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84)
마운드의 빌런-284화(284/285)
마운드의 빌런 284화
맷 캠프.
2011시즌 내셔널리그를 지배한 타자다.
타율 0.324 출루율 0.399 장타율 0.586을 기록, 홈런 39개와 도루 40개라는 어메이징한 성적을 남겼다.
[작년 시즌 MVP급 활약을 펼친 맷 캠프, 다만 올해는 부상으로 인해 6월을 날려버렸는데요. 이로 인해 올림픽에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본인의 출전 의지가 워낙 강력해 결국 올림픽 무대를 밟았습니다.] [맷 캠프의 의지가 정말 대단합니다. 정하성 선수와의 상대 전적은 4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하성 선수에게 안타를 뺏어냈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대회만 놓고 보면 확실히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하지만 맷 캠프 역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이기에 쉬운 승부가 되진 않을 겁니다.]해설자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딱!!
“파울!!”
[3루 측 파울라인을 벗어나는 타구! 파울이지만, 맷 캠프 선수의 스윙 타이밍이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올라오면서 상대한 타자들은 정하성 선수의 공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는데. 확실히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다르군요.]결승에 오기 전.
하성의 공은 때려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타자들의 스윙은 선풍기가 된 것처럼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하지만 맷 캠프는 초구부터 배트에 공을 맞히면서 타구를 날려 보냈다.
‘오랜만에 내 공을 상대하니 중심에 맞추기 어렵지?’
하성은 그런 맷 캠프를 바라보며 2구를 준비했다.
[2구 던집니다!!]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날카로운 각도를 그리며 스트라이크존의 중심에서 맷 캠프의 몸쪽으로 붙었다.
배트를 내밀던 맷 캠프가 움찔해서 상체를 뒤로 물러나야 할 정도였다.
퍽!!
“스트라이크! 투!!”
두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갔다.
초구에는 반응했지만, 이번에는 하성의 공에 완전히 당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하성의 완벽한 승리로 보였다.
하지만 맷 캠프가 저력을 보인 건 이후부터였다.
딱!!
“파울!!”
[3구 99마일의 패스트볼을 걷어냅니다!!]퍽!
“볼!”
[4구 떨어지는 커브를 참아내면서 투스트라이크 원볼을 만들어내는 맷 캠프!]맷 캠프의 선구안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퍽!
“볼.”
[5구도 참아냅니다! 투볼 투스트라이크! 정하성 선수가 첫 타자부터 투구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확실히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레벨이 높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아웃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은 커트해내고 유인구는 흘려보내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하성 선수도 빠른 승부를 가져가지 못하네요.] [아무래도 상대가 맷 캠프이니까요. 1번 타자지만 장타력까지 갖춘 그를 상대로 함부로 승부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해설자의 말은 정확했다.
맷 캠프가 아닌 다른 메이저리거였다면 하성은 빠르게 승부를 봤을 거다.
아니, 애초에 맷 캠프를 상대로도 승부를 걸었다.
그 공이 바로 3구였다.
‘3구의 리드는 좋았는데. 4구부터는 마음에 안 드네.’
그리고 또 한 가지.
양키스에 있을 때와 달리 지금의 포수는 한국의 국민 포수인 이명호였다.
그의 리드는 안전주의였기에 4구부터 계속 유인구를 유도하고 있었다.
그게 하성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는 승부를 할 때라고요, 아저씨.’
하성이 상체를 기울이고 사인을 직접 보냈다.
그의 사인에 이명호는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더그아웃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정도는 스스로 판단을 내릴 레벨인데. 메이저리그 올스타가 상대라서 그런가 일일이 확인을 받네.’
미국 대표팀은 지금까지 상대한 선수들과 달랐다.
베이스볼의 종주국인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별된 선수들이었다.
올스타 중의 올스타를 그대로 옮겨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다.
하지만 하성에게는 그저 매일 상대하는 이들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에게는 아니었다.
‘젠장…… 정말 맷 캠프라니.’
‘역시 맷 캠프야. 하성의 공에 대응하고 있잖아.’
‘아까 커쇼의 공도 정말 예술이었지.’
그들에게 메이저리거 선수들은 상대이기 이전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프로라 하더라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었기에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하기 어려웠다.
‘내가 제대로 해야겠어.’
이런 분위기는 하성에게 또 다른 중압감을 주었다.
그때 이명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미트를 내밀었다.
벤치의 허가를 얻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후우…….”
심호흡을 뱉은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뒤이어 킥킹과 함께 몸을 튼 그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맷 캠프의 허벅지 부근으로 날아가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맷 캠프는 볼이라 판단했는지 배트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삼진입니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타자인 맷 캠프를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결정구였던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무려 102마일!! 오늘 최고 구속을 찍었습니다!]맷 캠프는 믿기지 않는 듯 구심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도 볼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구심은 밑으로 후하더라고.’
1회 초 얻었던 정보로 맷 캠프를 돌려세운 하성은 첫 타자를 깔끔하게 돌려세우고 후속 타자들을 상대했다.
* * *
1회가 끝났을 때 하성의 투구 수는 17개에 이르렀다.
‘역시 메이저리거들이야. 빠르게 승부를 보려 해도 좀처럼 배트가 나오질 않네.’
