말에 지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정도면 필리스 홈구장에서 경기를 뛰는 것과 마찬가지겠군.”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극성팬들을 보유한 팀이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부산 자이언츠와 비슷한 팀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이런 야유에 흔들릴 미국 대표팀이 아니었다.
[정하성 선수가 타석에서 타격 준비에 들어갑니다!]타격 준비를 끝낸 하성이 자세를 잡았다.
‘이 녀석은 어느 코스로 던지더라도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는 녀석이다.’
미국 대표팀의 마스크를 쓴 포수는 조 마우어였다.
신이 내린 포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완성형 포수에 가까운 그였지만, 올 시즌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에 선정될 정도로 그의 실력은 대단했다.
‘처음부터 변수를 줘서 가야 해.’
결정을 내린 마우어가 사인을 보냈다.
본래라면 벤치에서 사인이 나올 터였지만, 마우어는 스스로 사인을 내고 있었다.
이는 마우어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벤치에서 그를 신뢰한다는 증거였다.
‘커브.’
마우어는 초구 패스트볼이 아닌 커브의 사인을 보냈다.
앞서 두 명의 타자에게는 모두 초구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하성에게는 같은 레퍼토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대기 타석에서 하성이 보고 패스트볼에 바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개를 끄덕인 커쇼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커쇼, 와인드업!]뒤이어 특유의 엇박자 킥킹에 이어 그대로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에서 공이 빠져나오는 순간, 하성의 스윙이 시작됐다.
발을 내딛고 그대로 허리를 돌리려는 순간.
휘릭!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공에 상체의 회전을 늦췄다.
‘커브!’
하성은 돌아가던 허리를 잡아내며 스윙을 멈췄다.
뒤이어 포물선을 그린 공이 그대로 히팅 포인트를 통과해 미트에 들어갔다.
퍽!
“스트라이크!!”
[초구 그냥 흘려보냅니다! 하지만 구심의 손이 올라가면서 첫 번째 공은 스트라이크가 됩니다!]타석에서 벗어난 하성은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낮아서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구심의 오늘 존은 저 정도 공은 잡아주나 보는군.’
스트라이크존은 구심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아주 약간의 차이지만, 그걸 제대로 캐치해 내지 못하면 타격이 말릴 수 있었다.
‘낮은 공을 잡아주면 커브가 주특기인 커쇼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겠어.’
다소 안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는소리를 할 순 없었다.
‘그럼 다른 공을 노리면 되는 거지.’
간단한 해답을 얻은 하성이 타격자세를 취했다.
뒤이어 사인교환이 끝난 커쇼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하성의 몸쪽 높은 곳을 찔러왔다.
다소 때리기 애매한 코스였지만, 하성은 배트를 번개 같은 속도로 돌렸다.
후웅!!
딱!!
[때렸습니다!!]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하성은 뛰지 않았다.
단지 배트의 헤드 부분을 잡으며 아쉽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타구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멀리 날아가는 타구! 하지만 파울라인 밖에 떨어집니다!] [너무 몸에 붙어오는 공이어서 그런지 너무 당겨 때렸네요.] [스윙이 조금 빨랐죠?]캐스터의 말과는 달리 하성은 자신의 스윙이 빨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놈의 공은 상당히 지저분하다니까.’
타구가 파울라인 밖에 떨어진 것은 단지 커쇼의 공이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만약 스트레이트성으로 들어오는 공이었다면 정확히 배트의 중심에 맞는 스윙이었다.
하지만 커쇼의 공은 무브먼트가 심해서 스윗스팟을 벗어나고 말았다.
‘상당히 까다로운 녀석이야.’
오늘 커쇼의 공은 매우 좋았다.
컨디션이 좋다는 방증이었다.
‘새가슴 주제에.’
클레이튼 커쇼의 별명 중 하나인 새가슴.
이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커쇼는 큰 무대에서 썩 좋은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페넌트 레이스에는 분명 압도적인 성적을 남기는 투수였지만, 포스트시즌이 되면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덕분에 다저스 팬들에게 새가슴이란 오명을 얻고 만다.
