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39)
마운드의 빌런-39화(39/285)
마운드의 빌런 39화
휴스턴 스트릿.
완성형 마무리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하지만 루키 시즌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투수가 되었다.
그래도 오클랜드에서는 붙박이로 클로저를 맡을 만한 실력이었다.
‘녀석을 트레이드한다면 현재 오클랜드에서 대체할 수 있는 투수는…….’
하성은 오클랜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명단을 확인했다.
08시즌 활약은 계투는 크게 세 명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하성의 임팩트를 이길 수 없었다.
‘내가 클로저가 될 확률이 높다.’
자만심이 아니었다.
9월 한 달로 제한해야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오클랜드 불펜에서 자신보다 좋은 성적을 남긴 선수는 없다.
프런트가 생각할 수 있는 제1의 카드는 하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바로 내게 기회를 주진 않겠지. 결정하는 건 09시즌 스프링캠프가 될 거다.’
오클랜드는 트레이드를 통해 다양한 선수를 영입할 것이다.
또한 방출된 선수들을 데려와서 테스트한다.
그 과정에서 가능성 있는 투수들을 대상으로 불펜에서 테스트를 할 것이다.
그중에는 자신도 포함된다.
‘충분히 활약을 보이면 클로저에 낙점된다.’
현재의 목표는 그것이면 충분했다.
너무 먼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면 달려가다 지칠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 당장 눈앞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릴 때였다.
‘미리 알게 돼서 다행이야. 몸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겠어.’
투수의 메커니즘은 같다.
하지만 선발과 불펜은 전혀 다른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선발투수는 마라톤선수와 같다. 긴 이닝을 맡아야 하니 스태미너가 뒤를 받쳐야 해. 하지만 불펜투수는 다르다. 단거리선수처럼 단시간에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몸을 만들어야 해.’
마라톤선수와 단거리선수의 훈련법은 전혀 다르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 역시 훈련법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백 기자에게 나중에 신세를 갚아야겠어.’
이 사실을 미리 알게 해준 백준기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몸을 만들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훈련이다.’
기회는 생겼다.
이제 이것을 잡는 건 자신에게 달린 문제였다.
하성은 집중력을 끌어올려 훈련에 집중했다.
* * *
월드시리즈가 마무리됐다.
역사대로 우승팀은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정해졌다.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11월이 되면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다.
그때쯤 미국에서 하나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연고지 이전 좌절!!]연고지 이전을 꿈꾸던 어슬레틱스의 꿈이 무산됐다.
그로 인해 바빠진 것은 크리스 단장이었다.
“젠장……. 이대로면 내년에도 관중 수가 더 줄어들 거야.”
여기서 수입이 더 줄어들면 정상적인 팀을 운영하기 힘들다.
“어떻게든 팀의 성적을 올려야 해. 그래야지만, 관중들이 돌아온다.”
메이저리그는 KBO와 전혀 다르다.
구단 그 자체가 하나의 회사다.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고 그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티켓판매다.
관중의 숫자가 줄어들면 수입에 직격탄을 입게 된다.
‘가장 먼저 보안해야 할 건 역시 타선이다.’
크리스는 컴퓨터를 켜서 정리해 두었던 파일을 열었다.
08시즌 오클랜드팀의 타격기록을 정리해 둔 파일이었다.
‘작년 시즌 우리 팀의 wRC+는 21위에 머물렀다. 젠장, 이러니 이길 경기도 못 이기지.’
메이저리그에 30개의 팀이 있으니 21위면 하위권에 속한다.
타격을 어떻게든 보완해야 했다.
‘그러면서 팀의 페이롤을 줄여야 한다. 연봉이 높아지는 휴스턴과 카드를 맞춰서 괜찮은 타자를 데려와야 해.’
오클랜드는 예로부터 연봉이 높아진 선수를 팔아 필요한 자원을 데려오는데 능통했다.
특히 FA를 앞둔 대형 선수를 데려오는 걸 좋아했다.
그들의 연봉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단기간만 쓰고 트레이드를 보낸다면 남은 연봉은 다음 구단에서 내야 했다.
