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9)
마운드의 빌런-29화(29/285)
마운드의 빌런 29화
무결점 이닝에 대한 소식은 야구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9구 3탈삼진 실화냐?
-1이닝 진짜 지웠네
-초구 세트 포지션에서 100마일 던진 거 봤음?
-링크 좀.
-아~ 어디서 중계 안 하나?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은 무결점 이닝에 열광했다.
하지만 모든 이가 야구를 잘 알지는 못했다.
-1이닝 무실점인데 왜 이렇게 난리임?
-3탈삼진 잡은 건 잘했는데. 반응 오버 아님?
-이것이 국뽕인가?
그러나 이런 의견은 얼마 가지 않았다.
훈수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9구 3탈삼진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를 모르네 ㅋㅋ
-구위로 타자를 눌렀다는 거잖아 ㅋㅋ
-그것도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들을 공 3개로 돌려세운 거다.
-이게 쉬웠으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62번만 나왔겠냐
-얘 내년에는 마무리 가는 거 아님?
-가능성 충분하지.
-오클랜드 크리스 단장 성향상 선발로 돌릴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네. 걔는 원래 계투를 신뢰하지 않으니까.
-선수 비싸게 팔아먹으려면 선발로 돌릴 가능성이 크지.
메이저리그에 대한 빠삭한 고인물들이 등장해 훈수와 의견 게시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덕분에 야구를 처음 접한 사람도 하성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게 되었다.
그런 소식이 전해지자 공중파 뉴스에서도 다루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소식입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뛰고 있는 정하성 선수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중심타선을 9구 3탈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본인의 메이저리그 무실점 경기를 7경기로 늘렸습니다.] [무결점 이닝으로 불리는 이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62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으로 한국 선수로는 백영호 선수의 뒤를 이은 두 번째 기록입니다.]정하성의 투구 장면은 뉴스 엔딩에 나오는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나왔다.
덕분에 부모님도 하성의 투구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저기! 저기 우리 하성이네!”
“어머어머! 정말 우리 아들이야.”
“자식! 벌써 미국에서 대형사고를 치고! 정말 대견하다! 대견해!!”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경기에 부모님은 신이 나 있었다.
그리고 뉴스가 끝나기 무섭게 부모님의 핸드폰이 불이 나기 시작했다.
“예! 형님! 제 아들 하성이가 사고 하나 쳤습니다! 으하하! 예! 예!”
“어머, 언니, 보셨어요? 오호호! 네, 우리 아들이 원래 잘 던졌잖아요. 어머 사인이요? 물론 가능하죠!”
친척부터 시작하여 지인들까지.
두 사람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 아버지의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찍혔다.
“여보세요. 예. 어디라고요? IE스포츠요?”
* * *
하성의 활약은 야구팬들은 물론이거니와 업계 관계자들 역시 몸이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사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하성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그의 콜업 소식이 들린 직후다.
“정하성? 작년에 사고 쳤던 그 녀석?”
“예.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됐다던데요?”
“팀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라고 합니다.”
“오클랜드? 거기 스몰마켓이잖아. 그런 데라면 누구라도 올라갈 수 있는 거 아니야?”
“하하! 그런가요?”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없는 광고 관계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에이전트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메이저리그에 콜업 됐다고?”
“5개월 만에?”
“트리플A를 패스해?”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에이전트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때를 기다렸다.
시즌이 종료된 뒤에 움직여도 충분하다는 계산이었다.
“굳이 먼저 움직여서 몸값을 높일 필요는 없어.”
“일단 시즌 종료까지 기다리고 접촉하는 쪽으로 하자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미국까지 가는 투자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다.
1년 만에 메이저리그 콜업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지만, 아직 하성이 보여준 건 없었다.
그런 요소로 인해 중소형 에이전시 몇 곳만 부모님과 접촉해 왔다.
하지만 하성의 무결점 이닝은 많은 걸 바꾸게 했다.