단순히 그 이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명수 선배와의 궁합도 영 별로야. 이전에 상대했던 타자들은 수준이 낮아서 큰 문제가 없었는데.’
메이저리그를 상대하니 확실히 궁합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어떤 변수가 만들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완벽한 컨디션의 커쇼를 다른 타자들이 공략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고.’
그의 예상대로 타자들은 커쇼에게 힘을 쓰지 못했다.
이 시기 커쇼는 90마일 중반의 패스트볼까지 던지면서 변화구에 더욱 힘이 실렸다.
덕분에 타자들의 배트는 번번이 선풍기가 되어 허공을 갈랐다.
‘이 승부 점수를 내기 쉽지 않겠어.’
하성은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는 걸 보고는 글러브를 챙겼다.
* * *
하성의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딱!!
퍽!
“아웃!!”
[아웃입니다! 정하성 선수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내야 땅볼로 유도해내면서 이닝을 마감합니다!]하성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하면.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기록하면서 이닝을 마감하는 클레이튼 커쇼!]커쇼 역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했다.
1회를 제외하고는 양 팀에게선 안타가 나오지 않으면서 투수전 양상이 만들어졌다.
-커쇼는 커쇼네.
-하성이 잘 던지는 거야 예상했지만, 커쇼는 이제 데뷔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잘 한다야.
└ 팩트 : 하성이도 이제 5년차임.
└└ 나이는 커쇼가 더 많다.
-아니, 그런데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잘하긴 하네.
└ 안타 하나도 없는데?
└└ 그건 그런데. 하성이 공에 어떻게든 대응하고 있잖아.
-4회 현재까지 하성이 투구 수 62개, 커쇼 투구 수 52개.
└ 하성이가 투구 수가 더 많은 건 오랜만에 보네.
두 투수의 대결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투수전은 원래 지루한 경기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았다.
투수가 딜리버리에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을 끌다가 투구를 하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과 커쇼의 투구템포는 무척이나 빨랐다.
거의 타자의 준비가 끝나면 바로 공을 던지면서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 팬들이 지루하지 않게 했다.
물론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공을 빨리 던지는 게 아니었다.
단지 그들 스스로가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 현재의 좋은 투구감각을 유지하려는 목적이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입니다.] [1회에 정하성 선수가 낸 1점이 정말 크게 느껴지네요.]이런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경기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앞서 나가고 있었다.
이 역시 하성 덕분이었다.
1회 커쇼의 몸이 아직 덜 풀렸을 때 하성은 벼락같은 솔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만약 이 점수가 아니었다면 두 팀의 스코어는 동률을 이루고 있었을 거다.
[결국 오늘 경기는 두 선발투수가 언제 무너지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겠네요.]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도 두 번째 타석에서 커쇼 선수에게 범타로 물러난 걸 감안하면 추가득점을 올리는 건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몸이 풀린 클레이튼 커쇼의 공은 무척이나 매서웠다.
하성을 범타로 돌려세울 정도였으니 그의 컨디션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하성 내려가면 바로 아웃이네.
-ㅇㅈ
-한국 대표팀에서 제대로 하는 건 하성밖에 없는 듯.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수준 차이가 나냐?
└ 상대가 그냥 미국 대표팀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올스타잖아.
└└ 그것도 시즌 도중에 나온 애들임.
└└└ 몸 상태 최상이라는 뜻이지.
메이저리그와 KBO의 레벨 차이는 매우 심했다.
아무리 KBO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지만, 메이저리그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건 국가대표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뽑아서 나온 미국 대표팀과 비등한 대결이 펼쳐진다는 게 기적인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나와 미국 대표팀의 승부가 되어 가고 있다.’
그걸 만들 수 있었던 게 바로 하성의 존재였다.
더그아웃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하성이 다시 일어났다.
‘금메달을 따내려면 내가 무너져선 안 돼.’
오직 하성 한 명에게 주어진 무게감이었다.
그 무게감에 짓눌릴 만했거만, 하성은 오히려 이 순간을 즐겼다.
‘금메달을 따서 군대 면제를 받는다.’
오직 자신을 위해서.
하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 * *
마운드에 오른 하성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런 하성에게 이명수가 사인을 내려고 할 때.
‘더 이상 그걸 따라줄 생각은 없어.’
하성이 직접 사인을 냈다.
그의 사인을 받은 이명수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초구부터 직접 사인을 낸다고? 왜?’
투수가 직접 사인을 내는 경우는 결정구를 던질 때가 대다수였다.
아니면 다른 작전을 펼치려고 할 때나 사인을 냈다.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이닝에 들어와 처음 던지는 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투수가 직접 사인을 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명수의 시선은 자연스레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뭐 하자는 거야?’
더그아웃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가대표 감독 김문석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로 해줘.’
정하성이 어떤 캐릭터인지 잘 알고 있는 김문석이었다.
그렇기에 허락을 해주었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명수도 고개를 끄덕이고 미트를 내밀었다.
‘자…….’
하성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이제는 팀 대 팀이 아닌 나와 너희의 대결이다.’
하성은 결정했다.
혼자 미국 대표팀을 상대하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