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31)
마운드의 빌런-31화(31/285)
마운드의 빌런 31화
[아-! 알렉스가 마운드로 향합니다!]갑작스러운 알렉스의 돌발행동.
캐스터가 놀라 외치는 사이, 양측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뛰어나왔다.
거의 동시에 오클랜드의 포수인 트레버가 알렉스를 붙잡았다.
“헤이! 알렉스, 왜 그래? 고작 공 하나 빠진 거 가지고 이럴 건 없잖아!”
“고작 공 하나?! 저 새끼 분명 내 머리를 노리고 공을 던진 거야!”
“에헤이, 경기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트레버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앞서 양 팀의 신경전이 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루키인 하성과 알렉스가 무언가 관계될 가능성도 없었다.
무엇보다 하성은 루키다.
루키의 실수에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노리고 던졌다는 건 오해야. 원래 한 번씩 공이 빠지고 그렇다니까?”
트레버가 말리는 사이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헤이, 알렉스. 진정 좀 하라고.”
선수들 간의 충돌은 없었다.
알렉스의 행동은 선수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
빈볼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봐. 루키, 조심히 던지라고.”
“우리 슈퍼스타가 맞았으면 어쩔 뻔했어.”
몇몇 선수가 하성에게 경고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알렉스도 지터가 진정시키면서 상황이 정리되었다.
[큰 충돌 없이 상황이 일단락되네요.] [예. 분명 위험한 공이었지만, 루키가 던졌기에 빈볼이나 위협구로 보긴 어렵죠.] [단순히 컨트롤 미스다라고 봐야 할까요?] [그렇게 보는 게 맞습니다. 그렇기에 큰 충돌 없이 잘 넘어간 겁니다.]상황이 정리되자 하성은 로진을 손에 묻히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런 하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루키라는 타이틀은 참 좋단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보호를 해주고.’
원래라면 알렉스의 편을 들었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신이 루키이기에 팀메이트는 물론이거니와 양키스의 선수들까지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당사자는 잘 알고 있겠지.’
마운드에 선 하성의 시선이 타석에 들어서는 알렉스에게 향했다.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지금 얼마나 흥분상태인지 말이다.
‘타석에서 흥분하는 순간, 투수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지.’
알렉스는 특급으로 분류되는 타자다.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멘탈까지.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수였다.
고작 한 개의 빈볼로 멘탈이 흔들린다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하성이 던진 한 개의 빈볼은 단지 트리거가 됐을 뿐이다.
‘녀석에게 도핑은 아킬레스건이지. 영원히 숨기고 싶은 약점을 기자들이 있는 곳에서 말했으니, 멘탈이 정상일 리 없고.’
하성이 와인드업과 함께 2구를 뿌렸다.
이번에도 머리 쪽으로 향하는 공에 알렉스가 일찌감치 허리를 뒤로 젖혔다.
휘릭!!
하지만 공은 궤적을 바꾸어 스트라이크존으로 빨려 들어갔다.
뻐억!!
“스트라이크!!”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2구 멋진 브레이킹볼이 미트에 꽂힙니다! 알렉스 선수는 다시 실투라고 생각했는지, 상체를 뒤로 젖히며 피해버렸네요.] [알렉스답지 않은 모습이네요.]알렉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망할 새끼……! 1구에 일부러 빈볼을 던지고 2구에 슬라이더로 나를 약 올리다니.’
만약 두 사람 사이에 비하인드가 없었다면 알렉스는 피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비하인드를 만들었기에 알렉스는 피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를 알지만…….’
공을 돌려받은 하성이 알렉스를 보며 씩 웃었다.
‘너는 나에 대해서 모르지.’
그것이 이번 승부의 패착이었다.
하성은 와인드업과 함께 3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이번에는……!’
알렉스를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평정심을 잃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타격이 될 리 없었다.
딱!!
[빗맞은 타구! 2루수 잡아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3구 만에 범타로 돌아서는 알렉스 로드리고!] [이전 타석과 달리 힘이 너무 들어간 스윙이었어요.]본인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알렉스는 벤치로 들어가면서 신경질적으로 헬멧을 집어 던졌다.
‘제아무리 슈퍼스타라 하더라도 평정심을 잃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알렉스는 무척 예민한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특히 후배가 자신을 존경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흥분하는 경우가 있었다.