‘저 녀석은 크게 될 놈이다.’
‘일단 확보해야 해.’
매력적인 상품이 되어버린 그를 잡기 위해 대형 에이전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스포츠 에이전시 중 가장 큰 곳인 IE스포츠조차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정하성 선수?”
레드삭스와의 2차전을 위해 펜웨이파크에 도착한 하성을 미모의 여성이 찾아왔다.
허리까지 오는 긴 금발.
몸에 착 붙는 정장을 입은 탓에 드러나는 육감적인 몸매와 모델처럼 큰 키가 인상적이었다.
‘엄청 예쁘네.’
거기에 빼어난 외모는 덤이었다.
서양 쪽에서 인기 있는 스타일보다는 동양 쪽에서 인기가 많을 거 같은 베이비페이스였다.
그녀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하성을 보며 미소와 함께 명함을 내밀었다.
“J&J에이전시의 이사벨이에요. 반가워요.”
명함을 받아든 하성을 향해 이사벨이라 밝힌 여인이 본론을 꺼냈다.
“이번 활약 잘 봤어요. 정말 인상적이더라고요. 아직 에이전시가 없으신 거 같은데. 저희 J&J에이전시와 함께하시면 최고의…….”
“됐습니다.”
“예?”
“시즌 끝나고 찾아오세요. 그때 제대로 이야기하죠.”
그 말을 끝으로 하성이 돌아섰다.
멀어지는 하성을 보며 이사벨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업계 3위인 우리 J&J를 이렇게 무시한다고? 설마 우리 회사를 모르나?’
루키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저런 태도를 보였다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거네.’
루키 선수라고 해서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태도 하나만으로 상대가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 *
‘어디 미인계를 이용해서 날로 먹으려고. 어림도 없지!’
하성은 이전 삶을 떠올렸다.
치킨집을 계약할 때 나온 본사 직원이 미인이라서 덤터기를 썼던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관계로만 보게 된 것이 말이다.
‘총만 없지, 비즈니스 세계도 결국 전장이란 말이지. 그나저나 업계 3위인 J&J에서 찾아왔으면 곧 다른 곳들도 찾아오겠네.’
대형 에이전시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는 건 좋은 징조였다.
그만큼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부모님한테도 연락해서 미리 당부드려야겠어.’
한국의 회사들은 부모님에게 연락이 갈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컨트롤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
‘그렇게 돼도 딱히 내가 곤란해질 건 없지만, 부모님이 곤란해질 수 있지. 사전에 차단해두는 게 베스트야.’
어제 경기로 자신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었다.
하성은 그것을 깨달으며 경기를 준비했다.
* * *
[오클랜드의 세 번째 투수는 전일 무결점 이닝을 만든 주인공인 정하성 선수가 올라옵니다.] [어제 그의 피칭은 정말 어메이징했습니다. 루키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피칭이었어요!] [그가 대단하다는 건 성적도 말해주고 있죠.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 7경기에 등판해 7.1이닝동안 탈삼진 14개를 잡아내면서 평균자책점은 제로를 기록 중입니다.] [이야~ 정말 애슬레틱스는 엄청난 루키가 수시로 등장하네요.]하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를 본 레드삭스 타자들이 이를 갈았다.
“어제 경기의 복수를 해주마.”
“오늘은 흠씬 두들겨 주지.”
한 번 본 공이다.
그렇기에 타자들은 어떻게든 때려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자부터 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6개의 공만으로 타자를 돌려세웁니다!]하성의 공은 한 번 봤다고 때려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공이 생각보다 덜 떨어져.”
“구위가 좋다는 건가?”
“아니야. 말 그대로 덜 떨어지고 있어. 평소보다 더 위로 때려야 해.”
하성의 공을 상대한 타자가 동료에게 정보를 주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후웅-!!
뻐억!!
“스트라이크!”
