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33)
마운드의 빌런-33화(33/285)
마운드의 빌런 33화
크리스의 말에 토니가 고민하다 답했다.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이제 막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는데. 클로저로 기용하면 큰 부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클로저는 부담감이 높은 자리다.
경기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기에 멘탈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그렇기에 루키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어려웠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휴스턴도 루키 시즌에 클로저로 기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죠.”
휴스턴은 2005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해 오클랜드의 클로저를 맡아 67게임에 등판해 78.1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점은 단 1.72로 2005년 그보다 낮은 평균자책점을 달성한 투수는 마리아노 리베라밖에 없었다.
이때의 활약으로 그는 오클랜드의 붙박이 클로저가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클로저 기용은 일종의 테스트입니다.”
“내년 시즌을 위해서 말입니까?”
“예. 루키 시즌 휴스턴은 충분히 잘해주었지만, 이후부터는 평범한 투수가 되지 않았습니까?”
“음…… 알겠습니다. 그럼 상황이 나오면 하성을 클로저로 기용해 보도록 하죠.”
하성의 클로저 기용이 결정됐다.
* * *
9월.
오클랜드는 좋은 페이스로 승수를 쌓아갔다.
하지만 그 페이스는 길지 않았다.
딱-!!
“아~”
[잘 맞은 타구! 담장 넘어갑니다!! 달아나는 쓰리런이 나옵니다!]홈으로 돌아온 오클랜드는 휴스턴의 블론세이브 이후 페이스를 잃기 시작했다.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와일드카드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에도 오클랜드는 망했어.
-이번 패배로 와일드카드 진출은 점점 어려워지네.
-이렇게 야구 할 바에는 그냥 접어라.
-휴스턴 그 새끼가 문제야!
-전체적으로 문제지.
-크리스의 머니볼은 이제 통하지 않아.
미국의 오클랜드 팬들은 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에서는 하성의 등판이 줄어들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오늘도 하성이 안 나왔네.
-지는 게임에는 안 내보내는 거 보니 자리 잡은 듯?
-메이저리그 콜업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자리는 무슨.
-솔직히 내가 감독이라면 클로저 하성에게 맡겼다.
-야잘알이네.
-지금 불펜에서 하성이만큼 던지는 애가 없지.
-아-! 중계 안 해주냐고!!
팬들은 중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로 인해 방송국들도 머리 아플 지경이었다.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따야 할까요?”
“좀 애매하지 않아? 불펜이잖아.”
“그렇긴 하지만, 국내 팬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이 정도 관심이면 광고주들도 많이 붙을 거 같습니다.”
“흠…….”
“무엇보다 중계권료가 현재는 저렴합니다. 빠르게 협상해서 일단 내년 중계권이라도 확보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아니야. 아직 리스크가 커. 당장 내년 시즌부터 올라오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일단 내년 시즌 시작된 뒤에 생각하자고.”
공중파에서는 리스크를 걱정했다.
지금이야 잘한다지만, 내년 시즌부터 망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서 올라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되면 광고는 자연스레 빠지고 중계권료는 고스란히 나가게 된다.
방송국들의 고민은 계속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팀은 지고 있지만, 하성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 * *
승리 페이스를 잃어버리기 시작한 오클랜드는 와일드카드 진출에 실패했다.
레드삭스가 기세를 올리면서 확정을 지은 것이다.
이로써 아메리칸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팀들이 모두 결정됐다.
자연스레 오클랜드 라커룸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아아-! 이번 시즌도 이렇게 날아갔네.”
“포스트시즌을 좀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더니.”
포스트시즌은 선수들에게도 큰 이벤트다.
막바지에 스퍼트를 낼 수 있었던 건 포스트시즌의 가능성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이 사라지니 선수들의 기운도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성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은 참 알차게 보냈어.’
목표했던 바는 다 이루었다.
마이너리그를 패스해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하는 것.
그것이 이번 시즌 하성이 정해두었던 목표들이었다.
‘지금까지의 성적이면 내년에도 충분히 로스터에 들 수 있어.’
현재 하성의 성적은 12게임에 등판해 15이닝을 던졌다.
그동안 실점은 단 하나도 내주지 않으면서 평균자책점은 제로를 기록 중이었다.
