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3)
마운드의 빌런-3화(3/285)
마운드의 빌런 3화
새벽 5시.
하성이 집을 나서는 시간이었다.
“후우…… 좀 춥네.”
새벽에 나오니 서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의 뜨거웠던 날씨가 거짓말 같았다.
“빠르게 열을 올려볼까.”
하성은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시작해 1시간 동안 달리는 루트였다.
처음에는 가볍게 달리는 조깅이었다.
속도는 시간당 6㎞ 정도.
현재 자신의 몸 상태에서 몸을 예열하는 데 가장 좋은 속도였다.
“후우! 후우!”
호흡에 신경 쓰면서 엉덩이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달리는 행동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달리는 건 상당히 숙련되어야 한다.
일단 호흡을 제대로 맞춰야 했다.
호흡이 흐트러지면 운동의 효율이 떨어진다.
달리기는 심폐지구력에 큰 도움을 주는데, 호흡이 따라오지 않으면 심폐지구력의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골반에 제대로 힘을 주지 않으면 상하체의 움직임을 연결하는 힘이 약해져.’
투구에 있어 중요한 건 상하체 움직임의 연결이다.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힘의 이동에 방해를 받으면서 투구에 영향이 간다.
하성은 이러한 부분을 생각하면서 달렸다.
‘생각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훈련 효율은 심하게 차이가 나지.’
생각을 하면 몸은 따라오기 미련이다.
실제 공을 던질 때도 저곳에 던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던지면 그곳으로 공이 간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공을 던진다면 아무렇게나 날아가는 일이 많았다.
“슬슬 열이 오르니까…….”
이마에서 난 땀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을 확인한 하성은 땅을 박찼다.
‘속도를 올려야지!’
단숨에 속도가 올라가면서 심장박동이 격하게 뛰었다.
지금까지 유산소였다면 이제부터는 무산소의 영역에 접어든다.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하성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심장과 폐에 더 무리를 줘야 해.’
사람의 육체는 신기하다.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면 고통스럽다고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 신호를 무시한 채 계속 몰아붙이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왔다.’
뇌에서 마약 물질인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고통을 없애버린다.
이는 정신적인 부분이다.
육체적인 부분에서는 고통으로 데미지를 입으면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 더욱 강인해진다.
이것이 바로 근육이 성장하는 원리였다.
이는 장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극한까지 몰아붙여야지.’
하성은 더욱 자신의 몸을 몰아붙였다.
* * *
하성은 스케줄을 계획적으로 짰다.
새벽에는 달리기를 통해 심폐지구력을 상승시키고 하교 후에는 곧장 헬스장을 찾았다.
‘근육도 조져야지.’
하성의 신체조건은 훌륭했다.
신장이 185㎝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어깨도 넓었고 다리도 길었다.
이 정도 피지컬이 나오기에 강속구를 던질 수 있었다.
‘이 시절의 내 문제는 체중이 너무 적게 나간 거지.’
체중은 세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근육, 지방, 그리고 뼈.
뼈의 무게는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
남은 건 근육과 지방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지방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
그래야 시각적으로 봤을 때 예쁜 몸매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선수에게는 지방도 반드시 필요하지.’
신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게 바로 지방이었다.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게 사람이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일반인의 경우 지방이 적더라도 움직임이 적기에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야구선수는 다르다.
‘1년 365일 중 절반을 경기에서 뛴다. 그 과정에서 일반인과는 다른 양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해. 그런 야구선수가 지방을 모두 커팅한다면 풀 시즌을 치를 수 없다.’
적절한 지방이 필요한 이유였다.
하성은 벌크업을 통해 지방과 근육을 동시에 늘리기로 택했다.
‘차후 부족한 부분을 커팅한다.’
체중을 늘려 근육이 붙으면 불필요한 지방을 커트해 줄이는 방식인 벌크업.
지방을 커트할 양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면 과체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지식이 있기에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하체를 우선적으로 단련하자.’
많은 전문가가 하체운동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단순히 하체가 몸을 지탱해 주기 때문이 아니다.
둔근과 넙다리두갈래근, 그리고 반막근은 인간이 가진 근육 중 가장 큰 것들이었다.