[초구에 배트가 허공을 가릅니다! 공의 궤적과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헛스윙이 나오네요.] [어제 경기에서도 생각했지만, 정하성 선수가 던지는 공의 회전수가 무척이나 높습니다.전날 경기에서 던졌던 9개의 공들 중 패스트볼이 5개였는데, 투구 수가 모두 2,000 중반을 찍어냈습니다.]
공의 RPM은 201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각광받는 스탯이 되었다.
볼 끝이 좋다는 말은 사라지고 공의 회전수가 높다라는 말이 투수의 가치를 입증했다.
2000년대에도 RPM이 주목받고 있었지만, 아직까진 2010년대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성의 RPM은 충분히 눈길을 끌 정도로 높았다.
‘원래 내 회전수는 메이저리그 클래스였지.’
하성은 공의 회전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게 딱히 없었다.
회귀 전에도 한국 탑클래스 수준이었다.
실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자신을 만났을 때도 가장 크게 칭찬했던 부분이 바로 공의 회전수였다.
‘그리고 그건 이번 삶에서도 다르지 않다.’
공의 회전수가 좋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하성이 은퇴한 뒤에 자세하게 밝혀졌다.
파인타르 사건으로 말이다.
인위적으로 공의 회전수를 높이기 위해 메이저리그 탑클래스 투수들이 이물질을 묻혀 던진 사건이다.
이로 인해 부정투구에 대한 단속이 심해졌고 실제 적발되는 사례도 많아졌다.
‘나는 그럴 필요가 없지.’
하지만 하성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흐읍!!”
쐐애애액-!!
따악!!
[때렸습니다! 하지만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타구! 2루수 잡아 가볍게 1루로!]“아웃!!”
[아웃입니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그의 활약이 계속됐다.
* * *
[오클랜드가 보스턴을 집어삼키다.]보스턴 3연전이 끝나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사의 제목이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스윕에 성공했다.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던 오클랜드지만, 마운드의 힘으로 보스턴 레드삭스를 압도하면서 와일드카드에 대한 희망의 불꽃을 키우게 됐다.]
3전 전승.
이로써 오클랜드는 승률이 높아지면서 레드삭스는 오히려 낮아지게 되었다.
와일드카드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오클랜드의 슈퍼루키 정하성이었다.한국에서 온 19살의 어린 투수는 마운드에서 레드삭스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연하게도 하성에 대한 내용도 자세하게 다루어졌다.
[3경기 모두 출전해 3이닝 무실점 5탈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이로써 그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등판한 9경기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진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특히 1차전에서는 9구 3탈삼진이라는 무결점 이닝을 만들어내면서 첫 전국 방송에서 야구팬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기사에는 하성의 활약을 자세히 다루고 있었다.
덕분에 경기를 보지 않았던 야구팬들도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오클랜드를 떠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역에서 알아주는 루키였던 하성이 이제 전국에서 알아주는 루키로 바뀐 셈이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뉴욕 양키스…….’
버스에서 내린 하성이 눈 앞에 펼쳐진 경기장을 바라봤다.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 아니. 없는 사람조차 알 수 있는 팀.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 스타디움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이곳에서 뛰게 될 줄 알았는데.’
이전 삶에서 하성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왔던 곳이 바로 뉴욕 양키스였다.
그들이 제시한 조건 역시 다른 구단들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하성도 뉴욕 양키스라는 팀에서 뛰어보고 싶었기에 그들과 계약할 생각을 했었다.
모든 게 물거품이 됐었지만 말이다.
‘비록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은 아니지만, 어쨌든 여기에서 뛰게 됐네.’
하성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갈 때였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그에게 다가와서 질문을 쏟아냈다.
하나같이 양키스와 상대하는 소감이나 어떻게 상대할 거냐는 질문들이었다.
교과서적인 답변을 하고 있을 때, 한 기자가 물었다.
“알렉스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상대하시겠습니까?”
기자의 질문에 하성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약쟁이 새끼가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