‘올림픽보다 포스트시즌이 더 가치 있는 게임이란 거지.’
사람마다 어떤 걸 더 가치가 있는지는 다르다.
누군가는 올림픽에 더 무게를 둘 것이고 누군가는 포스트시즌에 가치를 더 둘 것이다.
그리고 커쇼에게는 포스트시즌이란 무대가 더 가치 있기에 중압감을 느끼는 듯했다.
‘뭐가 됐건, 오늘 경기에선 최고의 모습이란 말이지.’
오히려 이게 편했다.
그의 이미지를 제대로 잡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나도 최고의 상태로 상대해 주마.’
하성의 집중력이 더욱 올라갔다.
주위의 소음이 차단되고 풍경이 사라졌다.
어둠의 공간에 서 있는 건 자신과 커쇼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와라.’
커쇼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딜레이 킥킹에 이어 스트라이드, 그리고 팔로스로까지 이어졌다.
뒤이어 그의 손에서 빠져나온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분명 그렇게 보여야 정상이었다.
‘온다. 온다.’
하지만 하성의 눈에는 공이 느리게 날아왔다.
마치 여러 장의 사진을 연달아 이어놓은 것처럼 궤적을 허공에 남기면서 날아오는 공을 보며 하성이 발을 내디뎠다.
‘바깥쪽.’
공의 궤적을 보고 예상했다.
그리고 히팅포인트를 수정한 하성의 하체가 회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1단의 속도로 돌아간 하체에 이어 골반이 돌아갈 때는 속도를 2단으로 올렸다.
그리고 상체로 이어졌을 때는 3단, 팔에 도달했을 때는 4단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점점 올라간 속도는 마지막 순간인 배트에 도달했을 때.
부웅-!!
5단에 도달하면서 어둠 속 세계가 붕괴했다.
동시에 공도 본래의 속도를 찾아 빠르게 날아와 그대로 히팅포인트를 지나려 했다.
하지만 하성의 배트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딱!!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성은 마지막까지 배트를 돌려 공에 힘을 실어 보냈다.
반발력에 날아가는 공을 보며 하성은 손에 쥐고 있던 배트를 놓았다.
휘릭!!
허공에서 회전을 더한 배트가 허공을 수놓았고 하성의 눈에 비친 타구는 그대로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넘어갔습니다!! 첫 타석 선제 솔로포를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하성의 솔로포가 터졌다.
* * *
스코어 1 대 0.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된 시점이기에 이러한 점수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1점 바로 났네.
-게임 끝난 거 아니냐?
-정하성 승리!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꾸린 미국 대표팀도 하성에게는 안 되네.
-올림픽 금메달 한국 확정 ㅅㄱ
-전승으로 이번 올림픽도 금메달이네.
단 1점이었지만, 사람들은 경기가 끝났다는 분위기를 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직 게임 안 끝났잖아?
└ 마운드에 하성이 있다.
└└ 아무리 미국 대표팀이라도 하성에게 1점 뽑아내는 건 하늘의 별따기임.
└└└ ㅇㅈ. 게임 끝난 거나 마찬가지임.
바로 하성이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대표팀이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1회 말!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매년 사이영상을 획득하고 있는 정하성 선수,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3전 전승을 거두면서 2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퍼펙트게임까지 기록했죠?] [맞습니다. 그것도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기록한 퍼펙트게임이었기에 더욱 가치가 높습니다.]이번 대회 평균자책점 제로를 달리고 있는 그에게 점수를 뽑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가 이번에도 무난하게 1승을 거두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 거라고 생각했다.
[미국 대표팀의 선봉장으로는 2011시즌 내셔널리그 중견수 골드글러브의 주인공이죠? 맷 캠프가 타석에 들어섭니다.]하지만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미국 대표팀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포기란 단어가 없었다.
오직 하성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성이 로진을 손에 묻혔다.
‘좋아, 한번 해보자고.’
그의 승부욕도 덩달아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