물론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크리스 단장은 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되는 카드를 찾았다.
‘이 녀석이 괜찮겠군.’
크리스의 눈에 콜로라도 로키스의 맷 홀리데이가 띄었다.
‘올해에는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그동안 쌓인 스탯으로 보면 대형계약이 당연하다. 게다가 이 녀석의 에이전트는 스캇 보라스고.’
구단에게는 악마, 선수에게는 천사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그의 악명은 멀리 한국에까지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로키스는 이 녀석과 장기계약을 할 만한 여력이 없어. 그러니 카드로 내놨겠지.’
크리스는 곧장 전화를 들었다.
“로키스에 연결해 줘.”
역사의 톱니바퀴가 굴러가고 있었다.
* * *
11월 중순이 지날 무렵.
미국에서 하나의 소식이 날아왔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클로저 휴스턴, 유망주 카를로스 곤잘레스, 그렉 스미스를 내주고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맷 홀리데이를 얻는 트레이드를 단행!!]스토브리그의 첫 결과물이 나왔다.
하성이 속한 팀답게 국내 기자들은 관련된 기사를 쏟아냈다.
[오클랜드의 클로저 자리의 공백! 정하성 선수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 [정하성 차기 오클랜드의 수호신으로 군림?] [정하성의 부상 이슈가 가장 큰 장애물! 과연 그의 어깨는 어떤 상태인가?]쏟아지는 기사만큼 다양한 의견이 게시판을 차지했다.
-휴스턴이 이렇게 가네.
-데뷔 시즌만 놓고 보면 거의 리베라급 아니었나?
-휴스턴 갔으니 이제 오클랜드 뒷문은 하성이 건가?
-하성이 부상이잖슴?
-공식은 아니지 않나?
-국대 떨어진 거 부상 때문 아니었음?
-공식발표는 부상 이슈도 있지만, 처음부터 아예 고려를 안 했다고 하던데?
-그걸 누가 믿음 ㅋ
3회 WBC 감독은 2회 때와 마찬가지로 김상필이 선임되었다.
감독 선임과 함께 열린 기자회견에서 KBO는 정하성에 대한 공식발표도 했었다.
[국가대표를 선발할 때 정하성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검증을 더 해야 한다.]당시 인터뷰는 많은 갑론을박을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여 한 달 동안 무실점 피칭을 한 하성을 선발하지 않으면 누구를 선발하냐는 주장.
이제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루키를 뽑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여론은 충돌했지만, KBO는 굳이 그것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하성에 대한 대중은 다시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현재 한국야구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 * *
하성은 출국 일자를 잡고 있었다.
‘피칭을 위해서는 슬슬 따뜻한 곳으로 옮겨야 해. 거기다 시차 적응도 미리 끝내야 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한국에 있으면서 자연스레 이쪽의 시차에 적응하고 있었다.
거기에 한국은 겨울이다 보니 날씨가 나날이 추워지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피칭을 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역시 하와이로 가는 게 좋겠지?’
이전 삶에서 하성은 여러 곳에서 겨울을 보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몸을 만들었지만, 연봉이 높아지면서 오키나와와 괌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팀의 에이스가 되면서 연봉이 4억까지 올랐을 때는 하와이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하와이에서 훈련을 했을 때, 가장 몸 상태가 좋았어. 이번 삶에서는 처음부터 저쪽에서 하자.’
같이 갈 파트너가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선수는 없었다.
현재 하성의 인맥은 무척이나 좁았다.
당연히 전지훈련을 같이 갈 파트너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호텔은 매번 잡던 곳으로 잡으면 될 거 같고. 피트니스 센터와 그쪽에서 도와줄 트레이너를 찾아야겠군. 거기에 피칭 연습장도 찾아야지.’
여러모로 준비할 게 많았다.
에이전시가 있다면 이런 부분을 대신 해결해 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하와이로 건너가면 에이전시와 접촉도 시작해야겠군.’
한숨을 내쉬며 하성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 * *
1월.
인천국제공항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기자들이 모인 이유는 하성이 출국하기 때문이다.