‘거기에 도핑까지 건드렸으니. 제아무리 녀석이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순 없겠지.’
이걸로 한결 양키스를 상대하기 쉬워질 것이다.
“와아아아-!!”
그때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타석으로 들어서는 한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양키스의 캡틴! 지터가 타석에 들어섭니다!]알렉스와 함께 양키스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지터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게 산 넘어 산이라는 건가?’
메이저리그에는 괴물이 산다.
양키스를 상대하면서 그 말이 실감 났다.
* * *
경기가 끝났다.
[슈퍼루키 정하성! 양키스를 상대로도 무실점 피칭!!] [아쉽다 퍼펙트!! 하지만 무실점 게임은 이어진다! 1이닝 무실점 1피안타를 기록하며 무실점 게임을 10경기로 늘린 정하성 선수!]하성의 무실점 게임은 10게임으로 늘어났다.
평균자책점 제로 역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안타 하나를 맞으면서 퍼펙트 행진이 깨졌지만, 오히려 하성의 이름값은 올라갔다.
[슈퍼스타를 잡은 슈퍼루키!]알렉스를 잡아냈기 때문이다.
[슈퍼루키 정하성은 슈퍼스타 알렉스 로드리고를 상대로 3구 만에 2루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첫 승부를 승리로 가져갔다.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하성 선수는 “슈퍼스타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았다”라면서 슈퍼루키다운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 알렉스 로드리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고작 한 타석이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남겼다.]
알렉스의 인터뷰도 맞는 말이다.
고작 한타석이다.
알렉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아 수천 타석을 소화해 내면서도 엄청난 성적을 남긴 괴물이다.
그렇기에 고작 한 타석은 큰 화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구는 달랐다.
-와…… 제대로 머리를 향했는데?
-이거 일부러 아니냐?
-실투 아님?
-실투겠지. 누가 알렉스에게 빈볼을 던짐?
-ㅇㅈ. 레드삭스도 아니고 ㅋㅋ
-알렉스가 쌉오버한 거 아니냐?
-요즘 약물스캔 때문에 스트레스 좀 받는 듯?
-그런데 그거 실화임?
-뭐? 약물스캔? 아직 직접적인 증거는 안 나오지 않음?
-맞지. 루머는 루머일 뿐이지.
미첼 리포트와 호세 칸세코의 자서전으로 인해 메이저리그를 휩쓴 약물 파동.
알렉스 역시 의혹 대상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대중의 여론도 갈렸다.
대중의 여론을 보면서 하성은 생각했다.
‘내년에 터지면 난리도 아니겠네.’
여전히 알렉스를 옹호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만큼 알렉스란 선수가 가진 영향력이 크다는 소리였다.
‘앞으로도 계속 터지겠지.’
시끄러워질 메이저리그.
하지만 하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한테만 영향이 없으면 되지.”
약물을 하지 않은 자신에게까지 영향이 올 일은 없었다.
그저 지금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할 때였다.
“일단 자자.”
메이저리그의 특권 중 하나인 고급호텔의 침대에 누워 하성은 잠을 청했다.
“아…… 메이저리그 개좋아. 영원히 붙어 있을 거야.”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그였다.
* * *
죽음의 6연전이 마무리됐다.
전적은 4승 2패.
양키스와의 3연전에서 1승 2패를 거두면서 레드삭스와의 스윕이 무색해졌다.
이 결과로 인해 인터넷에선 한 번의 대란이 일어났다.
-오클랜드 이 새끼들은 왜 우리한테 스윕하고 양키들한테 1승 2패 하는 거야?
-정하성을 아끼지 말고 팍팍 올려야지!
-아무리 그래도 루키인데 ㅋㅋ 6연전 내내 올리라는 건 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 팀도 아닌데.
-그건 맞지.
양키스의 커뮤니티에선 축제 분위기였다.
-이게 바로 격의 차이지.
-오클랜드 따위에 스윕 당하는 레드삭스 따위가 우리 라이벌이 될 순 없지.
-레드삭스의 바닥이 드러난거지.
-레드삭스에게 무결점 이닝 만들어낸 정하성을 상대로 우린 안타도 떄렸다고.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 양키스가 더 뛰어나다는 증거지.
레드삭스와 양키스.