확장 로스터가 적용되면서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유망주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이 성적으로 내년에 마이너리그로 보내면 오클랜드 수뇌진의 뇌 검사를 해봐야지.’
무엇보다 오클랜드 현지에서 자신에 대한 반응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시즌 종료 이후에 한국에 들어가서 광고도 몇 건 찍으면 돈 좀 벌 수 있겠어.’
하성은 벌써 시즌 종료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많은 곳에서 연락을 시도하고 있는 걸 알고 있기에 그들 중 후보군을 추릴 생각이었다.
‘이런 일도 대행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긴 하겠어.’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뛰게 되면 아무래도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일을 대행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메이저리그 정착에 성공하면 앞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성이 야구를 하는 목적은 돈이다.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 떵떵거리며 사는 것.
그것이 하성의 이번 삶의 목표였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들 이야기하지만, 돈이 있으면 정말 편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돈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지 하성은 잘 알고 있었다.
재밌는 인생을 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해. 그러려면 충분히 벌어야 한다. 두 번째 삶이라고 해서 언제 또 부상을 입을지 모르니까.’
최대한 조심할 생각이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언제 어디서 부상 당할지 모른다.
과도한 걱정일 수 있다.
프로가 된 지 고작 1년 차니까.
하지만 하성은 이전 삶에서 부상으로 은퇴했던 전적이 있다.
‘위험을 제거했다고는 하지만…… 불안함은 남아 있어.’
그때의 기억이 선명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어쨌든 그럴 일이 벌어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 했다.
‘은퇴하면 남는 게 없다. 그 뒤에도 떵떵거리면서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해.’
은퇴한 뒤에는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그렇기에 선수로 뛸 때 최대한의 돈을 벌어야 했다.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할 일들을 생각해 보자.’
무난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길.
하성은 그런 마음을 가지며 경기를 준비했다.
* * *
[오클랜드가 홈에서 에인절스를 맞이해 박빙의 대결을 이어갑니다.]스코어 3 대 2.
오클랜드가 1점 앞선 상황에서 8회 초를 맞이했다.
[오클랜드는 여기에서 정하성 선수를 올리겠죠?] [최근 패턴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중계진은 하성의 등판을 예상했다.
하지만 불펜에서 나온 선수는 의외의 선수였다.
[아-! 오클랜드의 불펜에서 나온 선수는 정하성 선수가 아니라 휴스턴 스트릿 선수입니다. 클로저인 휴스턴 선수를 8회에 올리다니,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음, 정하성 선수의 몸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요.]그때 모니터에 오클랜드의 불펜이 잡혔다.
거기에는 몸을 풀고 있는 하성이 있었다.
[정하성 선수는 정상적으로 몸을 풀고 있는데요?] [이건 아무래도 오클랜드가 과감한 선택을 한 거 같은데요?] [과감한 선택이요?] [예. 정하성 선수를 마무리로 기용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루키입니다만?] [놀라울 일은 아니죠. 휴스턴 스트릿 선수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첫 시즌부터 마무리를 맡았으니까요.]해설위원의 예상은 정확했다.
‘설마 날 마무리로 기용할 줄이야.’
이건 하성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지만, 마무리를 바꾸는 건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그것도 데뷔 시즌인 루키에게 중책을 맡기는 건 더더욱 드문 일이었다.
‘어찌 됐건 이건 기회다. 클로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메이저리그 붙박이도 가능해. 계투가 클로저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도 하고.’
같은 불펜투수지만, 클로저의 연봉이 중간계투보다 더 높다.
‘당장은 서비스타임을 채워야 하는 게 문제지만, 클로저가 된다면 이곳에서의 인지도도 더 올라가겠지.’
인지도가 올라가면 인기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그리되면 광고에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스타성이 높아지니 차후 연봉협상에도 도움이 되고 말이다.
‘오늘 나가려면 휴스턴 녀석이 이번 이닝을 잘 막아줘야겠네.’
하성은 휴스턴이 불펜에서 나갈 때를 떠올렸다.
‘한번 째려보고 나갔지.’
녀석도 꽤 충격이었던 거 같았다.