이곳을 단련한다면 근육량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거기에 몸의 밸런스까지 안정적으로 잡아주니 하체 훈련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후우…….”
하성은 스쿼트를 위해 바벨에 원판을 채우고 어깨에 걸쳤다.
무게는 110㎏.
현재 하성의 몸무게가 70㎏대이니 상당히 높은 무게였다.
그것이 무리로 보였는지 민소매를 입은 한 사내가 다가왔다.
“학생,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다쳐. 조금 더 무게를 줄이고…….”
하성은 그를 한번 힐끔 보더니 이내 상체에 힘을 주었다.
“흡!”
무리로 보였던 무게가 가볍게 들렸다.
“어?”
민소매 사내의 눈이 커졌다.
운동 경력이 제법 되기에 하성의 자세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저렇게 완벽한 자세로 저 무게를 든다고?’
사내는 경악했다.
그의 운동 경력은 7년.
트레이너를 하고 있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했다.
‘자세가 너무 완벽해. 저 무게를 어떻게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컨트롤하지?’
물론 자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체중이 소년보다 족히 1.5배는 나가기 때문이다.
‘거기에 근육의 자극도 예술이다.’
소년의 근육은 큰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근육에 제대로 자극이 가는 게 육안으로 확인됐다.
‘다른 곳으로 힘이 쏠리면 저 정도까지 근육이 움직이지 않을 거야. 정말 대단해.’
사내는 점점 하성의 움직임에 매료됐다.
‘내가 했던 스쿼트는 불필요한 움직임과 힘이 들어가. 나도 저렇게 하면…….’
하성을 보며 감탄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교정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그사이 하성의 운동은 계속 이어졌다.
스쿼트를 시작으로 하체를 집중적으로 자극 주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중 가장 대표적인 삼분할 운동법이었다.
‘세부적인 근육 키우기는 일단 몸이 만들어진 뒤에 하면 돼. 일단 가장 큰 근육들 위주로 키워서 몸을 만든다.’
하성의 육체 개조 작전이 시작됐다.
* * *
운동을 시작하고 한 달.
헬스클럽에 들어서자 운동하던 근육질 남자들의 시선이 하성에게 집중됐다.
“왔다.”
“오늘도 왔네.”
“어제는 하체 했으니 오늘은 상체 하겠지?”
“그럴 거야.”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소리가 하성의 귀에 꽂혔다.
하지만 하성은 무시한 채 루틴대로 움직였다.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웜업을 끝낸 하성은 곧장 프리 웨이트 구역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남자들도 따라 움직였다.
바벨에 원판을 끼어넣은 하성은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몇 키로지?”
“60키로.”
“아직 웜업이니까.”
“저번에 보니 저중량으로 주는 자극도 장난 아니더라.”
근육남들이 하성의 운동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하성이 호흡과 함께 바벨을 가볍게 들었다.
천천히 바벨을 들어 올리자 가슴근육에 자극이 갔다.
“저렇게 드니까 큰가슴근에 자극이 제대로 가는데?”
“저렇게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자극이 가는구나.”
“중량이 높지 않은데도 저렇게까지 자극이 가다니. 신기하네.”
“저건 자세가 좋아서 저런 거야.”
“보통은 고중량으로 치긴 해야 하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놀라워했다.
이 시대 한국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은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다.
거기에 웨이트 방식도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
이 시대에 정답이라 말했던 것들이 미래에는 잘못된 것들도 많았다.
선진화된 운동법도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어 주먹구구식으로 운동하는 이들도 제법 됐다.
그런 이들의 앞에 최신의 방법으로 무장된 하성이 등장하니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후우! 후우!”
하성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정확한 부위에 자극을 주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동을 이어갔다.
그 결과.
“음…….”
운동이 모두 끝나고 탈의실에서 옷을 벗은 하성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속도가 나쁘지 않네.”
한 달 전과 비교해서 몸이 무척이나 훌륭해졌다.
일단 체중이 5㎏이 늘었다.
늘어난 체중의 3㎏이 근육으로 채워졌을 정도로 성공적인 벌크업이 이루어졌다.
“이 속도로 계속 늘어나면 보디빌딩도 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하성은 잘 알고 있었다.