두 팀의 라이벌리 덕분에 하성의 주가가 오히려 올라갔다.
정작 오클랜드 팬들은 이번 원정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심드렁했다.
-어차피 포스트시즌 탈락이잖아?
-확정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낮지.
-그나저나 정하성 잘 던지긴 하네.
-퍼펙트 깨진 건 좀 아쉽다.
-그래도 무실점 게임은 이어가고 있던데?
-이런 루키들 나오면 경기 보고 싶긴 한데…… 어차피 떠날 팀이잖아.
-그래도 요즘 티켓 값 저렴하던데. 한 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정하성 데뷔 저지는 나중에 값 좀 오르지 않을까?
-저지가 있으려나?
-있겠지.
팀에는 관심 없지만, 정하성이란 선수에 관심이 생긴 팬들이 하나둘 경기장을 찾았다.
유의미하게 늘어나는 관중 숫자에 크리스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루키 하나 잘 들어왔더니 팀의 재정이 좋아지는구나.”
“아직 좋아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크리스의 젊은 비서인 캐서린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아담한 키에 아직 소녀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엄연히 그녀는 성인이었다.
본인의 어린 외모가 콤플렉스이기에 몸에 착 달라붙는 복장을 자주 애용했다.
“으흠, 그래도 한숨 돌릴 정도는 되지 않았나?”
“정하성 선수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관련 상품이 많지 않아요. 내년에는 그의 상품을 대거 출시할 필요가 있어요.”
“그 정도라고 봐?”
“인터넷의 정보를 수집했을 때, 우리 팀의 누구보다도 인기가 높아요. 내년에도 활약을 이어간다면 분명히 좋은 상품이 될 거예요.”
뛰어난 수재인 그녀는 벌써 하성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구단주랑 어떻게 이야기 좀 해봐요. 팀 이전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재정이 좋아질 거예요.”
“그 부분은 알고 있어. 일단 이번 시즌을 제대로 끝내는 걸 생각해야지.”
“……네.”
메이저리그는 금녀의 구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분야에서 여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캐서린도 그중 한 명이었다.
MIT를 졸업한 그녀는 뛰어난 수학자였다.
분명 능력은 있었지만, 아직 그 능력을 온전히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발언권이 약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다.
‘언젠가는 꼭……!’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만의 다짐을 이어갔다.
* * *
오클랜드는 홈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맞이했다.
[7회, 애슬레틱스가 위기에 빠집니다. 주자 1, 2루에 타석에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3번 타자, 이안 킨슬러가 들어섭니다.] [이번 시즌 엉망인 레인저스 타선에서도 그나마 제 역할을 해준 이안 킨슬러가 찬스를 잡네요.] [지금까지 타율 3할 2푼 1리, 장타율 5할 2푼 7리, OPS .901을 마크하고 있는 킨슬러입니다. 타점도 68개를 기록 중이라 장타가 나온다면 70타점을 기록하게 됩니다.]이안 킨슬러가 타석에 들어서자 오클랜드도 움직였다.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하네요.] [아마 투수를 교체할 겁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공을 받아드는 토니 감독, 불펜에서는 정하성과 챈들러가 몸을 풀고 있네요.] [좌투수에게 약한 킨슬러를 상대로 챈들러도 나쁜 카드는 아닙니다만, 저라면 정하성을 올릴 거 같습니다.] [루키지만, 지금까지 페이스가 정말 좋은 정하성 선수죠?] [말할 필요가 없죠. 현재 오클랜드의 마무리투수인 휴스턴 스트리트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카드입니다.]마무리투수는 팀의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에게 맡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믿을 수 있는 말이 나오다니.
이는 하성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지만, 현재 오클랜드의 불펜을 말해주고 있기도 했다.
하성이 마운드에 오르자 경기장이 떠들썩해졌다.
“오-! 저 친구가 정하성이군.”
“이야~ 이제 19살이 됐다던데. 몸이 아주 좋은데?”
“어디 어떤 공을 던지나 볼까?”
“이봐! 자네 보러 왔으니 제대로 던져보라고!!”
오클랜드 팬들은 하성에게 기대를 그대로 드러냈다.
루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연습 투구를 가볍게 끝낸 하성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내 공을 보러 왔다면…….’
트레버와 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세트 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보여드려야지!’
그의 몸이 회전하며 1구를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