재작년부터 하성은 엄청난 사건들과 함께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특히 작년에는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그 어떤 스포츠스타보다 더 많은 플래시를 받았다.
여러 논란도 있었지만,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당연하게도 기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왔다!”
한 기자의 외침과 함께 모든 이의 시선이 돌아갔다.
거기에는 하성의 한국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김혜령 대표와 경호원 세 명에게 호위를 받으며 오는 하성이 보였다.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순식간에 공항은 시장바닥이 되었다.
“정하성 선수! 부상에 대해 한 말슴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질문은 부상이었다.
부상에 대한 루머는 돌았지만, 그와 관련된 후속 보도는 없었다.
그 이유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성은 기자들을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정밀진단은 받았는데. 약한 염증반응이었습니다.”
“부상이 아니었다는 겁니까?”
“큰 부상이 아니었지, 피로가 쌓였던 건 사실입니다.”
“그럼 대표팀 합류가 가능하신 상태인가요?”
“대표팀 로스터는 이미 확정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들어갈 구멍이 없죠.”
“만약 대표팀에서 제안이 온다면 들어가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때 생각해 보겠습니다.”
청산유수로 대답한 하성은 그 뒤로 교과서적인 답변을 이어나갔다.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질문을 던지는 기잔 없었다.
한차례 하성에게 큰코를 다친 기자들이 있었으니 괜히 시비를 걸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하성은 09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건드려서 좋을 일이 전무했다.
“질문은 여기까지 받도록 하죠. 그럼 기자님들, 메이저리그에서 제 활약 기사로 잘 써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하성은 자신감 넘치는 발언과 함께 한국을 떠났다.
* * *
하와이에 도착한 하성은 호텔에 짐을 풀고 이틀의 휴식을 취했다.
‘휴식은 언제나 중요한 법이지. 시차 적응도 빠르게 끝내고.’
이번에도 아로마 캔들을 이용하여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큰 도움이 되는군. 녀석한테 티켓이라도 보내줘야겠어.’
도움을 받았으니 그에 따른 보답을 한다.
그게 하성의 인생 모토였다.
이틀이 지나고 시차 적응이 끝난 그는 계약을 맺은 피트니스 센터에 나갔다.
미국의 트레이너는 여러 시스템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개인 트레이너와 계약을 맺고 훈련을 받았다.
하성도 인터넷을 통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다.
“헬로우, 정. 라이너라고 합니다.”
“하성 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음? 혹시 어슬레틱스의 루키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쉣!! 어쩐지 이름이 낯이 익더라니. 당신이 제 고용주였군요!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건 잘 봤습니다!”
“올해도 같은 활약을 펼치고 싶으니, 도움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하죠!”
라이너는 실력이 좋은 트레이너였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보고는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었다.
“상당히 하이퀄리티의 프로그램이네요. 다만 하체 프로그램이 조금 부실합니다. 종류를 몇 가지 추가하도록 하죠.”
그의 프로그램은 훌륭했다.
대학에서 스포츠사이언스를 전공한다더니 농담이 아닌 듯했다.
“그리고 영양 섭취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이대로 하고 있습니다.”
“오~ 정리가 잘되어 있네요.”
“영양학도 공부하셨나요?”
“조금 했습니다. 다만, 제 친구 중에 그쪽으로 전문가가 있으니 한번 검토를 받아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고마우면 올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세요.”
라이너는 선의로 자신을 도와주었다.
이런 사람을 만났다는 건 행운이다.
하성은 라이너와 함께 훈련을 이어나가면서 피칭 연습도 병행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첫 시즌에 성공했다고 들뜨거나 하지 않았다.
‘프로의 세계에서 중요한 건 롱런을 하는 거다. 이제 첫발을 뗀 거야. 들떠서 두 번째 시즌을 망칠 수 없다.’
이전의 삶에선 첫 시즌의 성공에 고조되어 두 번째 시즌을 망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삶에선 그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2월이 되었을 때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기사가 업로드됐다.
[정하성! 스프링캠프를 위해 하와이를 떠나다!!]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됐다.