코치의 오더를 듣고 불펜을 떠날 때 자신을 째려보고 나간 걸 보면 말이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일반적인 루키였다면 그런 거에 신경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아니었다.
‘자, 8회를 잘 막고 9회에 나에게 마운드를 넘겨라.’
하성은 자신의 때를 기다렸다.
* * *
8회 초.
휴스턴은 안타 한 개를 내주긴 했지만, 아웃 카운트 세 개를 잡아내며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감했다.
8회 말에 오클랜드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여전히 1점 차 리드를 안고 있는 터프세이브 상황이 됐다.
[9회 초! 이번 이닝만 막아내면 승리할 수 있는 오클랜드가 게임을 끝내기 위해 정하성 선수를 등판시킵니다!]카메라가 마운드에 오른 하성을 잡았다.
[정하성 선수는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 데뷔해 5개월 만에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된 선수입니다. 9월부터 빅리그 마운드에서 뛰기 시작한 정하성 선수는 12게임에 등판해 15이닝 무실점 2피안타를 허용하는 훌륭한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하성이 연습 투구를 하는 동안 중계진의 극찬이 이어졌다.
[단연코 올 시즌 확장 로스터와 함께 콜업 된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투수죠.] [예. 100마일까지 던지는 패스트볼도 인상적이지만, 마운드에서 본인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인 투수입니다.] [루키답지 않은 과감함이 있는 투수죠?] [맞습니다. 특히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나온 무결점 이닝은 그의 포텐셜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연습 투구를 끝낸 정하성 선수가 빅리그 첫 클로저 데뷔전을 어떻게 치를지 기대됩니다.]하성이 로진을 손에 묻히고 마운드 위에 섰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상체를 숙이고 트레버를 바라봤다.
‘몸쪽 패스트볼.’
그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깊게 호흡을 뱉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뒤이어 발을 차올리는 킥킹과 함께 힘을 집중시켰다.
‘테스트라면…….’
발을 내디디고 허리를 회전하며 힘을 손끝으로 이동시켰다.
‘완벽하게 통과해 주지!!’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챘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회전과 함께 날아갔다.
몸쪽을 찌르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돌아갔다.
하지만 덜 떨어지는 공에 적응을 하지 못한 타자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98마일의 패스트볼!! 완벽한 코스에 공이 꽂힙니다!]* * *
크리스는 경기장 한편에서 하성의 피칭을 바라보고 있었다.
‘첫 클로저 데뷔전이라서 긴장할 줄 알았는데. 그런 모습은 전혀 없군.’
만족스러운 초구였다.
쉬다가 올라와서 그런지 공 역시 위력적이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2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에 꽂혔다.
크리스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99마일. 구속도 아주 잘 나오고 있어.’
이 정도 구속이면 메이저리그 클로저들 중에서도 특급에 속할 수 있다.
물론 풀 시즌을 유지한다는 가정이 붙지만 말이다.
딱!!
“파울!!”
3구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타자의 배트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면서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좋은 공이었지만, 타자가 반응했군. 여전히 볼카운트는 좋다. 다시 유인구를 던져서 타자의 배트를 유도할 수도 있어.’
과연 어떤 공을 던질까?
크리스는 땅콩을 입에 집어넣으며 하성을 주시했다.
“흡!!”
기합과 함께 하성이 4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초구와 마찬가지로 타자의 몸쪽을 강하게 찔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뒤이어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승부를 길게 가져가지 않고 빠르게 끝냈다. 공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내릴 수 있는 선택이야.’
어쩌면 위험한 선택이다.
경우의 수는 다양했으니까.
하지만 크리스는 오히려 그게 마음에 들었다.
‘메이저리그의 클로저라면 저 정도의 배짱은 있어야지.’
공이 좋은 건 알고 있었다.
궁금했던 건 클로저를 맡을 정도의 배짱을 가지고 있느냐였다.
그리고 하성은 지금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 * *
[정하성이 메이저리그 첫 클로저 등판에서 1이닝 동안 3탈삼진을 잡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오늘 경기결과로 그는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기록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가 오클랜드의 뒷문을 책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한국의 포털사이트에는 하성의 첫 세이브 성공 기사와 함께 투구하는 사진이 메인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