“초반이니까, 이렇게 늘어나는 거지. 앞으로는 체중을 늘리는 것도 힘들 거야.”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은 초반에 근육이 빠르게 늘어난다.
과체중의 사람이 살을 빼면서 근육을 늘리는 방법인 상승다이어트도 이러한 효과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하성은 다이어트가 아닌 벌크업이었지만, 워낙 체중이 적게 나갔기에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유전자가 나쁘지 않아.”
근육의 증가는 노력이 깃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유전자다.
하성의 유전자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타고났던 어깨와 피지컬이 그걸 증명했다.
거기에 지식까지 겸해지니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장 속도를 보여주었다.
‘이대로라면 이전에 살았던 삶보다 더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어.’
그것을 위해 고교야구를 포기했다.
후회는 없다.
모든 건 계획대로였으니까.
* * *
하성은 고등학생 시절을 조용하게 보냈다.
야구부를 그만두진 않았다.
꾸준히 나가면서 훈련에 임했다.
그런 하성을 동료들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저 새끼 때문에 우리 전국대회가 엉망이 됐어.”
“갑자기 감독님한테 왜 개겨?”
대부분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야! 정하성.”
하성보다 머리가 하나는 남학생이 다가왔다.
외모만 보면 성인으로 보였지만, 야구부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학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 선배님.”
3학년 투수 양동근.
그게 남학생의 이름이었다.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최고 구속 140㎞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제구력이 불안정했지만, 미래가 유망했다.
몇몇 구단에서 지명할 거란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너 이번에 왜 그 지랄 했어? 감독님이 너 생각해서 올려주려고 했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올라가야지!”
“전날에 너무 던져서 몸 상태가 나빴습니다. 그래서 못 올라간다고 한 건데. 감독님이 혼자 흥분해서 때린 거 아닙니까?”
“뭐라고?! 이 새끼야! 너 때문에 우리 전국대회가 엉망이 됐잖아! 게다가 감독님이 해고당하셔서 야구부 분위기도 개판 되고!”
“그게 제 탓입니까? 애초에 감독님이 잘못해서 해고되신 거죠. 미성년자 성매매를 했는데. 그것도 제 잘못인가요?”
하성의 말대꾸에 양동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서 네가 잘했다는 거야?!”
“잘못한 건 없습니다.”
“이 새끼가!!”
양동근이 하성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
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감당 가능하십니까?”
“뭐? 왜? 나까지 보내버리게?”
“예. 최근 학교폭력으로 문제가 많죠? 언론사에 찔러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뭐?”
“아주 좋다고 선배님을 물어뜯겠죠. 어? 그런데 이 야구부 전 감독이 뒷돈을 받아먹었던 전례가 있네요? 캐다 보면 자연스레 돈을 찔러넣은 사람도 나오겠죠?”
“너…… 너는?! 너는 깨끗해?!”
한국에서 야구 하는 사람치고 촌지를 주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하성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님이 알게 모르게 많은 돈을 뒷돈으로 주었을 거다.
하성은 그걸 부정하지 않았다.
“저도 더럽겠죠. 하지만 선배님과 저는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그…… 그게 뭔데?”
“선배님은 곧 프로에 지명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저는 아니라는 거죠.”
양동근의 얼굴이 굳어졌다.
“과연 프로팀이 학교폭력으로 구설에 오른 선수를 지명할까요? 그것도 에이스급이 아닌 그저 그런 선수를?”
“뭐…… 뭐라고?! 그…… 그러는 너는?! 너도 똑같은 입장이잖아!”
“정말 멍청하네요. 전 감독님을 직접 보냈습니다. 인맥빨이 중요한 국내 야구계에서 과연 저 같은 또라이를 지명할 곳이 있을까요?”
“이…… 이 새끼 진짜 또라이잖아?”
하성의 비틀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예. 또라이입니다. 그러니 한 대 치세요. 제가 얼마나 또라이 새끼인지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이…… 이익!”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양동근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하성이 조용히 말했다.
“놔.”
이내 양동근의 손이 풀렸고 그걸로 상황은 종료됐다.
동시에 하성이 또라이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